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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명- 책은 도끼다
저- 박웅현
출-북하우스
독정- 2018. 4. 1. 일
ㆍ땅콩을 거두었다. 덜 익은 놈일수록 줄기를 놓지 않는다. 덜된 놈! 덜 떨어진 놈! 익지 않아 덜떨어진다.
ㆍ개는 “어머나 또 아침이네. 일어났더니 또 밥을 주네, 피곤한데 자야지. 앗 또 아침이네. 우와 또 밥을 줘. 하나도 지겹지 않는 원의 세계를 산다. 개의 시간과 사람의 시간이 다르게 간다. 개는 결코 낙원에서 추방된 적이 없다.
ㆍ사과가 떨어졌다. 만유인력 때문이란다. 때가 되있기 때문이지.
ㆍ깊은데 마음을 열고 들으면 개가 짖어도 법문-개소리-
ㆍ보고 만질 수 없는 사랑을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게 하고 싶은 외로움이, 사람의 몸을 만들어낸 것인지도 모른다.
ㆍ인간은 기본적으로 입과 항문이다. 나머지는 다 부속기관이다. -김훈-그의 글을 읽으면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꼭대기에 있다가 갑자기 지하 20층으로 떨어지는 것 같다. 김훈의 <개>라는 소설을 읽으면 개가 쓴 것 같다. 이런 특징은 김훈의 글은 형용사나 부사를 별로 사용하지 ㅇ낳는다. 객관적 사실만 불러내서 정서를 전달하는데, 생각보다 그 힘이 굉장히 크다.
ㆍ오스트리아 음악하교는 어린이들에게 악기연주를 시키지 않는 대신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 자연의 음들을 들려준다. 바닷가에 가서 자갈을 들고, 큰 돌과 큰 돌이 부딪치는 소리, 큰 돌과 작은 돌이 부딪치는 소리, 파도가 치는 소리를 들으며 얘기하는 것
ㆍ시골집 선반 위에 /메주가 달렸다. /메주는 간장, 된장이 되려고/ 몸에 곰팡이가/ 피어도 가만히 있는데 /우리 사람들은/ 메주의 고마움도 모르고/ 못난 사람들만 보면/ 메주라고 한다. -부산 감전국 6년 이경애<메주>
ㆍ답은 일상 속에 있다. 나한테 모든 것이 말을 건다. 하지만 대부분 들을 마음이 없다. 들을 마음이 생기면 그 사람은 창의적 사람이다.
ㆍ동백꽃은 해안선을 가득 메우고 있으면서 군집으로 현란함을 이루지 않는다. 매화는 질 대 꼬ᅟᅭᆾ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이 한 장 한 장 떨어진다. 매화는 바람에 불려가서 소멸하는 시간의 모습으로 꽃보라가 되어 사라진다. 바람에 흩날리는 잠시 동암이 매화의 절정. 매화의 죽음을 풍장으로 빠람 속에서 죽어간다. 김훈은 무엇이든 천천히 보아야 한다 한다. 미국 전 곡토를 연결한 고속도로 망이 생긴 덕분에 우리는 아무것도 보지 않고 대륙을 횡단할 수 있게 되었다. 횡단은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리면 아무것도 볼 수 없다.
<돌린 문>
김수근이 지은 경동교회는 서울 한복판 시끄러운 일상으로 왁자한 장충동 거리에 있는 교회인데 문을 돌려세워 지었다. 교회에 들어서면 빨간색 돌담을 돌아 예배당 입구로 가는 길에서 일상과 떨어져 차분하게 신성을 맞이한다. 심호흡을 하며 천천히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주는 지혜로운 건축물이다. 빛은 이 그림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 들끓는다.
ㆍ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고 샅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목련은 등불 켜듯이 피어난다. 목련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말기 암 환자처럼. 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 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서 떨어진다. 펄썩, 소리를 내면서 무겁게 떨어진다.
ㆍ바늘 끝만한 작은 새우들도 가슴에 갑옷을 입고 있다. 그 애처로운 갑옷은 아무런 적의나 방어 의지도 없이 본능의 흔적처럼 보인다. 소금의 짠맛은 바다의 것이고 향기는 햇볕의 것이다. -김훈 자전거 여행에서
냉이의 지향 흔적은 냉이 속에 깊이 숨어 있던 봄의 흙냄새, 황토 속으로 스미는 햇볕의 냄새, 싹터 오르는 풋것의 비린내를 된장 국물 속으로 모두 풀어놓는 평화를 이룬다. 된장은 냉이의 비밀을 국물 속으로 끌어내면서 냉이는 냉이대로 온전하게 남겨둔다. 봄의 흙은 헐겁다. 봄 서리는 초봄의 땅 위로 돋아나는 물의 싹이다. 봄풀들의 싹이 땅 위로 돋아나기 전에, 흙 속에서는 물의 싹이 먼저 돋아난다. 물은 풀이 나아가는 흙 속의 길을 예비한다.
쑥은 언 땅을 뚤ㄹ고 가장 먼저 이 세상에 엽록소를 내민다. 대나무는 그 인고의 세월을 기록하지 않고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대나무는 나이테가 없다. 나이테가 있어야 할 자리가 비어 있다. 상록수의 숲은 짙고 깊게 푸르러서 그 푸르름은 봄빛에 들뜨지 않는다. 겨울을 어려워하지 않는 엄정함으로 봄빛에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흰 눈에 덮인 겨울 산에서 상록수 숲의 푸르름은 우뚝하지만 온 산이 화사한 활엽수들의 신록으로 피어날 때, 연두의 바다속에 섬처럼 들어앉은 상록수의 숲은 더욱 우뚝하다.
ㆍ수박의 향기는 근본적으로 풀의 향기다. 풀의 향기가 수분에 풀려서 넓게 퍼진다. 자두으의 향기는 육향에 가깝다. 그 향기는 퍼지기보다 찌른다. 자두를 손으로 만져보면 그 감촉은 덜 자란 동물의 살과 같가. 껌질을 깎을 필요 없이 통째로 먹는다. 이걸 깨물어 먹으려면 늘 안쓰러운 생각이 든다. 이 안쓰러움이 여름의 즐거움이다. 수박은 천지개벽하듯이 갈라진다. 수박이 두 쪽으로 벌어지는 순간 ‘앗’소리를 지를 여유도 없이 초록은 빨강으로 바뀐다. 녹색에 뜬금없이 어울리지 않은 검은 줄이 가 있고, 겉이 녹색이고 검은색이면 안에도 비슷한 색이 있어야 하는데 쩍하고 갈라져 나타나는 색은 빨간색이니. 무슨 밤하늘 우주에 별이 떠 있듯 까만색 씨앗이 점점이 박혀 돈과 박이 나오지 않아도 이것은 필시 흥부의 박이다.
ㆍ결핍의 결핍, 너무 낯이 익어서 볼 수 없다. 조르바는 그에게 두려웠던 것은 낯선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이었다. 익숙한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있다. 익숙한 것속에 좋은 것이 주변에 있고 끊임없이 말 거는 데 듣지 못한 건 안타까운 일이다.
이 많은 과일을 지상에 차려놓고 힘센 여름은 물러가고 있다. 이 더위들이 무등산 수박의 단맛을 뽑아내고 그 축복이 나에게 돌아와
ㆍ나무밑동에서 살아 있는 부분은 지름의 10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바깥쪽이고, 그 안쪽은 대부분 생명의 기능을 소멸한 상태다. 동심원의 중심부는 물기가 닿지 않아 무기질로 변해 있고, 이 중심부는 나무가 사는 일에 간여하지 않는다. 이 중심십부는 무위와 적막의 나나인데 이 무위의 중심이 나무의 전 존재를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버티어 준다. 무위는 존재의 뼈대이다. 나무의 늙음은 낡음이나 쇠퇴가 아니라 완성이다. <늙음의 의미>
ㆍ꽃이 피었다는 사실을 말한 거고 꽃은 피었다는 의견과 정서를 진술한 말이다.
ㆍ“꽃밭 같은 문단에 맹수가 나타났다.”2004년 이상문학상 수상한 <화장>소설을 평한말 화장의 주인공은 화장품 회사에서 광고 담담 중년 남자인데 죽음을 앞둔 아내의 고통을 객관적으로 서술한다. “매우 고통스러워 보였다. 투는 없다.
“간병인이 아내를 목욕시킬 때 보니까, 성기 주변에도 살이 빠져서 치골이 가파르게 드러났고 대음순은 까맣게 타들어가듯 말라붙어 있었다. 나와 아내가 그 메마른 곳으로부터 딸을 낳았다는 사실은 믿을 수 없었다.-잔인할 정도로 세밀한 사실 전달이다.-
ㆍ왜군들은 군인(집단 명사)으로 오지만 죽을 때는 국가 명예를 위해 죽는 것이 아니라 가족과 헤어져 외롭고 고통스러운 슬픈 개인으로 죽는다. 다들 혼자서 저 자신의 죽음을 죽어야 한다.
ㆍ알랭드 보통은 사랑에 빠지는 순간 더 이상 나는 누구인가가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나는 상에게 누구인가가 중요해진다. 사랑하는 사람의 시선에서 내가 어떻게 보이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예쁘다, 매력적이다 생각한 뒤 나머지 부분은 다 상상으로 채운다. 그 상상은 나의 욕망으로 채워진다.
ㆍ우리가 첫눈에 사랑하게 되는 사람들은 우리 머릿속에 작곡된 심포니처럼 멋지다.
ㆍ컴퓨터가 요술을 부려 수많은 비행기 좌석 중 여자를 15a에 나를 15b에 앉혔다는 것은 학률에 대한 계산이지만 이것을 운명이라 믿는다. 완벽하게 여겼던 여자를 나중에 ‘어떻게 저런 촌스런 구두를 고른 안목으로 나를 선택했단 말인가?“하게 된다. 상대에 대해 모르는 면들을 모조리 우리 마음대로 채웠다. 그래서 헤어지는 거다.
ㆍ키스를 했는데 토니 입에서 양파 냄새가 나고 행동은 오랜만에 돌아온 주인을 맞아 촐랑대는 개와 비슷했다. 이 캠벨 수프가 내 식탁에 있으면 생활이고 액자 속에 있으면 예술이다. 액사 속에 들어가면 한 번 더 눈을 준다. 미술관에 깡통을 걸어놓거나 변기를 갖다 놓아도 유심히 살핀다. 그게 특별한 일이 거기서 일어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힘이다.
ㆍ사랑에 빠지는 것은 상대가 다른 누구도 주목해주지 않았던 어떤 부분을 어떤 부분을 주목해주거나 다른 누구도 알아주지 않던 진가를 알아줬을 때 사랑에 빠진다.
ㆍ평범한 영국인이 북아메리카의 작은 고장에 가면 이국적 발음만으로도 매력적이 세련된 본토인으로 환영받을 수 있다.
ㆍ그가 택시를 운전할 때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동남아 관광객으로 가면 백인이라 대접을 받는다. 영화<러브 액추얼리>에도 영국 콜린이 미국 가서 영국 발음하는 것으로 여성들과 함께 하는 것-인종의 유전자가 우월한 지위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게 이런 얘기다. 어떤 말을 했는데 아무도 안 웃으면 유머감각 없는 거. 똑같은 말을 다른 집단에서 했더니 웃는다면 거기에서는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 된다. 우리는 상대가 인식하는 범위 안에서 존재할 수밖에 없다. 행복은 조건이 아니라 선택이다. 난 행복을 선택하겠어하면 된다, 삶을 대하는 자세가 만들어낸다.
ㆍ버려진 숲의 쓸쓸함이 그림 속에 들어있다.
ㆍ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청년 도리언이 늙어가는 것이 아쉬워서 자기 대신 초상화가 늙어가고 본인은 만년 청춘이라는 설정이다. 모든 예술은 반영이고 진짜 사랑이 있으면 이것은 의미가 없다. 예술에는 영혼이 있지만 영혼에는 생각이 없다.
ㆍ노를 젖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버스를 기다릴 때는 버스정류장의 풀과 꽃이 눈에 안 들어온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 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승진하려고 성공하려고 할 때 주변을 못 본다. 은퇴 뒤에는 여유가 생기고 주변을 돌아볼 줄 아는 눈이 생긴다.
ㆍ호수가 아름답지만 한편으로 멍해지면서 마음이 비워질 때-뭐니뭐니해도 호수는 누구와 헤어진 뒤 거기 있더라,
ㆍ토끼 주둥이가 오물오물 움직이느 거보면 정말 오묘하고, 개꼬리가 이렇게 탁 올라선 거나 고양이 꼬리가 살랑살랑 움직이는 게 신기하다. 고양이들은 꼬리가 스스로 통제가 안 되는지 꼬리를 가지고 논다. 뭐가 뒤에서 움직이는 것 같은지 휙 돌아보고 자기 꼬리를 잡으면서 논다.
ㆍ소쩍새가 온몸으로 우는 동안 별들도 온몸으로 빛나고 있다. 이런 세상에 내가 버젓이 누워 잠을 청한다. <로빈슨 크루소>는 서구가 아프리카나 미개하다고 보이는 지역에 가서 하는 형태를 상징적으로 어느 섬에서 일어나는 일로 구성한 거다. 문명화된 한 사람이 불모의 땅인 섬에서 질서를 만들고 하느님의 계시를 전한다. 흐트러져 있던 것을 정리하는 것. 그것이 바로 로빈슨 크루소의 줄거리이다. 화약을 가지고 가 화약의 힘을 나타낸다 문명의 힘, 화약을 이용해 땅을 개간한다. 가축을 만들어야 겠다며 우리에 가두고 때 되면 밥 준다. 기도해야 해서 시계를 만들고 달력을 만든다. 이게 바로 문명화다. 로빈슨은 시계가 없어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로 시계를 만들었다. 물방울로 메트로놈을 만드는 거다. 이게 규칙이고 질서고 문명. 인간이다. 그런데 물이 없어져 결국 시계가 멈춰버리는 데 이걸 묘사한 장면이다.
고개를 돌리지 그 다음 물방울이 빈 유리병 끝에 한없이 나타나 길쭉한 배 모양을 이루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마치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듯 다시 둥근 모양으로 줄어들더니 끝내 떨어지기를 포기한 채 시간의 흐름을 역류하듯 제자리로 올라가는 것이다.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오늘에 만족하며 사는 자연 상태, 새로운 가치관, 동양적이고 장자적이고 자연 중심, 인간 중심으로 살던 로빈슨은 자연으로 편입되니 모든 걱정이 보잘 것 없다.
ㆍ염소의 젓을 짜야 한다고 우는데 염소는 우리를 위해ㅔ 젖을 내주려고 거기 있는 게 아니다. 모든 게 인간 기준인 거다. 신초자 인간만 축복한다고 생각했으니 다른 모든 생명은 수단이 됐다. 너는 젖을 짜야 하니까, 너는 고기가 되어야 하니까 가만히 여기에 있어 이렇게 된 거다. 어느 순간 신과 같은 마음이 되는 거다. 모든 것들이 그 자체로만 존재 된다. 다른 어떤 피조물도 관계없이. 야생의 상태로 되돌아간 염소들은 이제 인간들에게 강제로 사육되는 동안 강요받았던 무질서 속에 살지 않게 되었다. 그들은 가장 힘세고 똑똑한 숫염소들이 지배하는, 계통과 서열이 확실한 무리로 나누어졌다. 그들의 세계가 있는데 우리 마음대로 사고 그게 질서라고 한다. 그들에게는 질서인데 우리로 인해 무질서가 된다.
개미 행렬이/ 길을 가로질러 가는 것은/ 결코/이 세상이/사람만의 것이 아님을/오늘도/내일도/또 내일도/조금씩 조금씩 깨닫게 하는 것인지 몰라/햇볕이 숯불처럼 뜨거운 한낮 뻐꾸기 소리 그쳤다-고은
ㆍ봄은 우리 인생을 닮아서 꽃 피니 기쁜. 꽃 지니 슬픔
ㆍ지중해는 햇살을 빼고는 얘기가 되지 않는다. 남프랑스는 특히 햇살이 팔할. 그리스는 잔혹할 만큼 빛을 과시하는 나라. 그리스 햇살은 조각을 발전시키는 햇살, 남아시아의 문화유적에 복잡한 패턴이 연결되는 것은 그 지녁이 정글이기 때문. 내리쬐는 햇살 덕에 기온은 높지만 습도가 낮아 굉장히 쾌척하다. 먹고살기 위해 생을 바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 바로 지중해 사람들이다. 숲에 조금만 들어가면 먹을 만한 게 있고 삶이 고통스럽지 않고 하루하루가 해복하다. 그래서 그들은 삶이 없어진다는 것이 누구보다 슬픈 사람들이다.
ㆍ가장 아름다운 날들이 펼쳐지는데 이 기쁨은 덧없어요. 내가 늙어가고 쓰러지니까,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쏟아졌다가 이내 사라져버리는 저 햇살과 같은, 없어질 걸 이미 알고 있는 삶의 기쁨이 덧없다는 것이죠. 언제나 승리하는 말없는 자연의 돌들 속으로 돌아갈 것이다. 모든 생명은 죽음을 씨앗으로 가지고 있다. 돌은 죽지 않는다. 현재가 기뻐요.
ㆍ해가 설핏해질 무렵 돌연 우리의 뼛속으로 섯히 스며드는 저 기이한 슬픔...
팝콘 같은, 이 세상 한 때의 웃음
ㆍ다른 생에서 잘 살 수 있는 적선의 기회. 내가 그걸 안 받으면 아이들 입장에서는 내가 불상한 거다. 적선했으면 네가 이득일 텐데.
ㆍ원숭이도 파헤치고 어린이도 파헤치는 쓰레기 더미가 뷔페이다.
ㆍ그 도시를 떠나면 다시 못 만날 풍경, 다시 볼 수 없는 바닷물빛, 여행지를 다녀올 때 싸한 느낌이 우리 삶의 마지막과 연상이 된다. 여행길에서 우리는 이별 연습을 한다. 여행은 우리 삶이 그리움인 것을 가르쳐 준다.
ㆍ조르바를 아직 자연과 탯줄을 끊지 않은 사람이라 하는 것은 지식인들처럼 옳고 그름을 중심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아름다움과 추함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왜가 없으면 아무 짓도 못하는 건가요? 당신 역시 저울 한 벌 가지고 다니는 거 아닙니까? 매사를 정밀하게 달아보는 버릇 말이오. 조르바는 생각보다 행동이다. 머릿속에 어떤 것들이 들어가면서 대지와 연결된 탯줄은 끊어졌고 기계화된 것이다.
ㆍ육신이 만족하자 영혼이 기쁨으로 전율한다. 걷지 않으면서 떠오르는 말을 믿지 말라
알베르 까뮈의 <이방인>
신념처럼 추상적인 것은 중요치 않다. 이방인이 된 뫼르소는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 간다. 그 안에서 해수욕, 여자처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것들을 그리워한다. 뫼르소는 철창에 달라붙어 빛을 향해 얼굴을 내밀며 햇살을 그리워한다. 그 빛이 바로 실존이다. 뫼르소는 전부 만져지고 느껴지는 것들을 그리워한다. -네가 형무소에 수감되어 가장 괴로웠던 것은 자유로운 살마의 생각을 하는 거였다. 바닷가로 가서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은 욕망 발 밑의 풀에 부딪치는 첫 물결 소리, 물속에 몸을 담그는 촉감, 거기서 느끼는 해방감-
마치 우리가 사는 순간순간이 개별적 광채이고 스스로 온전한 존재이듯 문장들도 하나하나가 개별 존재이고 스스로 온전한 존대다. 잘 짜여진 이야기보다는 그 하나하나가 관용적 기쁨인 저 내일 없는 작은 조각들의 광채를 더 좋아하는 것이다.
ㆍ명확하고 빠른 목소리로 먹을 요리를 전부 주문했다. 기다리는 동안 가방을 열고 내모진 종이 조각과 연필을 꺼내어 미리 합산해보고 지갑에 팀까지 덧붙여 정확한 금액을 자기 앞에 내밀었다.
ㆍ키치는 독일어에서 온 얕은, 피상적이라는 뜻이다. 똥이 인정되지 않는 세상이 키치다. 보고 싶은 것만 보면 되는 세상. 밀란 쿤데라의<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토마스의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연민의 대상이었던 테레사의 위치로 자기를 내렸기 때문. 테레사는 그런 토마스에게 미안해하고 포옹하는 마지막 춤이 되고 두 사람은 함께 눈을 감는다. 사랑을 믿지 않았던 또 다른 주인공 바사나도 부러워했던 사랑이다. 이 책의 사랑 이야기 속에 철학, 사상, 시대적 통찰이 공존한다. 단순히 보면 사랑이야기인데 그 사이에 켜켜이 영혼, 순환 같은 이야기가 섞여 들어가면서 사상이거나 철학 내용과 사회 통찰이 맞물려 있다. 몸은 영혼을 담아두는 그릇인데 정중히 불러야하는데 함부로 문을 연다. 그래서 테레사 영혼은 췌장 깊숙이 숨어 있다 .잠수함이 바다속 깊이 들어가 있을 때 갑자기 문을 열면 승무원은 죽는다. 영혼이 나가도 죽지 않을 수 있는 그 세계로 테레사는 가고 싶은 것이다. 테레사는 영혼의 세계를 찾아왔지만 바람둥이 토마스의 육체의 세계로부터 벗어날 수 없어 떠난다. 토마스도 테레사에 대한 연민을 버리지 못해 돌아와 변한다. 영혼의 세계로 이동한데 성공. 반면 토마스는 가벼운 세계에서 무거운 세계로 이동한다. 자기감정에 충실한 무거운 세계로 이동한다. 테레사를 따라 프라하로 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노동을 한다. 더 이상 수술할 수 없는 의사였던 토마스의 손을 보면서
“당신의 임무는 수술하는 거예요.”
“임무라니, 테레사, 헛소리야. 내겐 임무란 없어. 누구에게도 임무란 없어. 임무도 없고 자유롭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얼마나 홀가분한데.” 토마스의 삶의 변화는 여자를 향한 사랑의 무게다. 토마스의 초라한 삶을 상징으로 보여주는 게 테레사의 꿈이다. 꿈에서 소환당해 비행기를 타고 가서 착륙해 내리자 남자들이 총을 쏜다. 그때 토마스가 쓰러지더니 작은 토끼로 변한다. 그 토끼가 토마스다. 테레사는 토마스를 안고 안 된다며 잠에서 깬다. 연민으로 사랑을 시작해 한없이 작아진 남자. 이 사랑이야말로 진짜 사랑이다. 즉 동정심은 타인의 불행을 함께 겪을 뿐 아니라 환희, 고통, 행복, 고민과 같은 다른 감정도 함께 느낄 수 있은 최상의 감정이다.슬픔은 형식이었고 행복이 내용이었다. 행복은 슬픔의 공간을 채웠다. 슬픈 인생의 형식 속에 둘이 함께 춤춘다는 행복이 공간을 채운다.
ㆍ하느님은 하루를 주었고 또 힘을 주었다. 그 하루도 힘든 노동에 바쳐졌으며 보수는 노동 그 자체에 있었다.
ㆍ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ㆍ그녀는 걸어온 것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그에게로 끌려온 것이다. 그녀는 아까부터 밖으로 나오고 싶어 발버둥 치고 있던 그 생기를 마침내 미소로 나타내면서 말했다.
ㆍ존경이라는 말은 사랑이 있어야 자리가 텅비어버린 사실을 숨기기 위해 생갹해낸 것 뿐.
ㆍ주인공은 안나지만 톨스토이가 지향하느 인물은 레빈이다.“그런데 당신네는 예나 다름 없이 흐름 밖의 조용한 모래톱에서 조용한 행복을 즐기고 있는 것 같군요,” 마지막은 레빈과 티티가 아이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것으로 끝난다. 톨스토이가 생각한 정답은 레빈과 키티의 삶이다. 이야기 후반에 레빈이 ‘자기 마음속의 올바른 재판관’이라는 애기를 한다.
“나는 무엇인가 무엇 때문에 살고 있는가만 생각하면 레빈은 해답을 찾을 수 없어 절망한다. 그러나 자문을 그쳤을 때는 마치 자기가 무엇이고 무엇 때문에 사는지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왜냐면 그는 씩씩, 원기 왕성하게[ 활동하고 또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ㆍ다산 초당에 갔을 때 빠른 속도로 돌아가던 시간이 쓰러지기 직전의 팽이처럼 천천히 갔다. 빗소리, 비오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흙냄새, 개구리 우는 소리가 더 진하게 감각을 자극한다. 다산이 살던 시대가 그랬을 것 같다.
ㆍ뼈 빠지는 내 삶도 남이 보면 풍경이다. 감당하기 힘든 삶도 멀리서 보면 행복해보인다. 지게지고 가는 아저씨는 낭만적이자만 지게 진 아저씨는 뼈가 빠진다.
ㆍ산수를 표구해서 허공에 걸어둔다.
ㆍ길고 짧은 물기 오른 여린 가지들이 이루는 조화와 오만 가지 빛깔, 그것은 기적이다. 가을 새벽 거미줄에 붙들린 조그만 이슬 알갱이에 그 깜찍한 비례며 앙증맞은 짜임새도 경이롭지만 알알이 비치는 방울 속마다 제각기 살뜰한 우주가 숨어 있다.
ㆍ예술은 궁극의 경지에서는 단순해진다. 그리고 분명해진다. 노인은 젊은이보다 봄을 더 많이 생각한다.
ㆍ 돈오, 갑작스런 깨달음을 얻어요. 이게 삶의 핵심이구나. 삶의 배후에 죽음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삶이 빛날 수 있다.
ㆍ금강은 다이아몬드를 말한다. 금강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불성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