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된장에 시큰둥한 신세대 요즘 상당수 주부들은 재래식 된장은 무조건 좋고, 공장에서 대량생산 되는 개량된장은 무조건 나쁘다는 편견도 갖고 있습니다. 갈수록 재래식 메주 띄우기가 환경오염 등으로 인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기 중에 나쁜 곰팡이 균이 무분별하게 메주에 달라붙기 때문에 이를 표준관리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재래식 된장업자들도 개량된장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콩과 쌀이 같이 섞인 일본 된장인 미소(味そ)는 국내 개량된장과 비슷할 뿐만 아니라 대다수 일식당 기본 육수로 제공되기 때문에 은연중에 감미롭고 담백한 맛에 길들여지는 사람이 많습니다.
# 재래식과 개량된장 차이 재래식 된장과 개량된장의 가장 큰 차이는 뭘까요. 재래식은 대기 중 각종 곰팡이가 메주에 자유롭게 입착됩니다. 하지만 개량식은 대기 오염 상태로선 좋은 곰팡이 균을 만들 수 없다고 판단, 황국균(아스퍼질러스오리제)만 특별하게 배양해 콩에 접종해 숙성시킨다는 게 재래식과 다른 점입니다. 괜찮은 개량된장은 국산 콩으로 만듭니다. 세척과 석발 직후 대형스테인리스 스틸 용기 안에서 쪄냅니다. 다음 황국균을 접종해 발효실에서 발효해 건조하는 등 10일쯤이면 개량 메주가 완성됩니다. 종류는 2종류로 재래식처럼 둥글게 뭉쳐진 것과 알갱이가 살아 있는 분리형이 있습니다. 주부들은 이 메주를 갖고 된장을 담그는데 봄철은 60~70일, 동절기엔 70~90일쯤 숙성하면 햇된장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대구와 개량된장 대구는 '된장 현대화의 메카'입니다. 1950년 6·25전쟁으로 인해 한국 산업기반이 어쩔 수 없이 대구로 집중될 때 전통 메주산업도 대구에서 꽃이 피죠. 대구에겐 절호의 찬스였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짚으로 묶어 이불 덥고 띄운 재래식 된장에 도전장을 낸 개량메주가 대구에서 연구개발됐다는 점입니다. 바로 61년 오픈한 문화메주 창업자이자 농촌계몽가 김환태 박사와 (주)일품청 창업자 박종태씨가 우리보다 앞선 일본 장류 연구를 토대로 국산 메주를 개량화합니다. 여기에 또 한명의 향토 장류 사업가가 있습니다. 53년 11월 대구 남산동에서 삼화유장사로 태어난 삼화간장 창업자 양병탁 회장입니다. 이 셋이 바로 대구 장류 산업의 개척자로 불립니다.
이밖에 후발주자로 가세한 수녀들이 만드는 백합 메주가 1960년대 후반에 생겨납니다. 물론 이것도 개량식입니다. 삼화는 일찌감치 대기업으로 뻗었지만 현재 간장 브랜드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일품청 된장--- <주>일품청은 1956년 현재 대백프라자 근처에서 대일식품(95년쯤 일품청으로 상호 변경)으로 태어났다. 대봉동 시절을 거쳐 상인동에서 24년 있다가 지난 4월 달성군 화원읍 구라리로 이전해 온 국내 장수 개량된장의 대표 주자다.
오는 9월초 목표로 이전 작업이 한창인 구라리 공장을 방문, 창업자 고 박종태씨의 부인 이경출씨(79)와 2대 사장 박명수씨를 만나 개량 된장의 현주소 등에 대해 알아봤다. 이 씨는 의외로 재래식 된장보다 일명 '알알이 된장'으로 불리는 개량된장 예찬자였다. "공장 굴뚝에서 온갖 유독 연기가 도심을 가득 채우는 순간 재래식 된장의 역사도 끝났다고 생각했어요. 물 좋고 공기 좋던 때는 몰라도…. 갈수록 제대로 된 재래식 된장이 나올 확률이 적습니다. 재래식 된장도 자꾸 개량화되고 있어요. 그런데 모두 재래식 된장이라고 하면 무조건 좋고 개량이란 말만 들어가면 별로라고 생각하는 게 안타까워요. 언론도 너무 재래식만 좋다고 보도하잖아요." 이 씨는 염도 18도의 비밀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개량된장에 소금물을 섞을 때 가장 알맞은 염도가 18도인데 그것보다 더 높으면 너무 쓰고 낮으면 콩이 썩기 쉽죠."
일품청은 다른 공장 된장에 비해 가격이 4~5배 비싸다. 박 사장은 "저희는 된장만 만들고 간장은 분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더 진합니다. 뭐랄까, 소고기국을 만들 때 물을 너무 많이 부으면 국 맛이 없듯 된장만 빼냈기 때문에 맛이 풍부하다"면서 비싼 이유를 설명한다.
창업자 박종태씨가 이틀만에 메주 발효하는 법을 알아냈을 때만해도 개량메주에 대한 인식이 아주 낮았다. 알알이 개량메주를 메주로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지금은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 이달 중순쯤 상인동 홈플러스 근처에 상인 전시장도 오픈한다. 또한 오동나무 상자에 든 6㎏ 9만원대 명품 된장 생산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음반 수집가이기도 한 박 사장은 '웰빙 메주' 생산을 위해 메주 숙성 때 비발디의 사계 등 음악을 들려줄 모양이다. 향후 화원 공장은 명품 된장, 성주군 선남면 성주 공장에선 일반 된장에 치중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