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에 울아들 데리고 목욕탕에 가서 때 빼고 광냈습니다.
오는 길에 버거킹에서 버거도 사고, 동네 마트에서 울각시 좋아하는 뿌셔뿌셔랑 고구마형 옛날 과자를 사왔습니다.
울각시한테 칭찬 받았지요. 유후~
근데 얼마 안 지나서 울각시가 화가 났어요.
화장실도 그렇고, 씽크대 배수구도 그랬거든요.화장실 벽면에 잔뜩 붙어 있는 날파리 짜슥들을 보고도 몇 날 며칠을 그냥 뒀었고요.
화장실 배수구는 시꺼멓도록 제대로 안 씻었거든요.
마치 학교에서 100점 받아 와서 엄마한테 칭찬받고 우쭐했다가 돌아서자마자 밥상 엎어서 혼난 얼라 신세였습니다.
울각시가 씽크대 청소는 이렇게 하는 거라면서 몸소 시범을 보여줬습니다.
당근 손길이 예사롭진 않았죠.
MR 홈스타로 빡빡 문지르는데, 닦고 있던 수세미로 한 대 맞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한쪽에서 아무 소리 못하고 봤습니다.
씽크대 배수구가 씨꺼먼 게 이유가 있더라구요.
저는 퐁퐁으로 닦았는데, 당근 잘 닦일 리가 없었던 겁니다.
학교 1학년 초에, 버클에 광내는데 버클 광약이 아니라 흰 구두 광약으로 엄청 닦았다가 아침에 검사할 때 엄청 혼났던 기억이 났습니다.
버클 광약이면 1~2분이면 끝날 걸 몇십 분이나 애썼었죠.
이래서 사람들은 늙어서도 계속 배워야 하는 건가 봐요.
집안 일 요거 장난 아니에요. ㅎ ~^.^~
♥똥말, 차밍걸♥
"어어! 차밍걸이 치고 나옵니다.
4코너까지 꼴찌였던 차밍걸!
꼴찌의 반격인가요!!"
2011년 8월, 차밍걸이 64번째로 출전한 1,200m 경주.
꼴찌였던 차밍걸이 점점 앞으로 나섰다.
"5위를 제치고 4위! 어어, 또 제쳤습니다. 3위!!
네, 차밍걸 3위로 골인합니다~~!!"
3위!
차밍걸이 경주마로 뛰기 시작한 이래 최고의 성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상승세는 오래 가지 못했고, 2013년 마지막 은퇴 경기까지 포함해 차밍걸은 대기록을 세우게 된다.
101전 101패.
한국 경마 사상 최다 연패 기록이다.
왜소한 체구, 별 볼 일 없는 혈통, 매 경기 입상 실패.
이런 차밍걸을 사람들은 똥말이라고 불렀다.
아무도 배팅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차밍걸은 포기하지 않았다.
다른 말보다 두 배나 많이 경기에 출전했다.
그리고 일단 경주로에 들어서면 죽기살기로 달렸다.
결국 마지막까지 1등은 못했지만 남다른 꼴등이었던 차밍걸에게 새로운 길이 열렸다.
장애물 경기용 승용마로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듬해 국산마 승마대회.
차밍걸은 장애물 경기 승용마로 데뷔전을 치렀다.
그 결과는?
27점! 예선탈락.
여전히 꼴찌이지만 차밍걸에게는 계속해서 달리게 만들었던 힘이 하나 있었다.
달리고 있는 한 '아직 가능성이 있다'는 것.
"첫 출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성적에 상관없이 저는 차밍걸과 함께 계속 도전할 겁니다."
류은식 승마선수의 말이다.
결과에 상관없이 다시 출발선에 설 수 있는 용기와 인내.
그 위대한 힘을 보여준 똥말, 차밍걸.
차밍걸은 당연하다는 듯 이렇게 다시 출발선에 섰다.
출발선에 선다는 것은 가능성을 믿는다는 것, 끝날 때까지는 끝이 아님을 안다는 것.
결과는 누구도 모르는 일.
그저 몇 번이고 다시 출발선에 설 뿐이다.
달리고 있는 한 아직 가능성이 있다.
누구에게나...
-뭉클_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