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한 직장에서 셀러리맨으로 살아왔던 '스나다 도모아키'는 말기암 판정을 받게 된다. 예상치 못했던 죽음 앞에서 망연자실 슬퍼하기보다는, 여한을 의미깊게, 그리고 책임감있게 보내기 위한 개인의 노트를 작성하는 그. 그만의 아름다운 인생 마무리 방법을 엿보느라면 '인간은 참 대단하다'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렇게 신체의 고통 속에서도 정신적 행복으로 고통을 (그나마) 잊어나가는 스나다 도모아키. 그의 엔딩노트에 적힌 소박한 꿈들, 그만의 특별한 것 같지 않지만 빛나는 소망들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영화<엔딩노트>가 개봉된 후, '엔딩노트 쓰기' 열풍까지 일어났을 정도라 하니 이 영화의 파급력은 이 정도의 설명으로는 충분하다고 본다.
참 슬픈 건, 엔딩노트가 채워나가면서 가족과의 이별은 가까워진다는 점인데 어차피 인간에게 주어진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 슬퍼한들 뭐하겠냐는 의연한 스나다 도모아키의 태도는 관객들에게 반성의 여지도 남길 법 하다. 늘, 우리의 시야는 데드라인이 다가올 때야 목표에 대한 절박감이 드러나나 보다. 그리고, 별 것 없이 보이는 아름다운 소박함들도 데드라인 앞에서 더욱 빛을 발휘하나 보다. 그렇게 삶은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엔딩노트>는 관객들에게 정리해낸다. 한 사람의 인생 여정의 끝에서..
스나다 도모아키의 엔딩노트는 그야말로 소박하다. 인생의 끝에서 거창함과 화려함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는, 믿어보지 못했던 신을 믿어보기로 하고 손녀들과 있는 힘껏 놀아주려 노력한다. 보다 합리적인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비용절감 방법을 찾고 사전답사를 하며 초청자 리스트업에 이르기까지 꼼꼼함을 보여준다(죽음 앞에서도 책임감을 지켜내는 모습은 실로 놀라운 인간의 위력이다!). 이러한 이성적인 모습 뿐만 아니라, 제법 로맨틱한 모습들도 엔딩노트에서 발견할 수 있다. '쑥쓰럽지만 아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기' '소홀했던 가족들과 여행가기' 등은 온기를 전달하는 포인트다.
'죽음'이라는 슬픈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우리 모두는 그 슬픔을 향해 걸어가는 인간이다. 죽음 앞에서 슬퍼하고 낙담할 필요가 없다. 누구나 그 시기가 상이할 뿐이지 겪어야 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므로.. 스나다 도모아키가 말했듯, 운명에 맡기는 것, 그것이 죽음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면, 그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죽음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일 것이다. 스나다 도모아키는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한 인물이다. 그의 아름다움은 노년을 걷고 있는 분들에게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재고할 시간을 준다. 천-천-히 엔딩노트를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왕이면 병들고 아픈 상태라 가족끼리 여행하기조차 힘들 상황이라면 작은 소망 하나 이뤄내지 못한 삶에 대한 미련이 얼마나 크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