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아름다워(952) - ‘인생은 아름다워 13집’을 펴내며
위력적인 태풍 힌남노가 깊은 상처를 남기고 한반도를 빠져나갔다. 역대급 태풍으로 세력을 키우며 접근하는 힌남노의 진로를 초조하게 지켜보던 중 예상보다 약한 강도로 한반도에 상륙하였다는 보도에 한시름 놓았는데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 가장 큰 충격을 안긴 곳은 포항 인덕동의 아파트지하주차장, 급작스런 폭우로 물에 잠긴 지하주차장에 차를 옮기려 들어간 주민 여럿이 급작스레 불어난 물에 빠져나오지 못하는 위급상황이 발생하였다. 총력을 기울인 구조 활동 끝에 극적으로 생환한 이는 두 사람, 나머지 7명은 유명을 달리하였다. 태풍이 큰 상처 남기고 지나간 자리, 슬프고 안타까워라. 수시로 발생하는 재난상황에 대한 철저한 예방과 대비, 적절한 대응과 수습능력을 갖추자.
태풍 지난 후 불어난 무심천 물줄기
때마침 문태준 시인이 쓴 글,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눈길이 간다. 그 요지, ‘태풍이 제주도를 지나가면서 밤새 비바람이 몰아쳤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낮은 곳에 있는 집 쪽으로 물이 넘어오지 않는지 노심초사했고, 나무가 쓰러지지 않을지 걱정이 많았다. 제주는 바람이 유난히 거칠어서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돌풍도 돌풍이려니와 바람은 전면적으로 맹렬해서 그 누구도 맞설 수 없다는 것을 느끼기도 했다. 태풍이 오거나 장마가 와서 큰물이 나가는 일은 내 고향 경북 김천에서도 여러 번 겪었다. 굵은 비가 오고 바람이 몰아치는 동안 아버지는 비옷을 입고 삽을 메고 캄캄한 밤에도 수시로 논과 밭으로 나가셨다. 날이 갠 다음 날에 마을 앞 내를 통해 많은 물이 흘러나가는 것을 보면서 동네 어른들은 큰물이 나가신다 라고 이르셨다. 물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을 공경하면서 두려워할 대상으로 여기셨다.
월파라는 말이 있다. 바닷물의 물결이 제방을 넘어서 흐르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살면서 이 월파를 우리의 생활과 마음속으로 겪는다. 그러면서 슬픔과 고통을 넘어서는 지혜를 배운다.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평범한 것과 제자리에 있는 것의 고마움을 알게 된다. 어느덧 가을에 들어섰으니 밤에는 풀벌레 소리가 점차 애절해지고, 그 울음 사이로 반딧불이가 보석 같은 빛을 내놓으며 날아다닐 것이다.’(2022. 9. 7 중앙일보, 문태준의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서)
오늘은 찬이슬 내린다는 백로, 내일부터 추석연휴가 시작된다. 해마다 이 무렵 1년간 쓴 ‘인생은 아름다워 시리즈’를 한데 묶어 책으로 펴낸다. 이번으로 열세 번째, 그 표지 글에 이렇게 적었다.
‘5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유럽, 중국 양쯔강 수위는 1865년 이후 최저로 떨어졌고 파키스탄은 석 달 째 계속된 폭우로 국가비상사태가 선포되었다. 시선을 국내로 돌리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물 폭탄이 중부지방을 휩쓸었고 수시로 대형사고가 터진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 갈등 등 국제정세가 복잡하고 환율과 물가는 고공행진이다. 3년간 세계를 뒤흔든 코로나의 여진이 남아 있고 인구절벽 등 총체적 위기상황, 그런 가운데 우리는 경제선진국에 합류하였고 한국문화의 역동성을 일깨웠다. 끈기와 저력으로 오늘에 이른 우리 모두가 대견하다.
지난 1년간 쓴 글모음, ‘인생은 아름다워 13집’을 펴낸다. 일상을 담은 제1부의 제목은 소중한 나날들, 주변의 가까운 이들이 하나둘 떠나거나 역할이 줄어든 가운데 맞는 하루하루가 소중한 것을 체감하면서. 제2부의 제목은 새로운 길을 찾아서, 꾸준한 걷기에 더하여 두 차례에 걸친 조선통신사 귀환의 길(부산-서울 450여km)과 명량으로 가는 길(진주 수곡-진도 벽파진 490여km) 개설에 나선 여정을 정리한 것이다. 은퇴 후 매년 거르지 않고 지속할 수 있음에 감사.
생일에 손주들과 나눈 대화. 중학생 손녀의 메시지, ‘할아버지, 생신 축하드려요. 항상 본이 되는 언행으로 좋은 영향을 끼쳐주셔서 감사해요~’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손자의 하트메모, ‘할아버지, 생일 축하합니다. 그리고 엄청 사랑합니다.’ 이어진 손자의 질문, ‘할아버지 생일이 어버이날 바로 앞이네요. 할아버지가 태어날 때도 그랬나요?’ ‘아니, 어버이날은 그 후에 생겼단다.’ ‘어린이날은 언제부터 생겼나요?’ ‘어린이날은 100년 전에 만들어졌지.’ ‘아, 그렇군요.’ 사랑하는 후예들아, 건강하고 지혜롭게 성장하라. '손자는 노인의 면류관이요 아비는 자식의 영화니라’(잠언 17장 6절)
최근에 접한 메시지 하나,
‘꽃 모닝
인생의 꽃은 만남입니다.
성품의 꽃은 겸손입니다.
청년의 꽃은 열정입니다.
중년의 꽃은 배려입니다.
노년의 꽃은 건강입니다.
꽃 중의 꽃은 그대입니다.’
건강이 우선인 노년의 삶, 꾸준하고 바르게살기를 다짐하며 작은 열매를 드린다.’
큰 물 나가시고 오곡백과가 튼실한 열매 맺는 한가위 맞으며 지난 1년간 꾸준히 기록한 삶의 자취를 여러분과 함께 나눈다. 풍성하고 행복한 명절 되시라.
넉넉함을 안겨주는 추석 앞의 들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