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놉시스
대공황의 여파로 미국 내 범죄가 최고조에 달했던 1930년대. 경기 불황의 원인으로 지탄받던 은행의 돈을 털지만 정작 서민들에게는 관대했던 존 딜린저는 대중에겐 수려한 외모에 대담성을 갖춘 범죄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전대미문의 은행강도 존 딜린저에 맞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한 FBI는 그를 ‘공공의 적 1호’로 선포한다.
그러나 존 딜린저는 더욱 과감한 솜씨로 은행을 털고 경찰서를 직접 방문하기도 하는 등 FBI의 수사력을 조롱한다. FBI는 공격적이고 치밀한 수사력을 지닌 일급 수사관 멜빈 퍼비스를 영입해 존 딜린저를 향한 대규모 검거 작전에 돌입한다.
작품해설
1. 공공의 적 vs FBI
출처 : 네이버영화
존 딜린저는 초기 FBI의 발생과 역사를 같이하고 있다. FBI는 1930년대 대공황 시절, 존 딜린저, 베이비 페이스 넬슨, 프리티 보이 플로이드, 보니 앤드 클라이드, 알빈 카피스 등 악명 높은 은행강도와 갱스터를 일망타진함으로써 명성을 얻은 뒤 조직을 확대, 강화해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1924년부터 이후 48년간 종신국장으로 재직하며 존 딜린저를 향해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던 J. 에드거 후버는 이 시기 FBI를 대변하는 인물이기도 하다.
존 딜린저가 대공황 시기 FBI에 의해 선포된 ‘공공의 적 1호’였던 만큼 FBI 초창기를 ‘공공의 적들의 시대’라고도 한다. 이 시기를 거쳐 미 법무부 검찰국은 1935년 미연방수사국(FBI)으로 개칭되어 이후 2차대전과 냉전기를 거쳐 더욱 강력한 조직을 만들 수 있었다.
2. 캐릭터의 대비
<퍼블릭 에너미> 배우 조니 뎁출처 : 씨네21
존 딜린저는 미국의 전설적인 은행강도로 11차례의 대담한 은행털이, 2번의 신출귀몰한 탈옥의 무용담으로 대중에게 신화적 인물이 되었다. 특히 복역 중이던 교도소에서 나무를 깎아 만든 가짜 총으로 간수들을 위협해 탈출한 일화는 유명하다.
살인적인 물가와 높은 실업률로 인해 정부에 반감을 품은 대중은 공권력을 조롱하는 듯한 존 딜린저의 행각에 오히려 열광했다. 잘생긴 외모, 대담한 행동, 시민의 돈이나 목숨을 건드리지 않는 행적이 의적처럼 보였던 것이다.
한편 영화에서 존 딜린저의 숙적으로 나오는 인물은 FBI 요원 멜빈 퍼비스다. 실제 멜빈 퍼비스는 1934년 7월22일 저녁 바이오그래프 극장을 나오는 존 딜린저를 사살하는 데 성공했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멜빈 퍼비스는 은행강도 프리티 보이 플로이드를 집요하게 추적하여 등 뒤에서 그를 사살한다. 처음부터 윤리적으로 패배한 친사회적 인물이 등장하는 셈이다. 존 딜린저 역시 음모에 빠져 영화 관람을 마친 뒤 등 뒤에서 날아온 총에 사살되었다.
그리고 엔딩크레딧에서는 멜빈 퍼비스가 1936년 FBI를 사직하고 1960년 자살했다는 정보가 등장한다. FBI 국장이던 에드거 후버 역시 정치적으로 영악한 기회주의적 인물로 등장하는 등 영화에서 묘사하는 친사회적 정부 요원들은 일관되게 부정적이다. 결과적으로 반사회적 영웅 존 딜린저의 매력에 비해 친사회적 캐릭터들의 역동성이나 강렬함이 떨어져 영화 자체가 긴장감 있는 라이벌 구도 설정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3. 1930년대 극장과 갱스터영화
출처 : 네이버영화
영화에 등장하는 시카고 바이오그래프 극장은 악명 높은 은행강도 존 딜린저가 1934년 FBI에 의해 암살당한 실제 장소로도 유명하다. 〈퍼블릭 에너미〉의 영화 촬영도 현존하는 시카고 바이오그래프 극장에서 이루어졌다. 영화에서 극장은 두 차례 등장한다.
첫 번째는 동료와 은행강도를 모의하기 위해 극장에 간 존 딜린저가 자신을 검거하는 홍보뉴스 화면을 보는 장면이다. 두 번째는 음모에 말려든 줄 모르고 존 딜린저가 극장에서 나와 살해되는 장면이다.
이때 바이오그래프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는 클라크 게이블 주연의 〈맨해튼 멜로드라마〉(1934)이다. 이 영화에서 클라크 게이블이 맡았던 블래키라는 역은 존 딜린저를 모델로 하여 만들어졌다고 한다. 극중 존 딜린저가 극장 안에서 관람할 때 비치는 것은 블래키가 사형을 앞둔 장면으로서, 마치 죽음을 앞둔 존 딜린저의 운명을 암시하는 듯하다.
한편 강력한 친사회적 인물이던 J. 에드거 후버 FBI 국장은, 존 딜린저의 사망 뒤 그를 등 뒤에서 쏴 죽게 했다는 대중의 비난을 잠식시키기 위한 프로파간다 뉴스 홍보영화 〈딜린저 : 공공의 적 1호〉(1934)를 제작하여 극장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1930년대 극장은 반사회적 영웅 갱스터들의 삶을 공공연히 찬양하는 갱스터영화들과, 이들을 악의 세력이자 공공의 적으로 규정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는 세력이 만든 선전영화들의 각축장이 되었던 셈이다. 물론 대중은 존 딜린저 같은 악당이나 제임스 캐그니 혹은 클라크 게이블이 맡았던 멋진 악역들에 열광했다.
주요 등장인물
존 딜린저(조니 뎁) : 1930년대 시카고의 전설적인 은행강도로 대중의 인기를 얻는 동시에 사법당국으로부터 최대의 적으로 낙인찍혔다.
멜빈 퍼비스(크리스천 베일) : FBI의 수석수사관으로, 존 딜린저 체포를 담당하는 와중에 부하들을 잃게 되자 강렬한 체포 의지를 불태운다.
빌리 프리쳇(마리온 코티아르) : 혼혈의 하층민 출신으로, 존 딜린저와 연인이 되어 그와 짧고도 애절한 관계를 맺는다.
J. 에드거 후버(빌리 크루덥) : FBI 국장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야심으로 인해 1930년대 갱스터 소탕작전에서 활약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퍼블릭 에너미 [Public Enemies] (세계영화작품사전 : 범죄와 범죄자에 관한 영화, 송효정, 김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