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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스크랩 자전거 여행
한국의산천 추천 0 조회 50 11.01.14 09:24 댓글 3
게시글 본문내용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사람은 달린다  

우리는 달리기 위해서 태어났다. 달리면서 우리는 행복과 자유를 느낀다. [한국의산천  http://blog.daum.net/koreasan ]

 

한권의 책과 한장의 지도가 평생 당신에게 행복을 선사할것이다

날씨가 자꾸 추워진다고 움츠려들기만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일단 출발을 한다면 절반의 성공이다. 떠나야지  

 

" 깊은 산의 위엄을 길은 멀리 피해서 굽이 굽이 돌아간다.

산의 가장 여린곳만을 골라서 뻗어가는 그 길이 마침내 거친 산맥을 넘어 간다"

  

▲ 김훈의 '자전거 여행' 2권 머릿말을 옮겨 쓰면서 잠시... ⓒ 2011 한국의산천

 

나는 언제나 꿈꾼다.

자전거를 타고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다 돌아볼것이라고.... 

  

그래 떠나는거야

그날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설레임

나는 알았다 삶은 단순히 생존하는 것 그 이상임을.

나의 기쁨은 도착이 아니라 그 여정에 있음을. 그래 아무 생각없이 달리는거야~!

 

자전거 여행 1 권

 

 

<자전거 여행>1권 머릿말에서 작가 김훈은 말한다.

 

  벗들아, 과학과 현실의 이름을 들먹여가며 가엾은 수사학을 조롱하지 말아다오.

나는 마침내 내 자신의 생명만으로 자족할 수 없고, 생명과 더불어 아늑하지 못하다. 그리고 이 부자유만이 나의 과학이고 현실이다. 나는 나의 부자유로써 나의 생명을 증거할 것이다.

 

  살아서 아름다운 것들은 나의 기갈에 물 한 모금 주지 않았다. 그것들은 세계의 불가해한 운명처럼 나를 배반했다. 그러므로 나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로 그 운명에 맞선다. 나는 백전백패할 것이다.

 

  만경강 저녁 갯벌과 거기에 내려앉는 도요새들의 이야기를 쓰던 새벽 여관방에서 나는 한 자루의 연필과 더불어, 말하여질 수 없는 것들의 절벽 앞에서 몸을 떨었다.

어두워지는 갯벌 너머에서 생명은 풍문이거나 환영이었고 나는 그 어두운 갯벌에 교두보를 박을 수 없었다. 나는 아무 것도 만질 수 없었다. 아무 곳에도 닿을 수 없는 내 몸이 갯벌의 이쪽에 주저앉아 있었다.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전국의 산천으로 끌고 다닌 내 자전거의 이름은 풍륜(風輪)이다 .가을의 마지막 빛 속에서 풍륜은 태백산맥을 넘었다.

눈 덮인 소백, 노령, 차령산맥들과 수많은 고개를 넘어서 풍륜은 봄의 남쪽 해안선에 당도하였다. 거기에 원색의 꽃들이 피어 있었다. 이제 풍륜은 늙고 병든 말처럼 다 망가졌다. 이 책을 팔아서 자전거 값 월부를 갚으려 한다.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

 

  갈 수 없는 모든 길 앞에서 새 바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 아무것도 만질 수 없다 하더라도 목숨은 기어코 감미로울 것이다, 라고 나는 써야 하는가. 사랑이여, 이 문장은 그대가 써다오.

- 52살의 여름에 김훈은 겨우 쓰다 - 김훈

 

<자전거여행 1권>

 프롤로그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강물이 생사(生死)가 명멸(明滅)하는 시간 속을 흐르면서 낡은 시간의 흔적을 물 위에 남기지 않듯이, 자전거를 저어갈 때 25,000분의 1 지도 위에 머리카락처럼 표기된 지방도·우마차로·소로·임도·등산로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몸 밖으로 흘러 나간다. 흘러 오고 흘러 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은 낡은 시간의 몸이 아니고 생사가 명멸하는 현재의 몸이다. 이끄는 몸과 이끌리는 몸이 현재의 몸 속에서 합쳐지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고, 가려는 몸과 가지 못하는 몸이 화해하는 저녁 무렵의 산 속 오르막길 위에서 자전거는 멈춘다. 그 나아감과 멈춤이 오직 한 몸의 일이어서, 자전거는 땅 위의 일엽편주(一葉片舟)처럼 외롭고 새롭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나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과 길은 순결(純潔)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祝福)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구르는 바퀴 안에서, 바퀴를 굴리는 몸은 체인이 매개하는 구동축(驅動軸)을 따라서 길 위로 퍼져 나간다. 몸 앞의 길이 몸 안의 길로 흘러 들어왔다가 몸 뒤의 길로 빠져나갈 때,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은 몸이 곧 길임을 안다.

 

길은 저무는 산맥의 어둠 속으로 풀려서 사라지고, 기진(氣盡)한 몸을 길 위에 누일 때, 몸은 억압 없고 적의 없는 순결한 몸이다. 그 몸이 세상에 갓 태어난 어린 아기처럼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길 앞에서 곤히 잠든다.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오르막을 오를 때 기어를 낮추면 다리에 걸리는 힘은 잘게 쪼개져서 분산된다. 자전거는 힘을 집중시켜서 힘든 고개를 넘어가지 않고, 힘을 쪼개가면서 힘든 고개를 넘어간다.

집중된 힘을 폭발시켜 가면서 고개를 넘지 못하고 분산된 힘을 겨우겨우 잇대어가면서 고개를 넘는다.

  1단 기어는 고개의 가파름을 잘게 부수어 사람의 몸 속으로 밀어넣고,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의 몸이 그 쪼개진 힘들을 일련의 흐름으로 연결해서 길 위로 흘려 보낸다. 1단 기어의 힘은 어린애 팔목처럼 부드럽고 연약해서 바퀴를 굴리는 다리는 헛발질하는 것처럼 안쓰럽고, 동력은 풍문처럼 아득히 멀어져서 목마른 바퀴는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데, 가장 완강한 가파름을 가장 연약한 힘으로 쓰다듬어가며 자전거는 굽이굽이 산맥 속을 돌아서 마루턱에 닿는다.

  그러므로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오를 때, 길이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올 뿐 아니라 기어의 톱니까지도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내 몸이 나의 기어인 것이다. 오르막에서, 땀에 젖은 등판과 터질 듯한 심장과 허파는 바퀴와 길로부터 소외되지 않는다. 땅에 들러붙어서, 그것들은 함께 가거나, 함께 쓰러진다.

 

   ‘신비'라는 말은 머뭇거려지지만, 기진한 삶 속에도 신비는 있다.

  오르막길 체인의 끊어질 듯한 마디마디에서, 기어의 톱니에서, 뒷바퀴 구동축 베어링에서, 생의 신비는 반짝이면서 부서지고 새롭게 태어나서 흐르고 구른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목차 
자전거 여행 1

 

프롤로그

1. 꽃피는 해안선 - 여수 돌산도의 향일암
2. 흙의 노래를 들어라 - 남해안 경작지
3. 지옥 속의 낙원 - 식영정.소쇄원.면앙정
4. 망월동의 봄 - 광주
5. 만경강에서 - 옥구 염전에서 심포리까지
6. 도요새에 바친다 - 만경강 하구 갯벌
7. 가까운 숲이 신성하다 - 안면도
8. 다시 숲에 대하여 - 전라남도 구례
9. 찻잔 속의 낙원 - 화계면 쌍계사
10. 숲은 죽지 않는다 - 강원도 고성
11. 땅에 묻히는 일에 대하여 - 여수의 무덤들
12. 그리운 것들 쪽으로 - 선암사
13. 그곳에 가면 퇴계의 마음빛이 있다 - 도산서원과 안동 하회마을
14. 무기의 땅, 악기의 바다 - 경주 감포
15. 복된 마을의 매맞는 소 - 소백산 의풍 마을
16. 고해 속의 무한강산 - 부석사
17. 태양보다 밝은 노동의 등불 - 영일만
18. 원형의 섬 - 진도 소포리
19. 충무공, 그 한없는 단순성과 순결한 칼에 대하여 - 진도대교
20. 길들의 표정 - 덕산재에서 물한리까지
21. 산간마을 사람들 - 도마령 조동 마을
22. 문경새재는 몇 굽이냐 - 하늘재, 지름재, 조소령, 문경새재
23. 가마 속의 고요한 봄 - 관음리에서
24. 가을빛 속으로의 출발 - 양양 선림원지
25. 마지막 가을빛을 위한 르포 - 태백산맥 미천골
26. 노령산맥 속의 IMF - 섬진강 상류 여우치 마을
27. 시간과 강물 - 섬진강 덕치 마을
28. 꽃피는 아이들 - 마암분교
29. 한강, 흐르지 않는 세월 - 암사동에서 몽촌까지
30. 강물이 살려낸 밤섬 - 잠실에서 여의도까지
31. 조강에 이르러 한강은 자유가 된다 - 여의도에서 조강까지

에필로그 - 자전거 타는 김훈에게 / 김기택

 

자전거 여행 2

 

 

<자전거 여행> 2권 머릿말에서 작가 김훈은 말한다.

 

 자전거 바퀴에 공기를 가득넣고 다시 길을 나선다. 팽팽한 바퀴는 길을 깊이 밀어낸다. 바퀴가 길을 밀면 길이 바퀴를 밀고, 바퀴를 미는 힘이 허벅지에 감긴다. 몸속의 길과 세상의 길이 이어지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간다. 길은 멀거나 가깝지 않았고 다만 벋어 있었는데, 기진한 봄속의 오지에서 새 힘은 돋았다.

 

  2004년 여름은 뜨거웠다. 내리쏟는 했볕 아래서 여름의 산하는 푸르고 강성하였다. 비가 많이 내려서 강들이 가득찼고 하구는 날마다 밀물에 부풀었다.

 

  내가 사는 마을의 곡릉천은 파주평야를 파행서진해서 한강 하구에 닿는다. 조강(祖江)을 거스르는 서해의 밀물이 날마다 이 하천을 깊이 품어서 내륙의 유역으로 바다의 갯펄이 펼쳐진다. 밀물을 따라서 숭어 떼가 올라와 물위로 솟구치고 자라도 오고 복어도 온다. 바다의 기별이 물고랑을 따라 들의 안쪽으로 실려와 이 들에게 부는 바람 속에는 벼가 익는 냄새가 갯내음에 스며 있다. 늙은 하천은 선연한 감수성으로 아득히 멀어서 보이지 않는 바다와 교접하고 있다.

 

  살아 있는것은 이러하구나. 살아서 작동되는 것은 마침내 저러하구나.... 내 이 작은 물고랑을 기어이 사랑해서 온 여름을 물가에 나와 놀았다. 놀다보니 여름은 다 갔고, 몇 줄의 글이 겨우 남아 여기에 묶는다.

 

  가을에는 그만 놀고 일 좀해야겠다.

 

                                                                                                                          2004년 초가을에

                                                                                                                                   김훈 쓰다   

 

<자전거여행 2권>

 프롤로그

 

  다시, 자전거를 저어서 바람 속으로 나선다.

  봄에는 자전거 바퀴가 흙 속으로 빨려든다. 이제 흙의 알맹이들은 녹고 또 부풀면서 숨을 쉬느라 바쁘다. 부푼 흙은 바퀴를 밀어서 튕겨주지 않고, 바퀴를 흙의 안쪽으로 끌어당긴다. 그래서 봄에는 페달을 돌리는 허벅지에 더 많은 힘이 들어간다. 허벅지에 가득 찬 힘이 체인의 마디를 돌리고, 앞선 마디와 뒤따르는 마디가 당기고 끌리면서 바퀴를 굴린다.

 

  몸의 힘은 체인을 따라 흐르고, 기어는 땅의 저항을 나누고 또 합쳐서 허벅지에 전한다. 몸의 힘이 흐르는 체인의 마디에서 봄빛이 빛나고, 몸을 지나온 시간이 밖으로 퍼져서 흙속에 스민다. 다가오는 시간과 사라지는 시간이 체인의 마디에서 만나고 또 헤어지고 바퀴는 구른다. 바퀴를 굴리는 몸의 힘은 절반쯤은 땅 속으로 잠기고 절반쯤이 작전거를 밀어주는데, 허벅지의 힘이 흙 속으로 깊이 스밀 때 자전거를 밀어주는 흙의 힘은 몸속에 가득찬다.

 

  봄의 부푼 땅 위로 자전거를 저어갈 때 흙속으로 스미는 몸의 힘과 몸속으로 스미는 흙의 힘 사이에서 나는 쩔쩔맸다 페달을 돌리는 허벅지와 장딴지에 힘이 많이 들어가면 봄은 몸속 깊이 들어 온것이다. 봄에는 근력이 필요하고, 봄은 필요한 만큼의 근력을 가져다준다. 자전거를 멈추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몸을 떠난 힘은 흙속에 녹아서 보이지 않는다. 지나간 힘을 거둘수 없고 닥쳐올 힘은 경험되지 않는데 지쳐서 주저앉은 허벅지에 새 힘은 가득하다. 기진한 힘속에서 새 힘의 싹들이 돋아나오고 . 나는 그 비밀을 누릴 수 있지만 설명할 수 없다.

 

  자전거를 저어서 나아갈 때 풍경은 흘러와 마음에 스민다. 스미는 풍경은 머무르지 않고 닥치고 스쳐서 불려가는데, 그때 풍경을 받아내는 것이 몸인지 마음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

 

  풍경은 바람과도 같다. 방한복을 벗어 버리고 반바지와 티셔츠로 봄의 산하를 달릴 때 몸은 바람 속으로 넓어지고 마음과 풍경이 만나고 또 갈라서는 그 언저리에서 나의 모국어가 돋아 나기를 바란다. 풍경을 건너오는 새 떼처럼 내가슴에 내려 앉아다오. 거기서 날개소리 퍼덕거리며 날아올라다오.

 

  태풍전망대(연천)에서 바라다보이는 임진강 너머 북녘 산하에 봄빛이 내린다. 산이 열리고 강이 풀려서 물은 수목의  비린내를 실어내린다. 도라전망대(파주)에서 마주보이는 개성 남쪽 들녘에서 손수레를 끄는 농부들이 밭으로 두엄을 실어내린다. 대지의 향기가 봄바람에 실려온다.

 

  오두산전망대(파주) 아래 임진강은 밀물에 가득 차고 썰물에 아득하다. 가득 차고 아득한 물이 멀어서 닿을 수 없는 공간속으로 나아간다. 하구의 시간과 공간은 크나큰 용해의 힘으로 느리고 평화롭다. 한강, 임진강, 한탄강이 거기서 모이고,  개성쪽에서 내려온 예성강이 그 큰 물길에 합쳐진다. 그 늙은 강의 이름은 조강(祖江)이다. 할아버지의 강이고, 조국의 강이며,  소멸의 힘으로 신생을 이끄는 새로운 시간의 강이다. 지금, 내 자전거는 노을에 젖고 바람에 젖느다. 저물어도 잠들지 않는 내 허벅지의 힘을 달래가면서 나는 풍경과 말들을 데리고 천천히, 조금씩 아껴서 나아가겠다.

 

자전거 여행 2권 목차

 

프롤로그

1. 흐르는 것은 저러하구나 - 조강에서
2. 빛의 무한공간 - 김포평야
3. 고기 잡는 포구의 오래된 삶 - 김포 전류리 포구
4. 10만 년 된 수평과 30년 된 수직 사이에서 - 고양 일산 신도시
5. 산하의 흐름에는 경계가 없다 - 중부전선에서
6. 전쟁기념비의 들판을 건너가는 경의선 도로 - 파주에서
7. 바다 한가운데를 향해 나아가는 자전거 - 남양만 갯벌
8. 멸절의 시공을 향해 흐르는 '갇힌 물' - 남양만 장덕 수로
9. 시원의 힘, 노동의 합창 - 선재도 갯벌
10. 시간이 기르는 밭 - 아직도 남아 있는 서해안 염전
11. 여름에 이동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 경기만 등대를 찾아
12. 숲은 숨이고, 숨은 숲이다 - 광릉 숲에서
13. 나이테와 자전거 - 광릉수목원 산림박물관
14. 여름 연못의 수련, 이 어인 일인가! - 광릉 숲 속 연못에서
15. 유토피아를 그리는 사람들의 오래된 꿈 - 가평 산골마을
16. 살길과 죽을 길은 포개져 있다 - 남한산성 기행
17. 고귀한 것은 마땅히 강력하다 - 여주 고달사 옛터
18. 전환의 시간 속을 흐르는 강 - 양수리에서 다산과 천주교의 어른들을 생각하다
19. 얼굴, 그 안과 밖에 대한 명상 - 광주 얼굴박물관
20. 권력화되지 않은 유통의 풍경 - 모란시장
21. 마음속의 왕도가 땅 위의 성곽으로 - 수원 화성
22. 인간의 마을로 내려온 미륵의 손 - 안성 돌미륵

 

자전거를 타는 김훈에게 에필로그

 

자전거를 타는 사람

 

                             김 기 택

 

당신의 다리는 둥글게 굴러간다

허리에서 엉덩이로 무릎으로 발로 페달로 바퀴로

길게 이어진 다리가 굴러간다

당신이 힘껏 밟을 때마다

넓적다리와 장단지에 바퀴무늬같은 근육이 돋는다

장단지의 굵은 핏줄이 바퀴속으로 들어간다

근육은 바퀴표면에도 울퉁불퉁 돋아 있다

자전거가 지나간 길 위에 근육 무늬가 찍힌다

둥근 바퀴의 발바닥이 흙과 돌을 밟을 때마다

당신은 온몸이 심하게 흔들린다

비포장 도로처럼 울퉁불퉁한 바람이

당신의 머리칼을 마구 흔들어 헝클어뜨린다

당신의 자전거는 피의 에너지로 굴러간다

무수한 땀구멍들이 벌어졌다 오므라들며 숨쉬는 연료

뜨거워지는 연료 땀아 솟는 연료

그래서 진한 땀냄새가 확 풍기는 연료

그 연료가 타는 힘으로 당신의 다리는 굴러간다

당신의 2기통 콧구멍으로 내뿜는 무공해 배기가스는

금방 맑은 바람이 되어 흩어진다

투명한 콧김이 분수처럼 솟아오른다

달달달달 굴러가는 둥근 다리 둥근 발 

둥근 속도 위에서 피스톤처럼 힘차게 들썩거리는

둥근 두 엉덩이와 둥근 대가리

그 사이에서 더 가파르게 휘어지는 당신의 등뼈

 

김기태

시인. 1957년 안양 출생.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태아의 잠'. '바늘 구멍속의 폭풍'. '사무원'.

 

 

 살아서 움직이는 아름다운 것들은

 나의 기갈에 물 한 모금 주지 않았다.

 그것들은 세계의 불가해한 운명의 힘처럼 나를 배반했다.

 그러므로 나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로 그 운명에 맞선다.

 나는 백전백패할 것이다 - 김훈 - 

 

새로운 길을 떠나기 위해 요즘 다시 읽는 책들....

 

▲ 찬란한 빛을 내뿜는 황금 단풍 속으로 ⓒ 2011 한국의산천

 

 

 

 

 

 

 

 

 

 

작가 소개
저자  김훈
1948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돈암초등학교와 휘문중·고를 졸업했다. 고려대 정외과 입학 및 중퇴, 영문과를 중퇴했다. 1973년부터 1989년 말까지 한국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시사저널」 사회부장, 편집국장, 심의위원 이사, 국민일보 부국장 및 출판국장, 한국일보 편집위원 등으로 일했다. 

그는 휘문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산악부에 들어가서 등산을 많이 다녔다. 인왕산 치마바위에서 바위타기를 처음 배웠다한다. 대학은 처음에는 고려대 정외과에 진학했다.(1966년). 2학년 때 우연히 바이런과 셸리를 읽은 것이 너무 좋아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정외과에 뜻이 없어서 학교를 그만두고 집에서 영시를 읽으며 영문과로 전과할 준비를 했다. 그래서 동기생들이 4학년 올라갈 때 그는 영문과 2학년생이 되었다. 영문과로 옮기고 나서 한 학년을 다니고 군대에 갔다. 제대하니까 여동생도 고대 영문과에 입학했다. 당시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집안이 어려운 상태라 한 집안에 대학생 두 명이 있을 수는 없었다. 돈을 닥닥 긁어 보니까 한 사람 등록금이 겨우 나오길래 김훈은 "내가 보니 넌 대학을 안 다니면 인간이 못 될 것 같으니, 이 돈을 가지고 대학에 다녀라"라고 말하며 그 돈을 여동생에게 주고, 자신은 대학을 중퇴했다.

 

그의 대표 저서로는 '남한산성'과  '칼의 노래'가 있다. 이 책은 2001년 동인 문학상 수상작이기도 한다. 전략 전문가이자 순결한 영웅이었던 이순신 장군의 삶을 통해 이 시대 본받아야 할 리더십을 제시한다. 영웅 이순신의 드러나 있는 궤적을 다큐멘터리식으로 복원하여 현실성을 부여하되, 소설 특유의 상상력으로 이순신 자신의 1인칭 서술을 일관되게 유지하여 전투 전후의 심사, 혈육의 죽음, 여인과의 통정, 정치와 권력의 폭력성, 죽음에 대한 사유, 문(文)과 무(武)의 멀고 가까움, 밥과 몸에 대한 사유, 한 나라의 생사를 책임진 장군으로서의 고뇌 등을 드러내고 있다.

이외의 저서로 독서 에세이집 『내가 읽은 책과 세상』,『선택과 옹호』, 여행 산문집 『문학기행』,『풍경과 상처』,『자전거여행』,『원형의 섬 진도』, 시론집 『‘너는 어느쪽이냐’고 묻는 말에 대하여』,『밥벌이의 지겨움』, 장편소설 『빗살무늬 토기의 추억』,『아들아, 다시는 평발을 내밀지 마라』 등이 있다.   

 

눈 내리던 날 메타세콰이어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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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1.01.14 16:10

    첫댓글 김훈 풍운을 역어가는 사나이
    자전거 여행을 풍륜에 실어 나르면서
    자전거가 뒤로 보낸길에 허벅지와 삼장의 고달품까지
    고스란히 전각하고 지난다

    책을 잡으면 마지믹 페이지에
    끝말까지 읽어야 책들을 내려 놓을 것이다. 꽃삽 어딨지?

  • 11.01.14 17:22

    김훈의 문장력에 힘이 솟아 보이는 책, 자전거 여행 상하권

  • 11.01.15 11:33

    땅과 자전거타는 몸의 느낌을 섬세하게 전해주는 작가님의 글솜씨....
    매일 가까운곳에서 조금씩이나마 자전거를 타는 저로서,, 공감이 갑니다...
    서점에 한번 들러볼까 합니다....책을 사기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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