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36년 일상(4)
▫ 저자 : 김지익
▫ 시기 : 1736년 3월 6일-
▫ 원문 : 열락재유고 1권 p126-P135
▫ 내용 : 24首」
▫ 1736년 봄 신귀암에서 초곡으로 이거한 이후의 글로 추정
▫
新谷朴孝娘旌閭(신곡박효랑정려)
신곡 박효랑 정려
(1736년) 三月 初六日 -김지익 P126
朱門大字照煇煌 주문대자조휘황 / 붉은 문의 큰 글자는 눈부시게 비치고
濟濟靑衿祭孝娘 제제청금제효랑 / 수많은 선비들 효랑을 제사하네.
一片海東薪谷裡 일편해동시곡리 / 해동의 한 조각 신곡리에
千秋白日揭綱常 천추백일게강상 / 오래토록 백일처럼 강상을 세우네.
*신곡 박효랑 정려 : 현 김천시 감천면 도평리에 정려비 있음. 신곡 지역은 당시 성주군 관할로 추정됨. 1724년 효랑 정려. 1742년 문랑 정려. ☞박수하와 박경여 간의 산송사건과 관련 있음. 당시 경상도 관찰사 이의현이 산송 문제로 발생한 박효랑(朴孝娘) 사건에 휘말려 고충을 겪었던 사실을 그의 문집에 <도곡집>에 기록하고 있다. 이 사건은 쉽게 해결되지 않고 복잡하게 전개되어 사회 문제로 크게 비화되면서 이후 여러 문인들에 의해 문학적 소재로 활용되기도 하였다 *제제 : 사람이 많은 모양. 위엄이 있는 모양 *청금 : 유학자를 의미 *신곡 : 현 김천시 감천면 도평리 지역으로 추정됨
望玉山先陵有感 下舊址(망옥산선릉유감 하구지)
옥산의 선릉을 바라보며 느끼다. 그 아래는 옛날 살던 터다
-김지익 P126
悵望先陵下 창망선릉하 / 슬프게 선릉아래 바라보니
空餘旧址荒 공여구지황 / 황량하게 비어 있는 옛 집터에
麥禾生蔪蔪 맥화생점점 / 보리 이삭 자라나 무성하고
松柏老蒼蒼 송백노창창 / 송백은 늙어가며 더욱 더 푸르네.
恨入鵑聲咽 한입견성인 / 한은 두견새소리에 묻혀 목구멍에 삼키고
悲纒草色芳 비전초색방 / 슬픔은 무성한 풀빛에 동여매지만
况兹佳節近 황자가절근 / 명절이 가까워 오니
雨露倍悽傷 우로배처상 / 우로에 처량한 상심이 더해지네.
*옥산 선릉 : 현) 김천시 남면 옥산리 337번지 뒷산 *맥화생점점 : 맥수(麥秀)는 보리 이삭이고 점점(蔪蔪)은 무성하다는 뜻으로 점점(漸漸)으로 쓰기도 한다. 은(殷)나라가 주(周)나라에 멸망당한 뒤에 기자(箕子)가 은나라의 옛 궁궐터를 지나다가 지은 〈맥수가(麥秀歌)〉의 “보리가 패어 우북하고 벼와 기장이 무성하구나.[麥秀蔪蔪兮, 禾黍油油.]”라는 구절이 있음. *점점 : 초목이 무성한 모양
觀耕牟(관경모)
밭가는 소를 바라보며
-김지익 P126
植杖原頭坐 식장원두좌 / 지팡이 땅에 꽂고 들판 언저리에 앉았다가
携鉏隴上之 휴서롱상지 / 호미 들고 밭두렁에 가서
嘉禾躬遍稼 가화궁편가 / 좋은 벼 몸소 심고
蔓草手皆治 만초수개치 / 잡초는 손으로 모두 뽑았네.
苦事人休說 고사인휴설 / 힘든 일이 사람을 쉬게 한다 말하지만
樂斯我不疲 락사아불피 / 즐거운 이일은 피로하지 않기에
披簑以就睡 피사이취수 / 도롱이 덮고서 낮잠 자며
夢做羲皇時 몽주희황시 / 태평성대 시절을 꿈꾸고 있네.
*치장 : 지팡이를 땅에다 꽂고서 김을 매는 것을 말한다.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가 하조장인(荷蓧丈人)을 만나 공자의 행방을 묻자, 공자를 조롱하는 말을 하고는 지팡이를 꽂고서 계속 김을 맸다[植其杖而芸]는 이야기가 전한다. 《論語 微子》 *원두 : 들판 언저리. 언덕 *가화 : 주(周)나라 성왕(成王)의 모제(母弟)인 당숙(唐叔)이 각기 다른 이랑에서 하나의 이삭을 이룬〔異畝同穎〕 벼를 얻어 조정에 바치자, 왕이 주공(周公)의 은덕이라면서 상서롭게 여겨 주공에게 가화의 글을 짓게 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만초 : 잡초
觀防川(관방천)
방천을 바라보며
-김지익 P127
無端秋水悍 무단추수한 / 끝없이 가을 비 거세게 불어와
傷我野田良 상아야전량 / 들판 밭 일렁거려 상심에 젖게 되니
造化心思奪 조화심사탈 / 하늘이 생각하는 바를 빼앗고
狂瀾手欲防 광란수욕방 / 거센 물결 손으로 막고 싶네.
南山松樹赭 남산송수자 / 남산의 소나무 잘라오고
北陌役夫忙 북맥역부망 / 북쪽 두둑 사람부리며 조급한데
安得驅潮退 안득구조퇴 / 비로소 몰아치던 물결 물리쳐 편안해져
彎弓想越王 만궁상월왕 / 활시위 당기며 월왕을 생각하네.
*무단 : 이유 없이. 끝없이
次賀老李上舍 火爐韻(차하로이상사 화로운)
하로 이상사의 ‘화로 운’을 차운하다
-김지익 P127
掌上運之任小童 장상운지임소동 / 자질구레한 일은 아이에게 맡기고
口呑炭火額爲銅 구탄탄화액위동 / 입에는 숯불 삼켜 이마가 구리 빛이네.
焚香默坐書灰夜 번향묵좌서재야 / 향 태우며 조용히 앉아 글쓰기 연습하는 밤에
有叩則鳴似鼓桐 유고칙명사고동 / 북과 거문고 울리듯 바람소리 두드리네.
*운지장상 : 손바닥 위에서 움직인다는 뜻으로, 아주 쉬움을 이르는 말 *서재 : 재위에 글을 쓰다
次星州霞山宋士綏草堂題詠韻(차성주하산송사수 초당제영운)
성주 하산 송사수가 초당에 이름을 붙여 노래 한 것을 차운하다
-김지익 P127
九曲溪流抱屋前 구곡계류포옥전 / 아홉 굽이 계류가 집 앞을 굽이치니
高人幽趣取斯焉 고인유취취사언 / 고인의 그윽한 취향 이것을 취했네.
志淸孺子歌纓濯 지청유자가영탁 / 뜻이 맑은 선비는 갓끈 씻으며 노래하고
心笑愚翁鑿峻顚 심소우옹착교전 / 마음이 즐거운 우공은 험한 산을 뚫었네.
朝雨荷鉏黃犢後 조우하서황독후 / 아침 비에 가레 씌우니 누런 송아지 뒤 따르고
夕陽垂釣白鴻邉 석양수조백홍변 / 석양 가에 낚시하니 흰 기러기 곁에 있네.
十里江山閑爲主 십리강산한위주 / 십리의 강산에서 한가로이 주인 되니
風景何如古輞川 풍경하여고망천 / 이 풍경 그 옛날 망천이라 한들 어떠하리.
*성주 하산 : 경북 성주군 하빈면 하목정으로 추정. *영탁 : 전국 시대 때 초(楚)나라의 굴원(屈原)이 쫓겨나서 강담(江潭)에 노닐 적에 한 어부가 굴원이 세상을 불평하는 말을 듣고서 빙그레 웃고 뱃전을 두드리며 떠나가면서 “창랑(滄浪)의 물이 맑거든 내 갓끈을 씻을 것이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내 발을 씻으리라.” 하였다. *망천 : 망천은 당(唐)나라 시인 왕유(王維)의 별장이 있던 곳으로, 이에 대한 그의 시가 많이 전하고 있으며, 특히 그곳의 승경(勝景) 20군데를 그가 직접 그린 망천도(輞川圖)는 지금까지도 명화(名畫)로 꼽혀 온다.
次星州呂上舍禮卿 草堂韻(차성주여상사예경 초당운)
성주 여상사 예경의 ‘초당 운’을 차운하다
-김지익 P127-P128
意斷功名病又因 의단공명병우인 / 공명의 뜻 끊어내니 병이 다시 비롯되어
丘園賁跡葆天眞 구원분적보천진 / 언덕에 자취 감추고 천성을 보존하니
地隣雲谷追前範 지린운곡추전범 / 운곡에 이웃하며 옛 규범 따르고
門對伊川挹後塵 문대이천읍후진 / 이천을 마주하며 후진을 당기네.
壁沼登逰聲己著 벽소등유성기저 / 성균관에 올라서 명성을 드러냈고
桑楡收養德彌新 상유수양덕미신 / 말년에는 수양하여 덕을 새롭게 하였기에
男兒到此惟豪杰 남아도차유호걸 / 남아가 이 같이 이르러 호걸을 도모하니
心事皎然質鬼神 심사교연질귀신 / 심사가 고결하여 귀신같은 자질이네.
*운곡 : ①정이천이 살던 지역. ②저자의 거주지 부근에도 같은 지명의 마을이 있음 *이천 : ①주희가 살던 지역 ②저자의 이웃 고을인 경상북도 성주 읍을 가로지르는 하천 *의단 : 바른 노력을 하기 위해 사악한 생각을 끊는 것. *후진 : 후진. 사람이나 거마(車馬)가 지나간 뒤의 흙먼지 *벽소 : ‘벽소(壁沼)’는 ‘벽수(壁水)’, ‘벽지(壁池)’, ‘반수(泮水)’라고도 하며, 성균관을 의미한다. 고대 천자의 나라에 세운 태학(太學)을 벽옹(辟雍)이라 하였고, 벽옹의 사면에 물이 벽처럼 둘러 있었으므로 이렇게 말한 것이다. 《記纂淵海 卷38 太學》 *상유 : 후한(後漢) 때의 장수인 풍이(馮異)가 적미(赤眉)의 난을 토벌하기 위해 나섰다가 처음 싸움에서 대패하고, 얼마 뒤에 다시 군사를 정비하여 적미의 군대를 격파하였는데, 황제가 친히 글을 내려 위로하기를, “처음에는 회계(會稽)에서 깃을 접었으나 나중에는 민지(澠池)에서 떨쳐 비상하니, 참으로 ‘동우에 잃었다가 상유에 수습하였다.〔失之東偶 收之桑楡〕’라고 할 만하다.” 한 데서 나온 말로, 동우는 해가 뜨는 새벽을, 상유는 해가 지는 저녁을 뜻한다. 《後漢書 卷17 馮異列傳》 *구원 : 주변보다 조금 높고 경사진 곳에 있는 화원이나 과수원 *교연 : 고결하다. 밝다
玉山松契會 (옥산송계회)
옥산 송계회
-김지익 P128
時維春暮會山頭 시유춘모회산두 / 봄날이 저물 때에 산정에 모여서
不是偷閑放浪逰 불시투한방랑유 / 한가하지 않지만 유람을 하게 되니
宿草先陵咸密邇 숙초선릉함밀이 / 선릉의 묵은 풀이 가까이에 있기에
禁松前契共新修 금송전계공신수 / 금송하던 이전 계를 함께 새로 수선하네.
牛羊踐踏今朝慮 우양천답금조려 / 소와 양이 밟는 것을 오늘 아침 걱정하고
樵牧攀登百世憂 초목반등백세우 / 초동 목동 오르는 걸 여러 대에 걱정하여
倘使子孫知此意 당사자손지차의 / 마땅히 자손에게 이 뜻을 알게 하니
亦將有感淚還流 역장유감루환류 / 또한 이것에 눈물 다시 흐르는 걸 느끼네.
*옥산 : 김천시 남면 옥산리 *송계회 : 산소의 소나무 벌채를 금하는 계인 듯 *투한 : 틈을 내다 *숙초 : 묵은 풀 *밀이 : 가까이 있다 *천답 : 밟고 지나가다
望雲庵 次壁上韻(망운암차벽상운)
‘망운암’ 벽상 운을 차운하다
-김지익 P128
平日頂門未受針 평일정문미수침 / 평상 시 따끔한 가르침 받지 못했기에
暮年方覺卷遐心 모년방각권하심 / 말년에 비로소 깨닫고 멀리하는 마음을 말아지니
行裝淡泊山僧似 행장담박산승사 / 행장이 담박하여 산승과 비슷하고
時入雲霞跡共潛 시입운하적공잠 / 때때로 안개구름 속에서 종적을 감추네.
*망운암 : 운람산에 있던 암자. 저자가 기거하면서 공부하던 곳이다. *정문일침 : 따끔한 충고. 정문은 ①갓난아이의 정수리에 있어 숨쉴 때마다 발딱발딱 뛰는 곳. ②범부의 육안(肉眼)이 아니라 진실한 정견(正見)을 갖춘 혜안(慧眼)
舍兄庚日設酌(사형경일설작)
사형의 생일날 술상을 차리다
-김지익 P128
仲春佳節届 중춘가절계 / 중춘의 명절이 이르니
伯氏庚寅回 백씨경인회 / 형님의 생일이 돌아오네.
○社羣賢會 ○사군현회 / (낙사의) 여러 현인 모이고
香山九老來 향산구로래 / 향산의 구로가 왔네.
筵前白日閑 정전백일한 / 대자리에 햇살이 한가하게 비추는데
花下緑樽開 화하록준개 / 꽃밭에서 푸른 술통 열다가
細憶劬勞恩 세억구로은 / 길러주신 은혜가 세세히 생각나서
油然感未栽 유연감미재 / 심지 못한 감정이 저절로 일어나네.
*사형 : 김지복(1680~1738) *경일 : 천간이 ‘庚’으로 된 날.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이 初伏. 생일일라는 의미. *향산구로 : 당(唐)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가 나이가 많고 벼슬에서 물러난 여덟 사람과 낙양(洛陽)에 모여 놀고 이 모임을 향산구로회(香山九老會)라 불렀다. *구로 : 생일 *유연 : 생각이나 감정이 저절로 일어나는 모양
石亭兩頭犢(석정양두독)
석정의 머리 둘 달린 송아지
(1736년) 3월 -김지익 P129
一牛生兩首 일우생양수 / 소가 머리가 둘인 송아지를 낳으니
爲孽信非祥 위얼신비상 / 재앙으로 믿어서 상스럽지 않은데
或謂中分象 혹위중분상 / 혹은 가운데가 나뉘는 상이라 하고
亦云角立殃 역운각입앙 / 혹은 뿔이 대립하는 재앙이라 말하네.
所無前古變 소무전고변 / 전고에 특별한 변괴가 없었는데
今有此吾鄕 금유차오향 / 지금 이처럼 우리 고을에 생겼네.
妖不勝其德 요불승기덕 / 요사한 것은 그 덕을 이기지 못하니
安知益我王 안지익아왕 / 우리 임금 이롭게 할 것을 알겠네.
*1736.3.27. <조선왕조실록> 경상도 개령 현에 소가 새끼를 낳았는데, 몸뚱이 하나에 머리가 둘, 눈이 넷, 입이 넷이었다. *위얼 : 재앙이라 말하다. 知爲孼(얼)지식을 재앙으로 여김. 孼(얼)은 원래 嫡子가 아닌 庶子로 재앙을 의미하지만, 정확하게는 부산물, 또는 잉여물 정도의 의미로 풀이
次崔景瞻 油然堂韻(차최경첨 유연당운)
최경첨의 ‘유연당 운’을 차운하다
-김지익 P129
高門種德有其根 고문종덕유기근 / 훌륭한 집안에서 베푼 덕이 근원이 있어
恭恭家聲衆口喧 공공가성중구훤 / 공경하는 가문 명성 여러 입에서 이어지고
一室敦風常曵曵 일실돈풍상예예 / 집안의 도타운 가풍 항상 이끌어
滿堂和氣自溫溫 만당화기자온온 / 온 집 가득 화기가 저절로 따뜻하네.
經營學舍蔵修所 경영학사장수소 / 학사를 경영하며 후학을 기르는 곳은
密邇先營愴慕存 밀이선영창모존 / 선영이 가까워서 슬픈 그리움 있는데
扁號使余偏多感 편호사여편다감 / 편액 이름 나에게 더욱 많이 느끼게 하니
孝扵百行是爲源 효어백행시위원 / 효는 백행 중에 근원이라네.
*유연 : 저절로 일어나다. 《예기》 〈악기(樂記)〉에 “음악에 온 힘을 쏟아서 마음을 다스린다면 평이하고 정직하며 자애롭고 성실한 마음이 자연히 생겨날 것이다.[致樂以治心 則易直子諒之心油然生矣]”라고 한 말을 인용한 것이다. 악기(樂記)에 악(樂)을 일으켜 마음을 다스리면 이직자량(易直子諒)한 마음이 유연(油然)히 생긴다고 하였다. 자는 자애(子愛) 양은 성신(誠信) 이는 화평(和平) 직은 정직으로 풀이하겠는데 좋은 악으로 정감(情感)을 도야하여 마음을 바로 닦으면 이 네 가지의 마음의 용(用)이 저도 모르게 왕성하게 솟아난다는 것이다. *고문 : 돈 많고 지체가 높은 집이나 집안 *종덕 : 다른 사람에게 은덕이 될 일을 함 *장수 : 후학을 양성함 *밀이 : 임금을 가까이 함 *편호 : 걸어 둔 이름
頌〇官長純木惠政(송관장순수혜정)
관장이 무명으로 은혜를 베푼 정사를 기리다
韓侯時 -김지익 P129
肉豈剜心頭 육개완심두 / 육신이 어찌 마음을 깎아서
瘡猶在眼前 창유재안전 / 상처가 여전히 눈앞에 있었는데
特持純木布 특지순목포 / 무명포를 특별히 유지하고
從顧代金錢 종고대금전 / 돈으로 대신하게 하는 조언을 따르니
織女寧颦眉 직녀녕빈미 / 베 짜는 여인 찌푸린 인상 펴지고
耕夫可息肩 경부가식견 / 농부는 어깨를 쉴 수 있게 되었네.
甘文十室邑 감문십실읍 / 감문은 열가구의 작은 읍이기에
獨有二民天 독유이민천 / 오로지 농공(農工)이 백성의 하늘이네.
*한후 : 1734.8.5. <승정원일기> 韓師喆爲開寧縣監, 1736년의 개령현감은 한사철. <열락재유고> 2권 p170~172에 병진년에 작성한 「錢布參半願纯木呈書」 있음 *순목 : 순수한 무명 *심두 : 당나라 섭이중(聶夷中)의 〈전가(田家)〉시에 “마음속의 살을 깎아 낸다.[剜却心頭肉]”라고 한 글귀가 있는데, 농민들이 농사지은 곡식을 국세(國稅)로 다 바치는 것을 읊은 것이다. *빈미 : 인상을 찌푸리다 *민천 : 백성이 하늘로 삼는 것, 즉 식량이 되는 곡식을 말한다. 《사기(史記)》 권97 〈역생육가열전(酈生陸賈列傳)〉의 “다스리는 자는 백성을 하늘로 삼고, 백성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王者以民人爲天 而民人以食爲天〕”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頌別給種租(송별급종조)
나락을 종자로 별도 지급하는 것을 기리다
-김지익 P129-P130
發廩賑飢又勸稼 발름진기우권가 / 곳간 열어 기아를 구제하고 모심기를 권장하니
淑人君子信慈詳 숙인군자신자상 / 우리 사또 믿음이 자애롭고 상세하네.
對以萬家寧有僣 대이만가녕유참 / 여러 집에 대하여 평안을 빌어주니
民無貧餒野無荒 민무빈뇌야무황 / 백성은 가난으로 굶주리지 않고 들판도 황폐하지 않네.
*관련사항 : <열락재유고> 2권 p170에 병진년에 작성한 여러 편의 정서가 있음 *종조 : 종자벼 *숙인군자 : 《시경》 조풍(曹風) 시구(鳲鳩)에 “뻐꾸기가 뽕나무에 둥지를 틀었나니, 새끼가 일곱 마리로다. 우리 훌륭한 군자님이여, 그 말과 행동이 한결같도다.〔鳲鳩在桑 其子七兮 淑人君子 其儀一兮〕”라는 말이 나온다. 한편 뻐꾸기가 새끼를 먹일 때의 순서를 보면 아침에는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고 저녁에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굶는 새끼가 없도록 공평하게 먹이를 나누어 주기 때문에, 공평하고 균등하게 남을 대할 때의 비유로 흔히 쓰인다.
春日憶李友仲深 (춘일억이우중심)
봄날 이중심을 기억하며
-김지익 P130
昔失嚴師敎 석실엄사교 / 예전에는 엄한 스승 가르침을 놓쳤지만
今聞畏友言 금문외우언 / 지금은 벗의 말 두려워하며 들으니
雖無受玉琢 수무수옥탁 / 비록 자질 다듬는 가르침 받지 못했지만
幸有襲蘭薰 행유습란훈 / 다행히 좋은 벗의 향기를 입게 되었네.
地遠儀難接 지원의난접 / 땅이 멀어 의형은 접하기 어렵지만
心矇吝復存 심몽린부존 / 마음이 몽매하여 욕심이 반복되어
暮雲春樹色 모운춘수색 / 해 저문 구름과 봄날의 나무 빛에
随處却思君 수처각사군 / 어디에서나 자네생각 그치지 않네.
*옥탁 : ‘옥을 쪼아 다듬는다’라는 것은 자질을 다듬는 것을 뜻한다. *난훈 : 좋은 친구의 향기 *심몽 : 마음의 눈이 멀다 *모운춘수 : 두보(杜甫)의 〈춘일억이백(春日憶李白)〉 시에, “위수 북쪽엔 봄날의 숲이요, 강 동쪽엔 해 저문 구름이로다. 언제나 한 동이 술로 서로 만나서, 거듭 함께 글을 자세히 논해 볼꼬.[渭北春天樹 江東日暮雲 何時一樽酒 重與細論文]” 한 데서 온 말로, 멀리 있는 다정한 친구를 그리워하는 것을 의미한다.
春日懷劉君汝安 次杜詩依李白韻(춘일회유군여안 차두시의이백운)
봄날 유여안을 그리워하며 ‘두시의 이백 운’을 차운하다
-김지익 P130
我衰才益拙 아쇠재익졸 / 나는 늙어서 재주 더욱 졸렬하고
君少氣超羣 군소기초군 / 자네는 젊어서 기운이 팔팔하네.
鼓勇思摧敵 고용사최적 / 용기를 북돋아 적을 꺾을 생각하지만
論兵畏敗軍 논병외패군 / 작전을 논하면서 패할 것을 두려워하네.
天長無過鴈 천장무과안 / 하늘은 아득한데 지나는 기러기 없고
日暮有歸雲 일모유귀운 / 날이 저무니 구름이 돌아오네.
奈去從旋觧 내거종선해 / 어찌하여 떠나고 잇달아 흩어지니
何時更討文 하시갱토문 / 어느 때에 다시 글을 토론하리오.
*논병 : 작전 *내거 : 떠나다 *선해 : 흩어지다
栗里卽事 二首
율리에서 있었던 일(1수)
-김지익 P130
涉月吟痾苦 섭월음아고 / 한 달이 지나도록 숙환에 신음하다.
夫笻始出門 부공시출문 / 지팡이에 의지하여 처음으로 문을 나서니
楊花春己老 양화춘기노 / 버들개지 피어나는 봄은 이미 저물고
飛雪白紛紛 비설백분분 / 눈처럼 흰 가루 분분하게 날고 있네.
*섭월 : 한달이 지나다 *양화 : 버들개지 *분분 : (많은 사람이나 물건이) 잇달아, (의론이나 떨어지는 물건 등이) 분분하다. 어수선하게 많다
台山所次(태산소차)
태산이 다음을 잇다
-김영숙 P130-P131
栗里人去後 율리인거후 / 율리에서 사람이 떠난 후에
春來客到門 춘래객도문 / 봄이 되어 나그네 문 앞에 도착하여
柳絮毛検護 류서모검호 / 버들개지 털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風外自紛紛 풍외자분분 / 바람타고 저절로 어지러이 날고 있네.
*류서 : 버들개지
又(2수)
-김지익 P131
栗里千秋後 율리천추후 / 율리에 세월이 흐른 후에
空餘五柳春 공여오유춘 / 남겨진 다섯 그루 버드나무 봄을 맞아서
飄楊門外絮 표양문외서 / 너울대는 버들가지 문밖에 나부끼는데
検拾更誰人 검습갱수인 / 검사하고 합치는 것 누구와 다시하리.
會亭 次洪州崔友韻(회정 차홍주최우운)
‘정자에 모이다.’ 홍주의 최우 운을 차운하다
-김지익 P131
賞春亭下共春眠 상춘정하공춘면 / 봄을 즐기던 정자에서 봄과 함께 자다보니
春日靑山其半邊 춘일청산기반변 / 봄날과 청산이 한쪽 옆에 있기에
遊子欲歸歸不得 유자욕귀귀부득 / 이방인 돌아 가고자해도 돌아가지 못하여
江南草綠怨啼鵑 강남초록원제견 / 강남의 녹음 속에서 두견새 울음 원망하네.
*반변 : 한쪽. 옆 *유자 : 자기 고장을 떠나 다른 곳에 임시로 머무르고 있거나 여행 중에 있는 사람
農村張把摠壽席(농촌장파홀수석)
농촌에서 파총의 수연을 열다
-김지익 P131
吾君今日會 오군금일회 / 우리들 오늘 모여
遠近足瞻聆 원근족첨령 / 원근의 이목 끌기 충분하네.
席上頽華髮 석상퇴화발 / 자리위에 엎어져있는 희끗한 사람
樽前耀德星 준전요덕성 / 술잔 앞에 눈빛을 번득이네.
*파총 : 조선 시대, 1594년에 각 군영에 둔 종사품 무관 벼슬 사(司)의 지휘관으로 1사는 640명 정도 *수석 : 수연 *첨령 : 여러 사람의 보고 듣는 일 *화발 : 희끗희끗한 머리. 노인을 비유하는 말
野亭武士戰藝(야정무사전예)
들판 정자에서 무사 전예
-김지익 P131
白幕高張作野亭 백막고장작야정 / 흰 천막 높게 펼쳐 야정을 만들고
武夫﨣﨣摠干城 무부두두양간성 / 무사가 씩씩하니 모두가 간성이네.
穿楊豈但奇才角 천양개단기재각 / 천양을 하는 것이 어찌 다만 기재의 촉각이리.
衛國將看大業成 위국장간대업성 / 나라 보위 장차하여 대업을 이루리.
*전예 : 재능과 기예를 겨룸. 과거시험에 응시함을 이름 *두두 : 씩씩하다 *천양 : 춘추 시대 초 공왕(楚共王)의 장군인 양유기(養由基)가 100보 떨어진 거리에서 버들잎을 활로 쏘아 백발백중시켰다는 고사가 전한다. 《史記 卷4 周本紀》
草谷會話 次洪州崔友韻(초곡회화 차홍주최우운)
‘초곡에 모여서 이야기하다.’ 홍주 최우의 운을 차운하다
-김지익 P131-P132
淸和時節景明鲜 청화시절경명선 / 청화시절의 경치가 맑고 고와서
携友來登碧巘巓 휴우래등벽헌전 / 친구를 데리고 푸른 봉우리 오르니
洞口盤囷閻擈地 동구반균염박지 / 구불구불한 골짜기 입구 집들로 가득하고
原顯浩渺畓連天 원습호묘답연천 / 들판 아득히 보이는 곳에 논이 하늘에 이어졌네.
一竿漁父平沙上 일간어부평사상 / 어부는 백사장에서 낚시 대 드리우고
十畒田夫細雨邉 십묘전부세우변 / 농부는 가랑비 맞으며 텃밭을 일구네.
以被主人留遠客 앙피주인류원객 / 주인은 멀리서 온 나그네 만류하며
林間共設酒詩筵 림간공설주시연 / 나무그늘 사이에서 시와 술을 베푸네.
*회화 : 외국어로 이야기를 나눔 *청화 : 음력 4월. 화창하다 *벽헌 : 푸른 봉우리 *반균 : 구불구불 *염박지 : 늘여져 있다. 왕발(王勃)의 〈등왕각서(滕王閣序)〉에 “마을에 들어찬 집들은 종을 치고 솥을 늘어놓고 먹은 집들이고.〔閭閻撲地 鍾鳴鼎食之家〕” 하였다. *호묘 : 끝없이 넓다
友來村 謝李戚新伯來訪(우래촌사이척신백래방)
벗이 촌으로 찾아오다. 인척 이신백이 래방하여 사례하다
-김지익 P132
何幸良朋自遠村 하행양붕자원촌 / 먼 곳에서 좋은 벗 찾아오니 참으로 다행인데
交精倍此一家親 교정배차일가친 / 사귄 정이 배가되는 일가친척이라네.
空山閉戶誰慽我 공산폐호수척아 / 빈산에 문 닫으니 누가 나를 근심하나
末路知音獨有君 말로지음독유군 / 늘그막에 지음은 오직 자네 뿐 이네.
*우래촌 : 뢰곡의 다른 이름 인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