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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개정 국민발안제 도입의 쟁점 [국회입법조사처 이슈와 논점 제1676호 발간안내]
2020년 3월 6일 국회의원 149명(재적과반이상)이 ‘헌법개정안을 유권자 100만명 이상이 제안’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단일 헌법개정안을 제안하였다. 주권자인 국민이 헌법개정안을 직접 제안할 수 있다는 자체는 매우 민주적인 방안이다. 그러나 자칫 헌법상 허용되기 어려운 내용이 제안되거나 헌법상 보장되는 제도의 근본에 관한 내용이 발의되는 등의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헌법개정절차 중에 숙의절차를 마련하거나, 국민발안과 함께 헌법개정 한계규정을 두었던 1954년 헌법과 해외사례를 참고하여 제도적 보완에 대해 심도있는 검토가 요구된다
들어가며1
2020년 3월 6일 국회에서 헌법개정에 국민발안을 도입하는 「대한민국 헌법개정안」이 149명 의원에 의하여 제안되었다.1) 헌법개정안 제안권자를 국회재적과반과 대통령으로 정하고 있는 헌법 제128조제1항에 국회의원 선거권자 100만인 이상을 추가하는 단일조항 개정안이다. 이 내용은 국민발안의 종류 중에서도 직접 발안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2)헌정사적으로도 1951년부터 1971년까지 유권자 국민의 헌법개정안 발의권은 이미 헌법에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유신헌법에서 삭제된 것이 오늘에 이른 것이다.이번 헌법개정안 제안서는 국민의 참여와 의사수렴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것임을 밝히고 있다.3) 헌법재판소는 국민의 대한민국 주권자이며 최고의 헌법제정권력이므로 헌법 제개정여부, 헌법개정내용 등 제반결정권이 국민에게 있고 이는 주권자가 보유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며 가장 강력하게 보호되는 권리라고 한 바도 있다.4)현실적으로는 다수결로 선출되는 국회나 대통령의 제안에서 소외된 사항을 스스로 제안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기대도 할 수 있다.그러나 극단적인 의견을 제안하거나 다수의 횡포가 구현되는 문제 등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이에 걸맞게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 크게는 정치적 자유가 보다 확대되어야 하는 과제가 있고, 구체적으로는 포퓰리즘에 의한 개헌이 되지 않도록 헌법개정안과 관련된 공론절차 마련 등의 기반사항에 대해서 고민을 함께 해야 할 것이다. 이하에서는 이러한 헌법개정 국민발안과 관련된 제도적인 기반으로 필요한 사항과 입법사항에 관하여 검토하고자 한다.
국민발안 헌법개정의 연혁과 해외사례 2(1) 연혁 제2차 개정 헌법부터 제6차 개정 헌법까지 헌법개정제안권자로 일정수 이상의 국회의원과 대통령 외에 ‘50만명 이상의 유권자’가 함께 규정되어 있었다.[표 1] 헌법개정안 발의권자 규정 헌법(연도)헌법개정안 발의규정 제헌(1948)제98조 헌법개정의 제안은 대통령 또는 국회의 재적의원 3분지 1이상의 찬성으로써 한다.제1차(1952)제98조 헌법개정의 제안은 대통령, 민의원의 재적의원 3분지 1이상 또는 참의원의 재적의원 3분지 2이상의 찬성으로써 한다.제2차(1954)제98조 ①헌법개정의 제안은 대통령, 민의원 또는 참의원의 재적의원 3분지 1이상 또는 민의원의원선거권자 50만인이상의 찬성으로써 한다.제3차(1960)제98조 ①헌법개정의 제안은 대통령, 민의원 또는 참의원의 재적의원 3분지 1이상 또는 민의원의원선거권자 50만인이상의 찬성으로써 한다. 제4차(1960)제98조 ①헌법개정의 제안은 대통령, 민의원 또는 참의원의 재적의원 3분지 1이상 또는 민의원의원선거권자 50만인이상의 찬성으로써 한다.제5차(1962)제119조 ①헌법개정의 제안은 국회의 재적의원 3분의 1이상 또는 국회의원선거권자 50만인이상의 찬성으로써 한다.제6차(1969)제119조 ①헌법개정의 제안은 국회의 재적의원 3분의 1이상 또는 국회의원선거권자 50만인이상의 찬성으로써 한다.제7차(1972)제124조 ①헌법의 개정은 대통령 또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로 제안된다.제8차(1980)제129조 ①헌법개정은 대통령 또는 국회재적의원 과반수의 발의로 제안된다.현행(1987) 제128조 ①헌법개정은 국회재적의원 과반수 또는 대통령의 발의로 제안된다.그러나 헌법개정의 국민발안규정이 있을 때에도 어떤 절차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유권자가 제안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규정된 법률이 제정되지 않았다. 실제로 유권자 50만명이 헌법개정안을 제안한 사례도 없었다. (2) 헌법개정에 대한 국민발안 규정이 있는 국가헌법개정을 국민발안으로 제안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둔 국가는 많지 않다. 아시아에서는 현재 필리핀이 유일하고, 유럽에서도 스위스, 슬로바키아, 리투아니아, 헝가리, 조지아, 벨라루스, 미주에서도 콜롬비아, 코스타리카, 에콰도르, 우르과이, 베네수엘라 정도이다. 헌법개정에 대해서 국민발안을 인정하는 경우에도, 국민발안을 할 수 있는 헌법개정안의 내용에 대하여 일정한 제한을 두는 경우도 있다. 우선 기본적 인권과 자유의 침해가 되는 내용을 제안할 수 없도록 하는 사례가 있다. 슬로바키아의 경우에 ‘기본적 인권과 자유, 세금, 징수, 국가예산’에 영향을 미치는 사항에 대해서는 발안이 제한된다.5) 이는 민주적 헌법에 포함된 기본적 인권의 보장이 다수 또는 가중다수의 처분에 따라 변경되어서는 안된다는 취지이다.6) 스위스의 경우 국제법의 강행규정에 반하는 내용은 국민발안의 대상에서 제외된다.7) 국민발안의 내용에 대하여 헌법재판소가 헌법적합성을 심사하도록 되어 있는 국가도 있다. 예를 들면 슬로바키아에서는 의회가 요청하여 대통령이 제청할 경우에 국민발안 내용을 헌법재판소가 심사할 수 있다.8) 발안 횟수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필리핀은 5년 내에 1회 이상 허용하지 않는다고 헌법에 명시하고 있다.9절차적으로는 스위스는 헌법일부개정 국민발안에 대한 대안을 의회가 낼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전면개정의 경우에는 국민투표로 가부를 정하도록 하고 있고, 국민투표로 전면개정이 결정되면 새로운 선거로 양 의회를 구성한다고 정한다.10) 이러한 제한들은 극단적인 내용이 헌법규정이 되거나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배제하는 내용이 헌법에 도입되는 문제와 같이 다수에 의한 횡포가 헌법개정에서 구현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헌법개정 국민발안을 위한 주요 쟁점 사항 3(1) 개요 소위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선동적인 뉴스로 시선을 끄는 미디어 경향, 정치적 양극화의 심화 등 새로운 사회적 문제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또한 전문적이면서도 융합적인 논의가 필요한 다양하고 복잡한 사회가 되었다. 이에 따라, 전체 국가구성원의 다양성에 대한 포용이나 국가안정성을 담보하는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나 이념적 토대를 흔드는 안이 토론이나 공론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상정되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직접 발안의 유형을 택하더라도 개헌안을 마련하기까지는 기본적으로 공론화를 비롯한 절차나 제도 장치가 필요한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신중한 개헌절차가 될 수 있도록 간접 발안제 방식도 함께 검토해 볼 수 있다. (2) 헌법개정한계규정의 신설 헌법개정금지사항에 대해서 헌법에 명시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이는 국민발안 뿐 아니라 국회의원재적과반수나 대통령에 의하여서도 변경될 수 없는 헌법의 근간이 되는 원리와 원칙에 대해서 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제2차 개정헌법에서 헌법개정 국민발안제를 도입하면서 이와 함께 국민주권, 민주공화국가, 국민투표에 관한 규정은 개폐할 수 없다고 명시한 바가 있다(제98조제1항 및 제6항).또한, 독일기본법에서도 연방을 각주로 편성하는 입법에 있어서 주의 원칙적인 참여 또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제1조), 민주적 사회적 연방국가, 국민주권, 입법권의 헌법질서구속, 행정사법의 법률구속, 저항권(제20조)에 대한 기본권개정은 불가하다고 규정하고 있다(제79조제3항).
(3) 국민발안의 구체적 절차에 대한 입법 이미 국민발안에 의한 헌법개정절차가 있었음에도 실제로 한번도 발의된 적이 없었는데, 이는 국민발안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절차가 마련되지 않았던 점에도 기인한 바 있다고 볼 수 있다.헌법개정절차는 간략하게 정해져 있지만11) 몇가지 문제가 있다. 헌법개정안 발의 전에 어떻게 헌법개정안을 형성할 것인가에 대하여 침묵하고 있으며, 공고를 언제부터 할 것인지에 대해서 정하고 있지 않는 문제가 있다. 정치적 영역에 맡겨져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실제로 민주적인 절차에 의하여 개헌안이 수렴된 경우는 거의 없었다. 2014년 19대 국회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고자 헌법개정안에 대한 의견수렴과정이나 공론화절차를 마련하는 헌법개정절차법안이 제안된 바가 있다.12) 지금같이 정치적 세력간에 극단적인 대립이 존재하고 정상적인 논의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민발안제를 도입한다면 개헌안을 제안하기 전에 사회적 합의나 논의는 필수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해외사례에서 본 바와 같이 국민발안의 헌법내재적 한계를 벗어나지 않도록 검토하는 절차나 구체적 범위를 법률에서 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한편 이에 대하여 헌법개정안의 발안에 대해서 헌법에서 어떠한 제한도 두지 않았고 이는 헌법에서 정한 권한이므로 법률에서 한계를 두는 것이 위헌이라고 하는 견해도 있을 수 있다. 법률에서 명시하든 명시하지 않든, 헌법개정의 헌법내재적 한계는 존재한다. 즉, 헌법핵심에 대한 변경은 헌법개정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므로 헌법의 핵심적 가치를 변경하려는 개헌안은 제안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절차적인 장치와 논의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은 우리 헌법에서 헌법규정 자체에 대한 헌법심사가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헌법의 근간이나 헌법규정간의 충돌이 되는 내용이나 소수자나 약자에 대하여 인권을 제한하는 내용이 제안되는 경우 이것이 다수결로만 결정되는 방식에 대해서는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4) 국회의 수정절차 가능성 지금 현행 헌법의 헌법개정절차에서는 일단 개헌안이 제안된 후에는 제안된 안에 대한 수정은 불가능하다. 제안 후 공고가 이루어지면 공고로 알려진 내용에 대해서 국회의 의결과 국민투표가 이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즉, 만일 수정이 필요하다면 발의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하여야 하는 것이다. 현행대로라면 헌법개정안의 수정을 위한 국민발안절차가 다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스위스 사례처럼 국회가 국민발안에 대하여 대안이나 수정발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헌법에 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5) 헌법적합성 검토 절차 헌법개정안이 헌법내재적 한계를 넘는다고 판단이 될 때 현재 이를 걸러내는 절차로서는 국회의 의결절차와 국민투표가 있다. 이러한 절차는 모두 다수결에 의한 해결에 방점을 둔 절차이기 때문에, 소수자의 인권을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내용의 개헌안이 발안될 경우에 이를 제어할 어떠한 방법도 없게 될 우려가 있다. 그러므로, 일정한 요건 하에 헌법적합성에 대해 심사하는 단계가 필요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는 해외사례처럼, 예컨대 재적과반수 이상의 국회의원이 문제를 제기하면 헌법재판소가 개헌안이 헌법의 핵심을 변경하고 기본적 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불평등하게 하는 내용인지 등을 검토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다만, 헌법재판소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다는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헌법제정규정과 개정규정의 구별을 부인한 바가 있고 헌법개정권력의 한계와도 관련이 되므로,13) 헌법재판소가 이를 심사하도록 하기 위하여는 헌법개정이 필요하다. 또는 국회가 국민발안에 의한 헌법개정안을 의결하기 전에 국회법제사법위원회가 헌법적합성을 검토하는 절차를 두는 입법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나가며4헌법은 국가의 최고법이며 사회의 통합문서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국민발안은 가능한 한 다수가 포섭하지 못한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의 기회이며 국가가 소외된 분야를 다시 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국민발안제는 중요하고 도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국민발안제가 자칫하면 극단적인 대립의 산물이 되거나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내용을 도입하는 제도로 악용될 우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헌법개정절차에 신중한 숙고절차와 헌법개정내용의 한계에 대하여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민발안을 도입하는 이상 이 제도가 가진 장점이 최대한 구현되고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가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하여 이 제도의 부작용 및 헌법개정 관련 절차와 내용의 보완사항을 헌법적 또는 법률적으로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