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더민당 최구의원에 출마해서 '전두환 때 같았으면, '을 주장했던 이 아무개는 거기서 탈락한 모양입니다. 요즘은 대통령이나 정권에게 아부하고 충성하는 얘기를 잘 해야 출세한다는 얘기가 널리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대통령이나 정권을 풍자하는 얘기를 하면 전부 역적으로 낙인이 찍히는가 봅니다. 오죽하면 개그맨들이 지금이 '노태우 때'보다도 못하다고 하겠습니까?
<정치·사회 풍자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노태우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다. 1987년 민주화 운동을 통해 권위적인 ‘5공 시대’에 대한 청산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고(故) 김형곤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탱자 가라사대’ 같은 풍자극이 나오는가 하면 최병서 등의 유명 정치인 성대모사가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지금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정치 풍자 코너를 찾아보기 어렵다. 왜 그럴까.
“지금 사회 분위기가 정치 풍자를 하려면 국민의 절반은 적으로 돌릴 각오를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개그 콘서트'에서 '내 아를 낳아도!'라는 유행어로 많은 인기를 얻었던 개그맨 김시덕의 이야기다. 그는 21일 통화에서 “예전엔 정치인을 풍자하면 정치적 입장과 관계없이 모두 재미있어하며 박수를 쳤는데, 이제는 정치인을 풍자하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동안 개콘을 떠나 있다가 지난해 복귀했더니 분위기가 너무 바뀌어 있었다. 예전엔 '그냥 웃겨만 달라'였는데 이제는 이거저거 스스로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많아서 놀랐다”며 “'불편함'이 많은 시대가 되다보니 개그맨들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개그맨은 “과거 김형곤·이주일 선배도 노태우·김영삼·김대중 등 주요 정치인을 개그 소재로 다루고 희화화했는데, 지금은 소위 '6공 시대(노태우 정부)'보다 정치 풍자를 못 하고 있으니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며 “정부 비판으로 비쳐지는 뉘앙스만 발견돼도 지지층이 떼로 몰려다니며 소위 '좌표'를 찍고 개인 SNS를 털기 때문에 누구도 정치풍자를 하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위 '팬덤' 정치가 강화하고 이에 따라 정치인에 대한 극단적 지지세력이 등장하면서 풍자를 모욕으로 받아들인다는 이야기다. 개그우먼 김영희씨는 지난해 10월 팟캐스트 ‘육성사이다’에서 출연진들과 ‘금수저’를 주제로 농담을 주고받다가 “지금 어떤 느낌인지 아세요? 조국 딸 느낌 나요. 박탈감 느껴요”라고 말했다가 비난 여론에 밀려 결국 방송을 중단했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솔직히 부동산 실패와 고위공직자 다주택 보유, 조국 사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등 코미디 프로그램이 풍자할 수 있는 소재가 적지 않다”면서도 “군사정권처럼 정부에서 지침이 내려오거나 압박을 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걸 다뤘을 때 어떻게 될지 분위기를 아니까 아이디어조차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나마 소재 선택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유튜브에서는 정치 풍자 코미디가 간간이 이어지고 있다. '개그콘서트' 출신 개그맨 김영민은 지난 4월 '내시 십분'이라는 채널을 만들어 정치 이슈를 다루는 중이다. '내시 십분'은 과거 그가 '개그콘서트'의 '감수성'이란 코너에서 맡았던 내시 역할에서 따온 제목이다.
'내시 십분'의 대표 코너 '김제동화'는 유명 동화를 통해 정치 세태를 풍자한다. 예를 들어 11일 '알라딘과 요술램프'에선 "‘지이니야 집값을 올리고 싶어’, 지이니는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만들어 집값을 올려줬지요”라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꼬집었다. 램프의 요정 '지이니'는 디즈니 만화 '알라딘'의 램프 요정 지니와 문재인 대통령을 가리키는 '이니'의 합성어다. 또 만화 '알라딘'의 OST 'A whole new world'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로 해석해 부르기도 했다.>중앙일보, 유성운 기자.
개그가 사라지고 코메디가 없는 세상이 되도 문제야 없을 겁니다.
그런 것이 아니라도 사람들이 웃고 행복할 수 있다면 굳이 억지 웃음을 만들 필요가 없을 거니까요? 그런데 요즘 웃음은 즐겁고 좋아서 웃는 것이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것이 '쓴 웃음' 아니면 '코 웃음'만 나오게 해서 걱정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