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목 오주용
나무도 사람처럼 한 그루 한 그루 모두 다르다. 각기 다른 나무의 성깔을 꿰뚫어 보고
거기에 맞게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날까기 전승되어 온 나무를 살리는 기술이 한옥의 기술이다.
이 기술은 수치로는 나타낼 수 없다. 문자로 책에 써서 남길 수도 없다. 그것은 말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목수 기술은 사람의 손으로부터 손으로 전해져 온 '손의 기억'인 것이다. 그리고 손의 기억 속에는
많은 세월에 걸쳐 전해져 내려온 선인들의 지혜가 숨겨져 있다. 이 기술의 인계에는 일대일로 만나
가르치는 방법밖에 없다. 수고와 시간이 걸리고 지름길이 없는 교육 방법이다.
오주용 어르신은 처음 목수 일을 배울 때는 먹고 살기 위해서라고 했다. 20살 때부터 시작했던 것이
40년을 넘게 됐다고. 어르신은 초등학교를 졸업하자 본격적으로 농사일을 해야만 했다. 12살 때 아버지를 잃었다.
어르신은 그 당시 어린 나이에도 큰아들이기에 모든 일을 스스로 꾸려가야만 했단다.
낮이면 논밭에 나가 소와 함께 쟁기질도 하였고, 밤에는 한자 공부를 하였다. 오주용 어르신이 어릴 때에는
해방과 6.25동란 그리고 정치 경제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세대라고 한다. 해방 전에 흉년이 들어 많은
사람의 죽음을 보았다. 특히 6·25동란
가 터지고 잠깐 인민군이 왔다 간 사이에 같은 마을 사람들이 서로
죽이는 것을 보고 어르신이 겪었던 것 중에 가장 치욕적이었다고 한다.
이런 어려움 겪고 목숨만 건졌다는 사실이 운이 좋았다고 하는 어르신은 그 후 결혼도 목수일을 하게 됐단다.
처음 집 짓는 일을 배울 때는 기둥을 깎는 일고 통나무에 사각을 내는 작업을 배우게 되는데 도끼질부터 한단다.
그리고 서서히 끌을 잡고 나무와 나무를 이어줄 홈을 판다. 이런 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 지는 것이 아니라
수년이 지나야 손에 익히게 된다. 한 가정도 여러 해가 지나야 잘 다듬어지듯이 집도 마찬가지란다.
서두리지 않고 서로 다른 나무와 성격이 다른 목수들의 손에서 잘 만들어지려면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교통이 불편한 60년대에는 한옥 한 채를 맡으면 그 장소로 가는 시간만 해도 하루가 걸렸다. 집을 짓는 장소가 멀리 있고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오 어르신이 이용하는 나무는 소나무이다. 나무껍질이 약간 빨간 색을 띤 소나무인데 그 모양은 천차만별이다.
장인들 눈에는 이런 소나무가 개성이 강하면서 오히려 집 지는데 쉽단다. 360도를 돌려 그 쓰임새를 맞추기 때문이다.
세상 살아가는 방법도 나무집을 짓는 것과 같다고 한다. 자식 4남매를 낳아 기르는 데에도 그 개성대로 키웠단다.
장인들의 눈에는 일체가 규격화된 동일한 물건들 속에서 너무 획일적으로 살아가고 있는 듯이
보일 뿐이다. 사용하고 있는 물건도, 살고 있는 집도, 입고 있는 옷도, 요즘 교육 방법도,그리고
사고방식마저 모두 똑같은 것이 되어 버린 것이 안타깝다고.
옛날에 집을 지으려면 타지에서 한 달 동안 있는 적이 있었다. 밤이면 그냥 술이나 먹고 노는 것이 아니라 책을 보았다.
그리고 다음날 집에 대한 치수와 형상을 미리 해보곤 했다.
하루종일 대표질을 하고 밥을 먹을 땐 숟가락이 올라가지 않았다. 그만큼 고된 작업이 나무를 직접 깎고 천장에
나무를 올리는 일이었단다. 그러나
푸른 창공으로 대들보가 올라가고 서까래가 지붕을 덮어지는 날이 다가오면 가슴 벅찬 감동이 올라온단다.
어르신은 스스로 목수로서 자신을 수업시켜 왔고 또 수많은 솜씨 좋은 목수들과 함께 일해 온 결과,
목수 일은 하나의 생명을 불어넣은 신성한 직업이었다고.
지금은 목수일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어려운 시대에 나무와 함께 살아왔다는 것이 감사일이었단다.
한 사람 몫의 제 구실을 하는 목수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세월이 필요했었다. 지름길이나 가까운 길이 없기
때문이다.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길밖에 다른 길이 없었단다.
죽음을 가로지르는 무서운 시대와 운명적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어르신의 삶에도 애정과 따뜻한 마음으로
집을 지어왔다. 살아온 과정들이 그리 순탄치는 않았지만 여러 사람들이 함께 사는 지혜는 흔들림 없이 지내왔다.
오주용 어르신은 지금도 동양 고전 책을 보고 직접 써보기도 한다. 건강한 비결은 스스로 할 일을 찾고 어떤 일에
집중하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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