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광양 백운산둘레길 3코스 섬진강 매화길은
강물도 찻길도 섬진강을 따라 구불구불 흘러간다.
강물은 지리산 자락에 입을 맞췄다가 백운산 비탈에 얼굴을 문지르며 천천히 미끄러져간다. 은근히 시샘이 난 매화가 꽃을 피워 섬진강을 유혹한다.
청초하게 핀 매화의 매력에 반한 섬진강이 매화꽃과 사랑에 빠졌다.
섬진강을 따라 걸으며 매화와 강물의 사랑 속에 끼어들고 싶다. 화개장터에서 섬진강 남도대교를 건넌다.
강변도로는 벚나무가 가로수를 이루고 있으나, 매화꽃이 이미 섬진강을 선점해버렸다.
벚나무는 매화에게 양보하고 때를 기다린다.
백운산 둘레길 3코스는 섬진강 매화와 함께 걷는 길이다.
백운산 둘레길 3코스가 시작되는 하천마을에서도 하얗게 핀 매화가 섬진강과 로망스를 즐기고 있다.
매화랜드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하얀 매화 속 홍매화는 절세미인을 닮았다.
추운 겨울을 견뎌낸 고귀한 인내가 예쁜 꽃을 피우게 했다.
자동차를 타고 가던 사람들도 잠시 멈췄다가 홍매화 꽃 속에 자신의 얼굴을 넣는다.
꽃 속에서는 사람의 얼굴도 꽃이 된다.
매화랜드를 지나 염창마을로 가는 비탈길을 걷는다.
마을로 가는 산비탈에도 매화꽃이 지천으로 피었다.
20여 가구에 불과한 작은 염창마을도 매화꽃으로 둘러싸여 있다.
하얗게 분장한 매화꽃밭 아래로 섬진강이 유유히 흘러간다.
섬진강 매화하면 매화마을이 전부인양 알지만 남도대교에서 매화마을까지 16㎞에 이르는 길 주변이 온통 매화꽃 일색이다.
염창마을에서 매각마을로 넘어가는 임도를 따라가다가 남도대교를 바라보는 운치도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남도대교 뒤에서 지리산 황장산능선이 중심을 잡고 섬진강은 산자락을 굽이돌면서 유연하게
흘러오는 풍경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매화꽃이 지천으로 피어있는 이곳은 전남 광양이지만 섬진강 건너는 경남 하동 땅이다.
크게 소리치면 응답할 것 같은 하동군 화개면의 마을들도 강변 산비탈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광양 쪽은 매화가 백색세상을 만들었지만, 건너편 하동 땅의 비탈진 녹차밭이 진녹색을 띠고 있다.
매각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서니 지리산과 백운산을 굽이돌면서 흘러가는 섬진강의 모습이 아름답다.
강줄기는 타원형을 이루며 강가에 삼각주 형태의 모래밭을 만들었고, 모래는 강물과 다정한 벗이 돼준다.
눈이 쌓여있는 것 같은 하얀 매화꽃이 매각마을의 파랗고 빨간 지붕과 어울린다.
길은 한동안 도로를 따라 이어지지만 도로의 삭막함을 매화꽃과 섬진강이 완화시켜준다.
섬진강 하류라 강폭도 넓고, 고운 모래가 강물과 만나 곡선을 이룬 모습은 볼수록 아름답다.
강 건너에는 지리산 형제봉이 우뚝 솟아 있다.
형제봉 아래는 지리산 자락에서는 보기 드물게 넓은 들판이 형성돼 있다.
평사리들판이다. 강 건너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와 지리산, 섬진강을 배경으로
박경리는 대하소설 ‘토지’라는 불후의 명작을 남겼다.
관동마을 앞에는 조그마한 송정공원이 조성돼 있다.
송정공원에서 지리산 형제봉을 뒤에 두고 모래톱 사이사이를 돌고 돌아 흘러오는 섬진강의 모습이 자연스럽다.
자연스러운 모습이야말로 인간을 가장 편하게 해준다.
강 건너 하동읍의 여러 마을들도 섬진강과 함께 화사한 봄을 만끽하고 있다.
소학정마을로 들어서니 커다란 백매와 홍매 두 그루가 길손을 맞이한다.
백매화와 홍매화가 마치 금슬 좋은 부부처럼 마주보며 행복해한다.
매화밭을 걸으며 매화꽃의 유혹에 빠져 들어간다. 은은한 매화향기가 온몸으로 스며든다.
매화꽃은 산자락을 하얗게 채색해 섬진강까지 하얗게 물들였다.
매화꽃터널을 따라 걸으며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된다.
꽃이야말로 사람을 순수하게 만드는 연금술사다.
소학정마을에서 매화마을까지는 산비탈 임도를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이어진다.
마지막 고개를 넘으니 산비탈을 드넓게 장식한 매화꽃이 절정을 이룬다.
30만 평에 이르는 매화꽃밭을 바라보고 있으니 눈꽃 세상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
하얗게 물들인 산비탈 아래로 매화마을이 자리를 잡았고, 섬진강은 부드러운 모래 위를 쉼 없이 흘러간다.
‘홍쌍리 청매실농원’으로 알려진 이곳에 매화밭이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은 193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쌍리여사의 시아버지 김오천씨가 광부생활로 모은 돈으로 매실나무와 밤나무 묘목을 고향인 이곳에 심어 가꾸면서다.
시아버지가 산비탈에 심어놓은 밤나무 1만주, 매실나무 2천주를 물려받은 홍쌍리여사는 매화나무와 밤나무를 구분해서 심었고,
농원의 면적도 늘려 30만 평에 이르는 커다란 농원으로 성장시켰다.
하얀 매화꽃 사이사이 붉은 홍매화가 피어 아름다운 수채화 한 폭이 된다.
매화는 겨울을 견디고 나서 피운 꽃이라서 고고한 선비의 기상이 풍겨준다.
벚꽃이 화려하다면 매화꽃은 고매하다.
우리 조상들은 매화를 난, 국화,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로 불렀다.
그윽한 매화꽃 향기를 따라 이리저리 걷는다.
매화꽃으로 하얗게 분장한 섬진강이 구불구불 곡선을 그으며 흘러간다.
섬진강과 매화꽃의 사랑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