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오만 년쯤 걸어 왔다며
내 앞에 우뚝 선 사람이 있다면 어쩔테냐
그 사람 내 사람이 되어
한 만 년쯤 살자고 조른다면 어쩔테냐
후다닥 짐 싸들고 큰 산 밑으로 가 아웅다웅 살테냐
소리 소문없이 만난 빈 손의 인연으로
실개천 가에 뿌연 쌀뜨물 흘리며
남 몰라라 살테냐
그렇게 살다가 그 사람이 걸어 왔다는 오만 년이
오만 년의 세월을 지켜온
지구의 나무와 무덤과 이파리와 별과
짐승의 꼬리로도 다 가릴 수 없는 기럭지라면
그때 문득
죄지은 생각으로
오만 년을 거슬러 혼자 걸어갈 수 있겠느냐
아침에 눈 뜨자마자 오만 개의 밥상을 차려 오만 년을 노래 부르고,
산 하나 파내어 오만 개의 돌로 집을 짓자 애교부리면
오만 년을 다 헤아려 빚을 값겠느냐
미워하지 않고는 배겨날 수 없는 봄날,
마알간 얼굴을 들이밀면서
그늘지게 그늘지게 사랑하며 살자고
슬쩍 슬쩍 건드려온다면 어쩔테냐
지친 오만 년 끝에 봄 풀어 헤친
그 사람 인기척이 코 앞인데 살겠느냐 말겠느냐
인기척 이병률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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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이라?
만 년이나 살자꼬?
참으로 당차고 야무지군.
봄이 그렇게 황당한 인기척을 몰고 온단 말이지?
빈 손이어도 좋고 심산유곡의 오두막이어도 좋단 말이지?
아웅다웅 사랑 싸움하며 살 수 있단 말이지?
그 사람이 사랑하나 때문에 기다려 온 세월의 기럭지가 그만큼 길단 말이지?
그것이 죄가 될 것 같아 도저히 어찌할 수 없단 말이지?
양귀비의 마약 같은 애교랑 춘향이의 일편담심이랑
황진이의 이지적인 아름다움도 다 겸비했나보다.
오만 개의 밥상을 차리다니..
허지만,
그 놈의 머스마 오만 개의 돌로 집을 지으려면 허리가 꺽어지겠다.
그래도 그늘지게, 그늘지게 꽃 그늘로 사랑할려면 집을 지어야겠지..
헌데, 이보게 친구!
그렇게 신비한 사랑을 할려면 슬쩍슬쩍 건드리는 게 아니야.
아주 정중하게, 아니야 그걸로도 부족해.
노예처럼 무릎을 꿇고 하늘에서 별을 따다 드리겠습니다, 라고
신파극조로 눈물이라도 흘리며 애걸복걸해야 맞는 거 아닌가?
뭐가 잘났다구 살겠느냐 말겠느냐며 콧대를 세워?
요즘 여인들의 값이 얼마나 비싸며 사랑을 얻기가 얼마나 힘든줄을 알기나 하는기야?
사랑은 없고 몸만 있다고 난리부르스인데 친구는 뭐가 그렇게 도도해?
후후후~
봄이 몰고 오는 기척은 神話를 꿈꾸게하고도 남음이 있지.
전화(傳話)가 묻어 나는 훈풍에다 넋을 빼았는 꽃향기라니..
이윽고 봄이 왔고 물먹은 산하에 아지랑이 가득하며
동네방네 꽃 소식이 터지면 나도 오만 개의 집을 짓고 싶다.
가진 것 없기에 그냥 심산유곡에 묻혀 산다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산다면 얼마나 좋으랴.
서양속담에 사랑은 왕궁에서 뿐이 아니라 오두막 집에서 산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도 비록 오두막이지만 사랑이란 이름만 있어도 충분히 행복할 것 같다.
오만 개의 밥상을 차리는 그러한, 신비스러운 여인보다는,
누군가를 닮은 사람, 누군가처럼 똑똑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아니라
좀은 모자란 듯이 그저 그렇게 함께 해 줄 수 있는 사람.
소리소문없이 떠나 쌀뜨물 흘리며 살자고 조르는 사람!
그런 사람과 만 년이 아니라 단 하루만이라도 푸지고 오지게 사랑하며 살아봤으면...
어느덧 3월이 다 가고 이제 며칠 후엔 4월,
벌써 "T,s 엘리어트" 의 신음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지난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습니다.... 그리고..... 아아~~ <잔인한 4월>----
봄은 깊은 물목으로 흐르며 찬란하게 꽃길을 열다가 여름의 절정으로 치달을 것이다.
음악, 뻐꾹 왈츠-
첫댓글 뻐꾹 뻐꾹 울지만마시구
올해엔 꼬옥 그녀를 만나시길
바랍니다유
ㅎㅎㅎ 고마워요...
어때요?
봄을 맞을 준비는 충분히 만들어 놓았겠지요?
물론 좋은 여인과도? ㅎㅎ
올 봄엔 좋은 친구 아니 영원히 함께할 친구같은 연인 만날수있길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감사합니다.
처음으로 대하는 닉인데..
어쨌거나
좋은 분과 홤께 하시는 봄이 되시기를...
저는 연하는좀~~~
ㅎㅎㅎ
연하.. 아닌디유? ㅎㅎ
목련꽃이 피려면 아직 기다려야할 것 같군요,
감사합니다.
저는 좋은데용 ^~^
목련꽃 필때쯤 같이 꽃구경갈까용 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승기오빠가 좋은가벼유~~ ㅎㅎ
늘 건강하시구 행복하십시용 ^*~
@담이 오해에요
조건없는 사랑은 만년도 많고 80 세면 어떨까 .............?
남의 피해 안주며 살수 있는 나이
자식들이나 주위에서 빨리 안죽나 하면
더 살아도 안됩니다 깨끗하고 청순미를 살리며
둘이 아옹다옹 살수 있는 삶이 얼마나 될가 ...........?
그러게요.
엄마나 오래 사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다는 거...
저 시인은 오래사는 것을 말함인 아니겠지요.
세월에다 강열한 의미를 부여하고.. 그래서 사랑의 절절함을 한층 부각시키는...
뭐.. 그런 뜻이라 ... 긴 여운을 남기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좋은 봄날을 맞이하시기를.....
저 잘난맛에 사는 요즘은
사랑에는 나이가 필요 없는거 같읍니다.
뭐든지 자기 능력것, 타고난 복대로요.
주위에서도 그런광경을 많이 보게 되더군요.
소리소문 없이 쌀뜨물 흘리며 조용히 살자고 조르는여인 나타나시면 연락 주세요.
쌀 20키로 사가지고가 축하 해 드리지요.
국시 한그릇 대접 받고요.ㅎ
그럼요,
모두 제 잘난 맛에 산다는 거... 동조합니다.
그렇지 않음 주눅이 들어서 살기가 힘들겠지요?
국수도 필요하고 쌀도 필요하네요.
그러나 마음을 비워버린지가 오래...
그냥저냥...
꿈이나 꾸면서 사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