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교헌 교수님의 호기
호기를 짓게 된 연유:
금년 1월 중순에 선생님으로부터 수필집 두 권을 우편으로 받았다. 한 권은 ‘글 쓰기가 겁난다’이고, ‘한 권은 진리의 주체는 인간이다’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 소개란에는 사진 아래의 첫줄에 “호: 동촌”으로 쓰고 있어 이 호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 가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호는 이희승의 ‘국어대사전’(제3 개정판)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본명이나 자(字) 이외에 쓰는 , 특히 학자, 문인. 화가 등 명사들이 즐겨씀“이라고 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권24에서는 ‘호’에 대한 역사적, 문화사적 설명이 풍부하게 기술되어 있다( 고 최승범 교수 저술).
이름은 부모나 조부모가 태어나자 마자 지어준다. 양반의 경우 옛날에 13~4세에 관을 쓰는 성인이 되면 자를 짓게 된다. 자는 이름 자와 깊은 관련을 가진다. 이름 대신 자를 많이 사용했다.
호는 글을 쓰거나 자신의 성격, 지향하는 바를 뜻하는 이름으로 지어진다. 아랫사람이나 친구들, 또는 윗사람도 이름 대신 호를 불러주었다.
전통시대인 옛날에는 이름은 부모나 군주만이 부르고 직접 사용하기를 꺼렸다. 특히 군주의 이름 글자는 부르거나 글자를 쓸 수 없었다. 그래서 피휘(避諱)라는 관행이 당나라 이후 생겼다. 우리나라에서 피휘법이 제정된 것은 고려 4대 광종 대 이후이다. 그래서 2대 혜종의 이름인 ‘武’(무)자는 '虎’(호)자로 바꿔썼고, 3대 정종의 이름인 ‘堯’(요)자는 같은 의미의 ‘高’자를 썼다. (삼국유사에서 신라의 문무왕을 문호왕이라 했고, 단군이 조선을 건국한 것이 與高同時라고 했다)
이후 왕들의 이름은 일반 사람들이 쓰지 않는 글자를 만들어 쓰게 되었다.
이름을 불러줌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풍조는 서양의 문화가 들어와서부터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 역사에서 율곡 이이, 퇴계 이황 식으로 호는 이름과 함께 병칭되고 있다. 호는 자신이 짓는 것을 '自號(자호)'라고 하고 다른 사람이 지어준 호를 '雅號(아호)'라고 한다. 추사 김정희의 호는 503개나 썼다는 예도 있지만 대체로 한 두 개의 호를 사용한다. 이름을 지어줄 때에도 '名記(명기)'가 있듯이 호에 대한 서술을 ‘號記(호기)’라는 것이 있다.
“올바른 역사를 사랑하는 모임”(약칭 올사모) 카페에서 지교헌 교수의 호가 동촌이라고 해서 그 호가 무슨 의미를 가지느냐고 필자가 댓글로 질의를 했더니 ‘’의 ‘東國(동국)’사람이라는 뜻에서 취했다는 설명을 듣고 필자가 혼자 속으로 깜짝 놀랬다. ‘동국’이라는 국호는 고려와 조선조의 학자들이 우리나라를 지칭한 용어이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이 중국의 입장에서 쓴 용어라고 다산 정약용이 이를 비판했고, 민족주의 역사들이 이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음을 선생님에게 이야기 했더니 지교헌 선생은 스스로 이를 모르고 사용하였음이 부끄럽다고 하면서 호를 하나 지어주면 좋겠다고 필자에게 호를 청했다.
그래서 나는 호를 짓기 위해 3개월을 생각했다. 선생이 자신이 태어난 나라에 대한 자부심과 깊은 신뢰를 가진 점에서 ‘東(동)’자를 대신 할 수 있는 글자는 대한민국의 ‘韓(한)’자를 생각했으나 다음에 쓸 적당한 자를 찾자니 문제가 있었다. 호는 한자로 짓지만 우리가 보통 사용할 때에는 한글로 표현하기 때문에 오해를 줄 호는 피함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의 ‘韓(한)'자보다 ‘코리아’가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는 영어로는 ‘K’이다, 한류를 ‘K’ 자 마크로 칭한다, 그렇다면 이를 한자로 하면 ‘高麗(고려)’라는 의미에서 ‘高(고)’자를 취하고 철학자라는 의미에서 林’자를 쓰면 어떻겠냐고 말씀드렸더니 좋다고 쾌락을 하셨다. 이에 호기를 지어 올린다.
‘高林’의 호기:
‘高’ 자는 ‘고려인’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에서 '고려'라는 국호는 지금까지 세 번이나 사용된 대표적인 국호이다. 고구려 장수왕대인 420년경부터 고구려라는 국호에서 고려라는 국호로 개칭하였다. 이후 고구려가 멸망한 668년까지 사용되어 왔고 발해에서도 이 국호를 쓴 외교문서가 일본 사서에 전하고 있다. 후삼국 시대 궁예가 세운 국가의 첫 이름이 ‘고려’였고, 918년에 태조 왕건이 세운 ‘고려’가 1392년까지 국호로 사용되었다. 중국인들은 조선조까지도 우리나라를 ‘고려’라고 칭하였다. 서양에 알려진 코리아라는 국호도 ‘고려’의 음을 번역한 것으로 우리 역사 상 자랑스런 국호이다. 남북한이 평화적으로 통합이 된다면 국호를 ‘코리아’로 하자는 제언이 나오기도 했다.
고려는 국왕이 황제를 칭했을 정도로 자주성이 강한 나라였다. 중국과 어깨를 겨루 정도로 강국이었다. ‘고려’라는 국호는 이상이 하늘처럼 높고, 곱고 아름다운 나라라는 뜻을 가졌다. 만주대륙과 한반도를 차지한 고려는 수·당 나라가 백만 군대를 동원하여 수십 차례 침입하였으나 이를 번번이 물리친 강하고 힘찬 대국이었으나 조선왕조에서 문약한 약소국가가되었으나 우리는 '고려'라는 자주적이고 강인한 역사정신을 지금까지 계승하여 발전시키고 있다.
현재 한국의 문화는 코리아를 뜻하는 ‘K’ 마크로 세계에 명성을 드날리고 있다. 선생은 이런 대한민국에 태어나 살고 있음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高林(고림)’이라는 뜻풀이를 하면 '높은 곳에 서 있는 나무'를 의미한다.
높은 곳에 서 있는 나무는 태양의 볕을 아침 일찍 제일 먼저, 그리고 지는 석양의 혜택을 가장 늦게까지 많이 받는다.
또한 거센 바람을 견뎌내야 하고 비가 오면 곧바로 이를 아래로 흘러내려 보내 항상 수분이 부족한 환경에 처한다. 그래서 자신은 어려운 풍파를 견뎌내야 하기에 아랫 쪽의 나무처럼 크게 자랄 수 없다.
선생은 일제 식민지 시대의 어려운 시기 국호도 없는 시기에 태어나 조국의 광복, 6·25의 동족적 상잔, 그리고 빈곤에서 탈출하여 자본주의와 민주주의 국가 건설이라는 파란 만장한 삶을 대한민국에서 살아왔다.
선생의 전공분야는 인간의 근본문제를 생각하는 철학연구이었고, 문단에 등단하여 주옥 같은 글을 많이 써서 앞으로도 수필집 10권을 더 출간한 뜻을 품고 있다.
그러나 높은 곳에 서 있기에 세상의 모든 일을 편견 없이 탁트인 시각에서 두루 잘 볼 수 있다. 사회와 국가, 그리고 전 인류의 근본 문제를 예견하고 걱정하고 해결하는 방향을 제시하는 철학자요, 문필가로서 이 세상을 이끌어 주고 있다. 이처럼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에서 고진 풍파를 겪으면서 90세의 고령에 이르도록 젊은이 못지않게 생각하고 글 씀에 노력하고 힘쓰고 있다. 앞으로도 더욱 정진. 동행해주십사는 소망을 담아 이 호를 올리면서 '頌(송)'을 짓는다.
頌(송)은 다음과 같다.
님은 애국자요, 높은 경지에 선 철인이십니다.
높은 곳의 나무는
햇빛을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가장 많이 받습니다.
모진 바람 사방으로부터 받아 삶이 고달픕니다.
막힘과 편견없이 인간과 국가, 인류의 근본 문제를 살피시니
그 공덕 높고도 크도다.
그 영광 '오~ 코리아!' 의 함성과 함께 기리기리 빛나리!
(2023년 4월 19일 낙암 정구복 지어 올린다.)
첫댓글 그 동안 나의 호는 "동촌"으로 알려져 있고 그것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동촌이라는 호에는 약간의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이해되어
또 하나의 새로운 호를 지어서 사용함이 좋겠다는 권고가 대두되고
이러한 견해를 반영하여 낙암 정구복교수가 작호하여 나에게 보내주셨다.
호기를 읽어보면 종래에 내가 사용하였던 동촌이라는 호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충분히 이해된다.
따라서 새로운 호를 받게 된 나로서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그 동안 나는 동촌 외에 운산 운정과 함께 특히 "청계산"을 많이 사용하여 왔다.
"청계산"은 나의 직장이 위치한 아름다운 산이기도 하고 그 뜻도 매우 좋은 까닭에 내가 스스로 사용해 왔던 것이다.
낙암선생이 나의 호에 대하여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매우 감사한 일이기에
나는 그의 뜻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감사하여 마지않는다.
작호에 따른 그의 송은 "고림"의 뜻을 충분히 나타내주고 있다.
낙암선생의 후의에 대하여 깊이 감사하여 마지 않는다. 2023. 04. 19 고림 씀.
인생의 대선배이시고 학문에 있어서 뛰어난 업적을 내시는 철학가이며, 문학가이신 지교헌 교수님의 아호를 지어드리게 되고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심에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지 교수님이 '고림 高林'이란 호를 흔쾌히 받아 주심에 선생의 겸허한 생활 태도에 더욱 머리가 숙여집니다.
또한 고림 지교수님은 같은 직장에서 20여년을 함께 보낸 선배이시고, 올사모에서 드린 역사의 창조가 증서 2호를 드린 분이십니다.
그 제1호는 장천 윤승원 선생이 받으셨습니다. 앞으로 지교수님을 '고림 선생' 고림 지교수님'으로 불러드리기를 앙망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림 지교헌 교수님 호기 중 끝 부분 '송'의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지난 밤 이 부분을 고민했습니다. 고친 부분은 글자체를 달리하여 본명조체로.써서 구별이 쉽게 했습니다. 혹 나중에 이 글이 옯겨지면 이 글을 인용하시기 바랍니다. 죄송합니다.
과분할 따름입니다.
호기에서 칭송해주신 것처럼 되기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림)
고림 선생님 호기의 송 마지막 줄에서 '아 대한민국'을 '오~ 코리아'로 바꿈이 좋을 듯하여 수정했습니다. 그래야 '고림'의 高麗의 의미가 살아날 것 같아서 입니다. 2번이나 수정한 점 죄송합니다. (2023. 4. 24)
변변치 못한 사람을 드높이 추켜주시고 용기를 고무해주시니 과분할 따람입니다 .
낙암선생이 보내주신 호기의 정신을 체득하고 실천하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고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