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4일
어제 저녁 나왔을 때 봐둔 식당 골목에서 아침을 해결했다(로띠 0.6링깃). 여러 가족들이 함께 어울려 차린 것 같은 식당이다. 시간 맞춰 와 준 옹 아저씨와 젤 먼저 간 곳은 어제 갔다가 실패한 페낭 힐이다. 말레이시아 말로 아침 인사는 ‘슬라맛(좋은) 파기(아침)!’란 걸 배웠다. 겨우 15분 걸려 도착했다. 케이블카가 공중에 있는 게 아니라 철도처럼 땅에 꼭 붙어 있는데 30도쯤 되는 경사를 가지고 있다(4링깃*2=8링깃). 중간쯤 가다가 다른 승강기로 갈아타고 또다시 위쪽으로 서서히 움직인다. 크고 높게 쭉쭉 뻗은 멋진 나무들이 제 모습을 뽐내며 둘러있는데 가다 보면 원숭이들이 한가로이 노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올라가는 케이블카와 내려오는 케이블카가 서로 같은 장소에서 만나 서로 엇갈리는 모습은 정말 멋지다. 굴 속 같은 터널을 지날 때 굉음이 났다. 이 대단한 공사를 1977년 해냈다는 게 놀라웠다. 정상에 도착하자 걸으며 관람할 수 있는 시간을 주었다. 다시 케이블카가 떠나는 시간을 같이 온 사람들에게 물어 안 뒤 열심히 돌아다녔는데 정말 어디를 봐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어여쁜 모스크 앞에서 사진 촬영을 하려 하자 그곳에서 청소를 하던 분이 우리 둘에게 함께 서라고 한 뒤 찍어 주었다. 높은 지역이라서인지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어제 우산을 들고 내려오던 사람들을 이해하게 되었다. 페낭에 오는 사람이라면 꼭 이곳을 들러 보라고 권하고 싶다.
두 번째 간 곳은 페낭 힐에서 가까운 켁록시란 중국절이다. 어젯밤 멀리서 불빛만 바라본 곳이다. 크고 넓었다. 다른 곳은 무료로 둘러 볼 수 있는데 pagoda에 입장하려면 그냥 갈 수 없다. 한 아줌마가 떡 버티고 앉아 입장료를 수령하기 때문이다(4링깃*2=8링깃). 양심 불량하게 먹고 다른 길로 가려 하지 말아야 한다. 그 길 밖에 없다. 거기에 오르면 약간 운동이 될 정도로 계단이 좁고 여러 번 오르는 경험을 가질 수 있다. 우리를 다시 차에 태운 아저씨는 이젠 보타니컬 가든 앞에서 차를 멈추셨다. 여긴 무료입장에 비해 참 볼만한 것이 많다. 맘 잡고 산책 코스로 잡는다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 들어가자 바로 오른 쪽에 orchid garden이라고 쓴 걸 보고 신랑이 'orchid'가 뭐냐고 물었는데 내가 과수원(orchard)와 혼돈해서
“글쎄 과수원이란 말인데, 왜 저기에 그렇게 써 있지?”
하며 얼버무렸다. 나중에 그것이 난초정원이란 걸 알게 되었지만 그냥 입 꾹 다물고 지나갔다. 아직도 말 안했다. 어디를 찍어도 배경으로 신기한 나무들이 많이 잡힐 것이다. 특히, 우리가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던 나무는 cannon-ball-tree인데 혹같이 달린 열매와 꽃들이 땅을 향해 나무 중간에서 아래쪽에 늘어서 있고 잎은 그 위에 따로 다른 나무들처럼 벌리고 있는 모습이 퍽 신기하다. 다른 쪽 길에서 가족인 듯 세 명이 오기에 여기서 원숭이를 보았느냐고 물었더니 자기들이 지난 길에선 못 봤다고 했다. 그 얘기를 나누는 중 바로 앞에 있는 나무에서 원숭이들이 오르락내리락하며 놀고 있다. 우리들은 그 모습을 동영상으로 기록하였다.
벌써 12시가 훌쩍 넘어 버렸다. 아저씨는 우리를 이번에 씽씽 달려 해변으로 안내했다. 정말 드라이브하기 딱 좋은 해변이다. 즐비하게 늘어선 멋진 호텔들과 아직 채 못 지은 호텔들을 보니 날마다 더욱 많은 관광객이 몰려들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참 긴 연육교 페낭 브리지가 보인다. 신랑이 이 다리가 세계 최장이냐고 물었더니 아저씨가 세계 3위라고 하셨다. 신랑이 이 다리를 건너며 우리나라 돌산대교와 같은 사장교 공법으로 지어진 것이라고 건축과 출신 티를 냈다.
다음 일정은 카메론 하이 랜드이다. 아저씨에게 우리가 그곳에 갈 거라니까 정말 가볼 만한 멋진 곳이라면서 거기 가면 반드시 ‘스팀 보우트’를 먹어 보라고 권하신다. 아저씨와 함께 중국 카페에 들러 차와 음식을 나눴다(나-2링깃, 신랑-5링깃, 아저씨-2링깃 원래는 2.4링깃씩 인데 작은 돈은 아저씨가 지불하심). 신랑이 한국에서 사간 소주 팩을 나눠 드렸다. 난 곧 운전하실 분이라 걱정이 되었는데 신랑이 자꾸 권하니 먼저 마시고 나머지를 달라고 하신다. 맛보시고 강하고 좋다고 하셨다. 우리가 곧 떠날 것이고 앞으로 언제 만날지 기약도 할 수 없는 우리에게 아저씨는 최선을 다해 친절을 베푸셨다. 버스 터미널 안에까지 함께 들어오셔서 여행사에서 구입한 티켓을 탑승권으로 바꿀 때까지 동행해 주셨다(66링깃). 아저씨와 약속한 금액에 10%를 더 얹어 드리며(100링깃+10링깃=110링깃) 아저씨는 친절하고 현명하고 대단히 성실하셨다고 말씀드리며 고마움을 표했다.
기다리다가 화장실에 다녀오면서 옥수수를 샀는데 미리 찐 옥수수를 알알이 까 놓고 있다가 손님이 신청하면 버터와 섞어 더욱 부드러운 맛을 내서 건넨다(2링깃).
신랑도 약간의 음식을 사왔다(포테이토 2.8링깃, 샌드위치 2링깃).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신랑이 좋아할 거라 여겨 난 옥수수를 사 오고 포테이토라면 사족을 못 쓰는 날 생각해서 이 과잘 선택했을 것을 생각해서다. 샌드위치는 여전히 맛없다.
오후 2시 아래층으로 내려가 카메론 하이 랜드 행 고속버스에 올라탔다.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이 나라는 전국토가 식물원이구나!’ 하고 감탄했다. 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으나 사람들은 발견하기는 어려웠다. 쌍용 자동차에서 생산한 렉스턴에 관한 근사한 광고 사진들을 보고 앞으로 이 거리에도 한국산 자동차가 넘실댈 날이 오길 꿈꾸며 기분이 좋았다. 현재는 일본산 차들이 거의 점령하다시피 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들에 대한 신뢰도 퍽 높다. 길 가에 예쁜 집들이 많이 있다. 어느 마을인가는 똑같은 집들을 지어놔서 저 곳에 사는 사람들이 불만족스럽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 가까워졌나보다. 대리석 공장들이 있고 그 배경으로 깎아 내린 산들이 보였다. 신랑이 석회암과 대리석에 대한 설명을 해 주었다.
오후 6시 21분 비구름이 차창 아래 드리운 것을 본 몇 분 뒤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이 차엔 담요도 없다. 6시 50분 정말로 짙은 안개 속을 지났다. 52분 비탈길에서 기사가 갑자기 차를 멈추더니 천창을 열었다. 59분 주위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환해졌다. 이 고원 지대에서 농경지를 개간하고 비닐하우스를 설치하여 농사를 짓고 있다. 7시 5분 blue valley를 지났다. 아까서부터 지속적으로 내 관심을 끌던 여성에게 말을 걸었다. 팔꿈치까지 오는 긴 장갑을 끼고 있다는 점이 특이했다. 목소리가 어찌나 예쁜지! 우리 목적지를 말해 주며 도움을 청했더니 한 노인이 버스에 올라타자 그분에게 우리를 신신당부한 후 내렸다. 이 어른은 우리가 묻는 숙소 ‘hill view inn’을 찾기 위해 친구들에게 전화하고 성의를 다하셨다. 문제는 이 노인과 내가 대화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끝내 노인은 운전기사에게 뭐라 뭐라 하더니 우리를 한 장소에 내려놓고 떠났다. 뜨아아~~~ 정말 고급스런 호텔이다. 기분 좋게 들어가긴 했는데 점점 의심스럽다. 과연 방값을 물으니 우리로선 생각도 못해봤던 가격이다(900링깃 ×). 아주 전망이 근사한 호텔은 맞다! 하하하하하 접수대에서 일하던 필리핀 청년은 가격이 너무 높아 이 호텔에서 묵을 수 없다는 얘길 듣고도 친절함을 잃지 않았다. 그가 우리를 위해 택시를 부르고 기다리는 동안 그 호텔에 상주하는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었는데 얼마나 감미로운지 연주가 끝난 후 내가 크게 박수해 주었다. 다른 손님들은 참 우아하게 앉아서 독서를 하거나 여유롭게 사색에 잠겨 있다. 우리는 배낭을 한쪽에 두고 그 우아하기 그지없는 호텔에 걸려 있는 그림들을 둘러보았다. 잘못 내려 주어 이런 호텔 경험도 할 수 있게 된 점이 그리 기쁠 수가 없다.
택시를 타고 여행 안내서에서 본 그 hill view inn에 도착했다(15링깃). 이미 날은 어두워졌고 비는 부슬 부슬 내리고 있다. 찾는 돈이 눈에 잘 띄지 않자 우리는 잠시 당황했다. 값이 너무 비싸(88링깃 ×) 협상을 그만두고 나와 뒤쪽에 있는 Julina 호텔에서 묵기로 했다(70링깃). 이웃집 아저씨같이 친근하면서도 소박한 인상을 주었다. 별로 웃지 않으시는데 편안한 기분이 든다. 숙소가 참 조용하다 싶은데 장부를 보니 오늘 입소한 사람은 우리 둘 뿐이다.
숙소가 산 바로밑에있어서 전망이 좋고 새소리가 아름다웠다.
내일 컨트리 투어를 하기로 예약한 뒤 방으로 짐을 옮겼다(20링깃*2=40링깃). 밖에 나가 인도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fish curry 5링깃, fried rice:신랑 5링깃, fired noodle:난 여행 중 이 음식을 줄곧 먹음 3.5링깃, 물 2.5링깃=16링깃). 짐을 풀고 몸을 씻다가 배낭 여행자에겐 생명줄과 같은 여행안내서가 없음을 발견하였다. 두려움이 엄습했다. 분명히 택시 안에서 손에 들고 있던 안내서를 놓은 것도 같고 분명히 들고 내린 것도 같다고 한다. 당황해서 앞 건물에도 가서 책이 있는지 묻고 혹시 Julina 접수대에 놔두었는지 몇 번이나 점검하고 물었다. 괜히 물건을 잃으면 상대방에게 의심을 품게 마련이어서 아까 그 무뚝뚝한 아줌마가 책은 좋아해서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에게 수집한 책을 하룻밤 빌려 주는데 10링깃 받는다고 써 놓은 안내서까지 들먹이며 그 집에 두고 온 게 왔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두 집 주인들에게 혹시 그 책이 돌아오거든 잊지 말고 우리에게 전해 달라는 말을 남겼다. 방안 분위기는 암울해졌고 이 분위기를 타개할 마땅한 묘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특히 이 책을 내내 손에서 놓지 않았던 신랑의 우울한 느낌은 훨씬 깊었다.
* 2007년 1월 4일 총 경비 = 94,523원
? 음식 : 32.4링깃
? 호텔 : 70링깃
? 교통 : 81링깃
? 관람 : 166링깃
2007년 1월 5일
컨트리 투어를 8시 30분에 떠나기로 해서 일찌감치 서둘렀다. 짐을 싸서 아래층에 내려가니 아저씨가 부른다. 눈웃음을 살짝 지으며 그 여행 안내서를 꺼내 준다. 아, 얼마나 반가운 책인가! 난 흥분에 들떠서 몇 번이고 고마움을 표현했다. 그 아저씨가 자기가 아니고 그 택시 기사라고 한사코 사양한다. 너무 고마워서 아랫집에도 찾아가 고맙다고 했다. 그 여인은 전화를 오래 받고 있으면서 제대로 인사할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 그래도 애써 표정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드렸다. 그 택시 기사가 책을 발견해서 hill view inn에 전달해 주었고 그것을 다시 우리 숙소까지 전해 준 점이 모두 감동적이다. 샤워를 하고 나오는 신랑이 잘 볼 수 있는 곳에 놓아두었는데도 신랑은 전혀 기대하지 않아서 그런지 끝내 발견하지 못한다. 내가 일러 주자 놀라움과 반가움으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멋진 말레이시아!
이미 승객이 거의 찬 미니버스에 올랐다. 또박또박 자기 자신을 소개한 운전기사 로저스씨는 오늘 가이드역도 하려는 모양이다. 브린창 절에 첨으로 들렀다. 일행은 싱가포르에서 온 세 자매와 그 남편들이다. 난 내 나이가 45인데 자매들 중 몇 번째에 해당하느냐고 물었다. 젊어 보이는데 넌 여기 낄 생각마라 세 자매 모두 언니뻘이란다. 에공! 특히 셋째 언니와 얘기를 많이 했다. 내가 까불까불 거리는 모습이 보기 좋았나보다-내 생각. 절에서 joss sticks란 향대를 10링깃씩 주고 사서 향불을 피우고, 기름위에 불을 피워 불상 앞에 놓는데 20링깃을 주라니 모두 하나씩 불 켜서 앞으로 가져간다. 나는 크리스쳔이라고 말하고 조용히 구경만 했다. 신랑은 이곳 사람들이 이렇게 자랑스럽게 보여 주는 절에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목조 건축물도 아니고 콘크리트로 척척 발라 건축물에 아름다음을 살리거나 고찰로서의 가치도 없다고 덧붙였다. 내가 그 말을 전해 주니 그들도 건축물에 관해선 동의하면서도 신에게 경배하기 위한 장소로는 개의치 않는 모양이다. 자기들이 낸 헌금을 모아 앞으로도 이 절은 지속적으로 확장하게 될 것이란 얘길 들려주었다. 절 앞 자동차 뒤에서 방울토마토를 팔고 있어 샀다(1봉지 3.5링깃). 내가 좋아하는 것인데 먹어보니 맛있다. 맛보시길 권하니 언니들은 전혀 안 드신다.
다음 로즈 센터에 갔다(4링깃*2=8링깃). 아기자기 예쁘게 배치해 놓았다. 아래쪽에서 오래 머물렀는데 가장 멋진 광경은 저 언덕 위까지 올라 보면 나타난다. 둘이 가서 열심히 사진 찍고 와서 언니들에게 가 보라고 권했더니 배경으로 두고 사진만 찍은 뒤 굳이 갈 생각은 없는 모양이다. 맑은 공기 속에서 아름다운 꽃과 나무들을 보며 기분이 한결 상쾌했다. 딸기 농장에 갔다. 계단식으로 싱싱한 딸기를 재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겨우 한 두 이랑만 출입이 가능해서 좀 시시한 느낌을 받고 훌쩍 떠났다. 차를 이동하는 중에 넓은 차 밭을 바라보게 되었다. 우리나라 보성 녹차 밭보다 훨씬 광활하다. 플라스틱 통을 이용해 찻잎을 따는 재밌는 모습을 보았다. 여기서 나는 차 이름이 boh인데 그 이름은 best of high land에서 따온 이니셜 모음이다. 둘째 언니가 이곳에서 비싼 차를 사 주어 마셔보고 즉각 반해 버렸다. 아주 부드럽고 진정하는 효과가 뛰어나 보였다. 찻잎인 줄 알고 샀던 게 결국 차 나무를 키우는 거름인 줄 알게 되어 아주 작은 차로 바꾸게 되었다(50g 1.2링깃*2=2.4링깃). 둘째 형부가 가르쳐 줘서 알게 된 거다. 아휴~! 모르고 한국 가져가서 열심히 끓여 먹을 뻔 했다. 대화중에 싱가포르에서는 결혼하면 신랑 성을 따른다는 것을 알았다. 난 우리나라에서는 내가 어떤 성을 가진 남자와 결혼했는지 따지지 않는다고 말해 주었다. 싱가포르에서는 ‘Mrs.’로 부를 땐 남편의 성을 붙여 부르고 ‘마담’으로 시작하여 부를 땐 결혼 전 성씨로 부른다고 한다. 참 재밌는 습관이다. 어쨌든 결혼하면 남편의 성씨를 따른다는 점이 서양의 나라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셋째 언니 남편 tang씨가 내가 부자라서 남편 성을 쓴다고 얘기해서 우리 모두 웃었다. 맏언니 남편은 페낭에서 만난 Ong아저씨와 성이 같다. 여기서 옹이라는 말이 사실은 왕을 말한다고 한다. 난 맏언니를 우리끼리는 왕언니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얘기해 주었다. 이분들은 가수 비뿐만 아니라 ‘파리의 연인’, ‘대장금’도 나보다 더 꿰뚫고 있고 특히 제주도에 관해선 아주 큰 관심을 보였다. 언니들과 곧 헤어질 게 걱정되어 다음에 싱가포르에 갈 거란 얘길 하니 언니 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를 주며 언니들이 이번 일요일에 싱가포르에 돌아갈 테니 꼭 연락하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때만 해도 난 꼭 연락을 취하리라 맘을 굳게 먹었다. 언니들에게 꼭 들려야 할 곳을 권해 달래서 수첩에 적었다. 벌꿀 농장에 갔다. 꿀을 팔려고 애썼다. 내가 앞서 가는 신랑 어깨에 손을 얹고 톡톡 뛰었는데 딱 세 번 뛰고 벌에 발꿈치를 물렸다. 앗! 소리를 크게 냈는데 신랑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셋째 형부와 왕언니만 걱정 가득한 얼굴로 걱정하며 묻는다. 사실은 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꿀을 파는 사람에게 벌에 쏘였는데 혹시 연고는 있느냐고 물었더니 가만 놔두고 3일 지나면 말끔히 나을 거라면서 시큰둥하게 대답을 한다. 왕언니가 어이없어했다. 그때만 해도 나 역시 쉽게 나을 것이라 여겼는데 이 일은 사단이 되어 여행 내내 내 발을 퉁퉁 부어오르게 했고 여행이 다 끝난 지금까지 내 몸에 커다란 흉터로 남아 내게 사소한 것이라도 신속 정확하게 처리하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나비 농장은 그리 크지 않은 곳인데 입장료를 따로 받았다(5링깃*2=10링깃). 언니들은 별 신통한 게 있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는 듯 차에서 내리지 않았고 우리 둘만 입장했다. 살아있는 나비들이 땅 바닥이나 벽 여기저기에 붙어 있다. 나비 종류는 한 가지뿐이지만 이동할 때 발걸음을 조심해야 할 정도로 살아있는 나비들이 도처에 깔려 있다. 여러 가지 곤충들을 관찰하였다. 종류가 다양하고 개체수가 많다기보다 모두 신기하고 재밌다. 꽃 인줄 알고 향기를 맡으려던 신랑은 물릴 뻔 했다. 나뭇잎 모양을 한 개구리, 나무와 같은 방향으로 몸을 고정시킨 채 미동도 않고 있는 도마뱀들 아주 특별한 동물들이 많았다. 애들이 왔더라면 퍽 흥미로워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언니들하고 헤어지는 게 아쉬워
가까운 버스 터미널에 가서 내일 쿠알라룸프로 갈 버스표를 샀다(17.3링깃*2=34.6링깃). 오후에는 정글 트레킹을 하려고 카메론 하이랜드 지도를 구입했다(3링깃). 옹 아저씨가 권했던 스팀 보트를 맛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람부탄을 팔고 있는 태국 아줌마가 있어 얼마간 샀는데 신랑이 또 이 맛에 아주 팔려 더 사려고 했더니 아까 잘못 팔았던 것인지 값이 배로 뛰어 그냥 참고 안 샀다(0.6링깃). 스팀 보트를 맛보고 정말 반했다(12링깃*2=24링깃). 나 이것 먹고 살이 팡팡 쪘다. 정말 맛있다. 슈퍼마켓에서 몇 가지 물품을 샀다(다목적 콘센트 3.5링깃, 물 1.5링깃). 통통한 오이도 하나 샀는데 오이를 한 개당으로 팔지 않고 무게를 달아 달리 파는 점이 재밌다. 가격은 적어둔 것도 없고 기억이 안 난다. 좀 비싼 편이었다. may bank에서 다시 100달러를 환전했다(3,451링깃 1링깃 273.58원).
정글 트레킹을 했다. 숙소 아저씨가 아무리 쉽다고 말해 주었어도 난 정글이라는 데 괜히 두려움을 떨치지 못했다. 하하하 가보니 정말 두려워하면 안 되는 아름다운 산책로이다. 거기서 젊은 배낭 객들을 만나는 재미도 썩 좋다. 아름답기 그지없는 한가롭고 쉬운 길이었다. 우리가 택한 길은 4번로이다.
돌아와 짐을 들고 버스 터미널로 향하려다 한국인 부부를 만났다. 여유가 없어 겨우 4-5분쯤 뵈었다. 인상이 좋으신 데 헤어질 때 합장으로 인사해서 이분들이 불심이 두터운 사람들일 거란 짐작을 하게 했다. 여행 경험이 많으신 분들 같은데 시간이 없어 그리 잠깐밖에 뵙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버스 소음이 대단하다. 쿠알라룸프에 도착했다. 숙소를 찾으려는데 우리가 가방 맨 것을 보고 벌 떼처럼 호객행위를 한다. 한 청년이 자기가 소개하는 호텔을 숙소로 정하면 호텔에서 자신은 5링깃을 받는다면서 우리를 자신의 미니버스에 태우고 갔다. 가보니 우리가 묵으려던 방은 이미 나가고 그보다 비싼 방만 남았다. star town hotel 깨끗하고 멋진 호텔이긴 했으나 포기! 그냥 나오려는데 이 청년이 내게 5링깃을 내라고 야단 법석이다. 참 내! 경찰서에 가자고 나도 선선히 내줄 수 없어 따졌다. 결국 3링깃을 받고서 그 청년이 떨어졌는데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계약 위반이어서 화가 났다(3링깃). 아주 불쾌한 경험이었다. 다음날 그 거리를 걸어보고 아 차비로 줬다 생각하면 되겠구나! 하면서 위안 삼았다.
알로 거리에 짐을 메고 나가 town view hotel을 겨우 찾았는데 주말이라서 full house(만객)이다. 에공! 난감하다. seasons view hotel에 나와 짐을 두고 또다시 신랑이 숙소를 찾아 나섰다. 결국 우리가 머문 곳은 buget hotel이다(60링깃). 그리 깔끔한 곳은 아니었으나 그나마 우리를 위한 잠자리여서 고마운 맘으로 진입했다.
저녁은 식당이 즐비한 알로 거리에서 넘쳐나는 군중과 함께 했다(4링깃하는 두리안 쥬스와 식사 18링깃). 모기약 스프레이를 사서 방 안에 뿌려두고 외출을 했다(6링깃). 더럽고 복잡하고 인상이 정말 안 좋다. 페트로나스 쌍둥이 빌딩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했다. 우린 쿠알라룸프에 왔다는 증거를 남기고 잠자리에 들었다.
* 2007년 1월 5일 총 경비 = 48,181원
? 음식 : 50링깃
? 호텔 : 60링깃
? 교통 : 37.6링깃
? 관람 : 21링깃
? 기타 : 9.5링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