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이 칼 싸움 한다"면 무슨 잠꼬대냐고 핀잔을 할 것 같
다. 1백만원 현상 여우 모집에 뽑혀 '춘향'을 대명사로 갖고있는
홍세미(22)양의 얘기니까 고증과는 별 관걔가 없다. 영화 "무정
검"(권영순 감독)에서 칼 솜씨를 자랑하는 홍세미양, 그녀는 지
금 한국 제일의 '스타' 여검객을 자랑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홍세미는 춘향의 '이미지'를 사뭇 보도처럼
자랑하고 있었다. '데뷔'작 "춘향"에서 신인답지 않게 차분한 열
기를 보여 갈채를 받았던 그녀니까 그럴만도 하다. 출연 작품이
"춘향", "물망초" 2편 뿐이기도 하지만….
그런 홍세미가 이제 검술 영화의 '히로인'으로 등장, 각광을 받
고 있다. "춘향"의 정적인 인상과는 정반대인 '액션'극의 주인공
, 쌍칼로 수십명의 생명을 파리 잡듯 하는 여자검객이다.
검술영화 "무정검"은 요즘 성행하는 중국계 칼싸움 영화와 비슷
한 성격의 오락영화 같다. 단 칼에 수십명의 목을 자르고 붉
은 피를 뿌리는 '컬러 필름'에 유혈의 잔혹미를 부각시켜 관객을
사로잡는 그런 영화다. 재작년 "방한의 결투"라는 중국게 칼싸움
영화가 국내에서 대'히트'한 이후 중국제 칼싸움영화라면 무조건
장사진을 이르는 묘한 마력의 영화들. 돈 벌이의 상품가치로는
첫손을 꼽게 된 작품이다.
"무정검"의 제작자 세기측은 이 영화를 동남아 수출용으로 정하
고 이미 8개국과 교섭을 끝냈다는 것. 1개국에 최소 1만8천'달러
' 예상이니 8개국 상대면 그것만도 10여만'달러'. 뜻대로 된다면
외화획득에 한 몫을 하는 셈이다.
무술영화가 장사가 된다는 건 국내뿐은 아닌 것 같다.
이것은 권영순 감독의 "쌍용검", "비호"가 현재 동남아에서 좋
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소식으로도 뒷받침 할 수 있다.
홍세미양의 전속영화사 세기측이 그녀를 무술영화의 주역으로
발탁한 이유도 여기 있는 것 같다. 무술극 뿐 아니라 '액션'이
강한 영화라면 항상 직면해야 하는 난점이 바로 여자주연급. 대
개는 B급배우가 등장하거나 주연급이라해도 열굴자랑이나 하는
양념격으로 이용됐다. 이것은 중국측이 이른바 '무협영화'의 주
역으로 정'페이에이', 칭칭등을 내세워 '스타'로 성공시킨 예와
는 좋은 대조가 된다.
그러면 홍세미양의 검술솜씨는? 그는 "무정검"의 촬영을 위해 3
월부터 매일 2시간씩 칼싸움 연습을 했단다.
서울역전의 중국무술관에서 련사인 이항성, 신동일씨의 개인지
도를 받았다는 것.
그래서 홍양은 '몽둥이 하나만 있으면 남자 2명은 상대할 수 있
는"실력.
감독 권영순씨는 "홍양은 평소 '스케이팅'을 해서 운동 신경이
발달했고 유달리 긴다리가 일품"이라고 박자를 맞췄다.
그렇다고는 해도 홍양은 촬영중 실수로 일곱바늘을 꿰매야 하는
상처를 손등에 입었단다. 상대역 박어식과 묘기를 부리다가 박
어식이 잘못 찌른 칼에 큰 상처를 입었다는 것, 그래서 촬영이
중단되는 소동도 벌였었다. 영화속에선 왕자를 호위하고 50명의
검객을 모두 쓰러뜨리는 무서운 여걸이지만 아직은 순하고 수줍
은 '춘향' 그대로다.
물론 홍세미양이 검객 '스타'로 계속 밀고 나갈지는 의문이다.
최근 개봉된 영화 "물망초"에서 그녀는 남정임, 윤정희와 공연,
성장된 연기력을 과시했다. 안경을 걸친 큰 눈의 동작은 희극배
울의 재능도 보였다. "무정검"에서의 '액션'연기는 차라리 그의
폭넓은 연기 수련의 한 면으로 보는게 무난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