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유산 남서쪽 영취봉(1,076m)에서 북서로 가지 치는 금남호남정맥은 장안산~팔공산~성수산~마이산~부귀산을 지나 조약봉에선 북쪽 금남정맥,
남쪽 호남정맥으로 갈라진다.
금남정맥이 연석산~운장산~왕사봉~육백고지~대둔산~계룡산 방면으로 이어지다 왕사봉에서 다시 북서쪽으로 가지 치는 능선이 금강정맥이다.
금강정맥은 칠백이고지~선녀남봉~665m봉~용계재~불명산~시루봉~말골재~장재봉~천호산~익산 미륵산을 지나 서해바다에 가라앉는다.
금강정맥상의 선녀남봉(仙女南峰 677.2m)에서 서쪽으로 가지 쳐 나아간 날카로운 암릉이 하나 있다.
이 암릉에서 가장 높은 암봉이 지형도상에는 표기가 돼 있지 않은 써레봉(660m)이다.
선녀봉(仙女峰·665.9m)은 선녀남봉 북쪽 665m봉에서 금강정맥을 벗어나 북동쪽으로 약 750m 거리에 솟아 있다.
그러니까 지형도에 올라있지 않은 이름이지만 선녀남봉은 선녀봉의 남쪽에 있어서이고, 서봉은 써레봉의 서쪽, 신선남봉은 신선봉의 남쪽이어서이다.
이러한 산이름은 우리나라 산악전문지인 ‘월간 山’이 충분한 고증을 거쳐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데 최근 호렙산이란 출처 불명한 이름을 어지럽게 붙이는 건 적절치 않고, 거기다 한술 더 떠서 작은호렙산까지 있으니 실소를 금치 못한다.
써레봉(660m)은 뾰족한 바위봉우리들이 일렬로 늘어선 모습이 마치 농기구인 써레의 날처럼 생겼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써레봉과 선녀봉은 칠백이고지 북쪽에서 발원한 물줄기 두 개가 흘러내리며 패어 놓은 아름다운 계곡들을 품고 있다.
써레봉은 산자락 남서쪽에 패어져 내린 신흥계곡(新興溪谷)이고, 선녀봉은 남동쪽 대활골(대궁동 大弓洞)이다.
장곡심천(長谷深川) 깊은 골 신흥계곡과 대활골은 청정지역으로 여름철 물놀이를 겸한 피서지로 인기가 있는 곳.
오늘 우리는 지난날(구재제1교~선녀남봉~불명산~화암사)에 이어 용궁산장을 기종점 삼아 써레봉 선녀남봉 짧은 환종주를 한다.
◇ 지난날 산행기 ☞ http://cafe.daum.net/phanmaum/FXy6/525
<클릭하면 원본사진>
6.6km를 4시간 30분이 걸렸다.
<고도표>
<월간 山>의 지도.
써레봉의 또다른 들머리인 구재1교를 조심스레 90도 꺾어 용궁산장까지 들어왔다.
여기까지 진입하는 데는 이렇다할 주차장이나 회차지점이 없다. 용궁산장의 너른 주차장이 없다면 대형버스를 이용하는 단체산행은 불가할 것.
들머리는버스 뒷쪽으로...
30여m 떨어진 작은 다리를 건너...
우측으로 꺾어 드는 길.
몇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동선을 확인한다.
이곳은 수신관(修身館)이란 빗돌이 세워진 개인 별장인 듯. * 에구 지도에 수양관이라 잘못 적었네.
마당에 있는 견공들이 죽어라 짖어대지만...
우리는 우측 겨드랑이에 계곡을 끼고 잡풀을 헤치며 진입을 시도했지만 불가.
그래서 아예 계곡으로 내려서 계곡치기를 감행하고 만다.
비가 많이 내린 날이면 이또한 낭패이리라.
계곡을 거슬러 깊숙히 들어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고...
나름 운치가 있다. 나중에 B팀들이 내려올 코스로 안내되기도 하였다.
이 계곡은 '불당골, 절골, 지치골, 쇠골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입구에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아 절골의 특이한 지형지물인 너럭바위에 닿는다.
너럭바위에서 길게 뒤따르는 일행들을 기다렸다가 함께 출발하려고 하였으나 다른 일행들이 앞서 올라가는 바람에 나도 출발을 하고 만다.
여기서 진행방향은 좌측 지계곡에서 우측 능선. 나중에 뒤따르던 일행들은 지계곡 좌측 능선으로 붙었는데, 나중에 물어 보았더니 길이 없더라는 말.
이 등로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
너럭바위에서...
뒤돌아보며 쉼을 한다. 봉수대산(?)
에고, 이곳에도 화마가 지나갔네.
뒤에 오던 일행들을 고함을 질러 불러 보았으나 기척없이 올라간 지계곡 좌측 능선에 도드라진 암봉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다시 돌아보는 모습.
능선에 일렬로 선 무덤들.
온양 정씨 묘와...
파평 윤씨 묘.
뒤돌아보니 봉수대산 좌측으로 칠백이고지와 금강정맥의 라인.
고도를 얼추 극복한 뒤 서봉 직전에서...
만난 도드라진 바위 전망대.
전망대에선...
첩첩의 산주름을 펴볼 수 있다.
멀리 뽈록뽈록 봉우리는 구봉산(?)인가? 더 뒤로 아스라히 덕유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인 듯하지만 자세히 짚을 수 없어.
칠백이고지와 금강정맥일 터.
구재마을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면 가까이 좌측 지능선이 우리 일행들이 올라온 능선이고, 직선으로 살짝 숨은 능선에서 신선남봉과 우측 뾰족 고개내민 신선봉.
앞으로 나아갈 암봉에서의 조망이 우리를 기다리겠지만 오늘 처음 만난 최고의 조망처다.
가까이 봉수대산(585m) 뒤로 운암산(雲岩山 605m)인 듯해서 당겨 보았다.
주능선(서봉)에 올라 점심 보따리를 풀었다.
우선 이 시원한 목넘김-그건 누가 뭐래도 생탁이다-을 어디에다 비할꼬? 가히 신선놀음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이 코팅지의 낯선 이름. 호렙 또는 호랩산은 기도원의 이름이다. 이 봉우리는 서봉이라 불러야 한다.
진행방향으로 큰 바위를 만나지만 우회한 뒤...
진행방향의 좌측 북쪽으로 도드라진 암봉들이 시선을 끈다. 바위 봉우리인 천등산과 좌측 가까이 화암사의 뒷산인 불명산.
당겨보면 하늘에 불을 밝힌다는 천등산과 그 뒤로 살짝 고개를 내미는 대둔산 .
우측 가까이 불명산 뒤로 시루봉은 모습을 살짝 감추었고, 화암사 또한 불명산(佛明山)의 품에 깊숙히 안겼다.
이 칼날같은 써레봉 암릉은 사통팔달로 뚫린 곳.
아까부터 보아온 풍광으로 완주와 진안의 노령산맥과 그 일대의 어지간한 산들은 다 고개를 내밀었다.
당겨본 봉수대산과 뒤로 운암산.
암봉에서 뒤돌아보는 서봉.
써레의 날카로운 날처럼 쪼삣쪼삣한 암릉에 올라...
지체되는 시간마저 의식하지 못하고...
주위 풍광을 즐긴다. 바위 틈새에 용케 뿌리를 내린 소나무.
다시 바위턱을 오르려다 바위 틈새에서 꽃을 피운 야생화에 시선을 빼앗긴다.
밧줄은 낡아 바닥에 떨어져 있으며 우측 아래는 수십 길 낭떠러지.
다시 천등산과 대둔산을...
당겨 보았다.
써레날등은 한동안 계속되고...
우리는 그 잔등에 올라 산행희열을 느낀다.
온 세상이 내 발아래에 있고...
내 눈앞에 펼쳐져. 가까이 깊숙한 골짜기가 절골(불당골)이고, 그 앞 나즈막한 능선이 우리가 타고 내려갈 능선길.
가까이 골짜기는 B팀들이 내려갈 절골, 건너 작은 능선은 우리가 내려갈 능선.
솟아 있는 봉우리가 써레봉.
둥글레 맞제?
그렇게 노닥거리다 아무렇게나 돌무더기가 쌓여진 써레봉에 올랐다.
4년 전 불명산~화암사로 갔을 때에 단 시그널이 보인다.
써레봉에서 하산하는 길은 밧줄구간.
진행 방향으로 선녀남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밧줄구간은 제법 길게 떨어져.
아까부터 보아온 하얀색 꽃은 조팝나무(?)
선녀남봉이 이제 지척.
677.2봉에 닿았다.
표지판에다 매직으로 (선녀남봉)이라 적으면서 혹시 정성을 드린 표지판을 훼손하는 건 아닐까하여 잠시 망설였다.
에구~ 이럴줄 알았으면 좀더 정성을 들여 잘 쓸 걸.
선녀남봉은 우리들의 터닝포인터. 좋은 길을 따라 곧장 가는 길은 정맥길로 용계재로 내려섰다 불명산으로 가는 길. 우측으로 꺾어야 한다.
절골 갈림길에서 김서표 대장이 표식지를 깐다. 절골로 내려가는 길은 난이도에서 결코 B코스가 될 수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직진 표식지.
우측 사면으로 비스듬히 절골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이따금 만나는 전망처에선 아까 우리가 올라온 써레능선이 조망되어...
당겨도 보고, 살펴도 본다.
그러다가 다시 만나는 금강정맥 갈림길에서 다시 표식지를 깐다.
도드라진 전망바위에서 좌측 암릉도 바라보고...
우측 쓰레 암릉도 올려다 본다.
당겨본 써레봉 암릉.
환종주이다보니 열린 곳에서는 내내 눈이 가는 올라온 암릉.
공터가 나오더니...
좌측 아래로 신흥계곡.
신흥마을을 살짝 당겨 보았다.
마지막 봉우리를 살짝 치고 올랐더니 221.8m 봉우리. 처음으로 노란 비닐 시그널에 매직으로 높이를 적은 뒤 '福'자를 썼다.
오른쪽 절골 건너에 좌측으로 솟은 봉우리는 아까부터 보아 온 우리 일행들이 올라간 지계곡 좌측 능선의 암봉이고, 우측 뽕긋한 봉우리가 서봉.
좌측 능선은 길이 없을 뿐더러 암봉마저 우회하기 때문에 메리트가 없는 것. 우측 작은 지계곡 건너 직등하는 능선이 내가 올라간 길로 서봉에 바로 붙는다.
무덤자리인 듯한 석축을 지나...
조릿대 구간을 지나면...
도로가 보이는 지점으로...
과수원인 듯한 곳을 빠져나오게 된다.
다시 한번 돌아보니 우리가 내려온 222봉의 나즈막한 산세가 보인다.
이렇게 짧은 환종주가 끝이나고...
다리 밑으로 내려가 맑은 계곡수에 올해 처음으로 입수를 한다.
마른 속에 허겁지겁 생명수를 곁들인 뒤 화장을 하고...
바삐 차에 오른다.
- 산에 오르면 -
산에 오르면
하늘을 향해 웃고선 소나무가 되면 어떨까?
크지도 않은 아담한 모습으로
솔방울 만들어서 조롱조롱 여기저기 달고
갸웃거리고 있는 청솔모에게도 하나 건네고
살금 지나가려는 골바람에게도 흔들어 보이고
그리고 바쁜척하는 하얀 구름에게도 던져보며
욕심을 모르는 소나무는 어떨까?
움켜쥐고 싶어 안달이 난 나그네들이
정신을 갈기 갈기 찢고
주머니 탈탈 털고
살던 곳 탈탈 털고
그리고 혼마저 탈탈 털고는
그래도 깨닫지 못하고 꼭 쥔 줄 알고 있다가
손 펼칠 땐 늦은 후회되어 쓰러져 있는 이곳은
몇 안 되는 멀쩡한 사람도 숨이 막힌다
산에 오르면, 남은 숨 몰고 산에 오르면
산은 돌아앉아 뒤태만 보이고
앞으로 당기고 돌려놓으려 해도
가을부채 같은 이녁의 숨소리까지 싫은지
멀어지고 높아만 가는데
이참에 신발에 묻은 흙 알뜰히 모아서
이 자리에 그냥 그냥 뿌리를 내리고
나 혼자라도 두 손 펼치고 사는 작은 소나무가 될까?
<오 광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