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화수 소설 |
전설2 [세포와 풍경화]
제1부 돌개바람(제101회)
7. 요동하는 가을-3
그날 윤호네 옆집인 덕대네 집.
덕대의 아버지 조동제가 그날(시월 초하루) 방송국에서 귀가한 때는 새벽 한 시도 지나서였다. 그러니까 이미 시월 2일이 된 셈이었다.
“아, 더워. 어머님 주무셔?”
덕대네 아버지는 대문을 따고 마중 나온 아내에게 나지막하게 물었다.
“조금 아까 서 봉사가 다녀가고 편안히 잠드시네요.”
서 봉사란 장님 안마사를 말했다. 덕대네 할머니는 단골 장님 안마사인 서 봉사를 불러다가 자주 안마를 시켰다.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했다. 상현달이 서쪽 하늘 아래로 기울고 있었다.
“예, 바로 건넌방으로 조용히 드셔요. 밥상을 그 방으로 들여놓을게.”
“이 사람 봐. 이 한밤중에 무슨 밥상? 밤참이야? 저녁은 방송국에서 짜장면으로 해결했으니까, 욕조에 물 좀 채워서 등물이나 해줘.”
“아니 여보, 이 가을밤에 무슨 등물을 하세요?”
“지금 내 속옷이 온통 물걸레야. 얼마나 땀을 흘렸는지. 종일.”
“참 별일이다. 오늘 방송국에 무슨 일 있었어요?”
내외가 이렇게 소곤거리듯 주고받으면서 복판방을 거쳐 부엌으로 내려갔다.
왜옥에는 부엌 한 쪽에 목욕실이 설치되어 있었다. 부엌 아궁이 옆에 욕조의 물을 데우는 장작 보일러가 있었으므로 더운 물 목욕을 할 수도 있었다.
아내는 욕실에 불 켠 남포를 들고 와 벽에 붙은 등걸이에 걸었다. 그리고는 바케츠에 물을 길어왔다. 뒤따라 들어온 남편은 팬티 바람으로 물 없는 욕조에 들어가 바닥에 팔 짚고 엎드렸다. 그러자 아내가 바케츠의 물을 바가지로 퍼서 남편의 등에 끼얹었다.
“안 추워요?”
“어어, 시원해.”
“참 별일이다. 별안간 땀을 찬물로 씻어내면 감기들 텐데.”
하면서 아내는 계속 물을 끼얹었다.
등물을 하고 들어오니 방 아랫목에 덕대가 잠들어 있었다. 그의 머리맡에는 타월을 깔고 새 란도셀과 운동화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다나[棚]에는 무전통신 시설이 되어 있었다. 동제의 함(HAM)이었다. 그렇지만 전력 사용이 제한적이어서 거의 휴면 상태에 있었다. 함이란 개인이 운영하는 아마추어 무선국을 말한다.
남편이 잠자리에 들자 아내는 남폿불을 껐다. 방 안이 칠흙이다.
명자와 덕대 남매와 그들의 할머니인 파주댁과 함께 안방에서 자고 있을 것이다.
두 내외가 잠자리에 들어서도 잠이 안 오는지 소곤소곤 이야기를 계속했다.
---------------------- 8월 28일 (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