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hler: Symphonie Nr.7 in e-moll, Das Lied von der Mitternacht
Eliahu Inbal
Rundfunk Sinfonie-Orchester Frankfurt
인발의 말러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그의 스타일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인발의 해석은 지나칠 정도로 감정의 분출을 절제한 나머지 가끔씩은 심심하게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잘 들어보면 절제 속에 열정이 숨겨져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말러 전곡을 모두 만족스럽게 연주한 지휘자는 많지 않지만 개인적으로 번스타인(모두)이나 아바도, 인발의 경우는 완벽하거나, 완벽에 가깝다고 말하고 싶다. 인발의 말러 사이클 중에서 9번만 제외한다면 특별히 흠을 잡을 만한 부분을 찾기 힘들 정도로 탁월한 연주를 보여주었다. 그 중에서도 2번, 3번, 5번, 7번, 8번, 10번은 최고봉이 아닐까 싶다. 더군다나 80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말러의 산만함, 음산함, 동시에 쾌활함을 이렇게 잘 포착한 녹음은 번스타인이나 아바도의 경우를 제외하면 매우 드물지 않을까? 번스타인은 그의 60년대 녹음을 제외하면 모두 80분을 넘긴 것으로 알고 있으며 하이팅크의 경우도 80분을 넘겼다. 쿠벨릭도 그의 뉴욕필 녹음에서 90분에 육박했으며 클렘페러는 68년도 녹음에서 100분을 넘기는 성과를 이룩(?)하기도 했다. 원래 곡의 특성상 짧은 시간 이내에 진정한 의미를 드러내기 힘든 곡이지만 인발은 완벽에 가까울 만큼의 명연을 보여주었다. 이 음반은 내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번스타인(70년대를 빼고)의 연주들과 아바도(모두), 솔티, 클렘페러의 녹음과 함께 잊지 못할 녹음이다.
옅은 안개를 연상시키는 현의 조심스러운 움직임과 함께 깊이있는 금관이 1악장의 시작을 알린다. 목관 악기와 금관 악기의 상호 화답(!)은 산만함과 함께 사르카즘(sarcasm)이 엿보인다. 절도있는 템포와 절제된 감정표현에 힘입어 투티는 한층 더 음산하게 느껴진다. 이어서 저음부의 호른은 우수에 잠겨있는 듯하다. C장조로 바뀌어서도 인발은 원 템포를 크게 변동시키지 않는다. 여유로움과 섬세함도 배어난다. 급작스럽게 템포가 빨라지다가 조가 바뀌며 Sehr breit부분이 시작된다. 현악과 관악이 만들어 내는 조화는 형용을 불허할 정도로 탐미적이다. 비록 번스타인처럼 현의 깊은 울림을 잘 살려내서 절절한 울음을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번스타인과는 상이한 방법으로 표현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같은 지향점에 도달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절제를 해오다가 B단조로 바뀔 때 머리카락이 쭈뼛하게 설 만큼의 극적인 에펙트를 보여주는 크레셴도 부분에서는 금관 악기와 타악기가 극단적인 움직임을 보여준다. 코다로 진행하면서 번스타인은 초인적인 추진력으로 자신은 물론 연주자들까지 최대한으로 역량을 발휘하게 하여 포르티시모, 알레그리시모의 투티를 구현했지만, 인발은 점점 느려지다가 코다에서는 Etwas Langsam정도의 템포로 템포를 이완시키며, 팀파니는 피아니시모, 심벌즈를 포함한 관악부, 현악부는 놀라울 정도의 포르티시모로 장송곡에 가까운 분위기로, 그러나 긴장감과 리드미컬함은 잃지 않고서 무한한 추진력을 보여준다. 팀파니의 최후의 E음 타격은 대단한 파워를 보여준다.
Nachtmusik 1번은 1악장의 장중함과 음산함에서 어느 정도 탈피해서 폭풍우가 지나간 후의 따사로운 햇빛을 연상시킬 정도로 낭만적이며 희망적이다. 이를 위해서 인발은 원래 말러의 의도보다 빠르게 템포를 설정했다. 하지만 이런 처사(!)도 곡의 음산함과 자조적인 분위기를 억제하지는 못했다. 번스타인이나 시노폴리, 솔티, 아바도 처럼 절절하지는 않을 지 몰라도 적당한 감정의 절제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나 뿐일까.
Schattenhaft악장은 이 녹음의 백미 중 하나이다. 템포를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물 흐르듯이 진행하는 모습은 번스타인을 연상시킨다. 그 넓은 스케일과 찬란한 음색은 그 누구라도 저평가 할 수 없을 것이다.
Nachtmusik 2번은 얇은 음색의 솔로 바이올린과 시작한다. 호른의 프레이징은 매우 안정되어 있으며 만돌린은 이상적이게도 잔향이 풍부하다. 현악의 움직임을 관찰해보면 약간 불안한 부분이 없지 않지만 이런 산만함이 오히려 말러가 선호했을 종류의 해석이 아닐까? 아니 산만함과 부자연스러움이 융합되어 있는 그의 7번 교향곡에 잘 부합하는 모습이 아닐까?
5악장의 도입부는 매우 명확한 팀파니의 연타와 시작된다. Alte Oper는 내가 알기로 울림이 적지 않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진먼의 경우처럼 팀파니가 불분명하지는 않다. 솔티의 녹음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이라면 그에 비해 확실히 이 녹음의 금관이 상당히 협소하다고 말할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나는 인발은 적당한 절제 속에서 원곡의 의미를 충분히 전달했다고 본다. 이런 종류의 녹음은 7번의 또다른 이상향이 아닐까? 이 연주를 말러가 들었다면 말러가 무엇이라고 했을지 문득 궁금해진다. 분명히 열렬한 찬사를 보냈지 않았을까?
bernste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