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인제, 여수·담양·함평 등 4건
소규모사업지 의도적으로 끼워넣어
중소사 입찰 참여 차단 의도 지적
업계 "현장관리비 몇 배 더 들어"
[대한경제=최지희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대구와 인제 등 무려 370㎞가 떨어진 지역의 아파트 건설공사를 하나로 묶어 발주하는 도 넘은 입찰 행정을 반복하며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역 건설사가 수주하는 것을 막으려는 LH의 의도적 ‘묶음’발주라는 지적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LH가 발주한 아파트 건설공사 중 여러 지역의 사업이 하나로 묶여 발주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10월 발주된 45건의 사업 중 무려 4건이 여러 사업지를 묶은 발주였는데, 특히 추정가격 472억원 규모 ‘여수국동 및 담양 및 함평기산 아파트 건설공사’는 전남 지역 3군데 사업지를 하나로 묶으며 업계를 경악하게 했다.
그 외 ‘경북청도 및 대구연호 A-3BL 아파트 건설공사(추정가격 849억원)’, ‘원주무실A-2BL 및 강원삼척(마을정비형) 아파트 건설공사(1488억원)’, ‘울산태화강변 A-1BL 및 부산모라 아파트 건설공사(575억원)’ 등이 이어졌다.
심지어 지난 6월 발주된 추정가격 604억원 규모의 ‘대구국가산단 A7-1BL 및 인제서화 아파트 건설공사 1공구’는 370㎞m가 떨어진 경북 대구와 강원도 인제의 사업지가 하나로 묶여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일부 업체들은 LH의 입력 오류를 의심해 직접 문의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사 관계자는 “처음 대구와 인제가 묶인 입찰공고서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며, “LH의 묶음 발주가 하루 이틀 일은 아니지만 경북과 강원 지역의 사업지를 묶은 것은 솔직히 도를 넘는다고 생각했다”고 토로했다.
B사 관계자 역시 “여수와 담양, 함평을 묶은 것 역시 말이 안 된다”며, “같은 전남 지역이라 하더라도 사업지마다 현장을 개설해야 하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현장관리비가 3배 더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LH가 이처럼 무리한 발주를 강행하는 이유에 대해 업계는 지역의 중소 건설사에 사업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된 행보로 분석했다.
종합심사낙찰제 방식에서 진행되는 기술적 공사이행능력 및 시공역량 심사 기준을 끌어올려 2등급 이하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묶음’발주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북청도 및 대구연호 A-3BL 아파트 건설공사’의 경우 대구연호는 526가구를 건설하는 사업인 반면, 함께 묶인 경북청도는 42가구 건설에 불과하다. 경북청도 사업지만 떼어냈을 경우 100억원 미만 소규모 공사이다 보니, 중견 건설사들이 입찰에 들어오지 않을 것을 우려해 일정 규모 이상 사업지에 무리하게 끼워 넣은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1등급 건설사에 사업을 맡겨야 현장관리가 편하다고 생각하는 전형적인 ‘갑질’ 행정의 마인드에서 비롯된 발주방식이라고 입을 모았다.
C사 임원은 “이런 식의 묶음 발주 사업은 실행률이 대단히 나쁘기 때문에 예정가격 초과 투찰도 많이 나오고, 경쟁률 역시 저조하다”며, “40∼50가구 건설공사 정도는 지역의 건설사가 맡아서 책임 있게 준공하도록 기회를 주는 것이 맞다. 국가 최대 발주기관인 LH도 지역사와 상생의 방안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꼬집었다.
최지희 기자 jh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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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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