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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莊子) 내편(內編) - 人間世篇(인간세편)
장자는 마음을 텅 비우고 자기의 신체마저 잊어 버리는 심재좌망(心齎坐忘)의 경지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세상 돌아 가는 이치도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 다. 또한 어떤 거목의 예를 들어 쓸모없는 것의 쓸모에 대해 강조하였다. 이는 어지러운 세상을 살아가는 도가(道家)의 처세법을 잘 드러낸 것이라고 하겠다.
1. <자신을 먼저 살피라>
顔回見仲尼(안회견중니) 請行(청행)
안회가 공자를 만나 뵙고 떠나겠다고 말하였다.
曰(왈) 奚之(해지)
공자가,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曰(왈) 將之衛(장지위)
안회가, "위나라로 가려고 합니다"
曰(왈)
奚爲焉(해위언)
공자가, "무엇을 하려는지 말해보게"
曰(왈) 回聞衛君(회문위군)
안회가, "제가 듣건대 위나라 임금은,
其年壯(기연장) 其行獨(기행독)
나이가 젊고, 제 멋대로 일을 처리한다고 합니다.
輕用其國(경용기국) 而不見其過(이불견기과)
나라를 가벼이 다스리면서 자기 잘못은 깨닫지 못하며,
輕用民死(경용민사) 死者以國量乎澤若蕉(사자이국량호택약초)
백성들을
함부로 부려, 주검이 늪지의 풀처럼 나라 전체에 널려 있다고 합니다.
民其無如矣(민기무여의)
그런데도 백성들은 재난에서 벗어날 길을
모른답니다.
回嘗聞之夫子曰(회상문지부자왈)
일찍이 제가 선생님으로부터 듣기로는,
治國去之(치국거지) 亂國就之(난국취지)
‘제대로 다스려지는 나라는 버리고, 어지러운 나라로 가야 한다.
醫門多疾(의문다질)
이는 환자들을 위해 의원이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願以所聞(원이소문) 思其所行(사기소행)
제가 들은 바대로 실천한다면,
則庶幾其國(즉서기국)
有瘳乎(유추호)
아마 그 나라의 병폐도 고쳐지지 않겠습니까?
* 공자와 안회의 대화는 물론 장자가 꾸며낸 것이다. 그는 공자의 입을 빌어 유가(儒家)의 명성과 실리에대한 집착을 비판하고 있다. 또한 자기의 독특한 윤리설과 처세론을 펼치는 것이다.
2. <덕과 지혜를 내세우면 위험하다>
仲尼曰(중니왈) 譆(희) 若殆往而刑耳(약태왕이형이)
공자가 말하기를, "아아, 너는 가보아야 형벌을 당할 뿐이다.
夫道不欲雜(부도불욕잡) 雜則多(잡즉다)
무릇 도는 잡되지 않아야 한다. 잡되면 용무가 많아지고,
多則擾(다즉요)
擾則憂(요즉우)
용무가 많아지면 어지러워지며, 어지러워지면 근심이 생기고,
憂而不救(우이불구)
근심이 생기면 남을 구원하지
못한다.
古之至人(고지지인) 先存諸己(선존제기) 而後存諸人(이후존제인)
옛날의 지인은 먼저 자기 자신이 도를 체득한 후에야 비로소
남을 이끌고자 하였다.
所存於己者未定(소존어기자미정) 何暇(하가) 至於暴人之所行(지어폭인지소행)
자기도 도를 체득하지 못한 주제에
어찌 난폭한 자의 행실을 상관할 겨를이 있겠느냐.
且若亦知夫德之所蕩(차약역지부덕지소탕) 而知之所爲出乎哉(이지지소위출호재)
너 역시
덕이 허물어지는 것과 지식이 생겨나는 것을 알고 있느냐.
德蕩乎名(덕탕호명) 知出乎爭(지출호쟁)
덕은 명예욕에 의해 허물어지며,
지식은 경쟁심에서 생겨나는 것이다.
名也者(명야자) 相軋也(상알야) 知者也(지자야) 爭之器也(쟁지기야)
명예욕은 인간관계를 해치고
지식은 다툼의 도구일 뿐이다.
二者凶器(이자흉기) 非所以盡行也(비소이진행야)
이 두가지는 흉기이므로 결코 취할 바가 못
된다.
且德厚信矼(차덕후신강) 未達人氣(미달인기)
또한 덕이 두텁고 믿음이 굳더라도 아직 상대방의 마음가짐을 알지
못하면서,
名聞不爭(명문부쟁) 未達人心(미달인심)
명예에 관하여 남과 다투어서는 아니 된다. 만약 상대방의 마음가짐을 알지 못한
채,
而强以仁義(이강이인의) 繩墨之言(승묵지언)
인의니, 행위준칙이니 하는 말을
衒暴人之前者(현폭인지전자)
난폭한
자의 앞에 늘어 놓는다면,
是以人惡育其美也(시이인오유기미야)
이는 남의 결점을 기화로 하여 자기의 장점을 드러내는 것이
된다.
命之曰(명지왈) 菑人(재인)
이런 사람을 일컬어 남에게 재앙을 주는 자라고 한다.
菑人者(재인자)
人必反菑之(인필반재지)
남에게 재앙을 주는 자는 반드시 남으로 부터 재앙을 당하게 된다.
若殆爲人菑夫(약태위인재부)
아마 너도
남들로부터 재앙을 당하게 되리라.
且苟爲悅賢而惡不肖(차구위열현이오불초)
또한 진실로 위나라 임금이 어진이를 좋아하고 어리석은 자를
싫어 한다면,
惡用而求有以異(오용이구유이이)
어찌 너를 써서 일을 하고자 하겠느냐.
若唯無詔(약유무소)
너는 위나라에
가더라도 아무 말도 하지마라.
王公(왕송) 必將乘人(필장승인) 而鬪其捷(이투기첩)
임금은 반드시 권력으로 너를 누르고 말꼬리를
잡고자 할 것이다.
而目將熒之(이목장형지) 而色將平之(이색장평지)
그리하여 너의 눈은 어지러워 지고 낯빛은
변하며,
口將營之(구장영지) 容將形之(용장형지)
입은 마음에도 없는 말을 늘어 놓게 되고, 태도는 비굴해 질
것이며,
心且成之(심차성지) 是以火救火(시이화구화)
마음도 그를 따르고자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불로써 불을 끄게
되고,
以水救水(이수구수) 名之曰益多(명지왈익다)
물로써 물을 막으려는 것과 다름이 없어, 익다(益多)리고
한다.
順始無窮(순시무궁)
애초부터 그런 형편이므로 끝없이 끌려가게 되리라.
若殆以不信厚言(약태이불신후언)
이와는
달리 상대방의 신임도 얻지 못하면서 곧은 말을 하다가는,
必死於暴人之前矣(필사어폭인지전의)
반드시 폭군 앞에서 죽임을
당하리라.
* 명예욕은 인간상호간에 불신과 시기심을 일으키게 하고, 지식은 경쟁과 출세의 도구일 뿐이다. 유가가 이런 것에 집착함으로써 사회적 혼란상을 증폭시킨 셈이다. 또한 작위와 규제로 행해지는 정치는 결코 백성들을 이롭게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장자는 유가의 실천윤리와 정치철학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공자의 입을 빌어 이와 같은 냉소적인 발언을 함으로써, 그의 사상이 유가와는 대척적(對蹠的)인 입장임을 선언한 것이다.
3. <모든 명성과 실리를 추구한다>
且昔者(차석자) 桀(걸) 殺關龍逢(살관룡봉) 紂(주) 殺王子比干(살왕자비간)
또한 옛날 걸왕은 관룡봉을 죽였고, 주왕은
왕자인 비간을 죽였다.
是皆修其身(시개수기신) 以下傴拊人之民(이하구부인지민)
이들은 다 덕을 쌓고 신하의 몸으로 백성들은
어루만져,
以下拂其上者也(이하불기상자야)
웃사람의 뜻을 거스른 사람들이다.
故其君(고기군) 因其修以擠之(인기수이제지)
따라서 그들은 덕행을 쌓았기 때문에 죽임을 당한 것이다.
是好名者也(시호명자야)
이들은 바로 명예를 좋아한
사람들이다.
昔者(석자) 堯(요) 攻叢枝胥敖(공총지서오)
또 옛날에 요임금은 총지와 서오를 치고,
禹(우) 攻有扈(공유호)
國爲虛厲(국위허려)
우임금은 유호를 정벌하였다. 그래서 이 나라들은 허물어 지고,
身爲刑戮(신위형륙)
군주들은 살해
되었다.
其用兵不止(기용병부지) 其求實無已(기구실무기)
그들은 전쟁을 그치지 않고 재물을 좇았던
것이다.
是皆求名實者也(시개구명실자야)
이들은 모구 명예와 실리를 추구한 사람들이다.
而獨不聞之乎(이독불문지호)
너는
이런 말을 듣지 못했는가?
名實者(명실자) 聖人之所不能勝也(성인지소불능승야)
명예와 재물의 유혹은 성인이라도 이겨낼 수 없다는
것을.
而況若乎(이황약호)
하물며 너에게 있어서랴
4. <고집불통에게는 어떤 충고도 소용이 없다>
雖然(수연) 若必有以也(약필유이야) 嘗以語我來(상이어아래)
하지만 너에게도 반드시 까닭이 있으리라. 그러나 어디 한 번 말해
보아라"
顔回曰(안회왈) 端而虛(단이허) 勉而一(면이일) 則可乎(즉가호)
안회가 말하였다. "단정하고 겸허하며, 애써 순수한 입장을
지키면 되겠습니까?"
曰(왈) 惡惡可(오오가)
"아, 그 정도로 어찌 가능하겠느냐.
夫以陽爲充孔揚(부이양위충공양)
그는 정기가 꽉 차있고 의기를 뽐내며 기분이 자주 변한다.
采色不定(채색부정) 常人之所不違(상인지소불위)
또한 낯빛이 일정치
않아 보통 사람들은 그의 뜻을 거스르지 못한다.
因案人之所感(인안인지소감) 以求容與其心(이구용여기심)
그러므로 그는 신하들의 의견을
억누르며 자기 생각대로 밀고 나가려 한다.
名之曰日漸之德不成(명지왈일점지덕불성)
이를 일러 날마다 애써 얻는 작은 덕조차 이루지
못한다고 한다.
而況大德乎(이황대덕호)
하물며 어찌 큰 덕을 이룰수 있겠느냐.
將執而不化(장집이불화)
그는 자기를
내세우며 남의 간언을 받아 들이지 않는다.
外合而內不訾(외합이내불자)
겉으로는 듣는체 해도 속으로는 전혀 고치지
않으리라.
其庸詎可乎(기용거가호)
그러니 네가 그를 어찌 하겠느냐.
5. <마음을 비워야 잘못을 없앨 수 있다>
然則我內直而外曲(연즉아내직이외곡)
그렇다면 저는 속은 곧고 겉은 공손히 행동하여,
成而上比(성이상비)
말을
하되 옛사람의 격언을 빌어서 하겠습니다
內直者(내직자) 與天爲徒(여천위도)
속으로 곧다는 것은 하늘과 한 무리가 된다는
뜻입니다.
與天爲徒者(여천위도자) 知天子之與己(지천자지여기)
하늘과 한 무리가 된다는 것은 천자나 저 자신이,
皆天之所子(개천지소자)
다 하늘의 자식임을 깨닫는다는 것입니다.
而獨以己言(이독이기언) 蘄乎而人善之(기호이인선지)
그러니 어찌 홀로 자기의 말을 남들이 옳다고 해주기를 바라거나,
跽乎而人不善之邪(기호이인불선지야)
또는 옳지 않다고 해주기를
바라겠습니까?
若然者(약연자)
이런 경지에 이른 이를,
人謂之童子(인위지동자)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어린이 같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是之謂與天爲徒(시지위여천위도)
이것이 곧 하늘과 함께 하는 무리라는 뜻입니다.
外曲者(외곡자)
與人之爲徒也(여인지위도야)
겉으로 공손히 행동한다는 것은 사람들과 한 무리가 되는일입니다.
擎跽曲拳(경기곡권)
人臣之禮也(인신지례야)
손을 높이 들고 무릎을 꿇으며 절함은 남의 신하된 자의 예절입니다.
人皆爲之(인개위지)
吾敢不爲邪(오감불위야)
다른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는데 제가 어찌 하지 않겠습니까?
爲人之所爲者(위인지소위자)
人亦無疵焉(인역무자언)
남이 하는 바를 따르면 남도 헐뜯지 않을 것입니다.
是之謂與人爲徒(시지위여인위도)
이것이 곧 보통
사람들과 한 무리가 된다는 뜻입니다.
成而上比者(성이상비자)
자기의 소신을 말하되 옛사람의 격언을 빌린다고 함은,
與古爲徒(여고위도)
곧 옛사람들과 한 무리가 되는 일입니다.
其言雖敎(기언수교) 讁之實也(적지실야)
그 말에는 비록
가르침과 꾸중이 들어 있지만,
古之有也(고지유야) 非吾有也(비오유야)
옛사람이 지어낸 것이며, 제가 지어낸 것은
아닙니다.
若然者(약연자) 雖直而不病(수직이불병)
이렇게 하면 비록 솔직한 의견이라 해도 화를 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是之謂與古爲徒(시지위여고위도)
이것이 곧 옛사람과 한 무리가 된다는 뜻입니다.
若是則可乎(약시즉가호)
이렇게
해도 역시 않되겠습니까?"
6. <마음을 비우고 순응해야 한다>
仲尼曰(중니왈) 惡惡可(오오가) 大多政法而不諜(대다정법이불첩)
공자가 말하였다. "아, 그것으로 어찌 되겠느냐? 지나치게
방법이 많아 마땅치가 않다.
雖固亦無罪(수고역무죄) 雖然(수연) 止是耳矣(지시이의)
고루하여 형벌을 당할 일은 없겠지만 그저
그뿐이다.
夫胡可以及化(부호가이급화)
그래가지고서야 어찌 상대방을 감화시킬 수가 있겠느냐.
猶師心者也(유사심자야)
너는
아직도 네 마음에만 얽매어 있다"
顔回曰(안회왈) 吾无以進矣(오무이진의)
안회가 말했다. "저로서는 더 이상 나아갈 방법이
없습니다.
敢問其方(감문기방)
다른 방법이 있으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仲尼曰(중니왈) 齋(재)
吾將語若(오장어약)
공자가 말하였다. "재계를 하는 것이 좋다. 내 너에게 말해 주리라.
有心而爲之(유심이위지) 其易邪(기이야)
의식적으로 일을 하면 그게 쉽게 되겠느냐.
易之者(이지자) 皞天不宜(호천불의)
쉽다고 하는 자는 하늘의 미움을
받으리라"
顔回曰(안회왈) 回之家貧(회지가빈)
안회가 말하였다. "저희 집이 가난하여
唯不飮酒(유불음주) 不茹葷者(불여훈자)
數月矣(수월의)
술이나 매운 것을 먹지 않은 지가 여러 달이 됩니다.
如此則可以爲齋乎(여차즉가이위재호)
이것으로도 재계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曰時祭祀之齋(왈시제사지재) 非心齋也(비심재야)
"그것은 제사때의 재계이지, 마음의 재계는 아니다"
回曰(회왈) 敢問心齋(감문심재)
안회가 물었다. "마음의 제계란 어떤 경지를 이르는 것입니까?"
仲尼曰(중니왈)
若一志(약일지)
공자가 대답했다. "너는 뜻을 하나로 하여라.
无聽之以耳(무청지이이) 而聽之以心(이청지이심) 无聽之以心(무청지이심)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듣도록 하라.
而聽之以氣(이청지이기) 聽止於耳(청지어이) 心止於符(심지어부)
귀는 소리를 들을
뿐이요 마음은 사물에 응할 따름이다.
也者(기야자) 虛而待物者也(허이대물자야)
그러나 기는 공허하여 모든 사물을 다 받아들이는
것이다.
唯道集虛(유도집허) 虛者(허자) 心齋也(심재야)
도는 이 텅빈 곳에 깃든다. 이 텅빈 상태가 곧 마음의 재계이다"
7. <효도와 충성은 피할 수 없는 것이다>
顔回曰(안회왈) 回之未始得使(회지미시득사) 實有回也(실자회야)
안회가 물었다. "제가 일찍이 가르침을 얻지 못하였을 때는 실로
저 자신에 얽매였으나,
得使之也(득사지야) 未始有回也(미시유회야)
이제 가르침을 얻고 나서 비로소 저 자신의 존재를 잊게
되었습니다.
可謂虛乎(가위허호)
이를 허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夫子曰(부자왈) 盡矣(진의) 吾語若(오어약)
공자가
말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내 너에게 말하리라.
若能入遊其樊(약능입유기번) 而无感其名(이무감기명)
네가 그 울타리 안에 들어가
활동하더라도 명성 따위에 흔들리는 일이 없도록 하라.
入則鳴(입즉명) 不入則止(불입즉지)
네 의견을 들어주면 말하고, 들어주지
않으면 그만 두어라.
无門无毒(무문무독)
마음의 문과 벽을 없애고 도에 안주하며,
一宅而寓於不得已(일택이우어부득이)
則幾矣(즉기의)
부득이한 운명에 따른다면 거의 완전하다고 하겠다.
絶迹易(절적이) 无行地難(무행지난)
자취를 끊는 것은
쉬워도 , 걸어 다니면서 흔적을 남기지 않기란 쉽지 않다.
爲人使易以僞(위인사이이위)
사람에게 부림을 당할 때에는 거짓을 행할 수
있지만,
爲天使難以僞(위천사난이위)
하늘의 부림을 당할 때에는 거짓을 행하지 못한다.
聞以有翼飛者矣(문이유익비자의)
未聞以无翼飛者也(미문이무익비자야)
날개가 있어서 난다는 말은 들었어도, 날개없이 난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하였다.
聞以有知知者矣(문이유지지자의)
일이 있어 사물의 이치를 안다는 말은 들었어도,
未聞以无知知者也(미문이무지지자야)
앎이
없이 사물의 이치를 안다는 말은 아직 듣지 못하였다.
瞻彼闋者(첨피결자) 虛室生白(허실생백) 吉祥止止(길상지지)
저 빈 곳을 보라.
텅빈 방에는 밝은 햇빛이 차 있지 않은가. 복된 일도 저기에 머문다.
夫且不止(부차부지) 是之謂坐馳(시지위좌치)
그런데도 아직
마음을 비우지 못함을 좌치라고 한다.
夫徇耳目內通(부순이목내통) 而外於心知(이외어심지)
무릇 귀와 눈을 안으로 통하게 하고 마음의
앎을 밖으로 향하게 하면,
鬼神將來舍(귀신장래사) 而況人乎(이황인호)
장차 귀신도 머물게 되리라. 하물며 사람에
있어서랴.
是萬物之化也(시만물지화야) 禹舜之所紐也(우순지소뉴야)
이는 바로 만물을 교화하는 법도이며, 우와 순 임금도 으뜸으로
삼았던 것이다.
伏羲几蘧之所行終(복희궤거소행종) 而況散焉者乎(이황산언자호)
또한 복희나 궤거가 평생을 두고 실천한 바였다. 하물며
보통 사람에 있어서랴.
* 이 대목에서 장자는 마음의 재계를 강조하고 있다. 즉 작위를 버리고 무심한 경지에 이르러야 일체의 사물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마음의 눈과 귀로보고 들어야 사물의 참된 모습에 접할 수 있다고 하였다. 이렇게 그는 허(虛)와 무(無)를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장자가 유가의 중심인물인 공자를 통해 자기의 지론을 펼치는 것도 재미있는 착상이다. 이는 역설과 해학으로 일관한 그다운 수사법이라 할 수
있다.
8. <지나침은 거짓과 같다>
葉公子高(섭공자고) 將使於齊(장사어제) 問於仲尼曰(문어중니왈)
섭공자고가 사신으로 재나라로 떠나기 전에 공자에게
물었다.
王使諸梁也甚重(왕사제량야심중)
"임금님께서는 저에게 너무 힘에 부치는 일을 맡기셨습니다
齊之待使者(제지대사자)
蓋將甚敬而不急(개장심경이불급)
제나라는 매우 정중하게 사신을 대하겠지만, 교섭을 서두르지는 않을
겁니다.
匹夫猶未可動也(필부유미가동야) 而況諸侯乎(이황제후호)
보통 사람도 쉽사리 다룰 수 없는데, 하물며 큰 나라의 제후야
어떻겠습니까?
吾甚慄之(오심률지)
저는 이 일을 매우 근심하고 있습니다.
子常語諸梁也曰(자상어제량야왈)
선생님은 일찍이
저에게 말씀하시기를,
凡事若小若大(범사약소약대) 寡不道以懽成(과부도이환성)
‘무릇 일이란 작건 크건 도에 벗어난 방법으로는 잘
되는 경우는 없다.
事若不成사약불성) 則必有人道之患(즉필유인도지환)
만약 그 일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국법에 의해 처벌을 당할
것이요,
事若成(사약성) 則必有陰陽之患(즉필유음양지환)
일을 성공시킨다 해도 과로로 인하여 병이 생길
것이다.
若成若不成(약성약불성) 而後無患者(이후무환자) 唯有德者能之(유유덕자능지)
일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탈이 없는 것은 오직
덕있는 이 뿐이다’고 하셨습니다.
吾食也執粗而不臧(오식야집조이부장)
저는 평소 거친 음식을 먹고 질박한 생활을
하여,
爨無欲淸之人(찬무욕청지인)
밥짓는 하인도 열기를 식힐 필요가 없을 정도입니다.
今吾朝受命而夕飮氷(금오조수명이석음빙)
그러나 저는 오늘 아침 어명을 받고 나서 저녁에는 얼음물을 마셨습니다.
我其內熱與(아기내열여) 吾未至乎事之情(오미지호사지정)
이는 너무 긴장하여 속이 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저는 아직 일에 착수하기도 전에
而旣有陰陽之患矣(이기유음양지환의)
벌써
몸에 이상이 생긴 것입니다.
事若不成(사약불성) 必有人道之患(필유인도지환)
만약 사명을 다하지 못하면 반드시 국법에 의해 처벌을
당할 겁니다.
是兩也(시량야)
그러니 두 가지 근심이 한꺼번에 닥쳐온 셈입니다.
爲人臣者(위인신자) 不足以任之(부족이임지)
저는 남의 신하된 자로서 그 책무를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子其有以語我來(자기유이어아래)
이에 대해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9. <서두르지 말고 자연스럽게 일을 처리하라>
仲尼曰(중니왈) 天下有大戒二(천하유대계이)
공자가 말했다. "무릇 천하에는 경계해야 할 일이 두 가지
있습니다.
其一命也(기일명야) 其一義也(기일의야)
그 하나는 운명이요, 다른 하나는 의리입니다.
子之愛親命也(자지애친명야)
不可解於心(불가해어심)
자식이 어버이를 사랑하는 것은 운명이며, 이는 마음에서 떠날 수가 없습니다.
臣之事君義也(신지사군의야)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것은 의리입니다.
無適而非君也(무적이비군야)
이 세상 어디를 가도 임금이 다스리지 않는 곳이
없으니,
無所逃於天地之間(무소도어천지지간)
누구나 그 관계로부터 달아날 수가 없습니다.
是之謂大戒(시지위대계)
이러므로
이것들을 일러 크게 경계할 일이라고 합니다.
是以夫事其親者(시이부사기친자) 不擇地而安之(불택지이안지)
따라서 어버이를 섬기는 이는
어디에서나 어버이를 편안케 해드려야
孝之至也(효지지야)
지극한 효도가 됩니다.
夫事其君者(부사기군자)
不擇事而安之(불택사이안지)
그리고 임금을 섬기는 이는 일을 가리지 않고 임금을 안심케 해드려야
忠之盛也(충지성야)
참다운
충성이 됩니다.
自事其心者(자사김심자) 哀樂不易施乎前(애락불역시호전)
스스로 자기 마음을 섬기는 사람은 슬픔과 즐거움에 쉽사리
흔들리지 않습니다.
知其不可奈何(지기불가내하) 而安之若命(이안지약명)
모름지기 사람의 능력으로 어찌할 수 없음을 알았을 때는 순순히
운명을 따르는 것이,
德之至也(덕지지야)
최상의 덕이 됩니다.
爲人臣子者(위인신자자) 固有所不得已(고유소부득이)
남의
신하나 자식된 사람은 어쩔 수 없는 일에 부딪치는 때가 많습니다.
行事之情(행사지정) 而忘其身(이망기신)
그렇게 되면 일의 실정에
따라 행하고, 자신의 안위는 잊어야 합니다.
何暇(하가) 至於悅生而惡死(지어열생이오사)
어찌 삶을 기뻐하고 죽음을 싫어할 겨를이
있겠습니까?
夫子其行可矣(부자기행가의)
따라서 선생께서는 망설이지 말고 가시는 것이 옳습니다"
* 이 대목에 대해서는 두 가지 견해가 성립된다. 첫째, 장자도 자하계열의 문하에서 유학을 배운바 있다. 그러기에 그는 유학적인 전통에서 완전히 벗어 나지 못한 것이다. 따라서 비록 그의 진면목은 아닐지라도 사회적인 존재로서의 책임을 강조한 것이리라. 둘째, 그러나 이와는 견해를 달리 할 수도 있다. 즉 장자는 평소 유가의 도덕을 우리가 극복해야 할 속박으로 비판 하였다. 그러므로 이 대목이 비록 운명론적인 성격을 띠고는 있으나, 그의 평소 지론과의 모순을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셈이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아마 후세의 도교에서 대중을 교화할 목적으로 삽입한 것이리라. 통속적인 논조로 보아 두 번째의 견해가 타당할 것 같다.
첫댓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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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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莊子 內篇의 人間世篇을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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