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롯가 화물차 밤샘 주차 '꼼짝 마'…단속 나선 지자체

[케이]

광주시, 불법주차 특별 단속 / 차체 높아 시야 가려 사고 주원인 / 작년 2223건 적발… 전년比 22%↑ / 이달 합동단속반 꾸려 근절 총력 / 위법 차량 운행정지·과징금 처분

광주시 북구 두암동에 사는 회사원 이모(45)씨는 출근길에 제2순환도로 고가 아랫길을 지날 때 바짝 긴장해서 차를 운전한다. 대형 화물차 5∼6대가 고가 아래 비좁은 공간에 불법 주차를 해 앞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은 대형 화물차가 시야를 가려 출근길에 종종 접촉 사고가 나는 위험한 지역이다.

광주 서구 풍암동에서는 지난해 11월 밤샘 주차돼 있던 화물차를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풍암동 IC 사거리 서광주역 방면 5차 도로에서 소형 승용차가 도롯가에 주차돼 있던 10t 화물용 탑차를 받았다. 운전자는 경상을 입었지만, 조수석에 있던 탑승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3일 만에 숨졌다.

광주 시내에서 시외로 나가는 길목이나 공터가 밤마다 불법 화물차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당국의 단속에도 지난해 적발된 불법 밤샘 주차 건수는 2223건에 달한다. 2016년 1828건에 비해 22%가량 늘었다.

밤샘 주차는 사업용 화물차가 자정부터 오전까지 같은 장소에 1시간 이상 주차하는 행위를 뜻한다.

화물차 밤샘 주차가 문제가 되는 것은 교통사고의 주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화물차는 차체가 높아 가로등 불빛을 가리고, 운전자의 시야 확보를 어렵게 해 인명피해 우려가 크다. 또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을 경우 충격을 흡수하지 못해 사망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화물차의 밤샘 주차가 늘어나는 것은 등록된 차고지와 실제 운전자의 거주지가 다르기 때문이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르면 운송 사업자가 사업용 화물차량을 등록할 때 본인이 지정한 장소나 공영차고지, 화물터미널에만 차량을 주차하도록 한 화물차 차고지 등록제를 준수해야 한다. 단속에 적발되면 과징금 20만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상당수 차주는 차고지 등록을 마쳤다는 증빙서류를 형식적으로만 제출하고 실제 주차는 차고지와 전혀 다른 지역에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화물차 주차공간 부족도 밤샘 주차의 주요 이유다. 광주시가 광주도시공사에 위탁해 운영하는 진곡산단 공용차고지는 화물차 301대, 일반 승용차 129대 등 총 430대를 수용할 수 있지만, 이곳에 등록된 차량은 수용 대수를 초과한 680대에 달한다.

광주시는 4월 한 달간 사업용 화물자동차의 불법 밤샘 주차 근절을 위해 강력한 단속을 펴기로 했다. 단속은 5개 자치구와 경찰청, 화물협회가 합동 단속반을 꾸려 교통사고 취약 지역, 민원 다발 지역, 사고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실시한다.

광주시 관계자는 “사람 통행이 잦은 주택가 밀집지역 도로 갓길이나 횡단보도, 스쿨존 지역 등지의 단속에 집중하겠다”며 “적발된 차량은 관련법에 따라 운행정지 5일이나 과징금(일반화물 20만원, 개별화물 10만원, 용달화물 5만원) 처분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세계일보 18.04.03 한현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