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자의 라면 땡기는 날'(http://ryunan9903.egloos.com/4427631)에서 라면 맛있게 잘 먹고
좀더 위로 올라가 삼청동으로 이동했습니다. 삼청동은 지난 번 김치말이국수로 유명한 눈나무집
(http://ryunan9903.egloos.com/4422035)을 1월 경에 찾아간 이후 처음 가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 때 눈나무집을 방문했을 때도 원래는 눈나무집이 아닌 라면 땡기는 날을 찾아가려 했는데 문을 닫아
어쩔 수 없이 좀 더 위로 걸어 눈나무집으로 이동했던 것이라...
물론 거기서 먹은 김치말이국수도 좋았지만 그때 짬뽕라면을 정말 먹고 싶었던지라 많이 아쉬움이 남았었거든요.
이번엔 그래도 라면 땡기는 날의 짬뽕라면을 먹을 수 있게 되어 정말 다행이긴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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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에는 꽤 오래 전부터 단팥죽으로 유명한 찻집 하나가 있습니다.
'카페' 라기보다는 어쩐지 '찻집' 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이 가게 이름은 '서울서 둘째로 잘 하는 집'
간판에 Since 1976. 4. 19라 써 있는 걸 보니 햇수로 따지면 40년을 훌쩍 넘은 꽤 오랜 역사를 지닌 가게입니다.
사실 이 가게의 존재는 약 10여 년 전부터 알고 있어서 '한 번 가 봐야지... 가 봐야지...' 하고
차일피일(?) 미루고 있던 게 어느새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제서야 맛보게 되는군요...ㅡㅜ
서울특별시 지정한 '서울미래유산'으로도 등록된 가게라는군요.
가게 입구에 현판이 붙어있습니다. 40년 넘는 역사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라 봅니다.
삼청동 일대가 주말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로 꽤 많았는데, 찻집 역시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그나마 제가 들어올 땐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는데, 제가 들어온 이후로 손님이 많이 몰리더더라고요.
가게 출입문 옆엔 난로 하나가 돌아가고 있었고 반대쪽엔 오픈 형태로 주방이 들어서 있습니다.
테이블에 놓여져 있는 메뉴판.
메뉴판 안쪽 사진은 없지만 커피 대신 단팥죽과 함께 한방차 몇 종류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가게 대표메뉴인 단팥죽을 주문하니 찬물 대신 따뜻한 차가 먼저 나왔습니다.
가게 로고가 새겨진 냅킨 위에 숟가락을 놓고 단팥죽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중.
단팥죽은 뚜껑이 덮여 있는 밥공기 크기의 나무 그릇에 담겨져 나옵니다.
서울서 둘째로 잘 하는 집의 간판 메뉴인 '단팥죽(7,000원)'
곱게 팥을 갈아 쑨 죽 위에 삶은 밤과 통팥 알갱이, 은행을 고명으로 듬뿍 얹어낸 뒤
계피가루를 살짝 뿌려 마무리하였으며, 일반적인 죽 전문점에서 판매하는 팥죽과는 꽤 다른 비주얼이 특징.
본죽 같은 죽집에서 판매하는 팥죽이 식사 대용이라는 느낌이라면 이 가게 팥죽은 디저트용 이미지가 강합니다.
팥죽 위에 얹어져 있는 고명을 죽과 함께 섞어 떠먹으면 됩니다.
이 팥죽, 따끈따끈하고 정말... 정말... 맛있습니다.
계피가루를 뿌려 전체적으로 계피향이 강한 편인데, 이 때문에 꽤 한국적이면서 전통적인 맛이 느껴지면서
부드럽게 쑨 팥죽의 은은한 단맛, 그리고 삶은 밤과 은행의 씹는 맛이 굉장히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느낌.
팥죽 안에는 한 입 크기의 동글동글한 새알심 대신 큼직한 찰떡 한 개가 통째로 들어있습니다.
일반적인 찹쌀떡 정도 크기의 찰떡이 팥죽 안에 숨어있는데, 한 입에 먹기 힘드므로 잘라 먹는 것을 추천.
찰떡 안에 팥앙금이 따로 들어있진 않고, 그냥 죽과 함께 섞어먹으면 되는데
굉장히 쫄깃쫄깃한 식감이라 이 찰떡 또한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바로 옆 테이블에 친구들로 보이는 중년 아주머니 사이에서 '역시 이 떡이 최고' 라는 말이 나오는 걸 얼핏 들었는데,
40년 넘는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단팥죽이란 이런 거구나... 라는 걸 느낄 수 있었어요.
서울서 둘째로 잘 하는 집의 간판메뉴인 단팥죽에서 정성들여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몸은 물론, 얼어있는 차가운 마음까지 녹여줄 정도로 달콤하고 따뜻한 맛.
날이 좀 더 매섭게 추워졌을 때, 또 한 번 달콤함을 느끼러 찾아가고 싶습니다.
팥을 워낙 좋아하기 때문에 더 그런것도 있겠지만, 화려한 케이크보다 역시 이런 쪽이 더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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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청동의 매우 유명한 수제비 전문점인 '삼청동수제비'
수제비 하나 먹자고 사람이 엄청나게 줄을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그만큼 맛있는 덴가?' 라는 의문이 들었는데,
나중에 집에 돌아와 가게 정보를 찾아보니 2019 미쉐린 가이드에 소개되었다고 하더군요.
꼭 미쉐린가이드 때문이 아니더라도 사람들 후기를 보니 정말 맛있어보이게 나오던데
다음에 삼청동 방문할 땐 '삼청동수제비 - 서울서 둘째로 잘 하는 집' 순서로 한 번 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삼청동 일대를 비롯하여 경복궁까지 돌아보다 생전 처음으로 청와대 근처까지 걸어와 봤습니다.
출입이 통제되는 구역인가 했더니 다행히(?) 근처까지는 아무런 제지 없이 돌아다니는 게 가능하더라고요.
대통령이 거주하는 곳과 가장 가까워서 그런지
곳곳에 이렇게 1인시위를 하는 사람들과 현수막, 깃발이 꽤 많이 걸려 있었습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저마다 억울한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구나... 라는 생각이 잠시...
안국역에서 정독도서관 방향으로 이어지는 낙엽이 떨어진 길.
마지막으로 인사동 방향으로 빠져나왔는데, 인사동 스타벅스 간판이 바뀐 것을 이제서야 확인.
예전엔 조금 촌스럽고 큼직한 녹색 고딕체(헤드라인체?)로 '스타벅스 커피' 란 한글 간판이 세워져 있었는데,
그 간판이 사라지고 목재 간판에 서울남산체로 작게 '스타벅스' 란 이름이 새겨진 간판으로 바뀌었습니다.
주말 인사동 풍경 한 컷으로 이번 포스팅을 마무리합니다.
※ 서울서 둘째로 잘 하는 집 찾아가는 길 : 삼청동 주민센터에서 북쪽으로 쭉 직진, 한국금융연수원 근처에 위치
2018. 12. 5 // by RYUN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