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외전
- 김휼
한 겹 어둠을 덧댑니다
꿈틀거리는 정체가 드러나려면
아직 몇 겹의 어둠이 더 필요합니다
숨겨진 가시를 찾기 위해
깊은 밤의 몸으로 스며듭니다
어둠이 어둡지 않을 때까지
그래서 이 방을 나갈 때까지
물결을 잡아끄는 달처럼
나를 이끌어가는 당신의 지혜는
언제나 흑암의 주기를 통과하는군요
어둠이 지지 않는 이 방에서
쓰지만 따뜻한 고배를 마시며
뿌리 깊은 애착의 무늬를 헤아립니다
어둠은 근심이 자라는 구덩이
깊어질수록 가지들은 무성해지지요
빽빽하게 우거진 어둠에 휩싸여
사라진 나를 견디다 보면
겨드랑이에서 날개가 나올 것도 같은데
지금은 고요한 능동의 시간,
격자무늬 고통이 침묵으로 차오르면
저 문고리에 손을 얹어 볼까 해요
ㅡ계간 《시와 함께》(2024, 겨울호)
************************************************************************************************
민주주의란 것이 얼마나 다양함으로 물들어있는지 보여주는 겨울이 뒷걸음질 칩니다
입법 사법 행정의 3권이 분립되어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 겨울이었습니다
입법부의 탄핵권, 행정부의 거부권 드디어 사법부의 심리권이 격돌했습니다
그 장막이 얼마나 두터운지 등장인물이 자꾸 바뀌면서 명암도 달라집니다
어둠이 사라지지 않은 연극 무대 위에 아직 남아있는 저 배우들의 일거수일투족-
때로는 코미디이고, 때로는 신파이며 가끔은 군무가 되어 무대 밖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아직 어느 쪽 겨드랑이에도 날게가 돋지 않아서 관객들마저 바쁘게 눈동자를 굴립니다
소용돌이 무늬가 걷히고 격자무늬 장막이 내려오면
환호성이 터지고 박수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