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7월20일
강구항에서
어둠이 내린 강구항에 보름달이 떠 있다. 바다 위로 달빛이 반짝이며 부서진다. 보름달을 보러 작정하고 온 것은 아니다. 달님이 주는 귀한 선물이다. 바다가 보고 싶어서 영덕으로 여행 왔다. 칠포해수욕장으로, 월포해수욕장으로, 장사해수욕장으로, 성실하게 일일이 입장해서 잠시 어울려 놀다가 아쉬운 퇴장을 했다. 여름은 젊음의 계절이다. 젖은 머리를 털면서 걸어 나오는 청년 모습에서 무더위 절정을 느낀다.
장마철이라서 그런지 해수욕장에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바닷길을 따라 늘어선 횟집 펜션 민박집이 활기가 넘친다.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더위가 날아간다. 집에서 늦게 출발해서 해수욕장마다 참견했더니 영덕에 도착하니 저녁 시간이 되었다. 지인이 알려준 일식집이 정기 휴일이라는 안내문을 걸어놓고 인기척이 없이 깜깜하다. ‘이런 일이’하면서 빠르게 맛집을 검색했다. 영덕에서는 식당 찾는 것이 힘들 것 같아서 근처 강구항으로 가기로 했다. 시골이라서 8시까지 영업을 한다고 하는데 이러다가 굶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코다리찜을 먹기로 했다. 점심을 먹지 않아서 몹시 배가 고팠다. 외진 바닷가 마을에서 만난 식당이 얼마나 반가운지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먹었다. 얼마 전부터 코다리찜을 먹고 싶다고 했는데 이렇게 생각지도 않은 항구에서 먹고 있다. 강구항은 언제나 나의 감성을 말랑하게 해준다. 선물같이 강구항에서 보름달을 보고 있다. 감사한 마음에 절로 손이 모아졌다. ‘달나라 공주’라고 부르시던 은사님이 생각났다. 선생님이 보름달로 오셨나 보다.
강구항에서 상주까지 37개의 터널을 지나서 시골집으로 왔다. 영덕에서 상주까지 한 시간 조금 넘게걸렸다. 처음 해보는 터널 여행이었다. 신기해서 일일이 터널을 세면서 초저녁 한적한 산길을 달렸다. ‘별장으로 자러 가자’말을 해놓고 멋쩍은지 남편이 빙그레 웃으면서 나를 바라본다. 요즘 유행이 ‘촌캉스’라는데 좋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