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의 여행기는 http://www.sigytrip.com.ne.kr/ 에서 다른나라와 사진을 볼 수 있답니다.. ^^ㅎㅎㅎ
시기의 낙서와 사진으로 함께하는 30일간의 배낭여행 (프랑스)
6월 28일
아침일찍 일어나 우리의 아침 주식 샌드위치를 사다먹었다. 태국에서의
세븐일레븐도 잊지 못할 것이다.
"삼각 김밥만 팔아도 최고 였을 텐데..."
쓸대없는 생각을 버리고 체크아웃을 위해 내려왔다. 그동안 너무도 친절한 태국 주인과 사진을 '찰칵' 찍고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하고 공항으로 갔다. 택시 기사와 300바트에 합의를 보고 공항으로 갔는데, 이런! 1시간 만에 와버렸다.
"아직도 3시간 이상 남아버렸잖어!"
우린 지루하게 진짜 지루하게 3시간을 버텨냈다.
우리가 기다리는 곳에는 역시 파리행이라 그런지 프랑스인들이 많은 듯했다. 가끔 귀여운 프랑스 애들이 넓은 공항을 뛰어다닌다.
어쩌다가 내 근쳐에 왔길래 사탕을 꼬마녀석에게 권했더니만,
"노!"
엄청 무안했다. ㅡ.ㅡ; 못된 녀석....
3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
..
드디어 비행기에 탑승했고, 친절한 나라로 기억되는 태국을 떠나 우린 프랑스로 향했다. 우..12시간 정도를 가야 한다. 자 이제
진짜 시작이구만....
..
한국에서 태국 올때는 한국어 더빙된 토이 스토리2 해줘서 시간 잘 갔는데, 역시 파리로 가는 비행기라 거의 불어 더빙 영화만
2편째 해주고 있다.
7시간 왔다. 으 허리아파..
기내식도 더 이상 못 먹겠다.
계속 앉아만 있는데 먹을거만 계속 주니까 소화도 잘 안되는 듯 하다.
앞으로도 5시간 정도 더 가야 할 것 같다. 승무원들도 힘들 것 같다. 맨날 이 짓을 해야 하니까..
잠도 안오고.. 멍~ 하다..
그래도 그 파리가 가까워 지고 있다... 여기는 헝가리 상공이다..
"근데 승무원의 주된 일은 서빙인가? 난 대단한 일 하는
줄 알았구만..."
..
힘들었던 12시간 반은 결국 지나가고 우리는 파리 샤를 드 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드디어 도착해버렸구나...
그러나 샤를 드 드골 공항은 오래되어서인지 얼마 안된 우리의 인천 국제 공항에 비해 한마디로 상대가 안될 정도로 너무 좁고 너무
불편하고 청결하지도 않았다.
"첫 느낌이 별로 좋진 않은데.....꿀~"
하지만 여긴 파리...
또 그 영화 프렌치키스에서 맥 라이언이 피곤한 몸으로 어깨를 축 늘어뜨린 체, 지붕이 있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던 그곳... 똑같이
그 에스컬레이터를 내가 지금 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근데 여권 검사대부터 또 다시 짜증나기 시작했다. 이것들(?)이 검사대가 3개 밖에 없는 것도 이해가 안되는데, 거기서 2개를
자국민 먼저 여권 검사를 했기 때문에, 외국인인 우리는 1시간이나 서서 기다려야 했다. 우린 처음에 그것도 모르고 내국인이 있는
쪽에 줄을 섰다가,
"넌 저리로 가야 한다(프랑스 인의 영어를 그대로 옮긴 것)"
그 때 알고 자리를 옮긴 것이다. 어디다가 써서 붙여 놓기라도 해야 할 것 아냐?...
암튼 10시까지 예약된 숙소를 찾겠다는 우리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이 시간에는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고, 갈팡질팡 이 꼬진
공항에서부터 길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구세주가 나타났다.
Information Center에서 근무하는 동양계 프랑스인이 었는데, 지하철로 가는 방법부터 우리가 가야하는 민박집까지 자신의
핸드폰으로 연락해주고, 자세한 설명을 쪽지에 적어 확인까지시켜 주었다.
물론 지하철 갈아 탈때의 방향의 주의 또한 잊지 않았다. 눈물겹게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난 너무 너무 고마웠기에 한국에서
가지고 온 '해태' 열쇠고리를 선물했다.
"너무 고마워서 당신께 드리는 거예요"
"오~ 너무 감사하군요.."
(역시 영어를 바로 옮기면 어색해 진다.ㅡ.ㅡ;;)
일단 지하철까지 오니깐 그 다음부터는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단지 눌러야 지하철 문이 열린다는 것만 빼고 말이다. 우린 우리가
가야 할 역을 확인하고 2번 갈아타서 밤 12시가 되기 전에 민박집에 도착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날부터 우리는 남자만 몰고 다니는 징크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것은 우리가 가는 숙소는 여자는 빠져나가고 남자 여행자만
온다는 기구한 징크스 였던 것이다.
우리가 처음 간 그 파리 민박집에서도 우리가 갔을 때에는 여자밖에 없었다. 아 참! 첫 날 황당한 사건 하나를 소개할까 한다.
원래 남자들은 모자를 쓰면 조금 더 어려 보인다. 거기다가 나와 J군은 원래 아주 약~간 동안이다고들 한다. 그런데! 처음 민박집에
들어가자 그곳 여자들의 외마디 한마디,
"에~~~~애기들 왔네~~~~~"
"와~ 정말 애기들 왔네~~~"
가뜩이나 첫 자리라 불편해 죽갔구만, 엄청 황당했다. 당신이라면 황당하지 않겠는가. 내 나이 벌써 25! 한곳에서는 반50이라는
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애기라니...!!! 약간 주위 분위기가 정리되고 알아보니까, 그들은 1명만 빼고는 다 우리보다
어렸던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장난하나? 더 충격적인 이야기는 그들은 우리가 70년 생으로도 안보이고 80년생인 줄 알았다는 것이다. 나중에
모자 때문이라는 변명에 그냥 웃어주기로 했다.
하 하 하
..
암무튼 다시 그 징크스에 대해 이야기하면, 다음 날 아침 여기 여자 중에 절반 이상은 이 민박집을 떠난다는 것이고, 남자만 계속
들어온다는 이야기다. 우리의 징크스는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이곳 민박집 아주머니는 굉장히 친절했고, 깔끔하셨다. 애기라고 해서 충격이었지만 먼저 와 있었던 사람들도 다 착해보였다. 역시
여기에서도 놀란것은, 여기 있는 여자들 모두 개인 여행이고 혼자 여행이라는 사실이다. 4박이나 하는 파리에서는 편안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밥도 주니까....
..
6월 29일
잠자리가 또 다시 바뀌어서 인지.. 8시간의 시차 때문인지.. 아니면
비행기에서 너무 많이 잤는지 잠을 무진장 설쳤다. 꿈도 많이 꾸고...
하지만 창문밖으로 보이는 이국적인 건물을 보면서, 오래간만에 먹어보는 맛난 김치찌개를 먹는 기분은 말로 표현 못할 정도이다.
아침 식사 후에 많은 이가 각자의 여행길로 떠난다. 흑 우리의 징크스의 시작인 것이다.
우린 오전에 짐도 좀 정리하고, 천천히 길을 나섰다. 오늘은 우리 한국과 터키의 3. 4위 전이 있는 날이다. 당연히 봐야한다.
시차 때문에 점심시간 때쯤에 시작하기 때문에 시내구경을 조금만하고 대형 전광판이 있는 파리 시청앞으로 가야한다.
파리는 작은 도시다. 우리나라의 구 몇 개 붙여 둔 크기밖에 안되기 때문에, 맘만 먹으면 걸어다녀도 파리를 다 볼 수 있다.
오늘은 가볍게 숙소 근처 길도 익힐 겸, 숙소주변의 가 볼만한 곳을 다 돌아다녀 볼 생각이다.
우린 우선 뽕삐두 센터로 갔다. 뽕삐두 센터는 외관상의 특이한 구조가 멋이라던데, 내 생각엔 파이프로 지어진 건물 같구 별로
멋지게 보이지 않았다. 뼈대만 남은 건물이랄까.. 아직 건축중인 건물이랄까..
아무튼 한번 들어가 보려고 정문으로 들어서는데, 센터 앞에 길거리 화가 4명이서 우리를 그리겠단다. 케리커쳐로 말이다. 돈낭비니깐
당연히 거절했는데 그들은,
"나는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한다. 당신은 모델만 하면 된다. 물론 공짜다. 모델이 되어달라. 시간은 3분이면 된다."
(물론 이건 직역한 것이다.ㅡ.ㅡ;)
마음씨 고운(?) 우리는 그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고 졸지에 3명 다 모델이 되었다.
"웃어요~ 웃어요~"
"헤~~"
졸지에 바보가 된 나~ 정말 3분만에 그림을 그리고 나에게 보여주었다. 솔직히 보고 이게 나라는 생각에 화가 났지만,
"오 베리 굿"
이라고 한번 외쳐주고, 기념으로 사진을 찍었다. 그 순간,
"그림 그린 나도 행복하고, 그림을 가지게 된 당신도 행복하다. 단지(just) 40유로만 내라."
라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한다. 난 처음에 40센트로 착각까지 했었다. 40유로라니, 그림도 디게 못그려놓고선, 그것보다 공짜라고
해 놓구선, 40유로면 5만원돈이다. 미친거 아냐?
내가 갈려구 하니까 계속 가격을 내린다. 30...20...10... 아무리 내려도 소용없다. 우리는 바람처럼 뽕삐두 센터 안으로
들어왔다. 별 놈들이 다 있다라고 생각했지만, 나중에 보니 파리에 그런 놈들이 천지다.
뽕삐두 센터 안을 자세히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그냥 크고 깔끔한 도서관 같았다.
로비에는 디자인 제품 전시 및 판매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조금 둘러본 후에, 축구를 보기 위해 지도를 보며 파리 시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도 관광은 계속되었다.
파리 시청에 도착하니 우선 시청의 위엄있는 모습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 굉장히 멋지고 고풍스러웠다. 더욱 놀랜 것은 많은 한국인들이
벌써부터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고, 그 바로 옆에는 터키 응원단이 상당히 모여서 응원전을 펼치고 있었다.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고개가 좀 아플 것을 각오하고 맨 앞으로 가서 앉으려는 찰나, 소란스런 분위기에 화면을 자세히 봤더니
한 골이 들어간 것이 아닌가.
홍명보의 실책이란다.
내 옆의 프랑스 애들도 많이 있었는데, 우리의 응원이 재미있나보다. 끝까지 따라한다. 특히 '오 필승 코리아!'
우리나라와 터키 응원단은 서로 엄청난 응원을 하기 시작했다. 응원이 너무 격렬해져서 여기저기서 욕이 나와서 듣는 착한 이(?)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경기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 보다 훨씬 흥미로웠고, 마지막 까지 손에 땀이 나게 하는 경기였다. 양국 응원단은 뜨거운 햇살아래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끝까지 응원전을 펼쳤다.
과열된 응원이었지만, 경기 후 선수들 끼리의 화합된 장면은 응원단까지도 하나로 만들어 서로 어우러져서 경기를 축하했다.
축제의 마당이었다. 비록 졌지만 정말 양국 모두 멋진 경기였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다!
..
뜨거운 햇살아래 목이 터져라 응원을 했더니, 배가고파서 햄버거를 사먹고 세느강으로 향했다. 세느강으로 향했다고는 하지만 파리가
원체 좁아서 시청 바로 앞이 세느강이다. 우린 세느강을 건너 노트르담 사원과 씨대를 관광했다.
유명한 퐁네프 다리위에서 쉬면서 사진도 찍고, 지나가는 유람선의 사람들에게 손도 흔들어 주면서 세느강을 만끽했다.
근데 세느강은 너무 좁은 것 같다. 한강에 비해 '이것이 과연 강이라고 할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든다.
"하천 아냐?"
세느강 뿐만이 아니라 도로도 좁다. 파리가 작으니까 당연한 이야기 겠지만, 16차선 같은 건 상상도 못한다. 그래도 차가 막히는
건 거의 본 일이 없다.
웃기는 것은 아무리 작은 1차선 도로에도, 없어도 될 곳에서도 사람이 다니는 길은 횡단보도화 되어있다. 그래서 파리에는 횡단보도가
굉장히 많다. 그리고 꼭 신호등이 있다. 4차선만 되어도 횡단보도 신호등은 도로 가운데 하나, 끝에 하나, 2개를 건너야 한다.
심지어 한 도로에 4개 이상이 있는 것도 본적이 있다.
그렇지만 신호등을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행자나... 운전자나... 지키는 사람은 우리 뿐이다. 빨간불이어도 보행자는 자연스레
건너가고, 차도 자연스레 서 준다. 파란불이어도 차는 자연스레 지나가고 보행자는 자연스레 서 준다. 내 생각엔,
"그럼 신호등은 왜 있는 거야?"
아까 응원을 너무 과격하게 했나 보다. 목은 당연히 아프고, 굉장히 피곤하다. 특히 J군이 응원을 하다가 허리가 삐끗했나보다.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
못난 녀석...쯔쯔.. 그래도 우린 걸어서 숙소까지 지도를 보며 돌아가기로 했다. 물론 길을 익히기 위해서다.
돌아오는 길에 바스티유 광장을 지나 왔는데, 어마 어마한 군중이 집결하고 있는 중이였다. 무슨일인가 하고 기웃거려보았더니 팜플랫을
나누어 주고 있다
.
잘은 모르지만 내용인 즉슨, 게이 어쩌고 저쩌고....
게이들이 무슨 쇼를 하나보다. 아님 관련된 연설을 하나?
암튼 그걸 구경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을테고... 하긴 파리 시장도 게이라니까....
..
멋진 세느강이었고.. 세느강을 더욱 멋지게 하는 것은 예술적인 다리와 세느강을 감싸고 있는 유명한 건물들이었다.
유람선은 꼭 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6월 30일
오늘은 일요일...
오늘은 축구 결승전이 있는 날이다. 우리가 축구 보러 온 것도 아닌데, 축구에 계속 신경이 쓰인다. 파리 시내에는 신축된 신형
건축물이 거의 없다.
고풍스러움을 유지하는 게 파리인 것이다. 우리는 그래서 파리의 신도시 '라데빵스'를 구경하기로 했다. 그곳은 모조리 다 신형
건물들만이 있고, 또 역시 신형인 '신 개선문' 도 있기 때문이다. 걸어갈까? 하다가 지도를 보니 걸어서 한 3시간 가까이 걸릴
거리같다.
포기하고 지하철을 이용하여 라데빵스에 도착했다. 파리의 그것과는 다르게 이곳은 서울의 여의도와 같이 고층 현대식 빌딩들로 가득차
있다.
지하철을 내리자마자 신 개선문이 산뜻한 느낌으로 보였고, 개선문 앞 광장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일요일 오전을 즐기고 있었다.
신기한 것은 신 개선문에서 멀리 처다보면 오리지날 개선문이 쪼끄마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사실 신기한게 아니라 워낙 파리가 작아서 그런 것 같다. 얼른 사진속으로 찰칵! 오늘은 축구 생각은 안할려고 했는데, 저런..
광장 정 중앙에는 큰 대형 전광판에서 곧 축구 중계를 해준단다.
"하늘의 뜻이로고..."
우리는 햄버거 세트를 사가지고 와서 좋은 자리를 맡고 점심을 먹으면서 전광판을 주시했다. 확실히 프랑스는 지단이 날리고 있다.
연속된 광고에서 지난은 누가 봐도 멋있을 만큼 화려하게 등장한다. 계속...
드디어 결승 전반전이 시작된다. 조금 보고 있는데 우리 나라 경기가 아니라서 그런지 괜시래 시간이 아까워진다. 우리는 약간 보다가
자다가..
"에이~ 우리 이긴 독일이 이기겠지~~가자!"
전반이 끝나기 전에 우린 아까 그 작게 보였던 오리지날 개선문으로 출발했다.
지하철에서 땅위로 올라오자마자 개선문의 위용있는 모습이 나타났다. 과연 멋졌다. 많은 사람들이 개선문을 정면에서 찍어보려고 횡단보도
한 중간에 다들 모인다. 물론 우리라고 빠지지 않았다.
개선문 앞 도로 좌, 우가 바로 샹젤리제 거리이다.
그 유명하다는.. 상젤리제 거리가 아름답기로 유명하다던데, 듣던 것과는 달리 약간 평범했다. 물론 그 샵들은 평범하지 않았다.
명품의 거리였다. 거리보다 신 개선문에서 시작하여 상젤리제 거리를 지나 다시 개선문을 지나... 이 일직선 상의 길이 멋졌다.
대단하지 않은가...
거리를 지나는데 브라질 국기를 휘날리는 차들이 막 지나간다. 괴성을 지르며...
"브라질이 이겼나 보군..."
"근데 남에 나라에서 저러고 다녀도 안 혼나나?"
우린 터키가 이겼을 때, 터키 사람들도 저러고 다닌걸 기억해 냈다. 우리 나라였으면 모라고 했을지도 모르는데...말이다. 파리
사람들도 속으로는 좀 화나지 않을까? 아님 신경도 안 쓰는가? 후 후 후
평범하게 보이는 상젤리제 거리...아마도 상젤리제 거리는 밤이 되야 멋있을 것 같다.
오늘은 좀 바쁘게 에펠탑까지 보구 가려고 결심하고 나왔다.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지도로 찾아서 에펠탑으로 향했다.
아주 멀리서부터 에펠탑이 보였다가.. 건물에 가려졌다가..계속 그런다.
난 솔직히 파리에서는 에펠탑이 가장 기대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아주 멀리서부터 조금하게 보일 때부터...
건물에 가려 조금만 보일 때부터... 마음이 설레이곤 했다.
에펠탑은 분명히 클텐데 여기 파리 건물들이 워낙에 다 크다 보니까 잘 안보이나 보다.
에펠탑이 가까워 질수록 셀레임은 커져만 갔다.
드디어 두 건물 사이로 커다랗게 나타난 에펠탑.. 난 멋진 그 광경을 카메라에 담고서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좀 더 가까이 다가갔다. 우린 에펠탑 앞 공원의 벤치에서 조금만 쉬기로 했다.
에펠탑은 생각보다 굉장히 높았다.
우리가 앉은 벤치에서는 꼭대기가 잘 안보일 정도로....
에펠탑 주변을 돌아보았다. 에펠탑에는 왠지 모를 매력이 있다.
이제 우리는 에펠탑 전체를 보기 위하여 에펠탑을 가장 잘 볼 수 있다는 트로카데로 광장에 갔다.
과연 그 말 그대로 에펠탑이 한 눈에 들어왔다. 나는 여기에서 에펠탑만 한 10장 넘게 찍어대었다. 자꾸만 쳐다보아도 새롭게
보였기 때문이다.
자꾸만 쳐다보아도 에펠탑은 그곳에 있었다. 오늘은 에펠탑 하나만 보았어도 후회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 트로카데로 광장에서는 '인라인스케이트'로 묘기를 부리는 애들로 가득 차 있다. 지금 파리는 인라인 열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파리의 도로 한쪽에는 어김없이 자전거 도로로 되어있다.
그러나 자전거는 많이 보이지 않는다. 그 도로는 인라인의 사람들이 뒤덥고 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광장, 공원, 역....
어떤 곳에서도 누구라던지 인라인을 즐겨타고 있다. 그 만큼 파리는 평탄하고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다.
일요일에는 많은 사람들이 인라인을 타고 경찰의 호의를 받으며 도로에서 파리시내를 돌기까지 한다.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 중년의 바이올린을 들고 탄 사람이 멋진 연주를 하기 시작한다.
시끄러운 지하철 소음 속에서의 아름다운 바이올린 소리는 지루함을 달래주었다.
이런 사람들이 많기에 보면서 느끼는 건데, 이 사람들이 꼭 돈 때문에 음악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런 느낌이다.
민박집에 돌아와서 아주 맛있게 저녁식사를 했다.
여기 민박을 하고 있는 사람들과 의견이 통해서, 세느강과 주변 야경을 보기 위해 모두 함께 유람선을 타기로 했다. 유럽은 10시가
넘어야지 밤이 온다.
이런 현상은 영국이 더 심하다던데 영국은 여름에는 이렇지만, 겨울에는 4시면 밤이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국이 섹스에 강하다고들
하던데....
아무튼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정확히 10시에 민박집에서 나왔다. 10시 30분 배를 탔는데, 여기가 무슨 한강인가? 한국사람이
3분의 1 이상 되어 보였다.
개인, 단체, 아주머니 부대 등 등 .... 하지만 보기 흉했던 일은 아주머니 부대도 아닌 한국 여자 여행자 단체가 앞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사람들을 밀며 뛰어들어가고 떠들고.. 같은 한국인으로써 부끄럽기까지 했다.
"저러고 싶나..."
"아주머니들도 안그러는데 애들이 왜 저러냐.."
(모 아주머니를 비하하는 건 아니다..^^;;)
이 기분 나쁜 일을 잊게 해준건 멋진 야경이었다. 1시간 반동안의 유람은 멋진 세느강의 풍경을 보여주었고, 더욱 멋지게 조명시설이
되어있는 주변 유명한 건물들이 멋진 모습으로 한 눈에 들어왔다.
특히! 밤에 보는 에펠탑의 모습은 예술 그 자체였다. 나는 또 에펠탑에 10방 이상을 찍었다. 밤인데... 연신 감탄을 하며
말이다. 오늘은 에펠탑의 날이다. 멋지다 ... 에펠탑...
7월 1일
"루브르 박물관은 한 작품에 몇 초씩만 쳐다보아도 1달이
넘게 걸려 볼 수 있다."
솔직히 그림이 많은 박물관은 별로 관심이 없다. 그것은 내가 모르기 때문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란 말은 박물관에 더욱 맞는
말인 지도 모르겠다.
한국에서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특별히 그림 역사나 그쪽 방면에 관해 공부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었기에 그냥 온 것이다.
다들 아는 사실이겠지만, 파리의 거의 모든 미술관과 박물관은 예능 쪽 전공을 하는 학생이고 재학증명서만 있으면, 모두 무료입장이기에
나는 약간의 편법을 동원해서 루브르에 들어갈 수 있었다. 참고로 난 경영학과다.
..
드디어 루브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 루브르 박물관의 위대함을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우리는 아주 천천히 그림들을
감상해 나갔다. 솔직히 낙서는 좋아하지만 미술쪽에 거의 문외한이었던 나...
이 붓 텃치가 어떻다니, 어느 시대 그림이라는 것은 전혀 몰랐다. 아는거라고는 그리스ㆍ로마신화에 관련된 작품이라던가, 기독교에
관한 것이라던가.. 아님 미술책에 자주 보였던 그림이었다던가.. 정말 아는 만큼 보이는 것 같다.
2시간을 돌았을까? 솔직히 지루했던 우리,
"야! 안되겠다. 나가자."
"그래도 모나리자랑 비너스는 보고 가야지!"
"그럼 빨리 찾아봐!"
하지만 비너스와 모나리자를 찾는 시간만 1시간이 걸릴 정도로 루브르는 미로와 같았다. 모나리자를 마지막으로 3시간만에 나왔지만,
3시간 내내 걸었기 때문에 굉장히 다리가 아팠다. 으.. 다리아파..
아침부터 우중충한 날씨는 우리가 나오자 부술비가 내리고 있었다.
지금은 분명 여름이고 7월이다. 그러나 여기는 느끼기에는 늦가을 쯤에 속하는 것 같다.
저 사람들을 보라. 프랑스 사람은 목폴로도 입고 있고, 한 겨울에는 입는 코트도 다들 입고 있다.
또, 이 바람... 아.. 오늘만큼은 맥도날드에서 안먹고 공원에서 먹을려고 빵하고 우유 싸왔는데.... 할 수 없이 나무 아래
벤치에서 비를 피하며 찬 우유와 함께 빵을 먹었다.
추워 죽겠는데...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특이한 우리를 계속 쳐다본다. 이제는 누가 쳐다보는데 익숙해졌던 우리는 더욱 맛나게 먹었다.(사실
추워서 혼났다.)
나는 한동안 새들에게 빵을 나누어 주며 시간을 보냈다.. 그 뒤로 나에게는 일행으로부터 별명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새 아범!"
내가 새만 보면 먹을 것을 주기 때문이다.
..
오늘 밤에는 원래 에펠탑에 오르기로 한 날이다. 그러나.. 내가 전에 말했던가, 우리에게는 남자 징크스가 있었다는 사실을..
어느세 우리 민박집에는 거의 남자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우릴 꼬시기 시작했다.
"야경이 모가 그리 중요하냐? 야경은 나중에 또 볼 수 있지만, 사람 만나는 인간관계는 다시없는 기회가 아니겠어?"
"맞어 맞어!"
"인간관계보다 중요한게 모가있어?"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람이야 다시 볼 수 있지만, 파리에 또 갈려면 많은 시간이 걸리는 건데 말이다. 그 때는 반대로 생각했던
것이다.
결국 우린 남았고, 숙소 사람들과 와인 파티가 벌어졌다.
파리 와인이 싸다고 듣긴 들었는데, 여긴 진짜 와인 가격이 장난이 아니다. 1유로부터..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사람들과 술을 앞에 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하고는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 우리는 서로 모든 걸 말 하고, 느끼고 즐겼다. 술병이 모두 다 비워진 후에도 우린 한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파리에서의 와인... 사람들... 잊을 수 없는 즐거운 밤이었다.
그러나..
그 날 이후로 우리는 야경을 볼 수 없었다. 인간관계 때문에....ㅎㅎㅎ
7월 2일
내일이면 파리와도 이별이다. 내일 밤차로 니스에 갔다가 로마로 가야한다.
우린 시내에 있는 '리옹' 역으로 가서 내일 니스로 가기 위한 기차와, 내일 모래 로마로 가기 위한 기차 예약을 해야한다. 아침
느즈막히 나와 천천히 걸어 리옹역에 도착했다. 그러나..
다음날 것인 니스→로마행 열차는 예매가 되었는데, 내일 니스로 가는 직행 열차는 자리가 없어서 경유 열차를 벌써 30분째 창고
직원이 찾고 있는 중이다.
45분 경과....
우리 뒤에 줄이 굉장히 길어지고, 뒷 사람들의 말소리가 점 점 커져가고 있었다. 프랑스 말이었지만, 우리는 그것이 좋지 않은
소리임을 공기로 느끼고 있었다. 바로 뒤에 배불뚝이 할아버지와 키큰 흑인은 손가락질까지 하며 욕을 하고 있었다.
(작은 목소리로)
"야 우리 칼 맞는거 아냐?"
"대충 아무거나 찾아주지 이놈(직원)은 왜 이렇게 오래찾냐?"
1시간쯤 되었을까? 드디어 할아버지가 참지 못하고 가까이 와서 직원에게 불어로 세차게 덤빈다. 아마도,
"뭐 하는데 이렇게 시간이 걸리는 거요. 뒤에 사람들을 보시오!"
아마 이런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자 역무원은 아주 침착하게 모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시 우리보고 웃으며 경유편을 설명해
주는게 아닌가.
우린 뒷사람들한테 너무 미안해서 2번 경유고 한번은 새벽에 4시간 기다렸다가 갈아타야 하는 기차를 서둘러 예약했다. 따질 형편이
아니었다. 그 역무원은 이 차편이 안 좋다는 것을 다시한번 강조하기 시작했다. 등따가워 죽겠는데 말이다.
"예, 예, 그거요! 빨리! 메흐시! 메흐시!"
끝까지 웃으며 차편을 내주는 그 역무원에게는 너무나 고마웠지만, 일을 끝내고 나올 때의 뒤에 사람들의 눈총은 피할 수 없었다.
미안해서 혼났네!
..
오후에는 선물을 사기 위해 민박집에서 소개시켜 준 면세점에 갔다. 나야 전혀 화장품에 대해, 향수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지만
여러 향수의 향기를 맡아보고 순한걸로 몇 개를 선택했다.
화장품 샵이 많긴 많군. 그러나 남들과는 달리 우리는 파리가 첫 나라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걸 가지고 여행을 할 일이 걱정이다.
런던에 가면 다 깨져 있는건 아닌지...
내일이면 파리와도 안녕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당연히 '인간관계'에 치중했다. 거의 파리가 아웃인 사람들과 또 술과 함께
여행 이야기를 나누었다.
즐거웠던 지난 5일이었다. 민박집 형, 동생들과 헤어지는 게 섭섭하긴 했지만, 다음 도시에 대한 기대도 그만큼 컸다.
어차피 여행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기에....
7월 3일
드디어 파리를 떠나는 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우린 아직 유레일 패스를 개시하지 않았다. 오늘 개시하게 되는 것이다.
여행에서 중요한 것이 있다면 어떻하면 유레일 패스 개시와 끝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이다. 우리는 어차피 밤에 떠나기 때문에
유레일 패스가 있으면 베르샤유 궁전을 공짜로 갈 수 있는 오늘을 기다렸다. 푸하하하.. 그런데 다들 그렇게 할 듯 싶다.
그러나..
오늘은 여느 때와는 달리 비가 심하게 온다. 그래도 강행하려고 나오는데, 이룬~ 비바람이 세차다. 우린 베르샤유궁전에 가서도
안에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밖에서 있으려면 ...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우리는 베르샤유를 포기하고 만다. 대신 노틀담 일대를 다시 돌아보기로 했다. 세느강과 노틀담 일대를 돌아보면서 상점에서
에펠탑 열쇠고리 및 기념품을 조금 구입했다. 노틀담 성당 앞에는 비가 옴에도 불구하고 많은 관광객이 모여 있었다.
나는 멋진 노틀담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사진도 찍고, 성당 앞에서 새들과 함께 놀았다. 옆 형의 말,
"역시~ 새 아범..."
마지막 파리에서의 점심식사라 우린 괜찮은 레스토랑을 찾아가 정식 코스 요리를 먹기로 했다. 먹자 골목을 찾다가 실패해서 겉보기에
멋진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메뉴판을 골똘히 쳐다본 후에, 스테이크 종류로 하나 주문하고 와인 한병을 시켰다.
우리가 레스토랑에 들어선 후 10분만에 해가 떴다. 레스토랑 주인이 버튼을 누르자 지붕이 열리면서 따뜻한 햇빛이 들어오고, 세느강변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망 좋은 곳에서의 식사라..훗!
잠시 후, 와인과 함께 스프가 나오고, 좀 있다가 스테이크가 나왔다. 그 후 후식으로 애플파이가 나왔다.
맛? 맛은 옆 J군의 말과 함께 상상에 맡기기로 하자.
"빅맥 몇 개 먹을걸....ㅡ.ㅡ;"
..
숙소로 와서 사람들과 아쉬운 작별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아직 많은 사람이 들어오지 않았다. 모두에게 인사 못하고 떠나는 것을
아쉬워하며 정든 민박집을 나와 역으로 가는데, 가는 길에 하나 둘씩 길에서 다 만난 것이다.
그래서 나중에는 모두 다 인사를 하고 올 수 있었다. 다행이다.
전철로 리옹역에 도착하여 기차를 기다리려니까, 출발 1시간 전인데도 전광판에 아직도 나타나 있지 않았다. 이상하게 여겨져서 알아봤더니..
아뿔사!
고생의 시작이었다..
우린 그때서야 기차표를 잘못 예매한 사실을 알았다. 우리가 예매한 역은 프랑스 지도로 보면 한 가운데 있는 리옹이라는 도시의
리옹역! 우리가 생각한 역은 파리에 있는 리옹역! 자세히 보니 파리에 있는 리옹역은 '파리 리옹' 이라고 써있었다.
우리가 어제 종이 쪽지에 메모로 기차 예약을 했는데, 그 때 그냥 '리옹→니스' 라고 쓴 것이다. 우린 황급히 그 표를 취소하고
다른 야간 열차를 구하려 했지만 다 매진!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성수기에 다일 표를 구하려고 했으니.. 큰일이었다. 내일 밤에는
니스에서 로마로 가는 야간 열차를 타야 하는데..
결국 우린 내일 아침 8시 35분 TGV기차를 예매했고, 그냥 니스를 3,4시간만 보고 떠나는 눈물을 머금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지금 시각 밤 9시! 우린 하룻밤 방 구하러 가느니...!!!
졸지에 우린 역의 노숙자 신세가 되었다. 추위에 떨며.. 맛없는 빵과 쥬스.. 와인을 먹으며 말이다. 추워서 담뇨를 덮고 있는데,
우리의 모습이 우긴지 앞의 벤치의 아저씨가 자꾸 쳐다보며 웃는다.
그런데, 프랑스는 좋은 나라였다. 경찰들이 오더니 표를 확인하고는 우릴 대합실로 인도했다.
그곳에서는 많은 남녀노소의 사람들이 있었고, 다 누워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입구에는 경찰 두 명과 개 한 마리가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리고 따뜻했다. 우린 두 발 쭉 뻗고 기분 좋게 잠을 잤다.
..
아침... 드디어 기차를 탔다. 이 TGV를 2시간 타고 리옹에서 일반기차로 차를 갈아타고 5시간 정도를 가면 니스까지 갈 수
있다. 하필 그 재수 없는 그 진짜 리옹역이다.
이 TGV는 속도 만큼이나 시설도 깔끔하고 좋았다. 소음도 적고 무척이나 빨라서, 가끔 터널을 지날 때면 귀가 먹먹해진다. 몇분
되지도 않아 창밖은 끝도 없는 평야를 달린다. 무슨놈의 나라가 가도 가도 조그마한 언덕하나 안보인다. 우리나라는 사방이 산인데,
여기는 사방이 평야이다. ..
빠른 TGV는 금세 리옹역에 도착했고, 우린 30분 후에 또 다시 여기에서 일반열차를 타야한다.
그러나 또다시 전광판에 우리가 타야할 열차가 보이지 않았다. 몇 분 남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황급히 우린
Information Center에 가서 티켓을 보여주며 물었다.
그런데 이게 왠 말인가? 이 리옹에는 리옹역이 하나가 아니란다. 티켓을 보니 갈아탈 리옹이라고 써 있는 옆에 아주 작은 글씨로
PERRACH라고 써 있었다.
우리의 위치를 보니 우리는 리옹 PART DIER 역에 있는 것이 아닌가.
바로 다음 역이 리옹 PERRACH 란다.
그런데 우리랑 같은 처지의 사람이 또 있었다. 일본여자인데 IㆍC에서 우리랑 같은 문제를 물어보는 것이었다.
"동병상련!"
우리 졸지에 4명이 되어 또 황급히 자주있는 기차를 타고 리옹 PERRACH 역으로 향했다. 시간이 간당 간당 했다. 시간이
1분 오버된 가운데, 그 역에 거의 도착하여 서서히 멈추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거의 멈추고 문이 열리려는 무렵, 앞에 보이는
기차가 서서히 움직이고 있었다.
"설마...설마....."
"아니겠지..."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기차 번호를 보니 니스행! 우리가 타야 할 기차였던 것이다.
우리가 역에 딱 내린 시간은 11시 2분, 그 니스행 기차 출발 시간은 11시 1분이었다. 우리는 기차를 눈앞에서 놓쳐버린 것이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
란 속담을 어떤 놈이 지어 놨는지....
..
우리 넷은 다시 티켓을 구하러 갔다. 과연 구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우린 니스에서 6시30분 기차로 로마로 가야 하는데...
사람이 많아서 티켓 판매대에 그 일본 누님과 우린 각자 따른 줄을 서 있었는데, 그 누님이 먼저 하게 되었다.
그 누님이 와서 우리에게 하는 말,
"괜찮아"
그러면서 티켓을 보여주었다. 또 한번의 경유를 해야하지만, 로마행 기차시간까지 도착할 수 있는 티켓이었다. 화려한 영어 실력의
그 일본 누님은 우리나라 말을,
"가자"
"괜찮아"
이렇게 둘만 할 줄 안다고 했는데, '괜찮아' 란 말은 아주 적절했다고 뒤늦게나마 말해 주고 싶다.
또 다시 기차를 타고 니스로 향했다. 오늘은 하루 종일 기차만 타는 것 같다. 또 한번의 갈아타는 곳에서는 우리 4명 다 긴장하며
갈아타야 했다. 한번 디었으니....
가는 도중에 그 일본 누님과 이야기도 하고, 중간에 사진도 같이 찍었다.
물론 나는 영어를 잘 하진 못했지만, 그 누님이 쉽게 잘 말해주고 이해해 주어서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특히 난 영어 공부에 관해... 그리고 일본영화에 대해 아주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일본 영화가 재미있었다고 하니까,
이해할 수 없단다.
..
니스에 도착하여 애리꼬 누님과 헤어졌다. 그 누님은 니스에서 몇 일 있을 모양이다. 우리는 아쉬운 작별을 했다. 오늘 고생은
했지만, 그 일본인 누님을 알 게 되어 이야기도 하고, 그랬던 일이 굉장히 즐거운 일이었다.
로마까지 가는 논스톱 기차는 1시간 30분정도 남았다. 다행히 전광판에 보였다.(ㅡ.ㅡ;; 휴~) 세 끼니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우리는 근쳐 중국식당에서 간단히 밥 종류로 요기를 하였다.
"으... 니스까지 와서 해변 한번 못보고 가야 하다니..."
하지만 프랑스에서 8일을 있을 순 없다. 그리고 하루 종일 너무 고생을 했더니 굉장히 피곤해서 어서 빨리 쿠셋칸으로 가고싶은
맘뿐이었다.
지친다...
조금 있으면 로마로 가는 12시간짜리 야간 기차를 타야한다.
..
처음으로 보는 쿠셋 칸! 오호~ 실망이로구나~ 쿠셋~
큰 기대는 안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진짜 그 우리나라의 무궁화호 만도 못한 기차 수준과, 칸막이만 있다 뿐이지 그 좁은 공간에 6명이서 자야하고, 사람뿐이면 말도
안하지.. 각자 짐도 산떠미 만큼 있는데... 진짜 쫍아 터진다.
그리고 냄세...크... 벌써부터 걱정이 되는군... 우리 셋 말고 또 한국인 2명과 동남아 계열 1명이 또 들어왔다. 으..
또 냄세나..
우린 그 협소한 화장실에서 머리까지 감는 투혼을 발휘하여 그나마 깔끔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
..
"영식아!"
"영식아!"
누군가가 날 깨운다. J군이다. 현재 시각 2시 30분.. 물론 새벽이다.
"고생해라"
J군이 눕는다.
다들 들었을 것이다. 이탈리아로 들어가는 야간 열차, 이탈리아에서 나가는 야간 열차에는 100% 도둑놈이 있다고들 말이다. 우리도
그 말을 믿었다. 더군다나 처음 타는 야간열차였고, 이탈리아 행이었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3교대 불침번을 섰던 것이다. 웃기지 않은가.... 내가 마지막 말번초였다. 그래서 2시 30분에 깨운 것이다.
3시간씩.... 갑자기 군대가 생각나는 군.. 모 이틈에 난 먹을 것도 먹고, 일기도 쓰고, 세면도 하고... 시간을 잘 활용했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도둑 머리카락도 안 보이는 밤이었다. 우린 앞으로의 여행에서 다시는 이런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ㅎㅎ(^^;;)
여전히 새까만 창문 넘어로 계속해서 열차는 달리고 있었다. 차가 서서히 멈춘다. '피사' 다.
"우리도 몇일 후에 여기 다시 오겠지..."
한국인이 많아 시끌벅쩍 했던 이 기차는 지금은 적막하다.
나 외 5명의 숨소리만 들린다..
..
http://www.sigytrip.com.ne.kr 이 제 홈이예요. ^^;; 다른나라 보고싶으시면 홈으로 와주세요~~~ ㅎㅎㅎ
첫댓글 와 2002년도에 가셨군요 잘 읽었습니다. 전 이때 군대서 틀어박혀서 언제나가나 그러구 있었답니다. ㅜ.ㅜ
하하핫!
외국에서 응원하는 우리 응원단의 모습...^^ 정말 반갑네요...^^
서울이나 파리나 온통 붉더군요.ㅎㅎ
그림도 재밌고, 여행기도 잼있네요 ^^ 그리구 기차 놓치신건 왠지 남일 같지 않아요 ㅠㅠ