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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나와 오리역까지 걸어 가는 동안은 다행스럽게도 비가 뿌리지 않는다.
강 대장님을 비롯한 여러 산벗들과 반가이 인사를 나누노라니 히까뻔쩍하는 관광버스가 슬며시 멈춰 서는 가 하더니 오랜 만에
얼굴을 대하는 최 기사님의 반가운 모습이 보인다.
새 차를 뽑았다는 말만 들었었는데 오늘에서야 시승식을 하게 된다고 생각하니 내 일 처럼 기쁘기 그지 없다.
최 기사님께서 새로운 느림보 리무진으로 운수 대통 하시고 늘상 조심스런 안전 운행으로 우리 느림보님들을 잘 지켜 주시길 기원
드리며 차 내에서 모든 분들이 박수를 치며 환호를 하였다.
당초 오늘 산행 예정지 였던 북바위산 들머리 물레방아 휴계소에 막상 도착하고 보니 이미 고속도로에서 부터 내리던 장마비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꼭히 북바위산 만을 고집하는 두 분 만을 우선 물레방아 휴계소에 내려 드리고 나머지 일행은 주흘산과 문경 새재 길이 있는
문경 새재 도립공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주차장에서 잠시 용무를 마치고 나니 강 대장님께서 빗속을 뚫고서라도 기여코 산행을 하고야 말겠다는 맹호파와 새재 제3관문
까지 비교적 순탄한 산책로를 워킹 하는 토끼파로 느림보 산벗들을 양분한다.
제3관문에 있는 주막집의 노릇 노릇한 파전과 텁텁한 탁배기의 세찬 유혹을 애써 떨구어 버리곤 얼결에 맹호파 대열에 합류를
감행한 자신이 몹시도 무모해 보였지만 산 여인님의 양푼 열무 비빔밥 한번 얻어 먹어 보겠다는 욕구가 너무도 강렬하게 나를
채찍질 하고 있었기도 하거니와 문경 주흘산은 정말 꼬옥 한번 올라 보고 싶었던 산이였다.
주흘산을 멀리 문경읍 쪽에서 올려다 보면 암봉으로 형성된 주능선이 입을 벌린 잉어가 마악 물 위를 솟구쳐 오르는 기묘한
형상이라 내 고향땅 안동을 오고 가면서 그 신묘한 산세를 바라 보며 언젠가는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던 산이였었는데
오늘에서야 내게 그 기회가 온 것이다.
안동에서 함께 중학교를 졸업한 친구들 중에서 성적이 우수하면서 집안에 쪈이 낙낙한 넘들은 죄 서울 아니면 대구에 있는
명문 고등학교로 유학을 가 버리고 그 반대인 나 같은 인간들은 만부득 지방에 있는 시골 고등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는데
막상 입학을 하고 보니 아마도 대학 입시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코져 했었음이라 1학년 전체 6학급 중에서 성적순으로 무려
두개반을 특수반이라고 별도로 편성을 한다.
고기 껀데기는 이미 죄 건져 먹고 난 뒤에 끓인 맹탕 국물인지라 사실 특수할 것도 없는 그렇고 구런 반이긴 하였지만 이룬
맹물탕에도 끼여 들지 못한 친구들의 심정은 또 어떠 할 것이며 내 뒷자리에 앉은 이규란 친구처럼 중학교 다닐 적에
육상선수로 운동만 하다가 얼결에 잘못 되어 특수반에 편성된 친구는 시험을 보면 허구 헌 날 꼴찌를 맡아 놓으니 그 괴로움은
또한 말로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차라리 특수반이란 것이 없었으면 중간 정도는 성적이 나오는 이규는 평소에 말이 전혀 없어서 중학교 동창이고 고등학교는
같은 반 바로 뒷자리에 앉았지만 그 속내를 전혀 알 수가 없는 친구였었는데 사달이 벌어 진 건 대구에서 오신 영어를 담당하시는
박 선생님 덕분이다.
유도를 하였다고 하며 몸집이 몹시 비대하신 박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말씀을 하실 때면 언제나 눈썹을 위로 치켜 올리시곤,
학생들을 약간은 내려다 보면서 수업을 하시는데 말투 자체가 항상 이죽거리는 듯 하여 영어 시간만 되면 여간 불쾌한 것이
아니였는데 아마도 작심을 하시고 학생들과 시비를 걸고져 함이 였으리다.
연휴가 다가 오자 숙제를 내는데 연휴 기간이 아니라 아마 한달 정도는 방콕해야 겨우 할 정도의 물량이었는지라 나를 비롯한
몇 몇 악동이 주동이 되어 모의를 한 결과는 간단하였다.
숙제 해 가지고 오는 넘은 때려 쥐기 뿐다는 것이였는데 학급 모든 친구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하였다.
판쵸를 뒤집어 쓰고 땀범벅이 되느니 보다는 우산으로 머리만 가리고 차라리 시원한 빗물에 몸을 맡기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하곤 자그만 우산 하나 달랑 대가리에 올려 놓고 맹호파 일행들을 따라 계곡길을 힘겹게 오르노라니 일명 여심 폭포라고도
불리운다는 여궁 폭포가 불어 난 장마미로 엄청난 위용으로 우리들을 압도 한다.
사실 그날 주흘산은 폭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였다.
계곡 그 자체가 거대한 물줄기를 형성하여 장엄한 폭포수로 둔갑을 하고 있었던 것인데 우중 산행이라는 위험 부담을 안고
올라 온 우리들에게 산이 내리는 감사의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다 다를까 반 전체 학생들이 숙제를 보이콧 하자 박 선생님께서 학생들을 전부 운동장으로 불러 내선 양팔 간격으로
세우시더니 주먹을 쥐고 엎드려 뻗혀를 시키셨는데 마사토 운동장 덕분에 주먹이 너무 아파서 몸을 비틀고 있노라니 나와 상당히
먼 거리에서 엎드려 있던 이규를 일으켜 세우신 선생님께서 물론 그 사유는 알 수가 없었지만 큰소리를 내시며 이규 빰따구를
여러 차례 갈기는 모습이 내 눈에 들어 온다.
당시는 그런 시절이였는지라 다른 친구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날을 잊어 버렸지만 늘상 꼴찌를 하며 열등 의식에 사로
잡혀 있었던 이규는 몹시도 괴로웠던 모양이다.
우리 느림보에는 교장 선생님을 역임하셨던 허 교장님 같은 분도 함께 산행을 하시는데 선생님들은 자신의 직업을 소개하실 때
교직에 몸 담고 있다던가 아니면 교편을 잡고 계신다는 표현을 많이 쓰신다.
교편이라는 말 자체가 어떤 사물을 가르키는 지시봉 형태의 가느다란 막대기를 말하는 것이지만 엄밀한 의미에선 매라는 표현이
더 적합할 것이다.
영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선 지금도 학생들을 훈육하기 위한 정당한 방편의 매질은 허용되고 있는 줄로 알고 있는데 한가지
조심해야 할 일은 매라는 간접적인 매개체를 반드시 사용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신체로 상대방의 신체를 직접 가격할 적에는 가격하는 사람의 살기 서린 나쁜 기운이 직접 상대방에게 전달되기 때문에
얻어 맞는 사람 입장은 죽기 보다 더 괴로운 일이 된다.
한창 크는 나이였던 우리들은 교실에서 장난도 유독 심했었는데 책상 위에서 이리 뛰고 저리 뛰어 다니다 보니 책상 상판 한
부분이 갈라져 버렸다.
끝이 도끼처럼 살짝 벌어 진 이 몽둥이를 줏어 든 이규는 몇 며칠에 걸쳐서 칼로 깎고 사포질 (sand paper)을 하는 정성을
기울여서 제법 괜찮은 물건을 만들더니 혼자서 무어라고 궁시렁 거리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내가 이규를 만나고 나서 처음으로 말을 하는 모습을 보았던 순간인데 그 말뜻은 이 몽둥이로 어느 놈을 후들겨 패면 참으로
좋겠다는 것이였다.
교실 중간 부분 뒷편에 내 자리가 있었는지라 쉬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교실 뒷편에서 제기차기나 동전 집어 던지기로 정신 없이
놀곤 했었는데 학급 반장이 수업 준비하라고 소리 치기에 황급히 자리로 돌아 와 영어책과 필통을 책상 위로 꺼내 올리다 우연히
교실 앞 쪽 출입구 쪽을 바라 보니 그때 까지도 출입구 바로 앞에 있는 친구의 책상 앞에 서 있는 이규의 모습이 보인다.
몇 몇 친구들이 이규를 부르며 야! 박 선생님이 오시는 영어 시간이다 혼나기 전에 언능 자리로 돌아 오라고 소리 쳤지만 이규는
여태도 그 자리를 망부석 처럼 지키고 있어 의아한 생각이 들어 이규 모습을 자세히 보니 오른손에 하얀 면장갑을 끼고 있었는데
그 손에는 애지중지하던 몽둥이가 들려져 있는 것이 아닌가.
손을 늘어 뜨렸기 때문에 몽둥이가 책상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난 그 모습을 똑똑히 보고 있는 순간 여러 교재물을 오른쪽
옆구리에 잔뜩 안은 박 선생님이 유리가 달린 교실문을 옆으로 미시면서 예의 눈썹을 위로 치켜 뜨는 모습을 하시면서 무어라
말씀을 하시는데 아마도 이규야? 너 여기서 무얼 하고 있니? 하는 듯 하였던 것 같다.
간발의 여유도 없이 이규의 몽둥이가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는 가 하더니 아주 크고 소름 끼치는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이미 교실 중간 정도 까지 뛰어 가고 있는 내 자신을 잠시 돌아 보긴 했었지만 왜 하필이면 내가 뛰어 나가야만 하는지? 그리고
친구들이 책상 밑으로 어지럽게 내려 놓은 가방들을 발로 걷어 차면서 사지를 향해 불나비처럼 뛰어 드는 이 인간은 과연
나인가? 아니면 또 다른 누구인가? 를 잠시 생각했던 기억만 흐릿한 순간 이미 복도 밖으로 밀려 나간 선생님을 그때 까지도
몽둥이로 가격을 하고 있는 이규를 향해 약 2~3 미터를 경공술을 이용해서 날았다.
불어 난 계곡물을 6.25 사변 때 폭파된 한강 인도교를 달라 붙은 피난민 처럼 건너는 느림보 산벗들을 보노라니 괜스래 쓴웃음이
나온다.
미칠려면 곱게나 미치지 비 맞은 생쥐 꼴로 산엘 오른다고 어떤 넘이 세금을 깍아 주는 것도 아닐텐데, 따땃한 아래목에 뱃돼지
처억 깔고 누워 예팬네가 부쳐 주는 찌짐에 막걸리 마신다고 어느 분이 눈을 홀기는 것도 더 더욱 아닐텐데 말입니더.
발 아래로 구름이 잔뜩 깔린 주흘산 주봉엘 오르니 이곳이 바로 선계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정상엘 오르고 나니 그제서야 참았던 빗줄기가 굵어 진다.
황급히 왔던 삼거리로 후진을 하여 제2관문을 향한 하산길을 재촉한다. 물론 점심은 아무리 우중이라도 당연 먹어야 한다.
이규는 참으로 잔인한 놈이다.
이미 피투성이가 된 머리를 양 손으로 감싸 안고 엎어 져서 이규의 몽둥이를 피할려고 발버둥을 치는 박 선생님의 머리 만을
유독 노리면서 땡삐처럼 달려 들고 있는 이규의 허리를 두 손으로 힘껏 끌어 안고 뒤로 제키니 이규 놈이 나를 향해 벽력같이
소리 친다.
내가 이규 입에서 말이 나오는 걸 두번째이자 마지막으로 보았던 그 말은 놔라 놔 네가 나를 놓지 않으면 내가 저 넘(박 선생님)
에게 맞아 죽는다는 것이다.
이규의 허리를 감싸 안고 복도를 통해서 바깥으로 나오면서 복도에 있는 유리창이 여러 번 내 팔꿈치에 부딪히면서 와장창 하는
소리를 들었던 기억 뿐인데 어느 새 바깥이다.
그제서야 이규의 허리를 감싸 안았던 내 팔을 풀면서 난 이규가 자리에 털석 주져 앉아 울면서 자신의 행동을 뉘우치리라고
판단을 하는 그 순간 이 개뼊다구 같은 새끼가 도끼 같은 몽둥이를 내 미간을 향해 겨누곤 검도 자세를 취하면서 한발 한발
다가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도 그 순간 본능적으로 두 주먹을 움켜 쥐고 방어 자세를 취했는데 훗날 문헌에서 본 극진 가라데를 처음으로 일반인들에게
알린 무술의 달인 최 배달(대산 배달이라고도 하는 최 영의) 선생님의 동작을 나도 모르게 흉내 냈었던 가 보다.
몽둥이를 위로 치켜 드는 순간 왼팔로 방어 자세를 취하는 유인 동작을 하면서 오른발 하이킥으로 놈의 관자놀이 강타할려고
하는 그 순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교사 뒷 편에 있는 무기고에 볼 일을 보러 가던 교련 담담 신 대위님이 불쑥 나타 나신다.
물론 그 때 꺼정도 교실에 있던 친구 넘들은 한 새끼도 모습을 보이질 않았는데 아마도 신 대위님은 두 넘이 수업을 들어 가지
않고 다투고 있는 줄로만 아시고 너희들 이곳에서 무얼 하고 있느냐며 다가 오시니, 이규의 도끼 끝이 신 대위님을 향하는 가
하더니 또 다시 잰걸음으로 다가 선다.
등치 큰 늑대가 비록 체구가 작은 코요테라도 두 마리가 한꺼번에 덤비면 당하기 어렵운 법이다.
잠시의 여유도 없이 이규 등짝을 향해 다가 서니 갑자기 이규 놈이 몽둥이를 던져 버리곤 학교 뒤에 있는 야산으로 뛰어 든다.
제2관문을 향해 한참을 내려 오니 자그만 공터가 비를 맞으며 우리 느림보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군바리 적에 야외 훈련 하면서 먹어 보고 난 이후로 비 맞으며 밥을 먹어 보긴 처음이다.
우선 처음 처럼을 꺼내서 한꼬뿌 하고 나니 그제서야 여독이 풀리는 듯 하여 주위를 돌아 보니 놀랍게도 산 미인님께서 예의
큼직한 양푼에다 열무,가지무침,참나물 등을 흠씬 넣은 비빔밥을 만들고 계셨는데 양푼 주위로 개떼처럼 들러 붙은 인파들을
보면서 오늘도 난 원한의 비빔밥을 포기 하고야 말았는데 초상집 비 맞은 개 처럼 그 꼬락서니가 몹시도 불쌍하게 보였던지
산 미인님께서 큼직한 공기에다 따로 한그릇을 퍼선 내게 건네 주신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알 수 없는 물이 연신 내 얼굴로 흘러 내린다.
그렇다고 양푼 주위에 들러 붙었던 다른 분들도 비빔밥을 제대로 먹었느냐 하면 그도 아니다.
조폭처럼 고슴도치 머리를 한 경포님께서 마치 개밥그릇을 차지한 똥개 두목이 다른 개들이 혹여 밥그릇에 주위에 올려고 하면
이빨을 드러 내고 으르렁 거리는 것 처럼 양푼을 독차지 하고는 미제 군용 보다도 더 큰 숟가락으로 비빔밥을 퍼 올려선 입에다
쓸어 담는데 집을 나온지 오래 된 걸신이 따로 없다.
정확히 한 양푼 반을 혼자서 해 치우고 난 경포님의 입에서 나온 말 또한 가관이다.
입맛만 버렸다는 것이다.
쇠를 먹고 산다는 불가사리도 경포님 뱃속을 아무래도 따라 잡긴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간절하다.
추격대를 편성하여 학교 뒤 야산에 있는 어느 무덤가에서 이규를 체포 하는 그 이후의 흥미 진진한 스릴러는 아무래도 지금은
너무 늦은 시간이라 다음 느림보 화요 정기 산행인 춘천 용화산을 다녀 온 산행기에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그때 까지 우리 사랑하는 느림보님들 몸 건강히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세요.
탄천변에서 노랑부리 저어새 돌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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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호지에 나오는 이규(도끼질 선수)와 이름도 같고.............
그나저나 전 완전히 게걸스럽게 먹어서 다른 분들이 시기가 많음을 이제야 알았네요.
하지만 창피는 순간이지만 이익은 영원하다................아시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주흘산은 영봉(1106m)과 주봉(1079m)..표지석이 둘 있습니다.
에 싸여 그 전망을 다 기시지는 못했겠지만 맑을때와는 또 다른 풍광을 감상하셨으리란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정상은 영봉(1106m)입니다.
정상의 동남면은 절벽을 이루고 반대쪽은 조곡천과 이어져 있는 새재길로 내려오게 됩니다.
자연은 언제나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빗속 산행을 감행하시는걸 보면 돌삐님도 전문 산꾼이 다 되셨습니다.
빗속의 양푼비빔밥..그림이 그려집니다..
돌삐님이 들려주신 친구이야기네요음 선생도 이규란분도 다전생에 무자게 무서운 끈으로 역긴것같아요
그러게 누구나 상대를 대할떼 항상 나였다면을 생각해야될것같아ㅛ
그선생님 지금도 살아계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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