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폭력과 복수 : 드라마 '더 글로리'를 본 후>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 더 글로리가 넷플릭스에서 3개월간 1위를 하면서 화제가 되었다. 더 글로리는 학교에서 재력이 있는 집의 일진 무리들이 가난한 아이를 괴롭혀 그 아이가 나중에 커서 복수를 한다는 흔한 설정의 내용이지만 자극적인 연출과 흥미진진한 전개, 시원한 결말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었던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의 핵심 주제는 학교폭력과 그것이 낳은 복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교폭력은 존재해서는 안 되지만 복수는 존재해도 될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복수는 행해져서는 안되며 이를 막기 위해 법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강도가 지나치면 복수심은 생기기 마련이고 이를 풀려고 하는 것은 자유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에는 복수 후의 내용이 안 나오지만 복수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들을 생각해 볼 수는 있습니다. 복수 후 예솔이라는 아이의 유전자적 친아버지는 죽었고 아이의 서류상 아버지는 그를 죽인 살인자가 되었습니다. 또한 아이의 어머니는 직장을 잃고 감옥에 수감되었습니다. 이 아이는 어머니가 전과자라는 사실을 안고 인생을 살아가야 됩니다. 이 아이는 커서 부모님을 그렇게 만든 학교폭력 피해자에게 다시 복수를 하는 상황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복수는 복수를 낳는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 사회적으로는 막고 있습니다.
초반 부분은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여학생, 동은이가 일진 무리의 대장 격인 연진이의 눈에 띄어 괴롭힘을 당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동은이는 처음에는 거세게 저항했지만 그럴수록 폭력의 강도는 심해졌고 결국 담임선생님에게 알립니다. 하지만 담임선생은 연진의 부모님에게 돈을 받고 이를 묵인합니다. 동은이의 어머니도 함께 동조합니다. 동은이는 이 시점부터 모두에게 고립당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아무 저항도 못하도 계속 괴롭힘을 당하여 자살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학교폭력은 물론 행위자도 나쁘지만 방관자가더 나쁘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아무에게도 도움받을 수 없다는 무력감은 극단적인 선택까지 몰고 가기 때문입니다. 자살을 하려던 동은이는 복수로 방향을 바꿉니다. 부모에게도 버려져 혼자 살아가기 위해 공장에서 일을 하며 숙박을 하고 수능 준비를 하여 선생님이 됩니다. 바로 연진의 아이 예솔이의 담임선생님입니다. 연진은 아이에게 위협이 될 거라 생각한 동은을 퇴직시키기 위해 다시 동은의 어머니를 이용합니다. 동은의 어머니는 술을 먹고 학교에 와 진상을 부립니다. 동은은 그런 어머니에게 제발 떨어져 달라고 하지만, 동은 모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며 떨어질 생각하지 말라 합니다. 동은 모의 말대로 부모는 죽을 때까지 멀어질 수 없습니다. 자식을 무시해 버린 것도 모자라서 인생까지 망치려는 이 행동 또한 엄연히 가정폭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은은 어머니를 정신병원에 가두고 첫 번째 복수의 시작을 알립니다. 한편 가해자 무리 중 서열이 가장 낮은 명오는 동은에게 연진의 살인에 대한 소식을 듣고 연진을 찾아가 협박하다가 연진에게 병에 머리를 맞아 죽게 됩니다. 연진을 좋아했던 가해자 무리 중 서열이 높은 재준은 자신의 친딸인 예솔이를 갖기 위해 서류상 아버지인 도영에게 계속 도발을 하며 이혼을 시키려 하고, 혜정은 그런 재준을 좋아하며 돕습니다. 명오에게 마약을 배달 받던 사라는 명오가 죽은 뒤 중독 현상에 시달리다가 동은의 덫에 걸리게 됩니다. 동은은 일부러 사라에게 익명으로 마약을 전하고 참지 못한 사라는 바로 그 자리에서 도핑 하여 동은에게 영상이 찍혀 인터넷에 퍼지게 됩니다. 그런 사라는 평소 자신을 싫어했던 혜정을 의심하게 되고 혜정의 도발에 참지 못했던 사라는 혜정의 목을 연필로 찍어버립니다. 목이 뚫려 말을 할 수 없게 된 혜정은 재준에게 버림받고 그런 재준에게 다시 복수하기 위해 평소 재준이 쓰던 안약에 약을 탔습니다. 차를 타고 있던 재준이 그 안약을 눈에 넣었고 앞이 보이지 않게 되자 밖으로 나왔습니다. 기다렸던 도영은 재준을 밀어 떨어트립니다. 이렇게 학창 시절에 친구였던 사이였지만 모두 돈과 눈치로 움직였던 터라 의심하고 헐뜯고를 반복하며 마지막에는 서로가 서로를 끝내게 됩니다. 이런 것을 보면 친구는 돈으로도 살 수 없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친구란 돈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진은 과거 살인이 드러나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직업이 기상 캐스터였던 연진은 감옥에서 옥방 대장에게 날씨를 알려달라는 말을 듣고는 재빨리 일어나 과장하며 알려줍니다. 그 방 사람들이 모두 연진을 비웃고 연진은 카메라앞에서 처럼 웃으면서 속에선 울분을 참지 못해 눈물을 흘리며 끝이 나게 됩니다. 이 장면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맘에 들었습니다. 괴롭힘에 계속 저항하며 벗어나려 했던 동은과는 달리 연진은 돈과 지위가 통하지 않는 감옥에 들어가자 바로 위에 사람한테 복종하게 됩니다. 이를 통해 연진은 동은에 비해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드라마가 재밌었던 이유는 학교폭력과 그로 인한 복수라는 다소 흔한 주제였지만 그 속에는 부모님과의 갈등, 친구 사이의 갈등, 돈과 권력, 비리의 문제 등 사회에서 이슈가 될만한 많은 소재들이 과하지 않게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드라마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보면 동은의 복수극이긴 하지만 동은은 옆에서 이간질만 조금 시키기만 했을 뿐입니다. 사실상 손해를 입힌 건 서로끼리만 이루어졌습니다. 동은은 벼랑끝에 있던 유리병에 입바람만 살짝 불어 깨뜨린 것입니다. 서론에서는 복수가 사회적으로는 나쁘게 취급된다고 하였지만 애초에 복수를 시작하게 할 근원을 만들지 않아야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