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법
유수연
첫 번째 날만 해도 농사 심화를 정말 하기 싫어했었다. 근데 그다음에 또 하고, 다다음 주에도 또 모내기 준비를 하니까, 찝찝하기도 했지만 개운했었다. 내 생각에는 사람은 움직이면서 살아야 되는 것 같다. 통쌤이 몸짓기에서 항상 하시는 말이 “몸은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이었는데 그 말은 많이 힘든 운동에서만 적용되는 줄만 알았다. 하지만 3학년이 돼서 잘 안 움직인 나의 몸한테는 격한 운동이었나 보다. 그 하루는 긍정적이게 살아갈 수 있었다. 점심이 면이 아니어도, 시비를 걸어도 그냥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었다. 농심은 이렇게 몸짓기를 대신하여 나의 긍정적인 마음을 키워주었다.
자연을 느끼고 싶어 하는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곤충들이 얼마나 있고, 여기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서 행복했다. 간디학교에선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많은 것을 경험하도록 도와준다. 나는 경험을 그다지 하고 싶어 하지 않았었는데, 초등 대안학교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것을 이 조그만 시골 대안학교에서 배우는 것 같다.
농사 심화가 3학년 과정인 이유가 3학년이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인 것도 있겠지만, 나는 마지막 1년인 만큼 다 못다 한 경험을 채우기 위해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모내기할 때 쓰는 모종과, 모내기하는 방법을 1, 2학년 때 해봤다고 하지만 잘 알지 못했었다. 마지막 1년인 만큼 간디학교에 푹 담기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 이 농사 심화 수업이 그 과정 중 하나였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농사 심화 때 배웠던 내용을 쓰는 일은 많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모내기하는 법, 모종 등을 배운 것만이 아니고 사람이 살아갈 때 움직이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던가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져 가며 살아가야 된다는 것 등 삶의 지식은 많이 배웠다. 삶의 지식은 많이 생각하며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농사 심화는 나에겐 ‘지식’이다. 자연은 나에게 ‘소중한 것’이다. 원래도 꿈꿨던 것이긴 하지만 농사 심화를 들으며 ‘자급자족’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자급자족의 삶이 쉽진 않겠지만, 자급자족으로 살아가면서 내가 좋아하는 자연을 보며 사는 것도 기대되고, 직접 농사짓고 자연과 ‘어우러져’ 산다는 것이 가장 자급자족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가 되었다. ‘자급자족’이라는 것 때문에 ‘스님이 될까?’도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무교지만 스님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것 같아서 그 삶이 부러워졌다. 하지만, 내가 스님들의 겉만 보고 판단한 것일 수도 있으니, 직접 결정할 때는 신중하게 결정해야겠다.
농사 심화로 인해 나의 미래가 달라진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것인 것 같다. 미래의 내가 생각이 변한 순간을 잊지 않고 감사하며 살아갔으면 좋겠다. 그동안 지도해 주신 동석T, 민규/은유형 감사하고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