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상섭 <두파산>
◆줄거리
발단 : 정례 모친 집에 빚 독촉을 하러 온 교장
학교 앞에서 문방구를 하는 정례 어머니한테 전에 교장을 했던 영감이 변리 이자를 받으러와 밀린 것 중 한달치 만을 받아 가면서 김옥임의 빚 20만원도 갚으라고 한다. 이 20만원은 동업의 조건 하에 썼던 10만원이 빚으로 둔갑한 것이다.
전개 : 생계 유지를 위해 문방구를 하던 정례 모친이 옥임에 빚을 짐
정례모친은 생활이 어렵자 남편을 졸라 집을 잡히고 30만원을 은행에서 얻어 문방구를 하다 돈이 모자라 동경 유학시 친구인 김옥임에게 손을 벌리게 되고 집에 있던 남편이 마지막 남은 땅을 팔아 택시를 운영하며 도리어 문방구의 돈을 돌려쓰고 갚지 못하게 되자 교장 영감의 돈 50만원도 빌려 쓰게 된 것이다. 김옥임은 이익금으로 20만원을 챙기고도 동업자금을 빚으로 만들어 버리고 교장과 손을 잡고 문방구를 빼앗으려고 하는 것이다.
위기 : 길거리에서 옥임에게 창피를 당한 정례 모친
20만원은 김옥임에게 빚졌으니 그녀에게 갚겠다고 한다. 일 주일 후 정례어머니는 정류장에서 옥임을 만나게 되고 길거리에서 창피를 당하게 된다. 김옥임은 동경 유학 후 일제시대 증경 도지사 였던 남편의 후실로 들어가 호강을 하다 해방 후 반민법이 국회를 통과 하는 날 중풍으로 누운 남편과 살고 있었으며 앞날이 불투명해 지자 고리대금업자로 나섰고 아이가 없었다.
절정 : 옥임에게 가게를 빼앗기고 옥임의 정신적 파산을 한탄함
그녀는 자식과 호남의 젊은 남편이 있는 정례어머니에 대한 열등 의식이 있어 은연 중 화풀이 하는 면도 있었다. 정거장 일이 있었던 다음 날 옥임의 말을 듣고 온 교장에게 정례어머니는 자신은 물리적 파산자이고 옥임은 정신적 파산자라고 말하며 20만원표와 현금 20만원을 옥임에게 주라고 한다. 두달 후 교장의 빚은 갚았으나 석 달째 문방구는 교장의 이북에서 내려 온 딸에게 넘어 가게 되고 그 과정에서 옥임이는 값을 더 얹어 이익을 보았고 정례어머니는 빈손으로 나갔다.
결말 : 정례 모친을 위로하는 남편
그 일이 있은 후 정례어머니는 앓아 눕게 되고 옥임에게 보복하겠다고 아내를 위로한다.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광복 직후의 혼란 속에서 물질 만능주의가 판을 치게 된 상황을 사실적으로 드러낸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 정례 어머니는 경제적 무능력에 빠진 소시민이 성실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몰락해 가는 과정(경제적 파산)을, 그리고 김옥임은 윤리나 도덕과 무관하게 오로지 돈만이 자신이 살 길이라 생각하면서 정신적으로 황폐화되어 가는 과정(정신적 파산)을 각각 보여준다.
주제 : 물질적, 정신적 파산에 이른 인간을 통한 혼란한 사회상에 대한 비판
◆ 작품 연구실 : 제목인 두 파산의 의미
김옥임(정신적 파산)
시대의 빠르게 적응하여 물질 만능주의에 빠져 있는 부유층을 대변
⇅ 대립 갈등
정례 모친(물질적 파산)
성실하게 살려고 하지만 돈에 나약하게 무너지고 마는 소시민의 모습을 대변
이 작품은 광복 직후의 혼란기를 대조적으로 살아가는 두 여인을 통해 물질 만능주의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작가는 이 두여인을 부정하거나 비판하기 보다는 두 여인이 왜 이러한 상황에 빠지게 되었는지 심리적인 측면과 사회적 정황을 균형된 시각으로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이 이들의 파산에 대해 사실적이고 깊이 이쓴 인식을 하도록 유도한다. 이는 그들을 파산에 이르게 만든 당시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야말로 비판받아야 할 궁극적인 대상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 작품 연구실 : 표현상의 특징
①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의 심리와 태도를 실감있게 그렸다.
② 긍정적 인물에게도 어수룩하고 능갈친('매우 능청맞다. 교묘하게 잘 둘러대는 재주가 있다'는 뜻) 면이 있음을 보여 준다. 이로써 은연중에 부정과 풍자의 효과를 얻고 있다.
③ 풍부한 경기 지역 사투리를 능란하게 구사하여 현실감을 돋보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