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들은 그날부터 도사가 시킨 대로 뒷산에 비석을 세우고 거기에 방시순석(防矢盾石)이란 글귀를 새겼다. 비석을 세우자 도사의 말대로 마을은 나날이 번창하는데. 문제는 건너편 시방마을이었다.
이수도와 정반대로 나날이 몰락한다.
뒤늦게 이수도 비석 이야기를 전해 들은 시방 사람들은 방시순석을 부수려 했지만 이수도 사람들,
시방 사람의 배는 대지도 못하게 하고 물도 길어 먹지 못하게 막는다.
화살 날아드는 마을지세
방패비석 세워 방비하자
반대마을 액운 이어져
결국 비석 세워 화평
오랜 세월 형제처럼 지내오던 두 마을은 이때부터 원수지간이 됐다.
시방 사람들도 생각 끝에 묘안을 짜냈다.
이수도의 비석을 뚫을 수 있는 쇠 화살을 쏜다는 뜻의 '방시만노석(防矢萬弩石)'을 마을 뒤 길가에 세운 것.
거짓말처럼 방시만노석이 세워진 이후로 모든 홍업이 시방 쪽으로 돌아온다.
그러자 이번엔 이수도 쪽에서 비석을 깨부수기 위해 나섰고 시방 사람들은 밤에 횃불을 켜놓고 비석을 지켰다.
결국 힘을 통한 방법이 허무함을 깨달은 이수도 사람들.
또 머리를 짜내 쇠화살을 막아 줄 비석을 방시순석위에 덧세우고 이렇게 새긴다.
'방시만노순석(防矢萬弩盾石)'.
이후 두 마을은 모두 평안해지고 풍요로워졌다."
- 거제 향토문화사
경남 거제시 북단의 대금산이 부산을 향해 달려가다 우뚝 멈춰 섬을 만든 곳이 있다.
물(水)이 사람을 이롭게 하는 섬 '이수도(利水島)'다.
한 마리의 학이 북쪽을 향해 날아가는 모양을 하고 있는데
물이 좋고 풍부한 이 섬을 옛사람들은 '학섬'이라 불렀다고 한다.
광복 전후로 멸치잡이가 부흥한 덕분에 '돈섬'이라는 애칭이 붙기도 했다.
골목에 다니는 강아지까지도 지전을 물고 다녔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이수도 맞은편 거제도 본섬 바닷가 언덕배기에 어부들이 옹기종기 모여 만든 군락이 있다.
시방마을이다.
이수도와 바닷길로 불과 300여 m를 사이에 둔 한집안 같은 마을이다.
마을을 이어주는 유일한 교통수단인 도선 '이수호'.
불과 10분 남짓의 짧은 탑승 시간, 선장 김순봉 씨에게
이수도의 전설을 물으니 곧장 재미난 이야기가 술술 풀어진다.
비석에 얽힌 사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노라니 어느새 배는 이수도에 닿는다.
선착장에서 왼쪽 길을 따라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비석 위에 비석을 덧세운 기묘한 모양의 전설 속 비가 그대로 남았다.
비석 구경 후 돌아오는 배편에서 바라본 이수도와 시방마을은 평화롭기 그지없다.
두 마을은 평화 속에 꾸준히 어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특히 마을 주변 해역은 대구의 산란장으로 겨울철 대구잡이를 비롯해
도다리, 전어, 병어, 오도리, 문어, 장어, 멸치 등
사계절 다양한 어종이 마을 주민의 삶을 넉넉하게 해주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말한다.
“다툼도 그 이후 잠잠해졌고 어느 마을에나 어업이 성하고 인물이 나 오랜 앙금도 가라앉은 상태지만 또 어느 날 잡히지 않는 고기, 나지 않는 인물, 농사 탓에 양 불화살의 불티가 튈지 사뭇 궁금하기도 합니다."
김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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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도와 시방마을 지형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