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외부 마감은 화강석에 알루미늄 커튼 월로 되어 있
었는데 창호 시방서 한 구석에 시공회사는 감독이 지시하
면 지정하는 장소에 알루미늄 커튼 월의 Mock-up(모형)을
설치하여 각종 테스트를 실시한다라고 되어있었다.
감독은 기초 콘크리트도 본격적으로 타설하기 시작하기 전
인 5월 초부터 계속해서 알루미늄 자재의 승인요청을 빨리
하라고 서두르더니 급기야는 현장으로부터 2만 킬로미터도
더 떨어져 있는 미국의 마이에미에 있는 연구소 하나를 지
정하며 거기서 풍동시험과 수압테스트를 할 테니 화강석 외
부마감, 내부 마감, 조인트 부분 처리 등을 포함하여 완벽
하게 한 스팬의 실물 사이즈 벽체를 준비하라고 했다.
설계도면에 따라 자재와 Shop Drawing 승인을 받고 이에 따
라 제대로 시공을 하면 됐지 왜 실물 사이즈의 Mock-Up을
설치하여 풍동테스트며 수압테스트를 받아야 하는지 이유
가 없어 처음에는 안 하겠다고 버텼으나 Mock-up 테스트 없
이는 시공을 하더라도 기성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위협에 결
국은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완벽하게 한 스팬을 준비하려면 알루
미늄 창호, 유리, 씰런트, 에어 배리어, 화강석, 스텐레스
잡철물 등을 포함하여 수 십 종류의 자재가 동원되어야 하
는데 골조 공사에 바빠서 마감 자재는 아직 승인은 고사하
고 한 가지 자재도 아직 제대로 업체 결정을 못했는데...
어쨌든 우리가 제출한 원 공정표 상에 일부 화강석 공사는
11월 16일부터 시작하고 알루미늄 창호 공사는 12월 16일부
터 착수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기에 나중에 공기 연장에 관
한 논쟁이 벌어졌을 때 약점을 잡히지 않기 위해 우리는 부
랴부랴 자재 동원 준비를 해 나갔다.
한정된 수의 기술자들이 워낙 급하게 모든 Mock-up 자재를
준비하려다 보니 야간작업, 철야작업을 계속 했음에도 불구
하고 일부 본 공사용 골조자재의 Follow-up 마저도 소홀하
게된 면이 많았다.
또, 갑자기 생각하지도 않고 있었던 수 십 종의 자재에 대
해 물량을 산출하여 B.O.Q를 작성, 시방서를 첨부하여 업
체 견적을 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견적 입수 후 견적 대
비, 업체결정, 승인 요청서류의 작성, 계약서 작성, L/C 개
설 등 수 많은 일련의 작업이 눈코 뜰새 없이 진행되었는
데 이 1 %도 안 되는 물량을 촉박한 시일 내에 구매, 동원
하기 위해 제대로 가격협상도 못한 채 전체 물량을 계약해
야하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씰런트 같은 자재는 원 공정표 상에도 준공 4개월 전에 사
용하게 되어 있었으나 공사 초창기에 승인을 받고 계약을
맺어 L/I를 발급해야 했고, 유리 같은 자재도 시간상의 제
약으로 인해 충분히 여기저기 견적을 받아 비교 후 선택을
못하고 시방서 상에 명시된 업체로부터 구매하게 되었다.
어쨌든 씰런트, 에어 배리어, 유리를 포함한 모든 Mock-up
용 자재가 준비 시작 4 개월만에 모두 마이에미에 도착했는
데 원 설계를 맡았던 SOM사의 기술자들이 현지에서 계속 상
세를 바꾸는 바람에 설치를 완료하고 테스트가 끝난 시점
은 그로부터 또 3개월이 경과된 후 였다.
테스트 결과는 만족스럽게 나왔으나 이 Mock-up을 설치하
고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에어 배리어의 재질이 Stainless
Steel에서 Neoprene으로 바뀌고 화강석을 잡아주는
Stainless Steel 각 파이프의 두께를 100 미리 미터에서 6
미리 미터로 바꾸는 등 원래 설계를 변경시키는 자료로 활
용되었을 뿐 시공회사에게 돌아온 이익은 아무 것도 없었
다.
우리는 감독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러한 Mock-up 테스
트는 건물주나 설계회사에서 자기들 비용으로 원 설계를 하
는 과정에서 해야하는 것이지 왜 아무런 득도 보지 못하는
시공회사에서 비용을 내서 수행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
는 것이었으니 비용 및 이로 인한 부대 손해비용을 보상해
주어야한다는 내용이었다.
지금도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우리의 주장이 맞는 것 같
다. 시공 중에 Mock-up을 설치하게 하여 설계를 확정짓고
이에 따라 자재를 발주하여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면 자재
공급원 조사, 견적 요청서류 준비, 견적서 입수, 견적대
비, 업체선정, 자재승인, 자재동원, Mock-up 설치, 설계확
정, Shop Drawing 준비, 제출, 승인의 제 과정을 고려했을
때 2년이라는 공기는 턱없이 부족한 공기이고 우리 현장과
같이 자재가 변경되어 일련의 제 과장을 다시 반복해야 한
다면 두 배의 공기가 주어진다 해도 공기 내 준공이 어려
운 공사가 될 것이다.
사실 우리는 Mock-up의 본래의 목적, 즉 작업의 순서를 결
정짓고 품질의 기준을 설정하는 목적의 Mock-up이라고 생각
하여 제대로 설치한다면 본 공사의 일부로 끝까지 남아 있
을 것이기 때문에 입찰견적 시 별도의 비용을 고려하지 않
았었다.
그런데 생각하지도 않았던 Off-site Mock-up을 설치하는 비
용으로 미화 백만 달러 이상의 설치비 및 테스트 비용을 낭
비하게 되었고 촉박한 공기로 인한 추가 파생비용까지를 고
려한다면 거의 3백 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시방서 한 구
석에 나와있는 사소한 표현으로 인하여 부담하게 되었다.
감독이 조금만 합리적으로 판단했더라면 이런 Mock-up은 공
사계약 이전에 설계사에게 수행하도록 했어야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현장이 성공하려면 발주처와 감독 사이의
계약조건도 살펴야한다"라는 경험담에서 감독이 합리적으
로 최선을 다해 각자 맡은 바 역할을 제대로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이 이런 경우를 말하는 것이다.
발주자나 감독이 계약서의 이 구석 저 구석에 이런 말 저
런 말을 넣어놓고 자기의 주관에 의해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면 아무리 경험 많고 꼼꼼하게 일을 챙기는 시공회
사의 기술자라 하더라도 결국에는 공사는 공사대로 못한다
는 소리를 듣게되고 이익을 챙기기는커녕 쪽박차고 나올 수
밖에 없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