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 6회
‘그건 매형이 이해하셔야 해요.’
처남의 이야기가 이랬다. 누님이 결혼하기 몇 해 전까지 장인과 장모는 콩나물 공장을 했었고
그러다 보니 그들의 식탁을 채우는 반찬들의 대부분이 콩나물이었다는 것이다.
콩나물국은 기본이었고 콩나물 무침. 콩나물 김치. 콩나물 밥. 등등, 하여간 콩나물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란 음식은 다 만들어 먹었는데, 생활의 여유가 없었던 처가는 그조차 판매할 것들
을 다 판 후에 남은 것으로 반찬을 만들어 먹었기 때문에 때로는 질기고, 때로는 뻣뻣하고, 때
로는 조금 상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콩나물을 기본으로 했고 자신들도 아직까지 콩나물이라면
손 사레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콩나물 보다는 콩나물은 곧 가난이라는 등식이 그들에게 깊숙한 상처로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야채는 농장이나 밭에서 기른다는 말을 하면서 유독 콩나
물은 콩나물공장에서 나온다는 말을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될 만도 하였다.
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식탁 앞에 가서 앉는데 그의 눈앞에 아내의 손에 들린 콩나물국이
놓인다. 그런데 아내의 손에 힘이 들어갔는지 그릇이 탁! 놓이면서 흔들리는 바람에 국물이 튀
어 그의 얼굴과 셔츠를 적신 것이었다.
“이 사람이 왜이래!”
그는 결혼 후 처음으로 받아보는 콩나물국이 조금 수상스럽기도 했지만 아내의 행동에 기분
이 상해버린 것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아내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런데 아내의 표정이 무척 험상궂어있었
다. 화가 많이 났다는 것을 느낀 그는 괜히 가슴이 움츠러지면서 도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못
한 일이 있었는지를 생각하기 시작했고, 아무리 생각 해 보아도 자신이 아내에게나 아이들에게
나 딱히 잘못한 일이 기억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아들과 딸도 식탁 앞에 앉아서 부모의 표정부터 살피기 시작한다. 아버지와 어머니
의 사이가 틀어진 것이 신기한 모양이다. 하긴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언제나, 아니 대부분 아버
지 편에서 어떤 일에서든지 어머니에게 양보하거나 져주었기 때문에 집 안에서 부모가 의견대
립을 보이는 모습을 처음보기 때문일 것이었다.
아내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도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으로 돌아서고 그는 일어나 휴지를 찾아서
얼굴과 셔츠를 닦으며 자리에 앉았다. 마음 같아서는 일어선 김에 그대로 출근을 하고 싶었지만
차마 아이들 앞에서 부모가 불편해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좋은 일이 아니었기에 한 술 떠야
겠다는 판단을 한 탓이었다.
그가 자리에 앉아 콩나물국을 한 숟가락 떠서 입으로 넣으며 고춧가루를 생각했지만 지금 이런
분위기에서 아내에게 고춧가루를 달라고 하기에는 자존심이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따끈한 국
물이 목을 통해 가슴으로 내려가면서 시원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몸의 생리였다.
한 숟가락 먹은 그는 속에서 올라오는 트림을 굳이 삼키지 않고 내 뱉는다. 그런데, 그 때 아내
가 그의 앞에 무엇인가 떨어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