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값 급등 반년, '먹사니즘'은 어디로 갔나 ◈
설을 앞두고 쌀값이 너무 올랐어요
지난해보다 16% 정도 비싸져 20㎏들이가 평균 6만원이 넘지요
이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요
쌀값은 지난해 8월 이후 매달 두 자릿수 이상 상승해 왔어요
역대 최고 수준인 가격이 조만간 내려가길 기대하긴 어려워 보이지요
이듬해 쌀값을 결정하는 수확기 산지 가격이 지난해 가마(80㎏)당
평균 23만원을 넘어 역대 최고를 찍었기 때문이지요
지난해 한국은행의 생산자물가를 토대로
‘10월 쌀 도매가가 28% 급등했다’고 기사가 나왔지요
그러자 농림축산식품부는 다급해 졌지요
“일시적 문제이며 쌀 수확이 시작되면 곧 가격이 내려갈 전망”이란
요지를 발표했어요
그러나 결과는 그 반대였지요
쌀값이 비싸진 이유에 대한 정부의 설명은 간단하지요
공급이 예상보다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오랜 기간 쌀이 남아돈다고 걱정하다가 갑자기 쌀이 모자라다니
납득이 안 되지요
정부는 역시 허둥지둥하는 모습이지요
가격이 이미 오르던 지난해 10월 ‘사전 수요 예측’ 결과
곧 쌀값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며 쌀 10만t을 사서 시장으로부터
격리하겠다고 발표하더니, 3개월 만에 쌀값이 올라 문제라면서 이를 취소했어요
늦은 데다 꼬였지요
정부의 쌀 매입을 기대했다 무산된 농민들은 ‘취소를 취소하라’며
반발하고 있어요
밥상 물가 부담이 커진 소비자에게도 그다지 도움은 안 되지요
쌀을 추가로 푼다는 얘기가 아니라 격리하려던 쌀을
그냥 둔다는 소리이기 때문이지요
그럼 정부의 예측은 왜 틀렸을까요
작황이 예상보다 나빴고 묵은 쌀 재고가 평년보다 빨리 소진되어서라 했어요
그럼 재고는 왜 떨어졌을까요?
2024년에 정부가 너무 많은 물량을 사서 격리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그 이유는? 양곡관리법 개정을 두고 여야(지금과 반대다)가
대치하는 와중에 농민의 불만을 달래려 ‘일단 많이 사고 본’ 결과라고 하지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답답함만 늘어나지요
믿을 구석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지요
지난해 식량 안보를 위한 공공 비축미 매입량은 전년과 같은 45만t으로 정했어요
가격 지탱용과는 별도 물량이지요
농식품부 자료에 따르면 공공 비축미 매입량은 쌀 소비량과 재고를 감안해
결정한다고 되어 있어요
소비량은 주는데 비축미는 늘어나니 이상한 일이지요
‘집밥’ 소비가 증가했던 코로나 즈음에도 연간 비축미 매입 물량은
35만t 정도였어요
정부는 쌀값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보유한 쌀을 팔 계획이라 하고 있지요
하지만 전례를 보면 이 쌀을 싸게, 많이 내놓기는 쉽지 않아 보이지요
지난해 가을 재고가 바닥나 쌀값 급등이 본격화할 즈음
농식품부는 쌀을 찔끔찔끔 풀면서 정부미 ‘방출’이 아닌 ‘대여’라고 강조했어요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당시 유튜브에 나와
“농업인들이 정부 공급으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하신다”라고 했지요
쌀값이 급등해 우려가 현실이 되지 않아 안심했을까요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시장을 왜곡하는 농업 지원책의 작동 원리를
“집중된 이익, 분산된 비용”이라고 정리했어요
결속력이 강해 정치적 영향력이 큰 농업 집단을 만족시키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유혹을 느끼지만 대다수 국민에겐 해롭다는 의미이지요
그가 살아 있었다면 한국의 현실을 딱 맞는 사례로 활용했을 것이지요
이재명 대통령은 물가에 예민하게 반응해왔어요
설탕·밀가루·생리대 가격이 비싸다고 호되게 비난했지요
하지만 상식적으로, 쌀이 더 중요하지 않나요?
그토록 챙긴다는 자영업자에게도 지금의 쌀 가격은 큰 부담이지요
쌀값 급등이 반년 넘게 이어지는 와중에 이젠 지방선거까지 다가오고 있어요
정치인으로선 불특정 다수보다는 지역구 농민 표심을 더 챙기고픈 때이지요
이해못할 바는 아니지만
그러려면 ‘최대 목표는 먹사니즘’이란 구호는 하지말어야 하지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一松) *-
▲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최근 쌀이 진열돼 있어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쌀 20kg 평균 소매가격은 10일 약 6만3000원으로 지난해보다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지요.
쌀값은 지난해 8월 이후 반년째 전년 대비 두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