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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난 바라본다.
언제나 난 바라본다.
지금 당신도 보고있을 저 밝은 달을·····.
-부제 : 진심·····(····)
-똑똑····.
“들어오너라”
작은 방문소리에 방안 쪽에서 젋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곧, 보통의 문보다는 상당히 큰 문이 자연스럽게 소리 없이 열리며 흑색의 로브의 사내가 방에 들어선다. 그리고 방의 중심까지 들어서선 의자에 앉아 있는 여성을 향해 예를 취한다.
“수왕 제라스님의 직속신관이자 가신 수신관 제로스가···· 어머니께 긴히 아뢸 말씀이 있습니다.”
“말해보거라”
연거푸 긴 담배를 수시로 피우며 요염한 자세로 의자에 기댄 채 앉아있던 수왕 제라스가 자신의 하나뿐인 사랑스런 아이를 바라본다. 반대로 막상 말을 하려 하였지만 그녀의 눈치를 보고는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그···.
“말해보라고 했다.”
대뜸 그녀를 눈치를 보며 뜸을 들이고 있는 제로스는 그녀가 다시 권했는데도 불구하고 입이열기가 무서운지 망설이는 기색이 여력하다. 하지만 그런 그의 태도에 답답하다며 화내지 않은 그녀는 오히려 그렇게 말 못하고 안절부절못하는 태도의 자신의 아이가 귀엽게만 느껴지는지 눈웃음을 짓는다.
제로스가 입을 열었다.
“좋아하는·······사모하는 분이 생겼습니다.”
그가 귀엽다는 듯이 웃고 있던 그녀 수왕의 말려 올라갔던 입고리가 그 말 한마디에 순식간에 아래로 구부려진다. 동시에 역시 말하기 껄끄러워하였던 제로스는 갑작스레 변한 주변공기와 그녀의 차가우다못해 얼 것같이 싸늘하기까지 한 살기에 맥을 모추고 그 자리에 굳은 듯이 가만히 그녀의 입이 열릴 때까지 기다린다.
“방금···뭐라고 했느냐?”
“사··랑하는 존재가····생겼습니다”
-콰앙!!!!
상당히 과격한 소리····.
그의 몸이 둥실 공중을 가르며 뒤쪽의 벽에 세게 부딪힌다. 곧 충격에 땅에 떨어지며 일어나지 못하는 그····, 수왕 제라스가 차가운 냉기를 거두지 않은 채 그에게 다시 묻는다.
“그····· 리나 인버스란 계집이냐?”
역력한 힘의 차이 때문이며 설마라고는 생각했지만 이정도의 타격이 올 줄은 몰랐던지 고통에 찬 몸을 가누지 못하고 쓰러져 일어나지 못하는 제로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동시에 그의 몸이 그대로 공중으로 둥실 떴다. 뜬 그대로 잠시 공중에 가만히 있더니 곧, 바닥에 내려앉혀진다. 그녀의 눈짓만으로 자리에 쓰러져있다 일으켜 앉혀진 제로스는 놀란 기색이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 앞의 그녀가 그다음 자신에게 어떤 벌을 내릴지 몰라 두려운 듯 바닥만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이다.
“사모한다고 하였느냐?”
-끄덕···.
다시 한번 날아온 질문에 작게 다시 고갤 끄덕인 제로스이다. 동시에 그녀가 그를 불렀다.
“고개를 들어라”
당연하다는 듯이 명령조의 그녀···. 뭐, 애초에 자신은 그녀의 창조물중 하나일 뿐이니 그녀에 대한 다수의 불만 따윈 애초에 가지고 있지 않을뿐더러 더욱 존경하고 받들어야 하는 그이기에····.
그것을 져버린 제로스로서는 지금 그녀를 마주하기가 여간 무서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알고 있는지 수왕 제라스가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은 나아진 목소리로 그를 부른다.
“고개를 들라했다.”
아까보다는 조금은 나아진 목소리에 자시도 모르게 긴장이 한층 풀려져버린 제로스가 천천히 뻣뻣하게 굳은 고개를 들어 자신의 주인을 마주한다. 긴장을 풀었다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겁먹은 표정으로····.
마주한 그녀의 얼굴표정은 그로써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읽을 수가 없다. 덕분에 풀린 긴장이 다시 죄여오는 제로스이다.
제라스가 한손을 들어 손가락을 까닥인다. 자신에게 가까이오라는 의사····, 가까이 가는 즉시 얻어맞고 저만치로 나가떨어진 다음 보통때보다 한층 심한 벌을 받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걸로 끝나지 않고 마족으로서 절대하면 안 될 일을 한 죄로 소멸하게 되는 걸까? 생각이 그렇게까지 미치기 시작하는 그이다.
-하지만 뭐, 어떠랴····, 이미 애초에 그녀에게 말하기위해 오기 전부터 소멸쯤은 각오하고 있었으니····.
그런 각오의 그이지만 세상에 존재하는 이상 마족이라 할지라도 세상이 같이 멸망하기 전까지는 다른 존재에게 소멸당하고 싶지는 않은지 제로스가 조금은 망설이는 기세로 천천히 띄엄띄엄 발걸음을 그녀에게로 옮긴다.
역시····, 아까전과 같이 조마조마하는 기세로·····.
어느 사이엔가 가까이 그녀에게 다가온 그를 그녀는 한동안 빤히 쳐다본다. 그는 역시 그녀가 무서운지 그녀를 마주하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
제라스가 한손을 들어올려 그에게로 뻗는다. 동시에 두 눈을 꼭 감아버리는 그이다.
“훗····, 귀여운 것”
들어올려진 그녀의 손이 살며시 그의 볼을 쓰다듬어준다. 갑자기 바뀌어버린 그녀의 행동에 놀란 나머지 제로스가 꽉 감고 있던 두 눈을 떼었다. 자신의 상관인 그녀가 자신을 -의자에 우아하게 기댄 채로-올려다보고 있었다. 곧, 그녀의 손이 멈추며 떨어지자 제로스가 다시 처음에 방에 들어왔을 때처럼 그녀에게 예의 자세를 취한다. 그런 그의 머리를 제라스가 헝클어지도록 쓰다듬으면서 그에게 말한다.
“분명 좋아한다고 그랬지?”
“····예.”
“위험한 것이란 것도 알고는 있겠지?”
“····예.”
“마족으로써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너도 잘 알고 있을 거다.”
“····”
제라스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멈추지 않고서 다른 비어있던 한손으로 담뱃대를 들어 피우기 시작한다. 동시에 뿌연 연기가 공중에 녹아들며 장식하기 시작한다. 매캐한 연기에 마족인데도 불구하고 작게 기침을 콜록이는 그····.
담뱃대를 물고있던 그녀의 입술이 다시 빙긋 곡선을 그린다.
“위험하단걸 잘 알고 그랬단 말이지?”
“···예.”
“나는···· 너를 잃고 싶지 않아”
“수왕님···”
“안다고? 훗, 알긴 뭘 알아 이 녀석아, 이 나를 걱정 시키다니···· 넌 남자로선 아마 최하일거다. 그리고 그 계집에 대해선 절대 허락 못한다. 하지만, 기회는 주겠다.”
-그래, 잊을 기회는 얼마든지 주겠다.
작은···· 아니 꼭 작지만은 안은 방····. 조용히 자신의 책상 앞에 않아 나름대로 열심히 서류를 정리하고 있는 그이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 일은 평상시의 업무····, 그녀에게 느끼는 감정이란 것을 잊기 위해 그의 상관이 내리신 특별한 명령을 따로 조용히 방에서 지새우며(?) 수행하는 중이다. 간추려서 말하면 지금 그는 근신 중····.
“아····한동안은 방에서 나가지 못 하겠군요”
거의 한달 가까이 그러고 있어서 심심한지 한숨을 푹 내쉬는 그가 멍청히 의자에 기댄 채로 창밖을 바라본다. 보통···인간들이 사는 곳과 별로 다르지 않은 풍경···· 물론 지금 그의 방에선 보이는 건 숲의 나무들뿐···· 나름대로 마족이기 때문에 잘 모르겠기도 하지만 공기가 맑은 것 같은 느낌에 기분은 좋다·.
····이것도 아마 인간인 그녀에게 배운 기분들 중 하나겠지····. 괜시리 쓴웃음을 짓는 그이다.
“그나저나····앞으로도 그렇고 뭘 한다지요?”
근신 중이란 것은 아까 전에 밝혔다. 뭐··· 그에겐 근신이라는 것은 거의 난생 처음 받는 벌이지만 여태 까지 안받았던 것인 만큼 그 근신이란 것을 어떻게 지새우며 지내야 할지 모른다. 어떻게 해서든 그녀 인간 리나 인버스에게서 느끼는 이 감정이란 것만 정리하면 밖으로 나갈 수 있을 터인데···· 꼭 무슨 결계속의 몬스터들(···) 같은 느낌을 받는 그이다. 어쨌든 자신의 상관께서 직접 내리신 벌인 만큼 할일은 없다. 이유는 대강 상관인 그녀로써 자신의 하나뿐인 직속 부하인 그를 상당히 신경 써주면서 그녀에 대한 감정을 점차 접음과 동시에 쉬라는 뜻으로 아무 일도 ‘안’ 시켰다는 것이니까···· 될 수 있는 데로 조용히 지내야한다.
그래····다음 명령이 떨어지긴 전까지 ‘만’이라도····.
‘또 올거냐?’
문득····멍청히 공상에 빠져있던 제로스가 그녀를 생각하고 만다. 그러고 보니 다행이다. 그녀를 처리하라는 명령은 받지 않아서···· 자신이 벌 받는 것으로 충분할 지언정 만약 그런 명령을 받아서 그녀를 처리한다면 자신은 앞으로 어떻게 날을 지새우게 될지···· 순간 ‘엄청나게 다행이다!, 불행 중 다행이다!’ 라는 생각들로 머리를 꽉 매워버린 제로스이다.
“이런····생각하니까 또 보고 싶어지네요”
잊어야하는데···· 잊을 수나 있으려나? 여지 것 근신한지 한달이 다되어가는데도 잊지 못하는 중인데···· 안 잊으면 벌로 그치지 않아 이번엔 수왕님께 소멸당하고도 남을 테고··· 게다가 자신이 그렇게 된다면 그 다음···· 그분의 목표는 그녀 ‘리나 인버스’의 처리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녀도 자신도 죽고 남겠지····, 어쨌든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그녀를 잊어야한다는 것이다. 자신만 그녀에게서 느끼는 감정을 모두 잊으면 모든 것은 술술 잘 풀릴 테니까 걱정, 근심은 뚝! 사라지겠지···.
“에····이거 큰일이군요, 잊을 자신이 전혀 없는데····어떻게 한담····?”
장난스런 어조로 먼 창밖너머의 하늘을 바라본다. 파란하늘···· 노을이 지게 되면 그 붉은 색으로 물들어버리는 하늘을 보고 잊을 듯싶으면 또 기억나고 말 그녀인데···· 어떻게 잊어야한다는 것인가? 벌이라고는 하지만 말로만 벌이지 휴가를 받은 것과 다름없는 제로스는 오히려 쉬지도 못하고 걱정, 근심만 늘게 생겼다. 멍하니 귀찮은 종이 들이 잔뜩 쌓여 있을 자신의 책상을 바라본다.
텅 비어있다. 보통 때는 귀찮아서 하기 싫은 것도 억지로 해가며 하는 서류들인데 이렇게 심심할 때 보면 아무것도 없다. 그래 아무것도 없다. 짜증나게 시리···· 덜컥 왠지 모를 짜증만 잔뜩 치민 제로스는 끝내는 밖에 나가고픈 충동을 억누르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냥 수왕님께 맞아 죽을 각오로 못 잊겠다고 말하고 어떻게든 그녈 설득해서 냉큼 도망가버려?
그런 생각을 하며 혼자 킥킥대며 웃는 제로스이다. 아마 그랬다간 맞아 죽는 걸로 끝나지 않을 테니까···· 도망가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고····.
‘제로스, 지금 당장 할일이 생겼다. 즉시 오도록’
잡다한 생각을 하던 중 오랜만에 들린 상관의 음성에 놀란 그가 주위를 둘러보다 아차 싶어 냉큼 상관에게로 향한다. 그나저나···· 근신이라면서 일을 시키신다는 것은 도대체····? 멍하니 할말이 없을 뿐이다. 하지만 뭐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지내는 것 보단 났겠고 따를 수밖에 없으니···· 나름대로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 생각과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새 자신은 상관의 앞에 있었다.
‘지난번 피브리조 녀석이 사라지면서 그녀석이 잠시 지배했던 땅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다. 그러니 가서 상황을 조사, 보고 오도록’
상당히 짧은 상관의 명령이었다. 귀찮더라도 따를 수밖에 없는 존재··· 그것이 자신이다. 이미 제로스는 그전 명왕(命王) 헬 마스터(Hell Master) 피브리조가 지배했던 도시 사일라그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보는 곳이네요. 실피르씨···였던가? 잘 지내시려나?”
실피르라면 분명 자신이 등장하자마자 ‘헬 마스터님과 같이 있던 마족’이라며 질겁하고 거품물고 그 자리에 실신해버릴 것이다. 이거 왠지 가기가 꺼려지는데····? 그것보다 차곡차곡 듬성듬성 보이는 여러 가지 건물들, 왠지 멀리서도 분주해보이게 만드는 장사꾼들의 마차들····이미 예전의 번성한 모습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는 사일라그를 바라보며 제로스가 쓴 웃음을 지었다.
“뭐···· 친하다고는 할 수없지만요, 그래도 오랜만에 만나 뵐까요?”
자신이 지금 상관의 명령을 수행중이라는 것을 잊었는지 마냥 오랜만에 밖에 나와서 기쁘다는 어린아이 같은 표정을 자신도 모르게 지은 제로스가 그 자리에서 공기 중으로 녹아들었다. 잠시 평소와 같은 기분을 느끼며 워프를 시도한 제로스가 멍하니 주위의 집보다는 조금 더 커 보이는 집 앞에 내려섰다. 아마 그곳이 지금 또한 마을 번성을 위해 힘써 일하고 있는 나이와 비례한 젊은 아가씨가 거주하고 있는 곳이리라·····.
그녀는 분명 사일라그를 다시 예전처럼 만드는 게 목적, 그렇다면 지금 이렇게 번성··· 아니, 피브리조님 일 이후 세일룬에서 돌아온 직후 이곳이 어떤 상태였을지 그녀는 알고 있을 것이다. 그때 자신은 이계의 마왕에 대한 일 때문에 바쁜 상태여서 모르지만 말이다. 게다가 그녀의 성격을 대충 예상하건데 정보를 캐내는 게 상당히 쉬울지도····.
제로스가 천천히 그녀의 집으로 발걸음을 옴 기려고 할 때였다.
“이제야 다 왔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아니, 많이 들어본 것도 그렇지만 잊을 수 없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는가 싶다. 제로스가 놀란 나머지 몸을 돌려 목소리가 나는 곳으로 시선을 옴겼다. 그리고 타이밍도 좋게 나타나는 그녀······ 곧, 눈앞에 보인 존재 때문에 놀라 그는 그대로 공기 중으로 재빠르게 녹아 사라진다.
“에···, 방금 저기에 뭔가 있지 않았어?”
어슴프레 그의 모습을 잠시나마 뛰어오며 보았는지 신관장의 집으로 뛰어 달려오던 리나가 그 자리에 문득 발을 멈추었다.
그래···· 저편 허공에서 그의 시선을 느끼지 못하고····.
“그나저나 정말 오랜만이네 실피르”
“갑작스럽게 오셔서 놀랬어요 리나님”
오랜만에 마주하는 일행들이라 그런지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하는 실피르가 이어 쟁반에 갖가지의 요리를 들고 온다. 눈을 빛내는 무리들···· 그 대표적인 예로 그녀 리나.
실피르의 이마에서 잠시 땀이 흐르나 싶다. 상황을 보건데 당연하다. 식탐의 전쟁(?)을 치를 준비를 고루 갖추기 시작하고 있는 그들이니··· 이미 그녀 실피르의 요리 솜씨를 잘 알고 있는 가우리는 눈앞에 있는 음식들에 대해 이성을 잃었는지 평소치 않게 두 눈에 불을 켜며 리나와 아멜리아, 음식들을 번갈아 쳐다보고 있다. 마찬가지로 그녀들 리나와 아멜리아도····.
누가 먼저 공격(?)을 가해 올지 모르기에 눈에 불을 켜고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그 세 사람 -제르가디스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이미 그들에게서 떨어진 뒤이다-의 사이에서 실피르는 ‘음식은 많이 있어요’ 라고 그 셋을 설득 하지만 통하지 않자 옆에서 진땀을 빼고 있을 수밖에····.
하지만··· 그와 중에 그녀나 그 또한 못 느껴나 보다. 허공에서 느껴지는 차가우면서도 무언가 따뜻한 시선을····.
“야아~ 잘 먹었다!”
“잘 먹었어요 실피르씨”
리나와 다르게 생글생글 웃으며 아멜리아가 그녀를 마주한다. 고맙다며 짧게 인사를 한 실피르가 음식 그릇을 치우려하자 그 제서야 가우리가 아직 다 안 먹었다며 조금 남아있는 스튜로 또 다시 손을 뻗는다. 그걸 본 제르가디스가 ‘이제 리나도 안 먹는데 이제 좀 그만 먹지’라고 작게 핀잔을 주는 동시에 저 멀리 그녀의 주먹에 나가떨어지지만 신경 쓸 리가 없는 가우리이다. 실피르가 ‘조금 더 드시겠어요?’ 라고하자 고갤 끄덕이는 그····. 실피르가 조용히 얼굴을 붉히며 빈 접시를 들고 주방으로 사라진다.
“그러고 보니···· 요즘 들어 그 녀석 나타나는 게 뜸해졌어”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평소 이쯤 되면 나타나지 않았나?”
차례차례 제르가디스, 아멜리아, 가우리 순으로 말하는 것을 들으며 리나가 두 손을 깍지 낀채 머리를 받혀 천천히 의자에 기대어 앉는다. 멍하니 동시에 보이는 어둠에 휩싸인지 오래인 암청색 하늘····.
“그 녀석··· 안 나타나니 시끄럽지 않고 좋기만 한데 뭘 그렇게 찾냐?”
“하지만 언니···”
“맞는 말이잖아, 사실대로 말하면 여지 것 우리가 고생하고 지냈던 것은 그 녀석하고 관계된 이후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안 그래?”
“····”
“이대로 그 녀석··· 안 나타나는 게 좋을지 몰라. 아, 이제 늦었으니 난 그만 자러 갈게”
“아, 언니····”
말을 마치고 바로 행동으로 옴기는 그녀를 왠지 조금 낯설게 느끼는 아멜리아였지만 겉으로 내색하지 않은 채 왜 불렀냐는 듯이 자신을 향해 뒤돌아보는 그녀를 잠시 멍하니 주시하나 싶더니 곧 시선을 거둔다.
“아···아무것도 아니에요, 안녕히 주무세요”
“?”
그런 그녀를 뒤로 하고 계단을 성큼성큼 오른 그녀이다.
‘이번 명령 수행 중 리나 인버스와 만나는 것은 전면으로 금지한다’
상관의 명령이 메아리쳐 들려온다. 물론 그의 머리 속에서 가득 메워져있을 뿐····, 만약 지금, 아니 아스트랄 사이드에서 나오기 전에 바로 받은 그녀의 명령을 어긴다면 이번에 기회는 없을 것이다. 곧바로 그녀의 죽음이겠지····. 작게 한숨을 쉬며 지금 그녀가 잠들어있을 집을 멍하니 바라본다.
“뒤늦게····알게 된 것 같네요.”
괜스레····지금 몇 번째일지 모르는 후회를 하고 있는 그이다.
아까 전····, 그래 아까 전만해도 좋았는데···· 그녀 리나의 모습을 본 것, 그것만으로도 만족하는 그인데···· 괜히 조금 더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목소리를 더 듣고 싶다는 그 생각에 공기 중에 가까이 다가선 게 후회스러울 뿐이다.
‘왜 그래? 안 나타나는 게 시끄럽지 않고 좋기만 한데 왜 찾냐?’
‘이대로 평생 안 나타나는 게 좋을지도 몰라’
“미움털이 박힌 걸까요?”
우울한 어조로 자신의 두 다리를 싸매고 낯선 지붕위에 앉아있던 제로스가 작게 중얼거린다.
밤바람이 차갑다. 자신은 마족이라 느껴지지 않는 것들을 느끼는 것처럼 조용히 두 눈을 감고 감상에 젖는다. 아직 세상은 돌고돌고 돌아가는 중···· 왠지 이대로 멈춰 버리고 싶은 자신과는 다르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처럼 아니, 모른다는 듯이 자기일 만을 하며 돌아가고 있는 시간과 세계가 한편으로 원망스러울 때가 많은 그이지만 그런 세상 속에 그녀와 공존하고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그런 마음이 싹 가셔버리는 그였다.
그래···· 아까전의 그 말만 듣지 않았다면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 지도····. 점차 그녀가 원망스러워지는 제로스이지만 이미 자신은 그런 그녀를 좋아하고 있지 않은가? 결단코 그녀를 미워할 수가 없는 제로스이다.
“미워하고 싫은데···· 또 보고 싶어 지내요”
조용히 두 눈을 떠 감청의 하늘을 바라보던 제로스가 잠시 그대로 있는가 싶더니 조용히 공기 중으로 녹아들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어느새 자신은 그녀의 방을 향해 있었다. 내가 드디어 완전히 미친걸까? 라는 생각을 하며 조용히 벗어나려 하였지만 그대로 노크 없이 문을 열어보고 싶어져 서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멍청히 스스로도 바보라고 생각할 정도로 멍청히 그 자리에 서서 그녀의 방문을 바라보고 있는 그이다. 가뜩이나 이러다가 문이 열리며 그녀가 나와 자신과 마주치면 그다음은 상관의 명령에 복종해 그녀를 죽여야 할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있어서 제일 끔찍한 사태를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생각한 제로스는 그 자리에서 온몸을 부르르 떤다. 그때였다.
“누구 밖에 있어?”
젊은 여성의 목소리, 그녀다!
순간 눈치 빠른 그녀와 만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방문이 열리기도 전 냉큼 자리를 뜨고 마는 그이다.
곧, 메마른 나무기둥을 등지고 앉은 그가 마족인데도 불고하고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아마 늦은 시간이기에 잠들어있을 줄 알았던 그녀가 예상외로 깨어있어서 상당히 놀란 눈치이다. 만약 그가 그대로 그녀를 마주했다면 다음번에 마주할 때 그녀를 죽여야 될 것이다. 다행이고 다행이다. 정말 지금 상태에서 그녀를 처리하는 것, 그것만큼은 어떻게 하든 피하고 싶으니까 말이다.
가쁜 마음을 부여잡고 그는 멍청히 자리를 잡고 지금 그녀가 건재하고 있는 방안을 조심스럽게 들여다본다. 지금 그녀는 아까 자신이 서있던 방문에서 복도를 빼꼼이 고갤 내밀어 둘러보고 있다. 직후 방문을 닫으며 그녀는 이상하다는 듯 고갤 갸우뚱하며 책상으로 향한다. 그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그녀가 향한 책상에 꼿힌다. 책상 위가 심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상당히 어질러져있다. 각종 보석과 평범한 사람이 보기엔 그냥 지나칠 이름 모를 가루들··· 그 대표적인 예로 블루리 열매를 갈아놓은 가루라든가 예전에 그가 그들에게 선사해준 만드라고라 스프의 주재료인 만드라고라를 정제한 가루라든가····[···] 보석종류도 상당한데? 그녀의 눈동자보다는 색이 연하지만 속안의 작은 마법진을 보건데 직접 가공해서 만든 듯 한 주먹만한 보석이라든지 오리하르콘도 있고·····어디서 얻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값이 나갈 룬 오브(呪法球) 같은 것들도 눈에 띈다.
“도대체···· 저 많은 것들을 어떻게 가지고 다니는 걸까요?”
상관의 명령을 수행해야한다는 것도 어느새 잊어버린 그가 조용히 음조리며 그녀가 하는 행동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여러 문장의 마법진과 자잘한 마력파동···· 확실하다, 그녀는 뭔가 연구 중이다. 그런데··· 느낌상으로 보건데 타리즈만도 사용하고 있는 건가? 그제서야 그녀의 목과 손목 등에서 붉게 빛을 발하는 보석을 발견한다.
‘그렇게도 중요하고 힘든 연구를 하는 건가?’
그런 생각과 시간이 조금 지난듯하다. 쓴 웃음을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던 제로스가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본 뒤 시선을 그녀에게 돌린다. 그제서야 다 끝났는지 그녀는 어느새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짧게 설명하자면 찬찬히 자신의 물건들을-대부분 보석들-정리하고 있다···라고 할까? 그러던 중 문득 그녀가 하던 일을 멈추었다.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서는 그녀···· 일어선 그녀가 점차 창가로 다가온다.
이런··· 이대로 들킬············
염려는 없을듯하다.[····] 그녀의 창가 앞 나무에서 그녀의 창가를 등지고 뻗어있는 가지에 앉아있는 상태이니··· 기척과 망토자락만 잘 관리하면 그대로 들킬 염려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거기··· 누구 있어? 제로스야?”
예상대로···, 그녀가 하던 일을 뭠춘 이유는 자신 때문인가 보다. 아까 그녀를 지켜보는 와중 마음을 놓으며 그때까지 감추고 있던 기척을 실수로 흘렸으니····, 그녀의 동료 검사인 그보단 떨어지지만 감과 기척을 읽어내는 쪽으로 상당히 민감한 그녀이니···. 그 조금의 방심도 용서되지 않을 것이다.
“야! 제로스! 빨리 나오지 못해!? 아스트랄 사이드에 숨어있는 거 다 안다고!”
‘이봐요 아가씨··· 뭔가 잘못 알고계신 것 같은데 전 숨어있지 않습니다’
소리 없이 자신의 망토자락을 모아 잡으며 쓴웃음을 지은 채 속으로 답한 그가 그대로 조용히 나무에 기댄 채 그녀의 목소리를 듣는다. 오랜만에 듣는···그래 오랜만에 이렇게 가까이서 듣는 그녀의 목소리 때문에 기분이 좋아서인지 계속해서 자신이 여기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는 듯 비어져 나갈려는 기척을 지우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내가··· 잘못 느낀건가? 뭐, 상관없겠지···듣든···말든······”
왠지 허탈해 보이는 목소리에 그대로 고개를 그녀에게 내밀 뻔했고 더불어 스스로 놀란 그는 바짝 긴장한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 리나는 그대로 창틀에 기대어 팔로 턱을 받힌다.
그나저나·····듣든 말든?
“안 오니까··· 심심하다고····제로스···”
‘····’
조용히 홀로서기를 하는 것처럼 리나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본다. 무수히 떠있는 하늘의 장식꾼들···· 한동안 그 별들을 바라보던 리나가 이번엔 시선을 아래로 향한다. 밑에 깔려있는 건 자잘한 초록색 잔디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우울해 보이는 표정을 지은 그녀이다. 물론 등지고 앉아있는 그로선 그런 그녀의 얼굴표정을 보지 못했다.
“네가 숨어있든 상관없어 듣고 있으면···· 대답해줄래 제로스?”
평소와는 다른 그녀의 분위기에 이상함을 느끼는 제로스는 뒤돌아 그녀의 말에 끼어들고 싶었지만 만약 그랬다간 뒤늦게 분명 후회하고도 남을 일이니 끼어들 수없는 일···, 뒤돌아보고 싶은 충동을 억누른 채로 곧이 그대로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아까 전에···문득 느꼈어··· 이 사일라그··· 평소와는 뭔가 다르다는걸···아니, 실피르······실피르를 만나러 이집 근처에 다가설 때····그때부터 확실히 다른 곳과 다르다는 걸 느꼈어··· 위화감이라고 할까? 어쨌든 뭔가 익숙하지만 말야···· 때문에 알았어 네가 근처에 있다는 걸··· 또 확인도 할 수 있었고···”
눈웃음을 지으며 리나가 자신의 팔을 이용해 창틀에 기댄 채로 혼잣말을 하는가 싶다. 물론 사실 그곳에 그가 있는지 없는지 그가 듣든 말든 상관없는지 그저 뭔가를 킥킥대며 웃기만 할뿐····. 그런 낯선 그녀의 말투와 행동에 내심 놀람, 당혹스러워진 그는 그저 그녀의 말에 기척을 지운채로 집중을 할뿐이다.
그녀 리나가 말을 하는 것을 잠시 뜸을 들이는 듯싶다. 집중하는 그로선 왜 그런지 알 수없고····, 곧, 그녀가 입을 열었다.
“나···너 좋아한다”
“!?”
놀리는 걸까? 자신을 놀리는 걸까? 평소에는 자신을 늘 이용해 먹는다고 짜증내며 자신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그녀가······ 이젠 옆에 자신이 있는지 없는지 상관도 안한 채 맘껏 혼잣말을 해대더니···· 이제는 고백!? 놀려먹는 것도 정도가 있지 않은가···?(그러는 그대는 그녈 안 놀려먹수?)
가로안의 말은 지그시 씹어주자, 어찌 됐든 그녀의 갑작스런 고백에 놀란 채로 굳어버린 그이다.
“그동안 왠지 허전했어···· 뭔가···· 동료들이 곁에 있는데도···· 아멜리아, 가우리, 제르····· 걔네들이 곁에 있는데도 뭔가····뭔가가 허전했었지··· 그래 지난 한 달간 말야···· 뭔가 계속 맘에 걸리는데 어째서인지 생각해봤는데도 답이 안나오더라 그래서···· 답답해서 미치는 줄····그러는 줄 알았어···· 나중에 알고 보니 네가 없어서라는 걸 알고 스스로도 난감했었어····정말이야 제로스····”
자신이 그곳에 있는지 없는지 상관 안하는 그녀는 술렁술렁 입을 놀리지만 그녀의 말들을 모두 듣고 있는 제로스로서는 나중에 그녀를 보게 된다면 어떻게 대해야할지를 걱정만 쌓이고 있다. 물론 그는 그녀를 좋아한다는 것을 넘어선 상태이니 상관없겠고 또한 한참 후에 있을지 없을지 모를 일이지만, 마족인 그로선 과거에 누군가에게 ‘프로포즈는 남자가 먼저다’라는 문구를 들었던 기억이 있음은 물론이요, 그 말을 기억하는 와중에 그녀가 먼저 해버린 셈이니······ 더군다나 말할 수 있을지 없을지 시기까지 놓친 그로선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그래···나는 너를 좋아하는 거야·····어쩌면 더 나가서 사랑하는 걸지도 몰라···· 듣고 있다면 내 말에 대한 네 응답을 듣고 싶은데····무리이려나?”
-대답을 기다릴게····
허공을 향해 쓴 웃음을 지은 그녀가 그대로 창문을 조용히 닫으며 이젠 잠자리에 들기 위해 불을 끄러 자리를 뜬다. 곧, 방안의 불이 빛을 잃으며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이내 조용해진다. 그때서야 제로스가 천천히 손에서 힘을 뺀다. 이어서 들리는 ‘사락’이란 소리의 옷가지····. 공기 중으로 스르륵 그 자리에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처럼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그는 사라졌다.
“좋아한다는 건···· 마음대로 쉽게 입 밖으로 뱉을 수 있는····그럴 수 있는 말이 아니에요”
조용히 잠들어있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본다. 조용히 감겨있는 두 눈···· 자신에게 속마음을 고백해준 이 어린 소녀를 바라보며 기쁨에 고마워할 뿐인 그이다. 그렇지만 상당히 오랜 시간을 살아온 마족인 그라도 어리다면 어리다는 걸까? 지금 자신이 그녀에게서 느끼는 감정이란 것이 어떤건지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프로포즈는 남자가 먼저해야한다고 들었다고요 아가씨”
옛 기억속의 누군가가한 말을 다시 기억하며 제로스가 그녀에게 손을 뻗었다. 역시 보기 만해도 보드라워 보이는 그녀의 살결은 생각 이상으로 훨씬 부드럽게 느끼고 있는 그이다. 꼭 입속에서 살살 녹아 사라지는 달콤한 아이스크림 같다고나할까?
그렇게 그녀의 볼을 쓰다듬던 그는 이번엔 자신의 손가락 사이사이를 감싸 끼워져 있는 천을 조용히 벗겨낸다. 곧, 천천히 장갑을 벗어제낀 그가 달빛을 받아 더욱 시리게만 느껴지는 차가운 손으로 그녀의 볼을 다시 쓰다듬는다. 아까보다는 훨씬 뚜렷하게 느껴지는 살결의 부드러움을 느끼며 제로스가 조용히 미소 짓는다.
소멸···할테면 소멸하라지···· 이제 자신이 그분에게 소멸당하든 말든 그로선 상관의 명령 따윈 이젠 상관없어졌다.
“그랬죠····이젠···아니 이전부터 잊을 자신은····애초에 없었으니까····”
사실 애초에 자신이 만들어진 이유는 그녀를 따르기 위해서니까···· 지금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어린 소녀에게서 감정이란 것을, 그것도 거리가 멀고멀어서 애매모호한 사랑이란 것을 느꼈던 그때부터 이미 자신은 상관의 명령을 져버린 거나 마찬가지····.
그렇기 때문에····.
-죽는다면 죽는다.
조용히 미소짓던 그의 표정이 고통스러운지 점차 일그러진다. 조만간 떨어지게 될 수밖에 없을··· 그녀는 지금 자신과 다르게 웃으며 곤히 잠들어있기에··· 편하다 못해 행복해 보이는 표정으로 소릴내진 않지만 웃음 짓기까지 하며 잠들어있는 그녀를 보고있자니 일그러졌던 표정마저 풀어져버린 동시에 쓴웃음이 떠오른 그이다.
“우음···위에·······터··· 2인····씩···· 추가·····”
“하하···하····”
그와 중에도 먹는 꿈을 꾸며 행복해하는 그녀를 보고 웃음밖에 나오지 않은 제로스가 천천히 시선을 창가로 돌린다. 그녀는 분명 알고 있었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수신관 제로스라는 존재가 그곳에서 자신을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아까 잠들기 전에 굳게 닫지 않았는지 조금 열린 채 바람을 맞이하고 있는 창문을 보며 발걸음을 그리로 옴긴 제로스가 창문을 살며시 닫는다. 그러다 문득 하늘로 멍하니 시선을 옴기는가 싶더니 장난스레 서리 낀 창문에 그녀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장난스레 적어 넣는다.
아마··· 예상하건데 내일 그녀가 일어났을 즘엔 지워지겠지? 그녀는 늦잠꾸러기니까····.
“하늘이 참···· 높네요”
홀로 쿡쿡대며 웃은 제로스가 천천히 다시 그녀가 잠들어버린 침대로 발걸음을 옴긴다. 고른 숨을 차례차례 규칙적으로 내쉬며 잠든 그녀의 속눈썹이 지금은 무슨 꿈을 꾸는지 모르겠지만 파르르 떨린다. 이어 조금이나마 열여있던 창문에서 들어온 바람 때문인지 조금은 떠는 듯한 그녀에게 싱긋 웃으며 이미 제자리에서 한참은 벗어난 이불자락을 들어 그녀에게 덮어준다.
제로스가 한손을 들어 이번엔 그녀의 붉은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그리고 후에 그녀의 얼굴로 손을 옴겨 쓰다듬기 시작한다. 살짝은 붉으스름한 뺨을 몇 번인가 쓰다듬더니 이어 그녀의 눈가로····.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 제로스가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는 것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는 그 쓰다듬던 손을 이용해 이번엔 그녀의 턱을 받혀 잡는다. 그리고선·····.
“제가 사라져도 당신만큼은 건강하게···· 무사하길 바랍니다, 리나 인버스”
살짝 잠시간의 짧은 입맞춤을 끝내고 조용히 그녀의 귓가에 속삭인 제로스가 그녀 리나에게서 떨어져 나온다. 그리고 아까 벗어놓은 자신의 하얀···· 백색 장갑을 뭔가 맘에 안 드는 투로 바라본 후 다시 그녀에게 돌아선다.
“안녕 리나님, 다음번에 만나게 된다면 분명 전 당신을 죽이러올테죠? 그러고 싶진 않지만···”
잠결에···· 상당히 기분 좋은 꿈을 꾼 것 같다. 뭔지는 역시 전혀 기억나지 않지만 말이다. 그런 생각과 함께 해가 이미 중천에 뜬지 오래에 잠에서 깨어난 그녀 리나는 커다란 기지개를 켠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으으으음~”
실컷 자고난 지라 기분이 좋은지 웃는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 리나가 천천히 침대에서 내려선 후 창가로 발걸음을 옴긴다. 아마 방을 환기시키기 위함이니라····. 천천히 새것처럼 깨끗한 창문을 밀어 열어 제낀 그녀가 맑은 공기를 마시며 다시 한번 크게 기지개를 켰다.
그리고···· 순간 보인 창가의 뿌연 부분····, 뭘까? 란 생각에 창가에 고개를 가까이 댄 리나가 무심코 놀란다.
“리나 인버스···내···이름····? 내 이름이 왜 여기에??”
머리위로 물음표를 띄우며 리나가 자리에서 돌아선다. 그리고 그 후 다시 침대로 다가서더니 아무 말 없이 풀석······침대가 흔들릴 정도로 세게 앉더니 그대로 뒤로 몸을 넘긴다. 조용히 누워있는 그녀의 입가가 조금은 위로 구부려진듯하다. 아마 그제서야 누군지 예상되는가 보지·····, 잘때의 그녀는 작은 기척과 살기에도 잠에서 깨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어제 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것이고, 그가 있는지 훤히 알면서도···· 그를 놀려보고 싶어서라도····, 도발 비슷한 말을 써서 오랜만에 그의 얼굴을 보고 싶어서라도···· 가장 큰이유는 그 이상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하는 게 견디기 어려웠던 것, 한마디로 간추리자면 그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것·····.
이미···· 너무 늦게 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어쨌든····대답은 들은 것 같네····”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침대위에서 뒹군 그녀가 작게 중얼 거렸다.
“같다고······나도 같다고 대답해줘서 고마워 제로스···”
아무도 없는 방안에서 홀로 조용히 주문을 외던 그녀가 누운 그대로 자신의 손안의 그것을 세지는 않지만 움켜쥐었다.
그래··· 그가 늘 끼고 있던 하얀 백색의 그것을······.
그래···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
하지만···
내가 살아있는 한 언제나 기다려줄게····
비록 네가 나를 죽일지라도···
I will wait for the day when you come to me.
에···· 몇일간을 고뇌하던 끝(?)에 드디어 올립니다!
····음···본인은 제리라고 생각하지만요··· 왠지 뭔가 매치가 안되죠;;;;
읽는내내···· 맨 마지막 까지 읽어주신 분들···· 눈 썩으신거 안되셨군요! 어서 병원으로 전력질주하심이! (끌려가 죽도록 밝힌다음 생으로 매장당한다.)
········
·······으흐흐흑·····지금 린제는 엄청나게 후회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전에 올린 이벤트 글 격정······ 엄청나게 후회하고 있어요.
조금만 더 늘게 올릴 걸·····
요번 새로운 이벤트 시작할 때 올릴 걸····
그거···· 본인도 상당히 잘썼다고 자부합······(끌려나가 총살당한다.)
······으흐흐흑····이런 제길슨!!
지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요번 이벤트 글로 바꾸고 싶어요;ㅁ;
어쨌든 후회를 땅꺼지게 하고 있는 린제입니다.
I will wait for the day when you come to me.
나는 네가 올때 까지 기다린다.
본 글의 마지막 문구입니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말인데요. 왠지 맘에 들어서 써먹었는데····· 역시 그전 꺼보다 훨씬 안된·····. (게다가 분량도 조금·····;;)
우워어어어어······· [절규의 소리다.]
어쨌든 아깝습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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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올린 초 졸작인 제목 :[「이벤트」] [005. 기억] 격정(중편이라 생각해요;;) -부제 : 어느새 잃어버린 마음···· 에 꼬릿말을 남겨주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ㅁ<
치케
오오~ 제로리나 로맨스!!!+ㅁ+[뭐냐;;] 라일락, 읽어봐야겠군요....<-
->제리 로맨스라·····그렇게 본거구나····음··· 나름대로 목적은 달성한건가?
아! 라일락···· 읽으면 분명 눈 썩을······<-;;
아! 오늘 만나게 되어서 기뻤어!!!!!! 내일도 만날수있다면 만나자!! <-
XelloLiⓛⓞⓥⓔ
하아......;;맨처음 정말 놀라버린...("루..루냔?"..."도,도대체 누구지?")...어,어쨋든...저보다 시간 많으신분이 좀더 분발해주셨으면 해요오...(본인은 학원가서 7-8시간을 살다시피 하는와중에도 이렇게 꼬릿말을...<-)..코스프레, 아깝네요...(속으로 은근히 즐거워했죠)..뭐,어쨋든..나중에뵈요오!!/건필입니다아!
->루냔이 아니라 루얀이다<- 루얀 이란 캐릭터는 내 창작(?) 캐릭터여···· 모르는게 당연하지! 어쨌든···· 남한테 권유하는 것 보단 네가 써보는 것은 어때?
아이냥호
제로리나 만세~~~~~~~~ 리나상이 죽다니............. 너무 슬프네요..제로스군~ 계속 기다리세요! 리나는 약속을 지킬꺼에요~~~>ㅁ< 아! 린제님 소설 참 오랜만이네요~~(아닌가?) 아 하여튼~~ 너무 재밌어고요!! 다음소설 기대할꼐요~
->제로리나만세!!!!! 리나상···· 죽었습니다! 이게 다 저의 계략·····(머리에 구멍난채 끌려나간다.) 제로스군···· 언제나 기다리지요! 리나상을/ㅁ/
아하하하···· 너무 느릿느릿 올리기 때문에 짜증나시더라도 이해를····(또 끌려나간다.)
[ⓗarryⓟotter]
언니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철퍼덕) 우아아아;ㅁ; 언니 멋졌어, 최고야!! 장편도 건필하라고~ 차차참, 엔딩은 새드로 내는게 어ㄸ... (다른 분들한테 후려맞는다)
->나도 해리양을 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사랑해♡♡♡♡♡♡ <-;;;;
멋졌다니··· 고마울뿐···· 그리고 오늘 만나서 즐거웠어!
┏리나love┓
제리 만세다~~>ㅁ< 이번 코믹 꼬~옥 갈거지? 아아아아~팬시 다 팔리면 안돼요~~
->누웃!!! 나도 제리만세!! ㅋㅋㅋ 오늘···· 슬레존에 있는거 거의다 질러버렸삼!!!!
그런데 문제는 엘윈님이 몇 개 뺴먹으셨던...;;;; <-집에서 알게되었다..;;
내일 사러가야지····♡ ㅋㅋ
『달기♥』
꺄악꺄악! 제리만세! 그치만, 라일락은 해피여야해 -_-+
->제리만세입니다!!!!!!!!!! 라일락은 해피라···· 왠지 자신이 없어지는 군요;;;
해피물은 거의 안써봐서····· 요번꺼는 거의 노멀 비슷한데····;;;;
·······어쨌든!!!!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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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후후후후후후후후후후흐흐흐흐흐흐( 너무 좋아한다 이녀석 ) 볼때 만큼은 행복한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좋은 소설이예요~ 이벤트에 꼭 당첨되실수 있을겁니다!
멋져요!!!
같이 못가서 미안해 린제야..ㅜㅜ
멋져요....정말이지....대단하세요~~~<-털썩-
좋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아무리 제가 언니의 동족이라도 그쪽에선 저보다 확실히 뛰어나지 않으십니까?...힘내세요.. 덧붙여, 언니 애니고 가시려면 평균 90이 넘어야 한다는 꿈속의 헛소리를...(하고싶었다!!!<-)...무시하세요...건필입니다...♡
와아앗, 좋아!! 멋졌어!!! 좋은 결과 있기를//ㅁ//
으허허허허 역시 제로리나군-_- 으어어어~ 나는 쓰고싶어도 생각이 안난단 말이얏!!!!!!;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