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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날 가까이 계속 무리해서 일해 그런지 그만
탈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제 하룬 끙끙 몸살로 앓더니
어젠 또 속이 많이 안 좋아 굶다가 저녁에 겨우 죽 한 그릇 먹었어요.
일요일도 없이 일한 데다, 틈난 새에 대구 작은이모,
또 일산에 잠시 와계시는 큰이모까지 뵌답시고 돌아다녔더니
이제 그만 쉬거라~~ 고맙게도 몸이 제동을 걸어줍니다..- -;
지지난주 일요일, 대전 아버지 엄마 묘소 들렀다,
대구로 날랐습니다. 윤경이 차 타고 언니랑 셋이서...
이렇게 세 자매가 가보긴 처음이에요. 10여 년째 나 혼자
일 년에 한두 차례 다녀오는 게 다였지요. 시간 맞춰 다같이
짬내기도 힘들고 해서 그동안 아무 소리 안하고 있었는데,
반갑게도 이번엔 언니가 먼저 그러자고 하더라구요.
(언니하고 윤경이는 당일치기로 다녀오고, 나는 하루이틀 더 머물다 돌아오기로 하구요.)
작년이 작은이모 팔순이었는 데다, 이모 건강도 걱정되고 하니까...
대전 들렀다 내려가긴 했지만, 다 쳐서 네 시간을 달리면서
언니랑 나는 내도록 옛 얘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답니다.
(운전하는 애는 신경도 안 쓰고 말이에요~^^;)
국민학교, 중학교를 보낸 대구 봉산동, 대봉동 시절,
중3 겨울방학 때 아버지, 동생들 먼저 와 살고 있던 서울 놀러왔다 어리둥절했던 얘기,
그다음해 고1 끝내고 엄마한테 손 잡혀 할 수 없이 서울 올라오던 얘기...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자매끼리지만 처음 털어놓는 얘기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의 친구들 이야기.. 언니는 나보다 세 살 위니, 나는 생각도 안 나는
아주 옛날 얘기까지 기억 속에서 끄집어냅니다.
2
작은이모는 치매 초기인 듯싶습니다.
언니는, 이럴 때 누구라도 함께 살면서 보살피면
회복될 수도 있고 훨씬 나을 텐데.. 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그 집 식구들한테 충고 같은 말 하기도 쉽지 않고..
이모 스스로도 이상하다 싶으니까 자꾸 엄마 얘기를 꺼내는데,
어떻게 해야 될지 마음이 무겁습니다.
우리 모두 닥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는 일이고요.
3
대구 내려갈 때마다 가장 기분 좋은 건 영희이모를 만나는 일입니다.
영희이모를 보면 정말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키우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을 느낍니다. 엄청 어려운 여건 속에서 그렇게 반듯하게
자식 키우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요? 환경 때문이든 상황 탓이든 간에
그만큼 큰 어려움 없이도 자식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데... 게다가,
그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거든요. 자식들과 며느리, 손주들, 또 그 자손들.. 이렇듯
삶은 끝없이 이어지는 거잖아요. 이모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깨달음이 따로 없어요.
늘 그렇듯 이모를 만나면 마음이 푸근해지고 힘이 나고 , 희망이 보입니다.
다만 이모가 이모부한테 애정을 가지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왔다는 게 조금
가슴 아릴 뿐이지요..
첫댓글 일하고 주위 챙기시느라 애 많이 쓰셨습니다.
늘 모자라지요.. 체력적으로도 그렇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