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노트 47 – 손으로 물고기를 잡듯이 조심스럽게 알아차려라
< 수행 노트는 1996년도부터 미얀마 마하시 명상원의 수행지도 스승과 한국인 수행자들의 수행면담을 기록한 내용입니다. 참고는 수행자를 돕기 위한 묘원의 글입니다. >
질문 : ‘앎’을 알아차리다가 깜빡하는 순간이 있는 것을 느끼겠습니다.
답변 : 앎을 알아차릴 때 깜빡하는 것은 순간적으로 알아차림을 놓치는 것이다. 마음을 알아차릴 때는 물속에서 두 손으로 물고기를 조심스럽게 잡듯이 해야 한다. 물고기를 잡을 때 물고기가 미끄러워서 손에서 빠져나간다. 이런 물고기를 잡듯이 마음을 알아차릴 때는 조심스럽게 집중해서 알아차려야 한다.
< 참고 >
아는 마음이 사라지는 경우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아는 마음을 알아차릴 때 잠깐 마음이 달아나서 깜빡할 때가 있습니다. 둘째, 몸의 느낌과 호흡이 사라진 뒤에 집중이 된 상태에서 잠깐 아는 마음이 사라질 때가 있습니다. 첫 번째 마음이 깜빡할 때는 알아차림을 놓친 상태입니다. 두 번째 아는 마음이 잠깐 사라질 때는 열반에 든 상태입니다. 이것을 구별하는 것은 수행자 자신도 알 수 있지만 스승도 알 수 있습니다. 스승은 수행자가 어떤 지혜의 단계에 있는지 수행과정을 파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빠사나 수행은 미세한 정신세계의 대상을 알아차리기 때문에 경험이 있는 수행자는 두 가지를 충분하게 구별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경우는 일반적인 상태에서 잠깐 졸음에 떨어지거나 알아차림을 놓친 상태입니다. 두 번째는 이미 지혜가 성숙되어 마음이 청정한 상태에서 일어나는 현상이기 때문에 첫 번째의 깜빡할 때와는 다른 느낌을 경험합니다. 스승은 수행자가 지혜가 성숙되는 과정을 지켜보기 때문에 두 번째의 앎이 사라진 것을 알 수 있으며 또 이때의 상황을 수행자와의 문답을 통해 정확하게 파악하기도 합니다.
앎을 하다가 깜빡하는 첫 번째 경우는 호흡을 알아차리다가 깜빡하는 경우와 같습니다. 이때 깜빡한다는 것은 알아차림이 지속되다 순간적으로 끊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은 수행이 성숙한 수행자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수행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의 요소가 조화를 이루면서 진행됩니다. 노력과 알아차림과 집중입니다. 이 세 가지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면 정상적으로 수행을 하는 것이고 어느 하나가 부족하거나 많으면 수행이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이 세 가지의 조화가 수행의 황금분할입니다.
노력은 부족하거나 많아서는 안 됩니다. 알아차림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많을수록 좋습니다. 알아차림은 노력과 집중의 균형을 바르게 잡아주는 중심 추 역할을 합니다. 집중도 부족하거나 많아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수행을 하다보면 집중이 많아지고 노력과 알아차림이 부족해지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졸음에 떨어지거나 알아차림을 놓칩니다. 이때 깜빡하는 현상이 생깁니다. 아예 졸음에 떨어지지 않고 깜빡한다는 것은 집중이 커진 것을 말하지만 아직 노력과 알아차림이 집중에게 완전하게 영역을 내주지 않은 것입니다. 만약 노력과 알아차림이 집중에게 영역을 내 주면 졸음에 떨어집니다. 그러나 완전하게 내 주지 않고 약간이라도 버티고 있으면 깜빡하는 현상으로 나타납니다.
이런 상태에서 노력과 알아차림이 힘을 잃지 않고 계속해서 자기 역할을 하면 어느 순간에 정신이 확 깨면서 알아차림이 분명해지는 상태가 옵니다. 이때 노력과 알아차림과 집중이 다시 조화를 이루는 황금 분할의 수행상태가 됩니다. 이런 상태에 이르기 위해서는 알아차림의 힘이 약해지더라도 계속 알아차림을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깜빡거리는 가수면 상태가 오더라도 미세하게나마 계속 알아차림을 유지해야 합니다. 수행은 이런 과정을 무수히 겪으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갑니다.
집중이 다른 것에 비해 많아지면 상대적으로 알아차림의 순도가 낮아집니다. 이때 순도가 낮은 알아차림도 매우 중요합니다. 수행자는 항상 완전한 알아차림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알아차림도 노력과 집중의 도움이 있어야 순도가 높아집니다. 그러므로 순도가 낮을 때는 낮을 때의 알아차림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때 알아차림의 순도가 낮다고 해서 수행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런 상태에서도 알아차림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수행은 잘하고 잘못하는 가의 문제를 떠나야 합니다. 어떤 상태에서나 먼저 알아차리고, 다음에 알아차리는 것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