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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터뷰]
무명 대학 우승시킨 32살 최연소 1년차 감독
폐교한 학교 2년만에 우승시키기까지
[KUSF=글/김호중 기자, 사진/허진선 기자, 감독 본인]
한일장신대 야구부는 2020 KUSF 대학야구 U-리그 왕중왕전에서 우승했다.
26일 군산 월명야구장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한일장신대는 강릉영동대를 5대 3으로 꺾고
창단 후 처음으로 전국대회 챔피언에 올랐다.
한일장신대는 재정 상황도 좋지 않으며 무명 학교다보니 선수 수급에도 어려움이 있던 팀이다.
하지만 1년차 초보 사령탑 이선우 감독은 팀을 똘똘 뭉치게 만들어 팀을 왕중왕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이 감독이 전하는 한일장신대의 우승 이야기를 들어보자.
한일장신대.
그 어느 대학 야구 전문가도 2020 KUSF U-리그 왕중왕전 우승 후보로 예측하지 않은 팀이다. 불과 2년전까지는 존재하지 않던 팀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폐교 된 서남대의 야구부를 끌어안고 팀을 재창단한 한일장신대는 신생팀이자 무명팀이다.
폐교 당시 서남대 소속이던 이선우 감독은 본인이 맡고 있던 팀이 사라지자 충격이 컸다고. 단국대학교를 졸업하고 단국대 코치로 있던 이 감독은 서남대 측에서 코치 자리 제안을 받아 팀을 옮겼다.
하지만 서남대는 이내 폐교되며 이 감독은 갈 곳을 잃었다. 벼랑 끝에 있던 이 감독과 선수들을 품은 것은 한일장신대였다.
“한일장신대는 고마운 팀이죠. 저한테 고마운 팀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저보다는 제자들한테 한 번 더 기회를 준 팀이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 애들이 뿔뿔이 흩어지지 않고 꿈을 이룰 수 있게 도와준 팀입니다. 이팀에 와서 우승하고, 성공하고. 이런 것은 전혀 의미 없습니다. 그 당시에 폐교되는 상황에서 애들한테 유니폼을 입게 해준, 그저 고마운 팀입니다”
한일장신대는 지난 9월 26일, 대학 야구를 제패했다.
한일장신대는 강릉영동대와의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5-3, 짜릿한 접전승을 거두며 대학 야구 최강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폐교를 당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못했으나 투박한 열정 하나로 인고한 끝에 정상에 올랐다.
“저는 그렇게 삽니다. 내가 원하는 목표는 내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으면 무조건 이룬다고 생각합니다. 감독이 되고 애들한테 강하게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야, 한 번 해보자. 감독 믿고 해라, 감독 믿고 하면 우승할 수 있다”고.
(우승 확정일인) 어제도 선수들하고 그런 얘기를 많이 했습니다. 한 선수가 와서 “진짜 감독님 말씀처럼 믿으니깐 되네요”라고 하더라고요”
왕중왕전 시상식은 전부 한일장신대 몫이었다. 대회 최우수 선수상은 오성민, 우수 투수상은 배동현이 수상했다. 감독상은 이선우 감독의 몫. 이 감독은 이로써 왕중왕전 감독상을 거머쥔 역대 최연소 감독이 되었다.
이선우 감독의 나이는 불과 32살, 현역은 물론 역대 통틀어도 대학 야구 감독 중에서도 가장 어리다.
“제가 말씀드렸지만, 유명한 선수 출신도 아니고 프로 출신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거리감? 이런 게 있었습니다. 특별한 경력이 없는 젊은 사람이 어떻게 감독을 하냐는 시선이 있었습니다만, 저는 제자들을 대표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선배들한테 더 많이 인사하고 선배 감독님들을 잘 모시려고 노력했습니다. 감독님들이 인정해주시고 이해해주십니다. 최연소 감독이라고 특별히 어려운 것은 없습니다” 최연소 감독만의 생존법이다.
“시대가 바라보는 방향성이 다릅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론은 선수들이 운동을 진짜 많이 해야 합니다. 그래야 성장하고 좋아질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선수들이 운동을 진짜 많이 하게 하려면 대화를 많이 하고, 선수들과 진짜로 친해져야 합니다. 선수들을 좋아해야 합니다. ‘아 저 사람이 좋아, 저 사람이 날 좋아하니까 잘 되라고 얘기하는거구나’ 이렇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운동장을 10바퀴 뛸 때 짜증내는 팀이 있을거고, ‘우리 열심히 뛰자!’ 하는 팀이 있습니다. 선수들은 성인이니 맥주도 한 잔 마시고, 힘든 얘기 있으면 제가 들어주고 여자친구 문제 같은 것도 제가 경력이 있으니 들어주고 조언해주려고 노력합니다”
한일장신대 선수들에게 이 감독에 대해 물어보니 가장 많이 나온 단어는 ‘형’이었다. 투수 정현제는 4강전 승리 투수가 된 뒤, “감독님께 첫 우승을 선사하고 싶습니다”라는 각오를 내비쳤다. 타자 이호정은 “저는 야구를 하면서 좋은 감독님, 코치님을 많이 만났습니다. 그 중 이선우 감독님은 제가 가장 가깝게 지내고 정말 의지하고 믿는, 저한테는 최고의 스승이십니다”라고 했다. 든든한 친형을 감독으로 둔 것은 한일장신대 선수들로서는 상당한 축복 아닐까.
# 3.
한일장신대 관계자 A는 흥미로운 얘기를 전했다.
A는 “우리는 구단 버스도 간신히 얻은 거예요. 중고차로 아주 오래된 버스요. 상대팀 B는 몇 억 대 버스를 몰고 다니는데… 부럽네요”라며 허심탄회한 미소를 지었다. 이는 사실이었다. 이날 경기 후 본 두 구단의 버스는 언뜻 보기에도 가시적으로 확연히 차이가 났다.
“학교에서 과분할 정도로 정말 많이 도와주십니다… 하지만, 메이저 대학들에 비해서 한계가 분명히 있습니다. 선수들 부모님께서 내주시는 회비로 코칭스태프 인건비, 버스 운영비 등을 모두 충당해야 합니다. 어려운 부분이 있는거죠. 우리 코칭스태프는 기본적으로 희생을 하자고 얘기를 합니다. 항상 말씀드리는게, 단돈 10만원이라도 안 낼 수 있도록 노력하자. 가장 여유있는 분이 아니라 가장 어려운 분에게 맞추고 운영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10만원. 그거 별거 아닐수도 있어도 10만원이 큰 돈인 분도 있습니다” 이선우 감독의 말이다.
# 4.
이번 왕중왕전 우승 전까지, 한일장신대는 무명이었다. 한일장신대에 오려고 하는 선수는 없었다.
“어떻게 보면 지금은 예전 같이 사전 스카우트가 안됩니다. 지금은 모집요강을 보고, 학생이 학교 6군데를 선택해서 수시 면접을 보는 시스템이지 않습니까? 학생이 팀을 선택합니다. 예전에는 팀이 선수를 선택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좋은 메이저대학에서 스카웃하는 게 있었습니다. 이 제도가 여러가지 입시 비리로 없어졌죠.
저희는 무명이어서 저희 학교에 대해 아는 선수 자체가 거의 없습니다. 우리학교를 아예 모르는데 우리 학교를 올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고, 학교 홍보도 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유명한 선수들은 수시 6군데에 우리 학교를 쓰지 않습니다. 그러면 계속 연락합니다. 선수들 밥도 먹이고. 우리 학교 안 썼어도 괜찮다. 다 떨어지면 우리 학교 와라. 이렇게 얘기했었습니다. 솔직히 메이저 대학에 가고 싶어어하지, 우리 학교를 먼저 오고 싶어하지는 않습니다”
# 5.
결국 이처럼 어렵게 스카웃한 선수들이 이번에 빛을 봤다. 최근 열린 ‘2021 KBO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일장신대 야구부 배동현·정연제 선수는 각각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선택을 받았다.
“작년보다 배동현 선수의 구속이 줄었습니다. 3~4km 줄었는데, 그게 큰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제때 대회를 못 들어가면서, 4학년 선수들이 초조해지는 게 있지 않습니까? 4학년은 그런 것이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됩니다. 몸 상태는 문제가 없습니다. 커맨드가 워낙 좋아서 1군 불펜 즉시전력감입니다. 정연제 선수는, 일단 하드웨어가 좋고 볼 회전이 훌륭합니다. 대형 선수가 될만한 역량을 갖춘 선수입니다”
하지만 감독으로서, 프로에 간 두 명의 선수들보다 프로에 가지 못한 여러 선수들이 더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착잡해한 이 감독은 다음과 같이 얘기했다.
“어제 우승했는데도 좋은 느낌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안좋은 부분이 더 컸습니다. 프로에 갔으면 좋겠는데 못간 선수들도 있고... 어제는 제가 결승 무대에 발 한 번이라도, 대주자로라도 한 번 그라운드를 밟히고 싶은 4학년 선수들이 있었는데, 상황이 타이트해서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런 선수들 표정을 볼 때 미안하고 아쉬웠습니다.
저는 단국대 시절 주장이었습니다. 야구를 썩 잘하지는 못했는데 열심히 했죠. 야구 좋아했고, 방망이는 잘 친다 소리 들었습니다. 저도 인대가 6번 끊어졌던 선수입니다. 뛰는 것도 잘 안되었습니다. 저도 프로를 못 갔기 때문에 우리 선수들이 많이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지 못해) 착잡합니다. 선수들이 어떤 일을 하더라도, 포기 안하고 끝까지 하면 될겁니다. 이번 왕중왕전을 통해 봤잖아요.”
사실 한일장신대에서 프로에 2명이나 갔다는 사실에 대부분의 전문가는 박수를 보냈다. 무명대학교임을 감안하면 크게 초과달성했다. 하지만 스승의 입장에서는 아쉬움이 남는 모양이다.
# 6.
한일장신대는 왕중왕전 전승을 내달리며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었다. E조 2등으로 왕중왕전에 합류한 한일장신대는 인하대(3:1 승리), 연세대(3:2 승리), 중앙대(8:4 승리), 강릉영동대(5:3 승리)를 모두 따돌리며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인하대와의 왕중왕전 첫 경기가 중요했습니다. 여기를 넘어가냐 못넘어가냐에 따라 결과가 좌지우지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왕중왕전 토너먼트다보니 좋은 팀이 다 모여있지 않습니까? 한 경기 한 경기. 모두 중요했습니다. 쉬운 경기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대회 동안 혹사 논란이 있던 학교가 몇 있었다. C학교는 프로 지명을 받은 4학년 투수 D를 사실상 매경기 투입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오죽 심했으면 D를 지명한 프로 구단 측에서 '더이상 투입하면 안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러 군산까지 직접 내려오기도 했다.
이런 C학교와는 다르게, 한일장신대는 혹사와는 거리가 멀었다. 가장 중요한 왕중왕전에서 팀의 1선발 배동현은 결승전을 제외하고 한 경기도 뛰지 않았다. 앞서 언급한 관계자 A에 따르면, 심각한 부상이 있다기보다 몸을 만들 수 있도록 학교 측에서 배려를 해준 것이었다.
“솔직히 저희가 준결승까지 투수를 다 쓴 상태였습니다. 배동현 선수를 등판을 시킬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날 운동장에서 배동현 선수가 가볍게 하프 피칭을 하는 거 보고 아, 이 정도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분위기상 그런 경기는 선수 본인도 던지고 싶습니다. 강릉영동대가 투수력이 워낙 좋아서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1-1 동점 상황에서 싹쓸이 안타가 나올 때, '아∼ 이거 우승하는건가' 생각했습니다”
배동현을 히든 카드로 준비한 이 감독은 결승전에서 선발투수 안승준을 1.1이닝만에 강판시키는 승부수를 던진다. 이후 왕중왕전 내내 자취를 감췄던 에이스 배동현을 등판시켰다. 이는 묘수가 되었고, 배동현은 7.2이닝동안 5피안타 3실점 3삼진을 기록하며 승리 투수가 되었다.
# 7.
"죽음을 무릅쓴 불굴의 사람들. 그들이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가능케 한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옳았다. 폐교를 겪었던 (전 서남대) 한일장신대 선수들은 언더독 신화 선배들이 그랬듯, 2년만에 리그를 대표하는 팀으로 성장했다.
처음 본 광명은 찬란했으나, 한일장신대의 현실은 아직도 어렵다. 다시 펼쳐질 스카우팅 전쟁에서 선수들이 지원하는 6개 학교에 한일장신대 이름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구단 버스는 여전히 열악할 것이며, 이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또 다시 희생을 반복해야 할 것이다.
허나 대학야구 팬들에게 한일장신대는 ‘가장 가치 있는 팀’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선우 감독이 지휘 하에서, 그리고 그 후로도 오랫동안 ‘한일장신대’라는 이름은 여느 메이저 대학과 똑같은, 어쩌면 그보다 더 큰 무게로 존재할 것이다. kusf/ 김호중 기자 lethbridge7@naver.com
원문
https://m.post.naver.com/viewer/postView.nhn?volumeNo=29568315&memberNo=1352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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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우승을 축하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