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악수
홍의준
바닷바람이 차가운 이유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외딴, 겨울의 진해바다의 산책로는
문 닫은 생선가게처럼
비린내만 풍기고 있는데.
외딴 겨울의 진해바다에서
바다의 언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다,
바다는 소리 나지 않는 목소리로 말하고
소리 나지 않는 목소리를 듣는데.
내 체온이 퍼트리는
무언의 외침을 들은 바다가
바닷바람으로 내게 화답한다.
외롭다, 라는 바다의 목소리가
가득 녹아 나도 차갑다.
추위에 떨어 잔잔하지 못한
바닷물에 손을 담군다.
그와 오래 악수해도
내 손은 따듯해지지 않는다.
내 손이 차가운 이유에 대해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
* 창작동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 진해, 마산, 창원, 통영 등을 여행한 적이 있다. 여행을 하는 동안 모든 지역에서 친구들을 만났지만 진해에서는 그러지를 못했다. 너무 외로웠다. 시를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어 쓴 초고를 조금씩 퇴고해온 시이다. 그때와 지금은 정신적으로 상황이 많이 달라 당시의 감정을 더듬어 퇴고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시를 완성하려면 얼마나 더 외로워야 할지 모르겠다.
화면 속으로 들어가다
홍의준
마우스는 이가 아파 캐스터네츠처럼 절대음감으로 울었다. 그는 자신의 입이 손처럼 혹사당하는 게 불만이었다.
내가 '지뢰찾기'를 할 때면 마우스만이 아니라 모니터도 이가 아팠다. 마우스는 아이처럼 방 안 가득 울었고, 모니터는 충치들만 조용히 보여주었다.
그의 입 안은 꽃밭처럼 화사했고, 이는 썩은 안개꽃처럼 흐드러졌다. 꽃들은 계속 피었다가 졌다.
나는 그의 치과의사가 되고 싶어 그의 이를 톡톡, 두드려 보았다. 그는 통증을 참지 못하고 입을 닫아버렸다.
그러자 온 세상이 함께 어두워졌다. 나는 그의 깊은 입 속에 검은 안개꽃이 피어 있을 것만 같아 계속해서 아픈 마우스를 혹사해댔다
* 창작동기: 고등학교 때 백일장에 참가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온 친구를 재워준 적이 있다. 우리는 그날 밤, ‘지뢰찾기’를 하면서 무의미할 뻔한 시간을 보냈다. 다음날 백일장에서 나는 우리가 함께 ‘지뢰찾기’를 하며 놀았던 그 순간을 각색해 시 한 편을 썼다. 순간적인 모티브의 확장이 습작기 초기에는 특히 중요하다는 어떤 시인의 말을 떠오르게 하는 시이다.
* 촌평: 언어를 다루는 솜씨며 발상의 면 등에서 모두 뛰어납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시를 이루는 기초적인 도구들에 불과합니다. 시인은 세계에 대해 끊임없이 심미적으로 발언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발언은 무언가 하고 싶은 말, 말하고 싶은 내용이 있을 때 가능해집니다. 하고 싶은 말, 말하고 싶은 내용이 없으면 굳이 시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하고 싶은 말, 말하고 싶은 내용은 세계관이나 철학을 바탕으로 합니다. 세계관이나 철학은 존재를 해명하거나 세계를 바꾸는데 기여합니다. 자신의 인식능력을 가장 높고 깊은 곳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세요. 위와 같이 퇴고해 보았으니 참고하여 시를 완성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