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2회 詩하늘 시 낭송회 - 은시 동인 편에 다녀와서
"은시동인회는 동인지 '은시' 2005년호를 펴냈다. 정경자·정숙·변영숙·류호숙 시인
등 회원 13명의 작품 90여 편을 실었다.
대부분 시를 늦게 배우기 시작했지만 젊은 시인들 못지않은 열정을 간직한 만큼, 시적
긴장감이 팽팽히느껴지는 작품이 눈에 많이 띈다.
1995년 창립한 은시동인회는 대구문학아카데미에서 공부한 후 등단한 시인들이 시를
좀더 깊이있게 공부하자는 취지로 모였다. 2003년부터 매년 동인지 1권씩을 내고 있다."
이렇게 영남일보 신문에 소개되어 있듯이 이번 시낭송회는 몸이 편찮으셔서 그 날 참석하
시지 못한 대구문학아카데미 대표이신 박주일 선생님께 시를 배운 동인들로 이루어진 시인
들의 시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아름답다 그렇다
그건 바깥 표정이다
그 동글한 꽃뭉치에는 무한히
아픔이 담겨 있다
피들이 모여 하나의
내용을 이루고
흰빛 끼여들어 조화 이루고
노을진 강 만들어
흐르고 있다
.................................시 : 가솔송 5 -박주일시, 사진 - 가솔송
그 날 시낭송회 날은 잎들이 노랗게 붉게 물든 가을빛이 아름다운 깊은 가을날 밤이었다.
그 날 참석해주신 불교문인협회 회장이신 김연대 시인이 '은시가 금시보다 동시 보다
좋다'고 말씀해주셨듯이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초라하지도 않은 은은한 빛이 감도는 그런
시낭송회였다.
준비해간 떡과 귤 그리고 음식을 먹으며 음악과 함께 시작한 시낭송회는 은시동인이신
류호숙 시인이 사회를 맡아 진행하였다.
문무학 시인께서는 안봉학 시인의 '겨울산' 시를 낭송하시며 제3집 은시동인집 풀판을 축하
한다고 말씀해주셨으며 지금 입원중이신 박주일 선생님의 쾌유를 빈다고 발씀하셨다.
그리고 시하늘 식구들을 소개해주신다며 류호숙 시인께서 느닷없이 이름을 불러 당황스러웠다.
제일 먼저 김형범 님이 박주일 시인의 '가솔송5' 시를 낭송으로 그 날의 시낭송회가 진행
되었다.
그 날 낭송된 시인과 낭송해주신 분과 그리고 간단한 시작노트를 소개해보면 다음과 같다.
* 정경자 시인
- 낭송시 : 수수껍질...........낭송 : 배문기 님
- 시작노트 : 내일이 오고 오늘이 / 내일 같은 날/삶은 콩을 갈아서 만든 콩국수나 / 두부를
갈아서 만든 콩국수 맛이나 / 한더위에 수작을 비닐하루수에서 / 거실에서 뒹굴
거나 / 그개 그것이니 / 바삐 가던 해도 지겨운 느릿느릿 하품하며 간다 / 바쁜
일도 피해 가만히 앉아 / 아파트 지붕 위에 멈춰 선 / 환풍기만 바라보고 있으니
/ 이젠 매일 도망가듯 가는 / 시간도 잡을 수 있겠다.
* 정숙 시인
- 낭송시 : 날마다 하늘을 바라보는 이유
- 시작노트 : 이제까지 내가 / 엮어 온 거미줄들이 아침 이슬 한 방울에도 / 곧 끊어질 듯 흔
들리고만 있다 / 내 시의 안식처도 어쩔 수 없이 흔들리고 있다
* 김숙영 시인
- 낭송시 : 별일없지
- 시작노트 : 나뭇잎들 훌훌 떨어지면 가끔 나 혼자 / 낙엽을 밟는다, 바삭바삭 그들의 이야기가 /
실타래 풀리듯 서리서리 / 귀를 열게 하는 발길 / 솔잎에 얹혀 갓 쩌낸 송편처럼
윤기 반질한 / 쫄깃하고 여운 있는 글 한 자락 / 가을 햇살처럼 내 품에 내려앉았으면
개인적으로 그날 낭송된 시 중 가장 마음에 와 닿은 시라 소개해본다.
별일없지 / 변영숙
별일 없지
특별한 수식어도 아닌 이 한마디
한 사흘만 뜸해도
궁금하고 서운한,지극히 평범한
이 한마디
봄비에 샘물 붇듯,情이 넘쳐나는
곁에 두고도 자꾸 보고픈 내 새끼들
이 세월토록 情 쌓은 내 좋은 사람들
그렇고말고
우린 별일 없어야지, 참말로 별일 없이
살다가 수월하게 고이 가야지
간단명료하고 진솔한 이 한마디
밥 안 먹고도 고봉밥 먹은 듯
세상 온통,북소리 둥둥 신명나고
곧장 눈시울 뜨거워 사랑이 아파 오는
흔하고도 귀한
별일 없지
"당신은 아는가".........박길영 님과 그 친구분의 피아노 바이올린 곡을 듣고
* 김영림 시인
- 낭송시 : 거꾸로 가는 시계...............박계숙 님이 낭송
- 시작노트 : 동해의 수평선 너머 여름이 가고 / 바닷가 모래성들도 / 여름과 같이 떠나고 / 성큼
다가온 가을과 코스모스 / 춤을 추네 / 결실의 계절 은빛 시어들로 / 우리 이 가을
작은 가슴들이라도 모여서 / 모닥불을 피웁시다
* 류호숙 시인
- 낭송시 : 봄밤...............남주희 님이 낭송
- 시작노트 : 오솔길 한 모퉁이에서 / 노을빛에 안긴 / 코스모스와 난 / 지나온 길 돌아보며
출렁이고 있다
남주희 님이 자작자작 사뿐사뿐 발걸음을 옮기듯이 아름다운 시를 쓰는 사람이라고 소개해주셨다.
* 허명순 시인
- 낭송시 : 고백.......................장영길 님이 낭송
- 시작노트 : 하늘이 참 많이 높고 맑습니다. / 어느새 게절도 내 삶도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엇을 위해 오늘가지 왔을까 생각해봅니다. / 오늘보다 더 맑은 내일에 대한 소망이
우리를 여기까지 이끌고오지 않았을까요? / 그런데 어제보다 더 밝은 오늘인지 자신에게
물어 봅니다. / 그렇지 않다 하여도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 끊임없이 또 열심히 달려
왔으니까요. / 내게 있어서 시는 그렇게 달리는 인생길의 한 채찍입니다.
* 남주희 시인
- 낭송시 : 저녁은 詩가 된다
- 시작노트 : 언어의 덫에 걸린 지가 햇수로 20년이 넘었다. / 몸속에서 몸만 키운 탓일까. / 비대
해져 뒤뚱거리다 쉬이 넘어지곤 한다. / 다시 일어서려고 무릎을 몇번이나 꺾는데도 /
맨 그 모양이다
* 여한경 시인
- 낭송시 : 장미들의 아우성
- 시작노트 : 아직껏, 나의 시의 길이란 몽롱한 꿈길인지도 / 모른다. 지각생의 겸손만은 아니다. /
주제넘게도 나는 / 나의 일상이 그대로 내 시의 씨앗임을 자부할 때도 / 있지만, 그것
을 싹틔워 시로 승화시켜 내지 못하는 / 미숙의 시궁창에서 허우적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 그러면서도 / 나는 나의 이 늦길을 헤어나지 못하고 사랑하며 이 / 길에서 하나의 아
름다운 희망이 열리기를 밤하늘을 / 반짝이는 한개 별빛처럼 그리면서도, 실은 / 안개
속을 더듬거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 그래서 나는, 다른 시인들이 / 시작(詩作)노트
를 쓰고 있을 때 / 시작(始作)노트나 쓰고 있으며 / 방황이나 방랑의 낯선 길에서 / 콧
노래나 부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동인 출판기념시낭송회에 와 주신 김연대 시인, 문무학 시인, 여성문인협회, 박숙이 시인, 김은영 시인
경대시인협회에 감사드리며, 이런 자리를 마련해주신 시하늘 박창기 시인과 다른 분들께 감사하다고 하셨다.
류호숙 시인의 제의에 따라 은시동인을 위한 축배를 들고, 박숙이 시인이 박주일 시인을 대신하여
은시동인 한 분 한 분에게 작은 꽃다발을 증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시하늘의 손남주 시인 께서 은빛으로 빛나는 앞날이 있기를 바라며 은시동인집 출판을 축하한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 이선영 시인
- 낭송시 : 끽다거
- 시작노트 : 산다는 것은 사랑하는 것이다. / 사랑하는 가슴이 있는 동안 / 살아 있는 것이고 /
살아 있는 동안은 / 사랑하려고 애쓰리라
우리 집에 와 주셔서 참 고맙다, 은빛 회원 삶의 조각조각을 시로 하여 3집이 편찬 되었다,
그 동안의 추억, 삶이 소중하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다시 음악을 듣는 시간이 되어 "바위섬" 연주를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라 작은 목소리로
흥얼흥얼 따라 부르는데 다른 분들도 함께 노래부르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 정해경 시인
- 낭송시 : 무인도
- 시작노트 : 상처 입은 홀씨 하난 가슴에 품고 / 유랑의 무리처럼 훨훨 / 객기를 부리며 떠나는 /
영원한 노스탤지어 / 밤이면 / 설레는 가슴에 우리하는 별을 품고 / 우는 파도 데불고
떠나는 뱃길 / 그러나 아직 / 보이지 않는, 등대의 불빛은 타오르는데 / 네 유랑의 노래는
/ 땅 끝에서 부른다
* 이순복 시인
- 낭송시 : 무의 뼈
- 시작노트 : 한 시절의 고집도 / 편견도 / 떪은 맛도 / 다 밀어낸 뒤 / 오로지 / 셀레임만으로 /
짝사랑의 열병을 / 앓는다
김연대 시인, 문무학 시인 좋은 분께서 주셔서 고맙다. 문무학 시인께 국문학을 배우면서 언젠가는
앞에서 내 시를 낭송해야지 했었는데 오늘 그 소원이 이루어지는 날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 곽미영 시인
- 낭송시 : 계절의 길목에서
- 시작노트 : 노란 두건을 쓰고 / "끙끙" / 산을 오른다 / 천천히 / 한걸음. 한걸음씩...... / 시를
향해 가는 길 위에 /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 노란 병아리 한 마리 / 햇살의 손 잡고
걷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이선영 시인이 자신의 친구인 동양화가인 권정숙 님을 소개해주시며 노래를 들려주신다고
하여 들었다. 다름아닌 동요인 '과꽃'을 부르셨다. 참석해주신 많은 분들도 함께 그 노래를 불렀다.
나는 구석진 속에 앉아서 노래를 들으며, 메모를 하였다. 그 느낌이 하도 좋아 아무도 모르는 지금의 내
마음이 아늑하고 좋았다.
* 안봉태 시인
- 낭송시 : 첫 손주
- 시작노트 : 먼 산을 바라보며 / 잠시 생각에 잠겨 봅니다. / 지나간 삶의 흔적이 /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 추억을 떠올리며 감사하는 / 마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 오랫동안 가슴에 간직했던 꿈이
/ 늦깍이 시인이 디어 한없는 / 희열로 가득한 삶을 시어로 고백하는 / 참신한 시인이 되고자
노력할 것입니다.
바쁘신 가운데 참석해 주신 이 시간, 함께해주셔서 감사하다는 회장의 말씀과 가우님의 말씀을 끝으로
이번 시낭송회를 마쳤다. 은시 동인들의 단체 사진 찍는 모습을 뒤로 하고 우리 시하늘 식구들만 따로 모
모임을 가졌다. BNA에서 하나바로 이름을 바꾼 제4막 님의 가계로 옮겨 모처럼 오봇한 시간을 가졌다.
금시보다도 동시보다도 좋다는 은시동인의 이름처럼 언제나 은빛 가득한 동인 되길 바라며,
우리 시하늘도 순수한 마음 잃지 않고 서로 좋은 시를 나누며, 서로 좋은 시를 쓰는데 열정을 다하는 그런
아름다운 곳이길 바래본다.
오래오래 무궁무진하기를 바라는 정경자 회장의 동인집에 첫 쪽에 실린 '제3집을 내면서' 소개해드리며
이번 시낭송회의 모습을 덮는다.
마른 고추 스무 근을 햇빛 따근한 베란다에
바싹 말리려고 널었다
며칠동안 나누어 꼭지를 따내면서
생이 이렇게 고울 수가 있을까
단단히 여문 씨들이 달그락달그락
후두 둑 가볍게 황금 싸레기로 수북히 쌓인다
언젠가 한 덩어리로 단단해져 빛날 보석이......
첫댓글 시하늘 언제나 따뜻합니다. 오뭇한 시간 가져서 정말 좋았습니다.
모처럼 서있지 않고 앉아서 참여했더니 참 편하고 자유롭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매번 낭송회 스케치 정리하여 올려주시는 수고로움에 새삼 감사의 느낌을 갖습니다
배경음악 담당하시면서도 꼼꼼하게 메모하셨군요. 덕분에 참여못한 앞부분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릴 수 있었답니다. 책에는 박주일 시인의 축하시가 '가솔송'으로 되어 있던데요?
안 가봐도 본 듯이, 안 들어봐도 들리는 듯 합니다. 이야기가. 정이. 사랑이 폴폴 날아 옵니다.
전향님~~참 꼼꼼이도 그려 내셨네요. 은시 막내인 저는 오신 내빈들께 싸인 받으러 다니느라 바빴답니다/ㅎㅎ 등에 땀이 났더라구요~~ ^^ 후기 잘 보고갑니다. 언제 만나뵈도 반가운 전향 선생님~~~~ 날마다 좋은 날 되세요!!
그 날의 그 느낌 함께 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다시 읽어 보니 오타가 여러 곳에 있어 수정했습니다.
전향선생님, 고맙습니다. 세세하게 잘 소개주셨어요. 그 중 정 숙의 제자도 대여섯 분 계십니다. ㅍㅍ
그러셨군요. 은시동인 한분 한분 약력도 소개해드리고 싶었는데 글이 너무 길어 지는 것 같아 시작노트만 소개해드렸답니다. 관심가져 주셔서 늘 감사드립니다.
전향선생님 은시문학 회원 많은 글 올려주시너라 수고많으셨읍니다 한분 한분 보는 것 같이 자세하게 소개도 해주시고 너무너무 고맙읍니다 복받으세요 은시회장
처음 인사 드립니다. 그날의 고운 모습이 생각납니다. 그런 시간을 주셔서 저도 고마웠습니다. 남은 한해 즐거운 나날되시길 바랍니다.
그날 즐겁고 시향 가득한 낭송회 너무 좋았습니다 이렇게 생생하게 올려주신 솜씨와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 추운날씨에 건강하세요 다음 낭송회도 가고싶습니다.
고맙습니다, 소나무 님. 처음 인사 드립니다. 다음 낭송회에서 인사 드릴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