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이 OOO를 부른다. “OOO 이리와 봐~”
어눌한 말에도 잘 알아듣는 로봇이 “부르셨습니까?” 라고 대답한다.
“밥 먹자!” “오늘은 어떤 것을 드시고 싶으세요?”
“아욱국!” “네, 준비하겠습니다.”
로봇은 침대에 누워 있는 어르신을 들어 올려 식탁으로 이동한다.
아욱국은 마트에서 배달된 것으로 로봇이 간단한 조작으로 조리를 할 수 있다.
로봇은 냉장고에 가서 잘 정돈된 반찬통을 집어 들고 식탁으로 이동한다,
“다 준비되었습니다.”
“먹기 싫어, 김치국은 안주고 왠 아욱국이야~” 드시고 싶은 것이 변했다.
“에이 맛없어, 다른 거~” 갈수록 입맛이 떨어지는 것을 음식 탓으로 돌린다.
“네, 바꾸어 왔습니다.” 로봇은 어르신에게 상냥한 말로 비위를 맞춘다.
“아! 왜 이리 질겨?” “더 잘게 잘라 드릴게요~”
“고기가 뭐 이래?” “좀 더 부드러운 고기로 드릴게요~”
고기를 자르고, 고기의 질을 구분할 수 있는 로봇이라면 가능한 얘기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로봇은 감정소진이 없고 무한히 상냥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어느 정도 싸울 필요가 있다면 로봇에 그런 역할을 약간 넣어두면 된다.
점점 독거노인 가구나 부부가구가 증가해 대부분 어르신이 혼밥을 드시게 된다. 이에 따라 영양 불균형이 발생하고 우울이나 치매가 증가된다. 로봇이 같이 식사하고 대화를 한다면 어르신의 삶은 행복해지지 않을까?
“제가 먹어 볼께요...”
[탄수화물 20%, 비타민A 5%, ... 총 600칼로리, 당....]
“어르신 이것이 더 맛있겠는데요?” 어르신의 입맛과 영양, 당 수치, 골밀도 까지 관리하면서 식사를 할 수 있게 하는 로봇은 특별하다.
한편, 논에서는 볏단이 날아다닌다. 추수하는 날이어서 로봇이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봇 안에는 어르신이 타 있다. 입는 로봇은 이제 뼈가 약해 입을 수 없어서 타는 로봇으로 바꾸었다. 이 로봇은 영농자금으로 마을에서 함께 구매해 사용하고 있다.
사람보다 더 나은 능력을 가지지만 사람의 통제에 따른다. 어르신들에게 로봇은 치부의 기기가 아닌 자랑할 만한 기기이다. 10년 뒤 어느 시기에는 모든 어르신 집에 하나정도는 로봇이 있을 것이다. 로봇은 친구이자 일을 도와주는 도구가 될 것이다. 이런 로봇은 시니어의 삶을 새롭게 할 것이다.
어르신은 어떤 로봇을 원할까? 그러한 일을 하는 기술은 개발될까? 로봇과 함께하는 삶은 어떤 문제가 있고 어떻게 해결될까?
영화 「로보앤프랭크」를 보면, 로봇은 주인공인 노인에게 청소와 요리를 해주고 뛰어난 기억력으로 주인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이 로봇은 외로운 주인공의 말벗이며 정보통이고 충실한 하인이자 친구가 된다.
일본 신에너지 산업기술 종합개발기구(NEDO)가 발행한 ‘로봇 백서 2014’에 따르면, 로봇은 인간과 유사한 모습과 기능을 가진 자동기계로 발전되고 있다. 로봇(robot)의 어원은 체코어로 노동을 의미하는 단어인 ‘로보타(robota)’이다. 로봇의 구분은 일반적으로 용도, 구조 등을 중심으로 크게 산업용 로봇, 서비스용 로봇, 필드 로봇으로 분류하고 있다. 사업용은 제품 제조 및 생산을 위한 제조업용 로봇, 서비스 로봇은 특수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전문 서비스용 로봇 및 개인 맞춤형 서비스 제공을 위한 개인 서비스용 로봇으로 나누고 있다. 로봇기술은 외부환경 인식(Perception) 기술, 스스로 상황을 판단(Cognition)하여 자율적으로 동작(Mobility)하는 기술, 실용성(Practicality)을 갖춘 도록 하는 기술로 구분할 수 있다. 이러한 로봇 기술을 응용해 교육, 문화, 의료, 실버, 국방, 건설, 해양, 농업, 교통 등 다양한 분야와 융․복합화를 통해 지능화된 서비스를 창출 하고 있다.
고령자를 위한 로봇은 근력보조로봇, 정서지원로봇, 이동지원 로봇 등이 있다고 한다. 근력보조 로봇은 근력(筋力)을 높여 주는 기능을 가진 것으로 외골격 로봇과 소프트 착용형 로봇으로 나눌 수 있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고령자와 장애자를 위한 생활 지원은 물론 사회 참여를 돕기 위한 목적으로 서비스 로봇을 사용한다. 서비스 로봇은 신체 기능 보조, 상업 시설 등의 안내 지원, 정보 제공, 가정에서의 생활 지원, 커뮤니티 형성 지원, 간호를 위한 로봇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며, 타인과 대화를 하는 것과 같이 사회 활동 참여를 촉진하는 로봇도 있다.
「로보앤프랭크」의 로봇 같은 시니어 로봇은 가능할까? 현재 로봇은 산업용이 대다수 이고, 휴머노이드 분야는 인간을 흉내 내기 시작했을 뿐 아직 미흡한 상태이다. 그러면 시니어를 위한 로봇은 어때야 할까?
시니어를 위한 로봇은 장애인을 위한 로봇과는 달라야 한다. 한마디로 ‘상호작용이 뛰어나야 한다’고 정리할 수 있다.
인식기술 측면에서 시니어 로봇은 인지적으로 상호보완적이어야 하고 완벽해야 한다. 시니어에게 인지적 문제가 없는 경우 로봇은 전적으로 시니어에 의존한 시스템운영을 할 수 있는가? 반대로 시니어의 인지능력에 문제가 있는 경우 로봇이 전적으로 완벽한 인지능력을 발휘해야 하는가? 대부분의 시니어는 그 중간점에 있다. 로봇이 완전히 독립적인 인지기능을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로봇과 시니어의 상호 의존이 필요한 상황에서는 노화 중인 시니어의 인지능력에 따라 로봇은 상호보완적인 인지기능을 사용하여야 한다.
동작기술에 이어서 움직임을 전혀 할 수 없는 경우 로봇은 그것이 가지는 동작범위, 속도와 반작용 방식 등이 시니어와 완벽히 상호작용해야 한다. 하반신 마비의 경우 로봇 다리가 스스로 움직여 이동하도록 지원하면 된다. 그러나 시니어는 로봇에 완전히 의존하지 않기에 상호작용성이 뛰어나야 한다. 걷는 행위를 하는 도중 반사적 움직임에 로봇의 느린 액추에이터가 방해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주인의 움직임에 매우 빨리 반응하여 힘이 덜 들게 해야 한다. 로봇이 사람보다 빠르게 달리고 더 무거운 것을 들을지라도, 사람의 반사적 움직임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로봇은 아직 없다. 그래서 이러한 경우 로봇은 오히려 불편한 존재가 된다. 현재 기술로도 의도적인 움직임은 어느 정도 구현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위급상황에서 반사적인 빠른 움직임은 완벽하다고 볼 수 없다.
실용적 측면에서는 생활의 다양한 행위를 하는 로봇들이 필요하다. 굳이 사람과 같이 생기지 않아도 팔만 있어도 되고 팔다리가 같이 생기지 않아도 된다. 「로보앤프랭크」의 예와 같이 로봇만이 잘하는 것은 더 잘하게 하고 시니어가 잘하는 것은 시니어가 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합하면, 시니어로봇은 상호보완적이고 상호작용적이면서 시니어의 떨어진 실생활의 다양한 동작을 구현해 주는 로봇이 필요하다. 간단히 3가지 부문만 보아도 시니어 로봇은 생산로봇이나 장애인이 사용하는 로봇보다 더 만들기 힘들다고 본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시니어용을 잘 만들면 누구나 편한 로봇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심우정
실버산업전문가포럼(kapass.org) 회장
(주)퍼스트케어 연구소장
한양사이버대 시니어비즈니스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