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집게 점쟁이
점쟁이들은 ‘모르겠네요’라는 말은 죽어도 안 한다.
모르는 게 없다고 해야 장사가 잘되니까.
점궤란?
오는 사람 연분이니 붙잡아라.
이런 사람은 멀리하라.
월급쟁이 보다 창업하라.
외국으로 떠나라.
지금은 때가 아니니. 조금만 기다려라.
운명을 미리 안다면 인생이 얼마나 공허한가? 나아지려는 노력이 있어야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사주팔자, 주역, 타로카드, 천기누설, 무당, 쌀 점, 점성술, 성명, 관상, 수상, 족상.
그러니 점집은 문전성시다.
사례 하나
한 간호사가 짝사랑하는 연인과 잠자리를 가졌는데, 남성이 한사코 선을 넘어오지 않았다. 급한데 환장할 노릇이다.
필시 무슨 곡절이 있을 터! 그래서 애기동자보살을 찾아갔다.
들어서자마자,
쯧쯧, 얼마나 피에 굶주렸으면! 일없어요. 딴 데로 가 보슈!
그래서 발길을 돌려 파고다 공원 근처, 타로 점집에 갔는데, 점궤가 Vampyr (흡혈귀)로 나왔다.
별꼴이야! 점보는 집이 여기 밖에 없어?
그래서 찾아간 곳이, 심령과학으로 운명을 풀이하는, 꽁지머리 도사였다.
대뜸 한다는 소리가. mosquito (모기)네! 썩 나가지 못해!
그녀는 세브란스병원에서 피 뽑는, 채혈실에 근무하는 간호사다.
사례 둘
장기자랑 대회에서 우승한 아가씨가, 엉뚱하게도 간호대학에 진학했다.
졸업하고 취직한 곳은 다들 꺼리는, 항문 내과 치질 담당 간호사였다.
그리고 시집을 갔는데, 신랑은 도살장 인근에서, 돼지 내장인 고사리 감태나, 순대 파는 일을 한다.
인생이 왜 이래?
고사(古事) 하나
사주팔자는 부질없는 짓이라 속단하기엔 아직 이르다.
이성계 앞에 고얀 놈을 잡아 왔다. 이성계와 생일 생시가 같은 사람들이다.
하늘에 왕이 둘일 수는 없는 일!
한 사람은 벌통을 치는 벌들의 왕이고, 다른 사람은 불개미를 파는 개미들의 왕이다.
이성계는 신하들을 구름처럼 달고 다닌다. 그러나 이성계는 다른 왕일 뿐이다.
고사(古事) 둘
점쟁이가 글자 하나를 집으라고 했다.
그래서 한일자(一)를 집었다.
집 나간 지 10년 된 남편의 생사를 알고 싶다고 했다.
댁 남편은 한일자로 누워있으니, 죽은 사람이요. 그러니 찾지 마시요.
임금으로 변복을 하고, 한일자(一)를 집었다.
땅바닥에 누워있는 형국이요.
땅은 토(土)인데, 한일자(一)를 합하면, 임금 왕(王)이 됩니다. 그렇지만 내 눈에는 협잡꾼으로 보입니다.
이번에는 걸인으로 변장하고, 한일자(一)를 집었다.
땅바닥에 한일자(一)로 누워있으니, 당신은 영락없는 거지요. 딴 데로 가보슈!
고사(古事) 셋
동가식(東家食) 서가숙(西家宿)
외동딸이 방년이 되어서. 복숭아 향기가 모락모락 나자, 다리 놓는 매파가 바쁘게 왔다 갔다 했다.
그런데 두 곳에서 청혼이 들어왔다.
그래서 용한 판수에게 점을 부탁했더니. 난생 처음 보는 점궤가 나왔다.
사내가 둘이 들어올 것이니, 신방도 두 개 준비하라는 것이다.
믿지 못하면 왼쪽 뺨에 도화살인 고소영 점이 있거나, 정수리에 쌍가마가 있는지 살펴보라고 했다.
얘 야! 서쪽 집 사내는 힘이 장사라, 건강은 물어볼 필요가 없으나, 집안이 찢어지게 가난하단다.
동쪽 집 사내는 재산은 많지만, 몸이 골골하니 그것이 문제로구나!
너는 누구에게 시집을 갔으면 좋겠니?
그러자 딸이 배시시 웃으면서
잠은 서쪽 방에서 자고, 밥은 동쪽 방에서 먹으면 되겠네요!
써글 년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