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레 18,1-6; 마태 13,47-53
+ 오소서, 성령님
저희 동기 신부들은 한 달에 한 번 월요일 저녁에 동기 모임을 하는데요, 15년쯤 전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다른 동기들은 다 모였는데, 박제준 신부가 안 왔습니다. 그래서 제가 전화해 봤더니 “조기 승진 때문에 좀 늦게 갈게~” 라고 말하더니 서둘러 끊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동기들이 “뭐래?” 하길래, “글쎄, 조기 승진 때문에 늦는다는데?” 했더니, 다들 “우리가 승진할 게 뭐 있어.”라고 말했습니다. 서로 추측하다가 ‘주교님께 무슨 연락을 받았나 보다’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밥을 먹고 있는데 박제준 신부가 왔습니다. “조기 승진이 무슨 뜻이야?” 하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조기 승진이 아니구, 엄마랑 시장가서 조기를 샀는데 그거 손질하구 오느라 늦었다구.” 조기 승진이 아니라, ‘조기 손질’이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그물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하늘 나라는 바다에 던져 온갖 종류의 고기를 모아들인 그물과 같다. 그물이 가득 차자 사람들이 그물을 물가로 끌어 올려놓고 앉아서, 좋은 것들은 그릇에 담고 나쁜 것들은 밖으로 던져 버렸다.” 주님께서는 이것이 세상 종말의 모습이라고 하십니다. “천사들이 의인들 가운데에서 악한 자들을 가려내어, 불구덩이에 던져 버릴 것이다.”
마태오 복음 13장에서 예수님께서는 7개의 비유를 말씀하시는데, 오늘의 비유가 일곱 번째 비유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지지난 주일에 들었던 밀과 가라지의 비유 말씀과 같습니다. ‘가라지를 거두어 내다가 밀까지 함께 뽑을지도 모르니, 수확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고, 수확 때에 가라지를 묶어 태워버리고 밀은 곳간으로 모아들이라고 하겠다’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밀은 의인을, 가라지는 악인을 의미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좋은 고기도 의인을, 나쁜 고기는 악인을 의미합니다. 지금은 함께 섞여 있지만 세상 종말에 분명히 그 운명이 달라질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지지난 주일에 ‘조바심’의 어원에 대해 말씀드렸는데요, 우리는 ‘왜 그 일을 미루시냐’며 조바심 낼 수 있지만, 주님께서는 미루시는 것이 아니라, 악인이 회개하여 의인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시며 기다리고 계시고, 회개하라고 재촉하고 계십니다.
제1독서에서 하느님께서는 예레미야를 통해 옹기그릇의 비유를 말씀하시면서, 당신을 옹기장이에, 이스라엘을 진흙에 비유하십니다. 창세기는 하느님께서 세상을 창조하실 때 흙의 먼지로 사람을 빚으시고, 코에 숨을 불어넣으시니 생명체가 되었다(창세 2,7)고 말합니다. 이처럼 하느님께서는 당신 손으로 사람을 창조하셨기에, 당신 백성이 본래의 모습대로 살지 못할 때에는, 마치 옹기장이가 진흙을 다시 뭉쳐서 다른 그릇으로 만드는 것처럼, 당신 백성을 다시 빚으실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이것은 남유다의 멸망과 바빌론의 유배를 예고하신 말씀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이스라엘 집안아, 옹기장이 손에 있는 진흙처럼 너희도 내 손에 있다.” 진흙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일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자신이 옹기장이의 손에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옹기장이의 손에 자신을 맡기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시며 “아버지, 제 영을 당신 손에 맡기나이다.”라고 기도하셨습니다. 예수님은 극심한 고통 중에도 고통 자체가 아니라, 아버지 손에 당신을 맡기셨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손은 우리를 창조하신 손이고, 우리를 빚어 좋은 그릇으로 만드시는 손이며, 마지막 순간에 우리가 자신을 내어 맡기게 될 손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오늘도 당신 손으로 우리를 손질하고 계십니다. 때로는 아프고 이해되지 않는 일도 있지만, 아버지의 손은 우리를 좋은 그릇으로 빚으시는 손입니다. 그분 손안에 자신을 맡기는 사람은 마침내 좋은 그릇이 되고, 마지막 날 좋은 물고기로 받아들여질 것입니다.
예수님의 기도가 매일 밤, 잠들기 전 우리의 기도가 되기를, 또한 나의 마지막 기도가 될 수 있기를 주님께 청합니다.
“아버지, 제 영을 당신 손에 맡기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