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방을 비우고 나서
- 염창권
그 생각을
떠올린 건 몇 달이 지난 후다,
깃털 몇 날 얼음장에 흩어진 채,
강물 쪽의
동공의 움푹 팬 곳에서 한 사람이 걸어온다
내 영혼을 꺼내온 뒤
그예 방은 비워졌으나
날갯짓을 물들이는 노을처럼, 어둠처럼
갈대밭 꺼진 곳에서 새어 나온 울음처럼
내게서 새 부리 같은 그림자가 돋아나며
남겨 놓은 쓸쓸하고 이름 없는 것들을,
이제는 돌아갈 길 없는 그 방을, 생각한다
그가 가진 신체적 물성이며 습관까지
통혼通婚했던 지난날엔
가진 것의 전부였더니
이제는, 열어놓은 관처럼 텅 비워진,
떠나온 나!
ㅡ 《상상인》 2025, 봄호
***********************************************************************************************************
몇 해만인지 운전면허 적성검사 통지를 받았습니다
아직 운전할 일이 많이 남아있어서 면허를 반납하지 못하니 날을 잡아 경찰서에 다녀와야지요
노안이 불편해지고 시력도 떨어졌지만 원근 구별도 되고 색깔 구분도 정상이니 큰 걱정은 없네요
다만 퇴행성 관절염과 간간이 찾아오는 요통으로 오래 걸을 수 없긴 합니다
건강의 방을 비워내야 하는 늘그막이 약간 서러워도 좀더 오래 써야할 내 건강 유지입니다
며칠 전 대형병원에서 목격한 바로는 일일 방문객이 6,000명 이상이라더군요
나와 같은 병환으로 기다리는 이들이 수십 명을 넘어 기잭에 이른다는 것이 위로가 되더라구요^*^
중증환자등록을 한 일흔 셋의 환자에게 아직 너무 젊다고 하면서 초음파시술을 권하더라구요 ㅎㅎ
병원의 수익확대 봉이 되었나 싶으면서도 가족들이 강권하니 받아들일 밖에요
점점 비어져가는 건강이란 방에 근근이 붙어 있는 익숙한 가구들을 쓰다듬는 새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