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穀雨)!
한자 그대로 곡식에 이로운 비이니 예로부터 곡우날 비가 내리면 그 해 풍년을
기약한다 하였다.
다산(多産)의 상징 통일벼 넘쳐나던 그 시절과는 전혀 다른 세상풍경이라
풍년(豊年)의 의미가 돌연변이로 사뭇 틀려졌지만..,
그리하여도 농업을 천직으로 삼으며 밭 서너마지기가 자식 같았던 어른들에겐
보람 중에 으뜸인 것이 수확의 기쁨이니 이런들 저런들 풍년(豊年)은 분들에게
손주 손녀 얻는 즐거움과 같으리라!
벗과도 같은 시골 지인들, 사는 곳 제각기 다르지만 못자리를 내기 위하여
저마다 논이라 하니 부지런함이야 이미 십여년지기 나이테 위에서
알아주는 소문들이고 다만, 경작(耕作)과 동시에 수매가격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들의 이 시대가 그저 안타까움 아닌가?
부지런히 밥 먹자!
새봄,
명랑한 계절에 새 둥지를 튼 책임자가 사기진작차 집들이를 배려하였다.
4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예금 특판행사로 직원들 모두 피곤을 감추었는데
그 마음을 헤아려 친히 제집으로 안내한 차장의 마음씀씀이가 고으니
가만 있을 수 없었다.
역시 농업과 농업인을 마음에 품은 그이인지라 볼품없는 배짱이지만 시골풍경
흉내낸 하이쿠 율시를 표구에 담았다.
눈의 완쾌지수가 아직 불안정하여 건네는 집들이주(酒)가 마음에 걸렸지만
잔 건네는 집주인의 정성을 혜량(惠諒)하여 주거니 받거니~
무르익은 직원들의 농(弄)이 어느새 한 갓으로 굴러다니니 강구연월(康衢煙月)
태평성대가 따로 없었다.
간만의 과음인 듯 머리 무겁지만-
구파발 산책로가 안성마춤 해장국이니 녹음(綠陰)으로 달리는 화전(花田)이
선물이다.
출근길, 후보가 내세운 공약들을 홍보하기 위하여 지나치는 역(驛)마다
유세차량들로 가-득하고 길 하나를 마주하여 상대의 전술전략에 맞대응하는
지구당 사람들의 외침이 대저 씩씩하여 좋다.
우렁참 그대로 다시 일어서는 대~한민국을 연호할 수 있도록 푸르른 공약들이
반드시 지켜지기를 소원하니 두 눈이 시퍼렇습니다.
끊김 없었던 손님들의 발길이 다소간 쉬어가는 대목인지 객장의 오전이
여유롭다.
상담 겸 사무실을 찾은 지인과 비빔국수 한그릇을 앞에 두었는데..,
최근의 금융환경을 반영하듯 지인의 목넘김이 가볍지 아니하여 다시
차(茶) 한잔을 내밀지만 하소연에 향기(香氣)가 묻혀 버린다.
소금장수와 우산장수의 답답함 앞에서 선뜻 방향을 찾지 못하는 환경이 다소
안타깝지만 어찌하랴...
"나아지지 않겠어요~"
가계부채 역풍(逆風)이 뜻하지 않게 사업자들에게도 걸림돌이 되고 있음이다.
오후 업무를 마감하고 광주행 KTX!
채 2시간이 걸리지 않는 스피드 세상이니 아쉬운대로 편하여 좋지만-
손편지와 문자의 그것처럼 대전역에서 부러웠던 가락국수의 향수(鄕愁)는
없어진지 이미 오래이다.
간밤의 곤함일까?
오르자마자 금세 광주송정역!
금방이라도 소나기를 토할 듯한 하늘 위로 남도(南都)의 바람은 역시 구수하다.
연단에서 울리는 유세전마저도 이토록 맛있으니 적장(敵將)이 따로 없는데..,
고함소리는 유난하다.
다시 한시간을 달려 시골마당~
어른의 갑작스런 통증(痛症)에 절로 식은땀이었는데 다행히 별것 아니라니
눈으로 보아 감사하다.
번갯불에 볶은 콩~
22시 39분!
다시 서울로 향하는 마지막 시간표에 간신히 올라 내민 한숨~
곡우에 추적거리는 봄비가 못자리에 절실한 영양우(雨) 이외에 또 무엇인지..,
몇 아니되는 객실에 벗하는 노트북만이 손 가는대로 복잡한 마음을 우려낸다.
엥~
이슬비 보슬비 추적거리던 하늘에 웬 별들이 촘촘하다.
천안을 벗어났다.
입질만 살짝 거들더니 곡우날 다시 맑아지는 하늘-
그래!
풍년이 아니어도 그럭저럭 좋을게다.
눈이 무겁고-
정신마저 혼미했던 오늘
서울이 금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