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건조증
김윤이
바람이 불었는지, 타클라마칸
염기 안은 사막 횡단하는 새떼의 이동행렬
누란족 붉은 눈으로 떠나온 이들은 그저 말없이 바라보아야 한다
그 간극만큼 사막화되어가는 해수면
실패를 예감하면서 감행하는 크낙한 홍학떼
소금차꼬로 발목 채운 새들이
아침나절 눈자위 뺑 둘러치며 날아든다
동자에서 짜디짠 알갱이의 시간으로 산산이. 대오를 이루어 내려온 눈의 물처럼 가혹하게 바수어지기 위해
착란
대기는 물그림자 숨기고
간혹 오아시스로 되돌아와 고일지 모를 일. 해도
눈물 없이 우는 법 알기에 가시선인장은 후룩 ― 대기 뚫는 숨 들이키고
땀에 전 사막을 통틀어 모래먼지뿐인 모래사막에서 눈꺼풀마저 낙타의 것을 닮는다
만만대륙 건넌 소금내의 흘러넘침
폭양 밑 부숭한 낙타의 수고로운 눈에 천만년 천산산맥 나타나,
묻곤한다 시간의 응집력이 아물대거나 약한 게 아니네요
쌍봉 혹으로 이어 무더우며 서둘러 만날 수도 없는 땅
오랜 안구眼球의 병, 그건 차라리 불에 덴 땅이리라
당신의사막
붉은 달이 두 눈에 든다
고비를 넘어가는 속눈썹은 다행히 슬프도록 길다
부쩍 허약해진 눈동자에 가두어두는 게 아니었다
-시집『흑발 소녀의 누드 속에는』창비 2011년
첫댓글 이 글 좋아해서 대문에도 걸었습니다만, 시집에 수록된 글은 맨처음 발표했던 글에서 수정, 보완되어 다른 맛을 내기에 또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