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 11일 시행된 장애인차별금지법(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 차별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고, 장애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찾는 데 많은 일조를 해왔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수의 장애인들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일상적인 차별을 겪고 있다. 장애인들이 겪는 인권 침해를 인권상담 사례 결과를 중심으로 살펴봤다.
여전히 반복되는 인권침해
장애인 대부분은 신체자유, 교육, 노동, 소비자 권리, 정보접근권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영역에서 인권침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지난 1월 27일 ‘2010년 장애인 인권상담 사례분석 보고회’를 통해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에 장애인 인권침해로 접수된 사례 1137건을 분석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장애유형 중 인권침해 상담현황은 지적장애가 29.35%(209건)로 가장 많았고, 지체장애가 23.88%(170건), 뇌병변·시각·청각장애가 각각 9.69%(69건), 정신장애가 8.43%(60건) 순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분포는 전남이 18.82%(214건)로 가장 높았으며, 광주광역시 13.1%(149건), 서울시 7.12(81건), 경기 5.89%(67건), 대전광역시 1.5%(17건)가 뒤를 이었다.
성별 인권침해 상담 현황은 남성의 상담비율이 61.21%(696건)로, 여성 21.81%(248건)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인권침해 상담을 의뢰한 사람은 본인인 경우가 61.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가족의 비율이 20.41%(232건), 기관종사자 10.47%(119건)로 집계됐다.
노동환경 차별
#1 지적장애인 A 씨는 섬에서 11년간 노예생활을 했다. 임금 대신 1년에 2번 정도 뭍으로 나가 목욕과 술을 제공 받았다. 현재 시설에 입소했다.
#2 6급 공무원 B 씨는 소아마비장애인으로 오른쪽 다리를 약간 절고, 긴장 시 약간 말을 더듬었다. B 씨 보다 늦게 들게 들어온 직원 30여명은 승진했으나 그는 19년 동안 승진하지 못했다. 이후 대응과정에서 정년퇴직 당했다.
#3 지체장애 4급 장애인 C 씨는 청소용역업체 소장이 바뀌면서 나이가 많고 다리를 저니 일시키기 어렵다고 해고 통보를 받았다. 대응과정에서 소장은 “보기에 안 좋다. 다리를 심하게 절어 다칠까봐 일을 못 시키겠다”고 진술했다. 국가인권위 진정에 대해 안내하자 국가인권위원회의 역할을 알지 못했다.
#4 D 씨는 ○○공사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탈락했다. 신장장애2급인 그는 1차 필기시험, 2차 면접시험에 통과한 상태였다. 의료원에서 신장장애가 있지만 일상 업무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소견을 받았으나 ○○공사는 만성신부전은 철도안전법에 의해 불합격사유라고 밝혔다. 또한 비장애인과 동일한 신체검사규정을 적용했다.
연구소 조사결과 노동기회차별 상담보다는 노동환경차별과 관련한 인권침해 상담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금 체불은 5.36%(62건)였으며 적절한 직무환경 및 업무배치 차별은 1.47%(17건)으로 조사됐다. 또 전체 상담 중 0.95%(11건)는 장애를 이유로 퇴직을 강요받았다.
교육기회 차별
#1 지적장애1급 A 학생이 학교에서 반항하고, 오줌 싸고, 자해하자 특수학급 선생님은 일주일 동안 학교에 나오지 말라고 말했다. 부모가 학교에 보내면 집으로 다시 돌려보냈다. 선생님이 동영상을 찍어 올린다고 협박해 A 학생은 현재 심리치료 중이다.
#2 중학교 1학년 청각장애 B 학생은 학업성취도 평가 및 전국연합학력 평가 시험 시 듣기 문제 지문이 제공되지 않았다. 연구소에서는 시험 주최 측에 강한 의견을 제시하기로 했다. 고등학교 수능모의고사, 대입수능시험은 질문지를 따로 받을 수 있다.
#3 지체1급 고등학생 C는 특수교육보조원이 배치되지 않아 엄마가 활동보조를 하고 있다. 수학여행을 갈 때도 엄마가 자비를 내고 따라간다. 현재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연구원 조사결과 교육권은 교육기회 차별과 관련한 인권침해 상담이 총 19건이었으며 교육환경차별에 해당하는 상담 건수는 총 9건으로 나타났다. 교육기회차별의 경우는 모집요강제한이 12건으로 전체 상담 중 1.04%, 교육환경차별의 경우는 편의시설미비, 특수교육보조원인력 필요가 각각 3건으로 전체 상담 중 0.26%의 비중을 차지했다.
소비자권리
#1 A 씨는 대형 결혼정보업체 ○○에 가입하려고 했으나, 군입대 미필사유가 경증소아마비라는 이유로 가입을 거부당했다.
#2 장애인수영반을 운영하고 있는 ○○구립수영장에서 B 씨는 발달장애학생은 비장애인 수영반에 들어올 수 없다며 등록을 거부당했다. 연구소는 구청과 시설관리공단에 문제를 제기했다.
#3 지체장애인 C 씨가 동네 형과 호프집에 들어가려 하자 주인은 “오늘 장사가 끝났다. 손님 안 받는다”라고 말했다. 그가 먼저 들어가 앉은 형을 가리키며 “동네 형님이다, 얘기하러 왔다”고 하니 들여보냈다.
#4 D 씨가 휠체어를 타고 식당에 들어가려고 하자 종업원은 “주인 없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밥 먹으러 왔다고 하고 음식을 시켰다. 집에 가서 생각해 보니 기분이 나빠 며칠 뒤 다시 가서 밥을 먹고 주인에게 항의했다. 주인은 알았다고만 하고 사과는 하지 않았다.
#5 시각장애인 E 씨는 은행에서 대출할 때 법정대리인을 데려오라는 말을 듣고 작년에 인권위에 진정했다. 은행 측에서 진정을 취소하라고 해서 취소했으나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6 F 씨는 ○○생명 운전자 보험에 가입하려고 했으나 장애인은 가입할 수 없다는 약관에 의해 가입을 거부당했다. 연구소 측은 생명보험협회에 장애인 보험 거절 시 보험을 가입할 수 있는 절차를 안내했다.
#7 보험설계사가 가입자 몰래 장애가 없다고 기입한 채 보험에 가입했다. 36개월간 보험료를 납부해왔는데, 보험사가 심신상실이라 무효라고 통보했다.
#8 안면장애인으로 항공지상직, 병원코디 등을 가르치는 사설학원에 수강하려고 했으나 “얼굴이 이러니까 손님이 도망간다. 취업이 안 될 것 같다”고 수강 신청을 거부했다.
소비자권리는 보험금융사용권 차별과 관련한 인권침해 상담이 구매권차별, 행정접근권차별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가입제한은 1.56%(18건)로 가장 높았다. 음식점등 서비스기관 출입제한은 0.61%(7건)로 집계됐다.
장애등록과 관련된 정보제공
#1 장애연금제도가 장애수당의 이름만 바뀐 것인지, 정확한 금액은 얼마인지, 장애연금법으로 전환하면 노후 보장이 되는지 문의.
#2 장애등록 절차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리고 재판정을 받아 등급이 낮아지기도 한다는데 대안은 없는지 문의.
#3 정신장애인 아들이 가족을 폭행해 어머니가 골절로 입원했다. 친척들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자 정신보건센터와 함께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고 권고했다.
정보제공은 30.93%(358건)로 전체 상담 중 가장 비중이 높았다. 장애등록과 관련한 정보제공 상담은 52건으로 전체 상담의 4.49%를 차지했다. 경제영역과 관련한 정보제공 상담은 2.68%(31건)였으며 노동, 교육, 의료, 자동차, 복지시설 등 다양한 정보제공 상담은 고른 분포를 나타냈다.
신체자유권리
#1 지적장애 A 학생은 학교에서 집단 따돌림과 폭력을 당했다. “쓰레기 같은 놈아 교실에서 나가”라고 말해 밖을 배회하기도 했다. 씹던 껌을 입 속에 넣거나 화장실로 데려가 성기를 쥐고 흔드는 등 성추행도 당했다. 교육청에 민원과 인권위 진정을 제기했다.
#2 B 학생은 언어장애와 정서장애로 학교에서 지속적으로 놀림을 당했다. 가해학생들에게 휴지 줍기 등 체벌을 시켰으나 정작 피해자에게는 전학을 권유했다.
#3 자폐성 장애학생이 통학 버스에서 문제 행동을 일으키자, 특수학교 통합버스 운전기사가 장애학생 얼굴을 가격했다. 광대뼈가 부서지고 눈 안에 피가 고였다. 학교에서는 책임을 회피하고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고 운전기사를 고소했다.
#4 C 씨는 국민은행 거여동지점에 10년 이상 소액 입금을 했다. 그는 평소와 다름없이 은행에 갔다가 청원경찰에게 은행에 오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밖으로 끌려가 폭행을 당했다. 이 하나가 빠지고 다른 이가 부러져 4주 진단을 받았다. 은행의 부지점장과 청원경찰이 함께 피해자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게 했다. 합의금으로 20만원을 줘서 경찰을 고소했다.
#5 지적장애인 모녀는 시동생(삼촌)에게 지속적으로 성폭행, 협박, 구타를 당했다. 시동생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피해자는 현재 가해자로부터 분리조치가 이뤄졌다.
#6 D 씨는 위탁 부모의 방임으로 영양관리, 병원진료, 위생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침대에는 곰팡이가 피어 있고 입안으로 파리가 왔다갔다 했다. 엉덩이에 욕창이 생겨 위탁계약을 해지하고 새로운 위탁가정을 연계했다.
#7 지적장애 3급인 여성으로 오빠의 가족과 거주하나 여성은 옥탑방에서 지냈다. 오빠가 밖에서 문을 잠궈 옥탑방 안에는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찼다. 화장실도 없어 오빠를 설득, 임대주택을 계약해 주거환경을 개선했다.
#8 비장애인 남편이 지적장애(50대) 부인을 산에 데려다 놓고 산나물을 캐게 했다. 남편은 시내에 살고 부인은 산 밑에서 혼자 생활했다. 산나물을 판매 대금과 기초생활수급비는 남편이 다 사용했다.
연구원 조사 결과 신체자유권리와 관련한 인권침해 상담은 총 213건으로 전체 상담 중 18.19%를 차지했다. 심리 및 언어폭력은 125건으로 전체 상담 중 10.8%였다. 폭력은 4.93%(57건), 방임 1.04%(12건), 성폭력 0.86%(10건), 비인간적 생활환경은 0.78%(9건)으로 드러났다.
정서적 차별
정서적 지지는 총 144건으로 전체 상담의 12.45%로 조사됐다.
#1 중증장애인은 장애인복지관의 모든 프로그램에서 제외하고 대기자로만 받았다. 경도장애인에게는 미리 연락해서 우선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2 인터넷 아프리카 방송에서 지적장애인 흉내를 내고 욕을 했다.
#3 의사가 “정신나간 사람 아니냐”고 무시했다. A 씨는 자신이 장애인인 것을 알아보고 무시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감정을 호소했다.
수사과정에서의 권리침해
#1 지적장애인 A 씨는 강도상해 피의자로 자백을 강요받았다. 그는 가방 절취 사건의 피의자로 기소 됐다. 현장주변에서 발견된 자전거가 “내 것이 아냐, 내 것은 집에 있어” 라고 진술했음에도 무시당했다. 가족들이 집에 함께 있었다고 진술했으나 가족에 의한 알리바이라고 무시당했다. 자잘한 사건만 터지면 범인으로 지목돼 부모가 합의를 했다.
#2 B 씨는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운영하는 그룹홈에 거주하는 지적장애인으로 보호작업장 부근에서 발생한 여학생 성추행 및 절도범으로 주목돼 보호자가 없는 상황에서 유도신문을 당했다. 형사가 사인을 하라고 해서 사인을 했으나 결국 무혐의처분을 받았다.
#3 C 씨는 수화로 ○○를 명예훼손했다는 내용으로 100만원 벌금처분을 받았다. 그는 수화를 하지 못하며 필담만 사용한다고 주장했다. 수화통역사가 피의자는 수화를 못한다고 진술했으나 수화를 못한다는 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구소 조사 결과 형사상권리는 수사과정에서의 권리침해 상담이 법절차위반 상담 보다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소통제한으로 수사상 불이익과 관련한 상담은 27건으로 2.33%를 차지했다. 불법체포가 10건으로 전체 상담 중 0.86%로 집계됐다.
명의도용으로 인한 갈취
재산권과 관련해서는 사기가 4.24%(49건)로 가장 많았고 절취 및 갈취가 2.68%(31건)로 조사됐다.
#1 지적장애인 형제의 수급비, 장애인체육 대회 포상금을 작은 아버지가 갈취하고 기본적인 의식주, 병원치료 등도 방관했다.
#2 휴대폰대리점 사장이 지적장애인의 명의를 도용해 두 차례에 걸쳐 500만원을 대출 받았다. 지적장애인이 다른 사람의 꾐에 넘어가 휴대폰 3개를 개통했다. 대리점에서는 인감증명서, 사진까지 찍어 뒀다. 요금 250여 만원이 연체 됐으나 대리점과 통신사에서는 서류가 완벽하기 때문에 책임을 못 진다고 했다. 제3자에게 명의를 빌려줘서 제3자가 휴대폰을 개통해 100만원이 넘는 휴대폰 요금 독촉장이 날아왔다.
#3 A 씨는 삼촌이 장애인이면 차를 싸게 살 수 있으니 신분증 등 서류를 달라고 해서 서류를 내줬다. 차뿐만 아니라 사채를 끌어다 써서 집에 압류가 들어왔다.
#4 30대 지적장애2급 B 씨는 20평 정도 되는 빌라에 가족 없이 살고 있다. 옷 만드는 공장에 나가 일을 하며 4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B 씨의 고모는 빌라를 자신의 이름으로 하자고 제안했고 그녀가 본인 이름으로 두고 싶다고 하자 한정치산판정을 받게 하기 위해 법원에 신청했다.
#5 지적장애 3급 김민수 (가명) 씨는 경기도 ○○시 소재 농장에서 사슴, 개를 키우며 약 15년 간 임금을 받지 못하고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농장 주인이 기초생활수급권자로 등록하도록 한 뒤 수급비를 지속적으로 갈취해 약 95% 가량의 수급비를 가져갔다. 농장주인 가족이 명의를 도용해 핸드폰을 개설하고 요금을 연체해 신용에도 영향을 미쳤다. 또 교통사고로 병원비가 필요하다며 170만원을 빌린 뒤 갚지 않았다. 김 씨는 면사무소 직원의 구출로 시설에 입소해 지역사회 내 지적장애인 보호작업장에 취업했다. 현재 농장주인에 대한 법적 고발조치 중이다.
사회지원 시스템 확충해야
인권침해 상담 결과 신체자유권리와 관련한 인권침해 상담이 총 213건으로 전체상담 중 18.19%를 차지했다. 노동권과 관련한 인권침해 사례 중 강제 노동 및 임금 체불도 상당한 비중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장애인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학대 현장으로부터 분리조치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한 문제 해결에는 상당한 시일이 요구되며, 민간단체에는 조사권이나 제소권이 없기 때문에 당장 필요한 분리 조치마저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랫동안 학대를 받은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위축돼 학대 현장으로부터 벗어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또한 학대 현장을 벗어나면 당장 갈 곳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므로 어쩔 수 없이 학대를 참으면서 살거나 다시 학대 현장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2008년 7월 23일 국가인권위원회는 행정서비스, 버스의 전자문자안내판, ATM 사용, 입학, 참정권 등 다양한 분야에 대해 시정권고를 했다. 하지만 보험사의 장애인 가입 거부나, ATM 접근권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보험 회사와 같이 상습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 하는 경우, 그 책임에 대한 소재를 분명하게 묻기 위해서 징벌적 손해배상과 같은 제도의 도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반하는 관련 법령들에 대한 개정도 필요하다. 현재 장애인권침해예방센터에서는 공익소송으로 상법 732조를 개정하자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같은 공익소송을 더욱 확대해나기 위해서는 집단소송제도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곽정란 대구대학교 특수교육과 강사는 “인권침해가 사라지기 위해서는 지원서비스를 확충하고 장애인 특성을 고려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장애인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