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죽음으로 사랑을 다시 읽는다 - 여성의 죽음으로 완성되는 고전 작품 속 파괴적인 사랑을 파헤친다!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여자 그리고 죽음
여성은 에로스의 대상이 되어 사랑과 혁명의 불쏘시개로 여겨졌다.
순간의 지속, 안나가 원했던 것도 진실한 순간을 생 전체로 이어가는 것, 그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목숨과 맞바꿔야 할 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그는 기차선로에 뛰어드는 그 순간에야 깨달았을 것이다. 그는 사랑 없는 삶 대신 삶 없는 사랑을 택했지만 그 사랑조차 순간으로밖에는 가질 수 없었다.
나는 아름다움을 위해서 죽었답니다- 그런데
무덤에 잘 적응하지 못했지요
진실을 위해 죽은 자가 바로 옆방에 눞혀지더니-
'왜 죽었습니까?' 그가 나직이 물었지요
'아름다움 때문에.' 내가 대답했어요-
'나는 '진리를 위해서라오' 그 둘은 하나이니-
우리는 형제로군요. 그가 대답했지요-
그리하여, 밤에 만난, 동지로서-
우리는 방 너머로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이끼가 우리 입술까지 치올라-
우리 둘의 이름까지- 완전히 뒤덮을 때까지
에밀리 다킨슨의 시 '나는 아름다움을 위해서 죽었답니다' 전문이다. 시의 본문에서 화자의 성별이 명시적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으나 아름다움을 위해 죽은 '나'는 여성, 진리를 위해 죽은 '그'는 남성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시대 혹은 문화에 따라 그 시대와 그 문화를 대표하는 여성상에는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어 왔지만 그러한 여성상에는 '아름다움'이라는 수식어가 곧잘 따라붙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죽은 여자다>는 고전 스토리를 분석하면서 발레와 오페라 등 공연예술 작품의 기원이 되는 문학 작품과 신화까지 겨냥한다. 늘 여성에게 따라붙은 '아름다움', '사랑'이라는 키워드가 콘텐츠에서 '죽음'이라는 키워드와 만나 서사구조를 형성하면, 윤단우 작가가 이 책 서문에서 질문했듯이 '사랑은 왜 여성의 죽음으로 완성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낳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