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다양하다.
같은 영화라도 관객에 따라 극장을 찾는 이유도 천차만별이다.
아무 생각없이 시간을 때우려고 가는 사람도 있고, 영화내용이나 완성도 등을 살피면서 진지하게 선택하는 학구파도 있다.
데이트 코스에 영화관람이 기본 매뉴얼로 깔려 있는 사람도 있고, 극장 앞을 지나가다 충동적으로 들르는 사람도 있다. 이러한 관객의 성향에 대해, 여성영화인모임이 주최했던 특강 중 서강대 경영학과 정재학 교수의 인상 깊었던 강의 내용을 몇자 적어본다.
정재학 교수가 나름대로 관객의 영화관람 성향을 구분한 것인데, 재미도 있지만 꽤나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분석이다. 정 교수에 따르면 영화를 보는 주관객층은 다음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첫 번째가 외로운 멧돼지형이다. “영화는 무조건 봐준다”는 표현처럼 잡식성 영화광으로 대부분이 20대 미혼여성이라고 한다.
그리고 두 번째가 슬픈 가시나무새형. “사랑은 깨져야 아름다운 것.” 슬픈 사랑영화를 선호하고 주로 강남에 거주하는 젊은 여성으로 소문에 민감하다고 한다.
세 번째는 화려한 숭어형으로 “찌가 화려하지 않으면 물지 않는다”. 화려한 화면과 스타를 선호하는 형으로 판타지나 특이한 영화를 좋아하고 멀티플렉스 극장을 선호한다고 한다.
네 번째는 평범한 오리형. “남들 보는 만큼만 적당히.” 가장 일반적인 관객층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집단 역시 소문에 민감하지만 블록버스터 외에는 서둘러 보지 않고 동성친구와 영화관람을 즐긴다고 한다.
마지막이 눈치보는 거북이형이다. “먹고살기도 바쁜데 영화는 무슨∼.” 주로 생활이나 학업에 쫓기는 30, 40대와 10대로 영화관람 빈도가 가장 낮고 가족이나 부부관람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반응이 가장 느리고 남들이 많이 보면 따라보는 관객층이다. 이들은 지역별로도 분포가 달라 종로는 멧돼지형, 강남은 젊은 숭어, 오리형 관객층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또 제발로 찾아오는 관객이 50%, 얼떨결에 따라 들어오는 관객이 30%, 뜨내기 관객이 20%라고 한다.
이처럼 영화관객의 심리는 어떤 고객보다 까다롭고 다양하다. 취향도 자주 바뀌고 영화 자체에 만족하기보다 어떤 스타일이나 이미지에 만족할 때도 많다. 분위기나 소문에 민감하고, 아주 적극적이면서 또 아주 소극적인 양면을 지니고 있다.
관객은 좋은 영화와 재미있는 영화를 확실하게 구분한다. 영화가 재밌다고 하면 관람이라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지만 좋은 영화라고 하면 좋다는 생각 이상의 행동은 여간해서 기대하기 힘들다. 이런 관객을 상대로 매력적인 마케팅을 하자면 어지간한 준비 없이는 곤란하다. 관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하려면 대중심리를 잘 알아야 하고, 대중심리에 가장 가깝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관객층에 따라 광고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관점도 다르기 때문에 기준을 맞추기도 무척 어렵다. 포스터 디자인이나 카피는 물론이고, 줄거리 설명에 필요한 단어 선택 하나에도 망설일 때가 많다. 영화처럼 다면전략이 필요한 상품도 흔치 않다. 가능하다면 계층과 집단에 따라 서로 차별적인 마케팅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아무리 분석을 하고, 연구를 거듭해도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것이 역시 관객이다.
이른바 ‘대박’이 날 것 같은 영화에 의외로 그저 그런 반응을 보이는가 하면,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영화에 열성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러기에 ‘영화는 개봉하기 전까지 아무도 모른다’는 미신 같은 말을 충무로 사람들은 금언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채윤희/ 올 댓 시네마 대표
[펌]시네21 [2003-10-16]
특별히 영화를 공부하지 않더라도 영화를 가끔이라도 보는 사람은 섹스가 영화에 있어 대단히 중요한 요소라는 데 공감할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의 과도한 섹스 묘사가 "순진한" 영화관객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하여 할리우드 영화를 검열하려는...
<달콤한 인생>은 냉철하고 명민한 보스의 오른팔이 한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조직 전체와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치루게 된다는 이야기로 한 남자의 고독한 운명과 파멸을 그린 전형적인 누아르 영화다. 보스의 오른팔 선우 역에 이병헌, 보스 역에 김영철, 보스의 젊은 애인 역에 신민아가 출연하고 있다. <아라한 장풍대작전> 이후 1년 만에 돌아온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 역시 기대할 만한 영화. 길거리 복서와 소년원 출신 복서가 신인왕 타이틀을 놓고 숙명적인 대결을 펼치는 영화로 최민식과 류승범이 공연한다.
약 110억원 가량의 대규모 예산이 투여된 <역도산>이 뜻밖의 부진을 보이며 출발한 2005년 한국영화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작년 12월 한국영화시장 점유율은 2000년 6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으며 엄청난 기세로 치솟고 있는 제작비와 마케팅비의 상승은 영화투자의 리스크 요인을 한층 가속화시키고 있다. 비디오 시장의 몰락, 해외 시장 개척의 초기 단계에서 수익의 거의 전부를 극장관객수로 회수해야만 하는 난점이 이러한 어두운 전망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수년 간 지속되고 있는 스크린쿼터의 존폐 문제 역시 2005년의 핵심적인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의 장르적 경향은 따로 언급할 필요 없이 다변화되고 있지만, 작년 여름 공포영화의 부진 탓인지 여름시장을 겨냥한 한국 공포영화는 <여고괴담 4: 목소리> 외에는 아직 이렇다 할 작품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 않으며, 적은 규모의 영화들에서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와 가족 휴먼 드라마가 강세를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80억 이상의 블록버스터가 다섯 편 이상 진행되고 있는 2005년 한국영화는 위험한 시장 요소를 모두 껴안은 채, 거대한 한 판 도박을 준비하고 있다.
작년 초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가 1천만 관객을 동원한 이후 이렇다 할 블록버스터급 영화가 없었던 가운데, 지난 연말 개봉한 <역도산>이 예상외의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나 올 한해에는 다시 한 번 큰 영화의 영광을 꿈꾸며 진행되고 있는 영화가 다수를 차지, 그 어느 해보다 흥미진진한 대결 양상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우선, 5월에는 남극 도달 불능점을 정복하기 위해 목숨을 건 탐험 여정에 나선 대한민국 탐험대의 무보급 횡단 도전기 <남극일기>가 기다리고 있다. 순제작비 60억 이상이 투여된 영화로 송강호가 불굴의 의지를 갖춘, 그러나 정복에 대한 야망으로 끝내는 광인이 되는 탐험대장 최도형을 연기하며, 유지태가 팀의 막내이자 영화의 화자인 탐험대원 민재 역을 맡고 있다. 같은 달, 개봉예정인 <웰컴 투 동막골>은 <태극기 휘날리며> 이후 다시 한 번 한국전쟁을 정면에서 다룬 본격 전쟁 드라마다. 순박한 시골 마을 동막골을 배경으로 우연히 이 마을에 흘러들어온 국군, 인민군, 연합군 병사가 의기투합, 마을을 위협하는 공동의 적에 맞서 연합작전을 펼친다. 장진 감독의 동명 연극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장진 사단’의 옴니버스 영화 <묻지마 패밀리>의 ‘내 나이키’ 편을 연출했던 박광현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총제작비 80억 원이 투여되었다.
여름 시즌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들과 맞붙을 두 편의 한국 블록버스터가 대기하고 있다. 두 편 모두 사극이라 눈길을 끈다. 민족의 영웅 이순신을 내세운 가상 역사극 <천군>은 2005년 현재 핵무기 개발에 성공한 남북연합군이 혜성의 영향으로 1572년 허랑방탕한 세월을 보내고 있던 이순신 앞에 도착, 국경 지대의 여진족과 맞서 싸운다는 황당하면서도 기발한 소재의 코믹 액션 사극이다. 신예 민준기 감독의 데뷔작으로 마케팅비 포함 80억의 대작. 또 한 편의 영화는 방학기의 만화 [조선 여형사 다모]에 토대를 두고 있는 이명세 감독의 <형사Duelist>. 이미 TV 드라마 [다모]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려 대중들에게 깊이 각인되어 있지만 정작, 감독은 드라마 [다모]와는 전혀 다른 영화가 될 것이라 말한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이후 6년 만에 돌아온 이명세 감독의 <형사 Duelist>에는 하지원, 강동원, 안성기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고 있다. 순제작비는 70억 원 수준.
하반기에 가장 주목할 만한 블록버스터로는 <청연>과 <태풍>이 있다. 추석 시즌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는 <청연>은 한국 최초의 여성비행사 박경원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로 <소름>에 이어 윤종찬 감독과 장진영이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다. 미국, 일본, 중국을 오가며 촬영, 3D 콘티를 활용한 비행 장면이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스펙터클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곽경택 감독, 장동건, 이정재, 이미연이 출연하는 <태풍>은 테러를 감행하려는 해적과 이를 저지하는 해군 특수전장교의 숨막히는 접전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 한국영화사상 최대 규모인 순제작비 130억 원이 투입된 대작으로 12월 개봉을 목표로 태국, 러시아를 오가며 촬영중이다. 이 밖에도 4월 말 개봉예정인 미스터리 사극 <혈의 누>(제작비 50억 원), 올 겨울 개봉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는 무협 대작 <무영검>(제작비 60억 원) 등이 있다.
올해에는 또한 ‘실력파’ 중견감독들의 신작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우선, 작년 깐느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과 각종 국내 영화상 감독상을 휩쓸다시피 했던 박찬욱 감독이 <복수는 나의 것>, <올드보이>에서 이어지는, 이른바 ‘복수 3부작’의 완결편 <친절한 금자씨>를 준비하고 있다. 유아, 유괴 살인사건 용의자로 체포된 이후 13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금자가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백선생에게 처절한 복수를 감행한다는 복수극으로 금자 역에 이영애, 백선생 역에 최민식이 각각 <공동경비구역 JSA>와 <올드보이> 이후 다시 한 번 박찬욱 감독과 만나 한 호흡을 맞춘다(6월 개봉 예정). 홍상수 감독 역시 <극장전>이라는 신작을 촬영중이다. 어느 겨울날, 10년째 감독 데뷔를 준비 중인 30대 남자가 선배 감독의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에 영화 속 여주인공을 우연히 만나면서 벌어지는 하루 동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종로 근처 극장가와 인사동 일대에서 촬영 중인 이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에서 주인공 경수 역을 맡았던 김상경이 30대의 감독 지망생 동수를 연기하고 있으며 이기우와 엄지원이 공연하고 있다(5월 개봉 예정). 작년 베를린과 베니스에서 연거푸 감독상을 거머쥔 김기덕 감독 역시 새 영화 <활>의 촬영에 들어갔다. <활>은 외딴섬에 살고 있는 노인과 소녀의 기이한 사랑을 다룬 영화. 김기덕 감독은 제작에 관한 일체를 비밀에 부치고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위에서 언급한 <형사 Duelist>의 이명세 감독이 6년 만에 복귀했다면, 허진호 감독은 2001년 <봄날은 간다> 이후 4년 만의 외출을 시도하고 있다. 제목 역시 <외출>로 배우자의 배신이라는 참담한 현실에 직면한 두 남녀가 점차 매혹적이고 위험한 사랑에 빠져든다는 내용의 멜로드라마다. 위험한 사랑을 감행하는 두 남녀 역에는 각각 일본열도를 뒤흔들고 있는 한류열풍의 주인공 배용준과 순정 멜로의 단골 헤로인 손예진이 캐스팅되었다.(9월 개봉 예정).
임상수 감독과 김지운 감독 역시 2년 만에 신작을 내놓는다. 임상수 감독은 1979년 10.26. 사태를 소재로 한 영화 <그때 그사람들>을, 김지운 감독은 본격 액션 누아르 <달콤한 인생>을 차기작으로 택했다. <그때 그사람들>은 10.26.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사건의 그늘 속에 가려진 이름 없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는 영화로 한석규, 백윤식, 김윤아(자우림), 조은지 등이 출연하고 있다. 정치적 해석상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된 제작과정이 최근에 공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미 촬영을 마친 <그때 그사람들>은 2월 개봉한다는 계획이다. <달콤한 인생>은 냉철하고 명민한 보스의 오른팔이 한 순간의 선택으로 인해 조직 전체와 피할 수 없는 전쟁을 치루게 된다는 이야기로 한 남자의 고독한 운명과 파멸을 그린 전형적인 누아르 영화다. 보스의 오른팔 선우 역에 이병헌, 보스 역에 김영철, 보스의 젊은 애인 역에 신민아가 출연하고 있다. <아라한 장풍대작전> 이후 1년 만에 돌아온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 역시 기대할 만한 영화. 길거리 복서와 소년원 출신 복서가 신인왕 타이틀을 놓고 숙명적인 대결을 펼치는 영화로 최민식과 류승범이 공연한다.
약 110억원 가량의 대규모 예산이 투여된 <역도산>이 뜻밖의 부진을 보이며 출발한 2005년 한국영화의 전망이 밝은 것만은 아니다. 작년 12월 한국영화시장 점유율은 2000년 6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으며 엄청난 기세로 치솟고 있는 제작비와 마케팅비의 상승은 영화투자의 리스크 요인을 한층 가속화시키고 있다. 비디오 시장의 몰락, 해외 시장 개척의 초기 단계에서 수익의 거의 전부를 극장관객수로 회수해야만 하는 난점이 이러한 어두운 전망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수년 간 지속되고 있는 스크린쿼터의 존폐 문제 역시 2005년의 핵심적인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의 장르적 경향은 따로 언급할 필요 없이 다변화되고 있지만, 작년 여름 공포영화의 부진 탓인지 여름시장을 겨냥한 한국 공포영화는 <여고괴담 4: 목소리> 외에는 아직 이렇다 할 작품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 않으며, 적은 규모의 영화들에서는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와 가족 휴먼 드라마가 강세를 이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80억 이상의 블록버스터가 다섯 편 이상 진행되고 있는 2005년 한국영화는 위험한 시장 요소를 모두 껴안은 채, 거대한 한 판 도박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