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 허철이 2011년 7월에 내놓은 두번째 시집을 소개.
몇달 전 통화때 시집을 전해주면 소개하기로 했는데
8월 5일날 전해받아
10여편을 스캔해 소개.
치과의사가 신경치료라도 하듯
현대인의 정서와 감각을 날카로게 파헤치는 시어와 그 연결들이
때로는 긴박감을 조성하며 흥미를 더한다.
8월 5일 오전 3시경 잠결에 폰전화를 받았는데
허철이었다.
오늘중 용식이 문상하고 전달하겠는데
택시로 가면 쉽게 가겠다고 해서
집이 '안산'이란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
비용도 시간도 마뜩지 않으니
오후 시간에 전철로 오라고 답한 다음 다시 잠들었다.
그런데 5시경 다시 폰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용식이에게 마지막 인사한 다음
빈소 지키는 조카에게 맡겨놓았다고 한다.
그래서 잠결에,
오늘 두세시경 이비인후과 들려 삼성의료원 가서 찾겠다고 답한 다음
다시 잠들었다.
10시쯤 일어나
새벽의 두 통화가 다소간 비현실적이고 어떤 허망한 꿈을 꾼 것 같기도 하다.
아점후 강이비인후과 들러 3시쯤 빈소에 가서
접수보는 젊은이에게
'혹시 누가 책 맡기지 않았느냐'고 물었더니
바로 꺼내 준 것이 바로 이 시집이다.
결국 새벽의 두 통화는 꿈도 아니었고, 나의 치매기도 아닌 사실임을
불시에 깨닫게 되었다.
귀로에 대모산 자락 공원 벤치에서 비를 피하며
반쯤 읽었는데 상당히 흥미롭다.
특히 18쪽의 '별빛이 내린 초원에서'가 인상에 남아
지난 일들과 아까 5시쯤의 통화를 되씹어 보았다.
허철은 고1때 가까이 앉았고
하얗게 '백구' 친 머리가 불교의 무슨 '-대사'를 연상시킬 정도로 젊잖던 모습과 언동이 생생한데
그후 치과대학 가고 의사 개업하고
주소록 정리하다 보니 집이 '안산'인데
몇십년간 연락이 없다가
작년인가 재작년 겨울 모친상 조문 갔을 때 장백발이 휘날리는 모습을 보기까지
몇십년 동안 만난 적이 없었고 김영구L을 통해 모친상 연락을 받은 것이다.
세월에 따른 머리의 변화가 대단했다.
다섯시 통화 때 이러저러한 옛날 이야기 몇가지를 나누다가 시를 쓰고 시집을 내게된 계기를 물었더니
팔구년전 딸을 여읜 다음부터라고.....
그러면서 나에게 미안함을 느낀다는 취지의 몇마디가 있었지만
나는 시로 경희문학상을 받긴했지만
그 세계와 멀어진지 몇십년이라 그다지 실감이 나지 않아
일찍 핀 꽃은 일찍 져서 허망하고
늦게 핀 꽃이 소중하니 정진하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해주었던 것 같다.
하여간 여기까지 생각해보니 용식의 안타까운 별세와
시집을 챙겨간 새벽의 조문 등 허철의 일탈에 가까운 예사롭지 않은 일들에
어떤 정서적 연결이 느껴지기는 했지만 막연하기만 하다.
어쩌면 허철이도 나처럼
용식이를 정서적 분신, 즉 부분적 '아바타'로 간직하며 몇십년을 지내왔기에
형언하기 어려운 상실감과 허탈에 빠진 것이 아닐까 하는 추측도 가능할 것이다.
각설하고,
135 * 210 mm 판형에 110쪽 남짓하는 허철의 두번째 이 시집에 실린 70편 가까운 작품중에서
10여편을 스캔해 올린다.
덧붙이자면, 허철은 몇달전 안산을 떠나 계동(안국역 근처, 현대사옥 근처)의 집으로 이사왔기에
5일 새벽 5시에 용식이를 찾아갈 수 있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